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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101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27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101화

“용서하십시오, 소성주.”

구율대 무사가 건성으로 포권을 취하며 말하자, 사마경이 턱을 쳐들었다.

“천운.”

“예, 소성주.”

“구천률에서 위급 상황 시 하극상을 어떻게 처리하지?”

“즉결처단입니다.”

흠칫한 언동교가 장천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사마경의 입술이 비틀어졌다.

“처리해.”

언동교와 기철문은 물론이고 구율대 무사들의 눈이 커졌다.

찰나!

슈아악!

한 줄기 뇌전이 허공을 갈랐다.

장천운이 현월을 빼며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허공을 그어버린 것이다.

사마경을 비웃었던 구율대 무사가 등 뒤의 검을 잡아가다 말고 비틀거렸다.

“끄으으으으.”

비틀거리는 그의 목에서 피분수가 뿜어졌다.

“무슨 짓이냐!”

또 다른 구율대 무사가 버럭 소리치며 검을 뽑더니 장천운의 좌측을 공격했다.

장천운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의 검세 속으로 몸을 던졌다.

놀랄 틈도 없었다.

구율대 무사가 자신의 검세를 비집고 들어오는 장천운을 보고 멈칫한 순간, 한 줄기 벼락이 그를 훑고 지나갔다.

서걱!

눈 깜짝할 순간 구율대 무사 둘의 목을 친 현월이 방향을 틀어서 또 다른 구율대 무사를 향했다.

검신에서 한 마리 흑룡이 꿈틀거리며 피어났다.

“당신도 소성주의 명령을 거부할 건가?”

하나 남은 구율대 무사는 등 뒤의 검을 잡은 채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거미줄에 감긴 날벌레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무슨 짓이냐, 이놈!”

언동교가 악을 썼다.

그는 눈 깜짝할 순간에 벌어진 일이 믿어지지 않았다.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분노할 시간조차 없었다.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던 호법들도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그런 표정들.

그 사이 정원 쪽에 있던 경비무사들이 서서히 방문 쪽으로 다가왔다.

흑월조와 수혼대 무사들이 무기를 잡아가며 반원 형태로 방어진을 형성했다.

“걸음을 멈추시오! 지금 소성주를 위협하겠다는 거요?”

냉원상이 소리쳤다.

“누가 소성주를 위협한단 말이냐? 헛소리하지 마라, 냉원상.”

짜증나는 투로 말한 언동교가 사마경을 노려보았다.

“일을 복잡하게 만드시는군. 아무리 소성주라 해도 구율대 무사를 함부로 죽일 수 없다는 걸 모르시오?”

“방금 저자가 소성주인 나를 능멸하는 걸 못 보셨나요?”

“방을 지키는 건 저들의 임무요. 그런데 저놈은 임무를 수행하는 무사를 죽였소. 이제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니 소성주는 참견하지 마시오.”

“흥! 이제야 본심을 드러내는군요. 명령은 내가 내렸어요. 그럼 어디 나를 잡아가지 그러세요?”

언동교가 입술 끝을 말아 올리며 조소를 지었다.

“후후후, 내 어찌 소성주를 잡아갈 수 있겠소? 나는 그저 살인을 행한 저놈에게만 죄를 물을 생각이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서 호법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소리쳤다.

“누구도 나설 생각 마시오! 우린 구율대 무사를 살해한 저놈만 잡을 생각이니까 말이오!”

밖에 있는 호법들에게 한 말이 아니다.

소란스런 소리를 듣고 몇몇 호법이 방을 뛰쳐나왔다. 소성주를 추종하는 사람들.

바로 그들에게 보내는 경고다.

개중에는 육선기도 있었는데 눈을 부릅뜬 그가 이를 갈 듯 말했다.

“명심하시오, 언 장로! 소성주께 무례하면 우리도 더 이상 참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오!”

“흥! 걱정 마시오. 소성주께는 손가락 하나 대지 않을 거니까.”

언동교가 코웃음 치며 말하자, 장천운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 하시는군.”

“뭐야?”

“장로 귀에는 조금 전 저들이 소성주께 한 말이 들리지 않았나 보군요.”

“네놈이야말로 소성주를 믿고 말을 함부로 하는구나!”

그때였다. 기다렸다는 듯 무사 삼십여 명이 우르르 호법전으로 들어왔다.

“누가 호법전에서 소란을 피우는가!”

선두에 서서 들어오던 중노인이 소리쳤다.

