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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315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4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315화

315화

 

 

혈전이 벌어지는 동안, 동대안은 느긋이 구경하며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진행 상황을 평가질 했다.

개별적인 실력은 철혈마령대가 더 나았다.

우문척도 정은맹의 수장 둘이 상대해야 할 만큼 실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네 배나 되는 숫자를 극복할 만큼의 차이는 아니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철혈마련 무사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후퇴 명령이 떨어지자 철혈마련 무사들이 빠르게 물러섰다.

“쳇, 결국 정은맹이 떼거지로 달려들어서 이기는군.”

따라가서 마지막까지 구경해야 하나, 아니면 돌아가야 하나.

동대안은 고민하며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그때 저 앞, 좌측의 숲속에서 나오는 자들이 보였다.

“어? 저놈들은 뭐지?”

하지만 곧 그들의 정체를 눈치 채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타난 자들은 대부분 복면을 쓰고 있었다.

“씨바, 정혈단이잖아?”

그뿐이 아니었다.

정혈단원들의 선두에서 나란히 움직이는 두 사람을 주시하던 동대안이 이를 악물었다.

가볍게 걸음을 옮기는 모습만 봐도 그자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혹시 저놈들 중 하나가 사마신?’

돌아갈까 말까 고민하던 동대안은 주먹을 불끈 쥐고 땅을 박찼다.

이대로 돌아가면 궁금증 때문에 머리카락이 절반은 빠질 것 같았다.

 

***

 

비양에 도착한 혁무천은 동대안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낡은 장원까지 먼 거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들이 빠르게 달려온 것도 아니었다.

싸움이 조금 길어진다 해도 한 시진이면 충분히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 시진이 넘고 두 시진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싸움이 끝날 때까지 구경하고 오는 거 아냐?”

호광이 농담처럼 말했다.

이정도 한마디 했다.

“혹시 또 모르지. 돌아오던 중에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서 노느라 안 오는 건지도.”

 

세 시진이 지났다.

동대안은 저녁식사를 할 시간이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제야 사람들의 가슴에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설마 싸움에 뛰어든 것은 아니겠지?”

호광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이정도 눈치를 보며 말했다.

“오다가 싸움이라도 벌어진 거 아냐?”

은설은 혁무천을 바라보았다.

“오빠, 누굴 보내서라도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혁무천은 젓가락으로 탁자를 콕콕 찍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동 형은 그렇다 치고, 풍마문은 왜 연락이 없지?”

풍마문 역시 낡은 장원에서의 일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정은맹에서 무사 수백 명이 움직인 이상 그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맞아. 그것도 이상하군.”

이마를 찌푸리고 생각하던 혁무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가봐야 할 것 같군.”

“지금?”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이정이 눈만 돌리며 물었다.

“내가 잊고 있었던 게 있소.”

“잊고 있었던 거라니? 뭘?”

“정은맹과 철혈마련의 싸움을 주시하는 자들.”

“아! 정혈단!”

눈치 빠른 은설이 소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맞아. 걸음이 빠른 사람만 갈 거다. 설아 너는 여기 있어.”

입술을 깨문 은설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도 가요.”

“설아야.”

“저만 아니었어도 동 오라버니 혼자 가진 않았을 거예요. 만약 안 좋은 일이 생겼다면 저 때문이에요.”

“으음, 알았다. 그럼 너도 가자.”

미적거리던 이정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인 은설이 가겠다는데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을 순 없었다.

“커흠! 그래, 가세!”

 

***

 

“씨바…….”

동대안은 나직이 욕설을 내뱉으며 허리를 두른 천을 질끈 동여맸다.

“으윽!”

입에서 비명이 절로 튀어나왔다.

천을 잡아 맨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정혈단을 뒤쫓다가 옆구리에 칼침을 맞았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어도 옆구리를 쑤시고 들어온 검이 내장을 후비고 잘라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천부적인 반응력 덕분에 살짝 구멍이 나는 정도로 끝났다.

