귀환천화 3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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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81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335화
335화
삼 장 허공으로 날아오른 두 사람의 검과 칼이 찰나에 서너 번 충돌했다.
떠더더덩!
콰광!
강맹한 기운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귀청을 울리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이 뒤로 튕겨져서 날아갔다.
땅에 내려선 맹등평이 정신없이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악다문 입, 창백한 안색. 단 한 번의 격돌로 제법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반면 천위는 땅에 내려서자마자 맹등평을 다시 공격했다.
맹등평은 일그러진 얼굴로 미친 듯이 칼을 휘둘러서 유혼도법을 펼쳤다.
신월처럼 휘어진 칼에서 흘러나온 수십 줄기 도기가 그물 같은 도막을 형성했다.
하지만 천위가 검을 내밀며 좌우로 휘젓자, 도막이 종잇장처럼 갈가리 찢겨졌다.
천위는 도막을 찢어낸 후로도 맹등평의 가슴을 노렸다.
얼굴이 일그러진 맹등평의 눈이 커졌다.
“헉!”
슈아악!
그는 벼락처럼 날아드는 검강을 피하기 위해 나려타곤을 펼쳐 바닥을 굴렀다.
창피했지만 일단 사는 게 먼저였다.
덕분에 목에 구멍이 뚫리는 일은 면할 수 있었다. 대신 어깨가 뚫리면서 옷자락과 함께 살이 덜렁거렸다.
고통을 못 이긴 맹등평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크읍!”
“멈추게!”
우문강천이 소리쳤다.
맹등평을 재차 공격하려던 천위가 우문강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문강천이 눈을 부라리며 냉랭히 말했다.
“이야기 하자고 안 했던가?”
천위는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혁무천이 고갯짓으로 비켜서라고 했다.
천위는 검을 거두고 미련 없이 돌아섰다.
“운이 좋은 줄 아쇼. 만약 철 노사나 중 노사께서 손을 쓰셨으면 지금쯤 당신 머리통이 바닥에서 굴러다니고 있을 거야.”
맹등평은 이제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앞에 있는 젊은 놈만 해도 자신이 상대하기 힘든 고수였다. 하물며 놈이 노사라 떠받드는 자 아닌가 말이다.
‘제기랄! 무슨 놈의 고수가 이리 많아?’
어깨를 움켜쥔 그는 슬쩍슬쩍 눈치를 보며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렇게 맹등평으로 인해 발생한 엉뚱한 일이 진정되자, 혁무천이 다시 말했다.
“양측 모두 오늘 이 자리에서 뼈를 묻을 생각이 아니라면, 일단 대화를 나누어 봅시다. 대화가 정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싸우시고.”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천양묵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는 무천의 말이라면 무조건 찬성이었다.
우문강천은 이마를 씰룩거렸다.
싸움을 멈추는 것은 자신도 찬성하는 바였다. 하지만 전쟁을 끝낸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게다가 그 일을 주도하는 사람이 무천이라는 게 더 마음에 안 들었다.
우문척도 곤혹스런 표정이었다.
공손두는 흥미롭다는 듯 눈빛을 빛냈고.
정은맹과 대정맹 쪽 수뇌들도 표정이 각기 달랐다.
신도명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 역시 우문강천과 비슷한 마음이었다.
이번 전쟁의 주인공은 자신이어야 했다. 저 무천이란 죽일 놈이 아니라.
‘쳐 죽일 놈이 어디서 나대!’
반면 주금화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무천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전쟁을 멈추면 자신의 계획도 틀어진다.
문제는 전쟁을 계속할 경우 역시 무천과 무원장이 있는 한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마음에 걸리더니…….’
이사명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무천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곳에서 양측이 전멸하면 가장 득을 보는 곳이 바로 대정맹이었다.
대정맹 무사의 절반 이상이 남아 있는 섬서의 총단 세력이 그대로 존속할 테니까.
잘하면 대정맹이 천하제일세력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잠시 생각을 해보고 마음을 정리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강호의 권력이 아니었다.