언동교와 비슷한 나이에 빼빼한 몸매, 진녹색 무복을 입은 그는 언동교보다 키가 반 뼘은 더 컸다. 상투처럼 묶은 머리가 위로 삐죽 솟아서인지 더 크게 느껴졌다.

죽매괴(竹魅怪) 오종.

장로원에서 마제 나극 외에는 자신의 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초절정고수.

그는 사마중천을 싫어했던 대표적인 고수 중 하나이기도 했다.

“오 장로, 저놈이 구율대 무사를 죽였네.”

언동교가 장천운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종이 눈을 치켜떴다.

“뭐야? 감히 율검당 무사를 살해하다니, 저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라!”

그는 소성주가 있다는 것도 개의치 않고,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다는 듯 소리쳤다.

호법전에 있던 무사들과 오종이 데려온 무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빼들고 사마경 일행을 포위했다.

장천운은 오종과 함께 온 자들 중 상당수가 단혼객임을 알아보고 표정이 싸늘해졌다.

‘총사의 말대로군.’

역시나 이번 일에는 공손백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게 분명하다.

다만 숫자를 보니 소성주를 죽일 생각은 아닌가보다.

‘소성주를 죽이려 했다면 두 배 이상의 인원을 보내서 확실히 처리하려고 했겠지.’

쿵!

발을 굴러서 대지를 뒤흔든 오종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죄인을 돕는 자는 누구든 용서치 않을 것이다! 죽고 싶지 않으면 비켜라!”

흑월조와 수혼대 대원들은 이를 악물고 무기를 뽑았다.

“조또, 쪽수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누가 겁낼 줄 알아?”

“어디 누가 죽는지 한번 해보자고!”

긴장의 끈이 팽팽하게 당겨지다 못해 폭발하기 직전, 냉원상이 침중한 표정으로 말하며 앞으로 나섰다.

“장로, 이번 일은 내가 모두 보고 들었소이다. 장 조장의 잘못이라기보다 소성주를 능멸한 구율당 무사의 죄가 크오. 그러니 저들에게 먼저 책임을 묻는 게 순서 아니오?”

“냉원상,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비켜서지 않으면 그대도 한패로 간주할 것이다!”

“수혼대와 흑월조는 소성주의 안전이 최우선이오. 장로라 해도 조원들의 죄를 묻지 못한다는 걸 모르시오?”

“너야말로 대령주께서 성주 대행의 권한을 갖고 계시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구나. 대령주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곧 성주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니라.”

“내가 아는 한, 대령주의 권한은 무소불위가 아니오. 그 권한으로는 결코 소성주를 핍박할 수 없소. 그러니 더 이상 억지 부리지 마시고 물러서시오.”

“저놈만 내놓는다면 물러서지.”

오종이 턱짓으로 장천운을 가리키며 비릿한 조소를 지었다.

“소성주, 그놈을 내놓으시구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소?”

오종과 함께 들어온 염소수염의 육십 대 노인도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로인 쌍수귀도(雙手鬼刀) 배청이었다. 두 자루 도를 귀신처럼 다루는 쌍도의 달인.

그때 장천운이 현월을 사선으로 늘어뜨린 채 걸음을 옮겼다.

그의 표정은 기이할 정도로 무심했다. 눈빛도 무저의 늪처럼 깊게 가라앉았다.

어차피 각오를 하고 왔다. 상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을 뿐.

그나마 다행이라면, 오종이 지켜보는 눈을 의식했는지 명분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무식하게 무작정 공격했으면 정말로 위험해졌을지 모르거늘.

‘욕을 먹기 싫었겠지.’

아니면, 공손백과 나극의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자신을 이 기회에 드러내고 싶었나?

어쩌면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천천히, 잘근잘근 밟아서 죽이며 쾌감을 느끼고 싶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이번에는 당신이 졌다, 공손백. 사람을 잘못 보냈어.’

호위대의 앞으로 나선 장천운이 걸음을 멈췄다.

오종의 입매가 길게 늘어졌다.

“흐흐흐, 잘 생각했다. 순순히 무릎을 꿇으면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장천운이 오종의 가느다란 두 눈을 직시한 채 한마디 던졌다.

“무사가 뭔 말이 그렇게 많습니까? 계집도 아니고.”

“뭐, 뭐라?”

“두 분이 함께 덤빌 거요, 아니면 한 분씩 덤빌 거요?”

“…….”

“설마 죽매괴와 쌍수귀도가 죽음이 두려워서 싸움을 수하들에게 맡기고 뒤로 빠지진 않겠지요?”

“이 찢어죽을 놈이……!”