그 이후 죽어라 도망쳐서 겨우 추적을 따돌렸다.

어두워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 새끼가 사마신이 분명해.”

정은맹은 한 시진 이상 철혈마련의 뒤를 쫓으며 끈질기게 공격했다.

정혈단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구경만 했다.

정은맹과 철혈마련의 무사들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때까지.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지칠 때까지.

자신도 백여 장 거리를 두고 따라가기만 했다.

너무 가까이 붙는 것은 불안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불안감이 희미해졌다.

설마 들키겠어?

그런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정혈단 놈들은 자신에 대해서 신경 쓰지도 않았다. 모든 시선은 정은맹과 철혈마련의 싸움에 집중된 듯 보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혈단이 일제히 몸을 날려서 싸움판에 끼어들었다.

무시무시했다.

놈들은 살육을 위해 태어난 지옥의 살귀들 같았다.

복우산에서 봤던, 정혈단에 당한 죽음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눈앞에서 펼쳐졌다.

정은맹 무사, 철혈마련 무사 가리지 않고 죽였다.

목을 치고 배를 가르고 사지를 자르고…….

철저하게 죽였다.

혼조차 살아나지 못하게.

우문척도 한 놈과 싸움이 붙었는데, 놀랍게도 막상막하의 접전이었다.

우문척과 싸움이 붙은 놈은 자신에게 두려움을 줬던 자들 중 하나였다.

역시나 자신이 추측한 대로 자신보다 강한 고수였다.

그래서 넋을 빼놓고 두 사람의 싸움을 보고 있는데, 복면을 쓰지 않은 한 놈이 고개를 돌려서 자신이 숨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순간적으로 눈이 마주쳤다.

놈이 하얗게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그때 본, 붉은 광기가 서린 눈빛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쳤다.

그 때문에 멈칫한 순간, 놈의 좌우에 있던 자들 넷이 자신이 숨어 있는 곳으로 날아들었다.

한두 놈 정도는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넷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옆구리에 칼침을 한방 맞았다.

대신 칼침을 놓은 놈의 목에 구멍을 뚫어주고는, 욕을 한 바가지 퍼붓고 도망쳤다.

그때 또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자신 말고도 숨어 있던 자가 한 사람 더 있었다. 그런데 그자 역시 정혈단원에게 들켜서 죽기 직전이었다.

도망치는 와중에 그 모습을 보고 그자를 죽이려던 자의 입에 섬혼을 쑤셔 넣었다.

알고 보니 그자는 풍마문의 정보원이었다. 언젠가 한번 본 적이 있는 자.

그자도 알아봤는지 자신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자신은 가망이 없다면서.

당신이라도 도망쳐서 알리라고.

그에겐 미안했지만 그의 말이 옳았다.

그는 도망칠 수 없고, 자신은 도망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본 사실을 알려야 했다.

사마신이 나타났다는 걸!

그래서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서 그들의 추적을 벗어났다.

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듯했다.

기운이 쭉 빠져서 더 이상 걸음을 옮기기가 힘들었다.

아마 이 동굴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무 곳에나 드러누워서 서서히 죽어갔을지 몰랐다. 아니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짐승의 밥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씨바, 사람이 돌아오지 않으면 찾으러 나와야지 말이야. 알고 보면 무천도 인정머리 드럽게 없다니까.”

투덜거린 그는 동굴 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총총하게 뜬 별이 보였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순수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는 듯했다.

“돈도 벌만큼 벌었겠다, 무천에게 돈 내놓으라고 해서 광천곡으로 돌아갈까?”

물론 갈 때 혼자 갈 생각은 없었다.

예쁘고 참한 여자를 데려갈 생각이다.

기왕이면 눈도 큰 여자로.

문득 그런 생각을 하자 입이 헤 벌어졌다.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낙엽 위를 걷는 발자국소리처럼 들리기도 했고, 나뭇가지가 옷을 스치는 소리 같기도 했다.