의형 역시 마도를 물리치고 정파가 살아갈 터전을 확보하기 위해 싸워왔지 않은가 말이다.
더구나 전쟁을 계속한다고 해서 대정맹이 승승장구할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아직 마도는 강했다. 대정맹 홀로 상대하기에는 버거울 만큼.
이사명도 결정을 내렸다.
“우리 대정맹 역시 무 장주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소!”
정파와 마도의 수장들이 한 사람씩 찬성한 셈.
거기다 우문강천마저 대화에 찬성했다.
“좋아! 어디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제 남은 것은 정은맹의 수장인 신도명산과 주금화뿐.
신도명산은 분노가 치밀었지만 반대하기도 애매했다.
자신이 반대한다면, 무천과 무원장은 자신들을 공격대상으로 삼을지도 몰랐다.
“대화를 해보자면 못할 것도 없지.”
피의 경계선에서 직경 십 장의 원을 그린 채 각 세력의 수장이 둘러섰다.
안색이 창백하고 입가에 핏기마저 있는 천양묵 옆에는 공손두가, 마찬가지로 심한 부상을 입은 우문강천 옆에는 우문척이 섰다.
그리고 신도명산과 주금화, 이사명, 악사광 등 각 세력의 수장들이 늘어섰다.
“말해보게.”
천양묵이 무천을 보며 말했다.
무천은 각 세력의 수장들을 둘러본 후 입을 열었다.
“아마 여기 있는 분 중 모두 죽을 때까지 싸우길 원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그걸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무천의 말에 천양묵이 바로 대답했다.
신도명산은 아직도 무천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들어서 목을 쳐버리고 싶었다.
“시답잖은 소리 말고 본론을 꺼내라!”
“그게 아니라면 이쯤에서 전쟁을 끝냅시다.”
“…….”
“수만 명이 죽었는데 아직도 양에 안 차시오?”
“…….”
“오늘 싸움을 멈춘다 해서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네.”
이사명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무천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 대답했다.
“당연히 그러겠지요. 그러니 오늘 이곳에서…… 협정을 맺는 거요.”
“협정?”
“서로의 권역을 정하고, 일정 기간 동안 침범을 금하는 협정. 물론 침범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기준을 정해야겠지요.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는 일 아니오?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업도 해야 하는데.”
“으음…….”
“협정이라…….”
“…….”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럼 우린 남양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거냐?!”
신도명산이 버럭 소리쳤다.
하지만 무천은 그에 대한 대답도 준비해두었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적절한 권역을 보장하고, 총 오백 명 이내의 인원이 이동하는 것은 제지하지 않기로 한다면?”
“뭐라?”
“남양의 분지 일대와 낙양. 그리고 동쪽으로는 상남까지. 그 정도면 정은맹으로서도 불만은 없을 것 같소만.”
그 정도면 남북과 동서로 천리에 이른다.
그 외에는 어차피 마도의 대지 아닌가.
오백 명 이내의 이동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인원 이동에 별 문제도 없고.
신도명산도 그 말에는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무천은 뒤이어서 대정맹과 철혈마련, 만마성, 귀천교의 권역에 대해서도 말했다.
“대정맹은 장안을 중심으로 한 섬서성을 권역으로 정하면 될 것 같고…… 철혈마련은 안휘성의 남부, 만마성은 조양 이남부터 호북성 남부, 귀천교는 안휘성 북부, 마천문은 사천을, 그런 식으로 권역으로 정하면 서로 불만이 없을 것 같습니다만.”
모두가 본래 그들의 권역이라 할 수 있었다.
불만을 말하기도 애매한 지역 안배였다.
굳이 손해를 본 곳을 따지라면, 남양분지를 빼앗긴 만마성이 가장 큰 손해를 봤다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자네 말에 이의가 없네.”
그런데 만마성의 주인인 천양묵이 순순히 받아들였다.
“기간은 어떻게 정할 건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이사명이 물었다.