오종의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솟구쳤다. 배청은 눈을 치켜뜨고 쌍도를 잡아갔다.

그럴수록 장천운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대령주께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나 보군. 하긴 사실대로 말해주었다면 나를 찢어 죽인다고 하기 전에 자신의 목숨부터 걱정했겠지.”

스스스스.

사선으로 늘어져 있던 현월이 천천히 들리면서 기이한 소음이 흘렀다.

마치 비단천을 찢으면서 위로 올라오는 듯했다.

장천운이 현월을 들면서 배청을 보고 조소를 지었다.

“근데 얼마나 칼질에 자신이 없으면 칼을 두 자루나 사용하는 거요?”

도발이 제대로 먹혀 든 듯 배청이 욕을 퍼부으며 신형을 날렸다.

“이 개자식! 잘게 잘라서 개밥으로 만들어주마!”

그 순간, 장천운의 신형이 죽 늘어나는가 싶더니, 느릿하게 올라오던 현월과 함께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흠칫한 배청은 공격목표가 사라지자 땅에 내려선 후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와 동시!

쩌저적!

어둠이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충격을 줘야한다. 어중간한 충격은 효과가 반감된다. 머리끝이 쭈뼛 서고 온몸에 오한이 들 정도가 되어야만 확실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장천운은 충격요법으로 전륜폭을 선택했다.

천뢰구검 중 제 칠초.

실전에서 처음 써 본 초식이었는데, 효과는 기대이상이었다.

어두운 허공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시커먼 뇌전!

“헉!”

기겁한 배청은 전력을 다해서 쌍도를 휘둘렀다.

현월과 쌍도에서 뻗어나간 기세가 찰나에 아홉 번이나 충돌했다.

콰과과광!

충돌의 굉음이 호법전을 뒤흔들고, 배청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정신없이 물러섰다.

숨이 목구멍에서 콱 막혔다. 연속적으로 부딪치면서 가중된 충격에 두 팔은 물론이고 온몸이 저릿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반탄력에 의해 이 장 높이로 튕겨 오른 장천운이 배청을 향해 떨어지며 재차 현월을 뻗었다.

배청의 파르르 떨리는 두 눈이 암울함으로 물들었다.

‘말도 안 돼! 내가 저런 놈에게……!’

그때였다.

“이노오옴!”

오종이 대갈을 터트리며 신형을 날렸다. 그는 장천운을 향해 날아가며 쌍수를 번갈아 휘둘렀다.

우르르릉!

바위도 가루로 만들 강력한 장력이 천둥소리를 동반하고서 해일처럼 밀려갔다.

그런데 모두의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허공에 떠 있던 장천운의 신형이 어둠 속으로 녹아들듯 사라져버린 것이다.

오종의 장력은 결국 빈 허공만 가르며 지나갔다.

소름이 끼친 오종은 모든 감각을 극한까지 집중시키고 악을 썼다.

“이 요사한 놈! 어디서 사술을 쓰는 것이냐!”

그에 대답하듯 그의 머리 위 어둠이 쩍 갈라졌다.

오종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쌍장을 머리 위로 올리고 찰나에 네 번의 장력을 내쳤다.

콰과광!

머리 위쪽 어둠이 터져나가며 고막을 뒤흔드는 폭음이 울렸다.

 

 

43장: 핏속의 단서(端緖)

 

 

장천운이 배청과 오종을 상대하며 경천동지의 격전을 벌일 즈음, 호법전 지붕 위에서 시커먼 그림자 두 개가 빠르게 움직였다.

얼굴마저 검은 천으로 가린 복면인 둘.

그들은 바람을 타고 기척도 없이 지붕 위를 미끄러져 가더니 사마경 등이 서 있는 뒤쪽의 지붕을 타넘었다.

빠르고 은밀한 움직임, 옷자락 날리는 소리는커녕 숨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호법전 안의 사람들은 모두 장천운과 두 장로의 싸움에 정신이 팔려서 그들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다.

심지어 육선기 등 소성주를 추종하는 자들도 손에 땀을 쥐고 격전만 바라보았다.

두 복면인은 지붕을 타넘자마자 사마경 쪽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그들의 손에는 광택마저 죽인 시커먼 검이 들려 있었다. 검신에서 불빛이 반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인 듯했다.

삼 장 허공으로 날아오른 두 복면인은 곧장 사마경을 향해 내리꽂혔다.

그때 장천운이 오종의 장력과 충돌한 반탄력을 이용해서 사마경 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위에 적! 좌측으로 피해!]

단말마 같은 전음이 사마경의 고막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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