“십 년이면 어떻겠습니까? 그 정도면 그동안의 피해를 어느 정도 추스를 수 있을 것이고, 무림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봅니다만.”
“흥! 그깟 협정. 어기면 어차피 아무것도 아닌 것 아니냐!”
신도명산이 냉랭히 코웃음 치며 조소를 지었다.
무천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그럼 우리 무원장은 다른 세력과 힘을 합쳐서 가해한 곳을 공격할 것이오. 그들이 누구든.”
“…….”
각 세력의 수장들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신도명산도 눈을 치켜뜨고 입을 꾹 닫은 채 무천만 노려보았다.
-협정을 어기면 무원장이 힘을 보태서 상대를 치겠다.
언뜻 들으면 그렇게 단순한 말처럼 들렸다.
그러나 속내를 따져보면…… 마치 무원장이 무림의 조정자라도 된 듯했다.
문제는 무원장에 그럴 만한 힘이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만 해도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둘러서 있는 것 아닌가 말이다.
‘빌어먹을!’
신도명산은 입술을 씹었다.
도무지 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이사명이 곤혹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협정을 맺은 세력은 무조건 전면전을 벌이면 안 된다는 건가?”
무천도 이사명이 그런 질문을 한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도 준비되어 있었다.
“명분이 있다면, 서로 간의 원한을 푸는 일에는 무원장도 나서지 않을 거요.”
정도의 문파가 힘을 모아 마도를 공격하는 것 정도는 상관없다는 뜻이었다. 마도 역시 마찬가지고.
또한 대정맹이 정은맹을 공격하는 것 역시 명분이 있으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말에 신도명산이 새파란 살기를 번뜩였다.
“그럼 내가 아들을 죽인 네놈을 죽이려 하는 것은 상관없겠구나.”
“물론이오. 얼마든지.”
무천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치면서 냉기가 휘몰아쳤다.
그때 천양묵이 또 오른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나는 찬성이네.”
우문강천은 바로 동의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런데 우문척이 말했다.
“아버님, 저희도 받아들이지요.”
우문강천은 이마를 찌푸렸다. 하지만 곧 마음을 정리했다.
우문척의 강함을 본 그였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철혈마련이 어느 곳보다 앞서갈 수 있을 듯했다.
“으음, 네 생각이 그렇다면…… 우리도 받아들이겠다, 무천.”
“우리 마천문도 찬성이오.”
공손두도 묘한 미소를 지으며 받아들였다.
마천문으로서는 손해 볼 일이 없었다.
어차피 그들은 사천의 패자 아닌가. 만마성이나 철혈마련과는 사정이 달랐다.
“귀천교도 찬성이오.”
악사광까지 동의하자, 이사명도 침중한 표정으로 답했다.
“좋네. 그런 조건이라면 우리 대정맹도 받아들이지.”
남은 것은 정은맹뿐.
입술을 질겅거리며 무천을 노려보던 신도명산이 이를 으드득 갈고는 말했다.
“오냐, 이놈. 오늘은 네놈 뜻대로 해주마.”
주금화는 말없이 무천만 바라보았다. 신도명산이 동의한 이상 그의 말은 무의미했다.
그는 그보다 다른 것에 더 관심이 갔다.
‘그거 괜찮은 방법이군. 그래, 그런 방법도 있었어…….’
자신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생각했다. 그런데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
그것도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간단하고 쉬웠다.
‘정말 재미있는 친구야…….’
무천을 바라보는 그의 입가에서 가느다란 미소가 피어났다.
“좋습니다! 그럼 모두 동의했으니, 이제부터 협정을 지키지 않는 분은…… 저기 서 있는 저놈의 자식으로 생각할 겁니다.”
무천이 말하며 손을 들어서 먼 곳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 백여 장 떨어진 곳에 누런 개 한 마리가 서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어이가 없어서 무천을 노려보았다. 그때만큼은 이사명도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러든 말든, 무천은 냉정하게 상황을 매듭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