바짝 긴장한 동대안은 섬혼을 움켜쥐고 소리가 들려온 쪽을 주시했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곧 시커먼 그림자가 나타났다.

달빛에 비친 그림자의 정체는 사람이었다.

깊은 산속에서 밤에 만나면 가장 무서운 동물. 인간.

그것도 복면을 쓴 인간들.

‘젠장!’

동대안은 바짝 몸을 엎드리고 그들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직은 자신이 숨어 있는 동굴을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그냥 가라, 개새끼들아!’

동대안은 욕을 하면서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처님께 빌었다.

‘저 새끼들 좀 치워주세요, 부처님. 그럼 제가 가진 돈의 일 할을 부처님께 바칠게요!’

그런데 빌어먹을!

자꾸만 눈이 감겨 왔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나 보다.

 

***

 

혁무천 일행은 술시 말쯤 장원에 도착했다.

일행은 혁무천과 은설, 이정, 전교, 천위, 귀원, 호광까지 모두 일곱 명이었다. 장대산과 철호, 탕초양, 장평, 양추문 등은 상대적으로 경공이 약해서 객잔에 남겨두었다.

장원 인근은 시신으로 뒤덮여 있었다.

장원의 주인과 식솔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없었다.

시신조차 없는 걸 보면 아마도 공포에 질려서 도망친 듯했다.

싸우던 자들이 이동한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흔적이 저쪽으로 이어져 있소, 장주.”

귀원이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동방향을 가르쳐주듯 시신이 듬성듬성 널브러져 있었다.

혁무천 일행은 흔적을 따라갔다.

 

삼십 리쯤 가자 또 다시 수많은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장원 앞에서 봤던 것보다 더 많은 듯했다.

혁무천은 그 시신들 중 일부를 보고 눈빛을 싸늘하게 번뜩였다.

설아도 그걸 보고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오빠, 아무래도 정혈단이 여기에 나타난 거 같아요.”

혁무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 같다.”

“그럼 동 오라버니가 그들에게 들킨 걸까요?”

“어쩌면.”

“찾아봐야겠어요.”

“쉽게 당하진 않았을 거다. 그럼 이 시신들 속에 섞여 있기보다 근처 다른 곳에 있겠지.”

일행들은 시신이 몰려 있는 곳 바깥쪽을 살펴보았다.

하늘에 반달이 떠있었다. 모두 절정급 이상의 고수들이기에 그 정도의 어둠은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풍마문 사람이네.”

호광이 누군가를 발견하고 말했다.

혁무천은 즉시 그곳으로 가서 살펴보았다. 호광의 말대로 그 시신은 풍마문의 정보원이 분명했다.

혁무천은 그 시신의 옆에 있는 다른 시신을 바라보았다.

그 시신은 뒤통수에 상흔이 있었다. 입에서 피를 쏟은 걸 보니, 검이 입으로 들어가서 뒤통수를 뚫은 듯했다.

“동 형에게 당했군.”

“그럼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러길 바라야지요.”

혁무천은 무심하게 대답하면서 다른 시신을 하나 바라보았다.

철혈마련의 무사였는데, 가슴의 옷자락이 가루로 변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안쪽 맨살에 손바닥 모양의 자국이 찍혀 있었다.

아마 그 시신은 내부가 완전히 으스러져 있을 것이다.

‘지옥혈천장.’

최소한 팔 성 이상의 성취를 이룬 듯했다.

정혈단에서 그 정도 성취를 이루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자는 몇 되지 않는다.

백 명으로 이루어진 대의 주인들.

그리고…… 사마신.

‘설마 그가 이곳에 나타나기라도 했단 말인가?’

동대안을 찾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혁무천은 고개를 들어서 사위를 둘러보았다.

북쪽이나 서쪽으로 가진 않았을 것이고…… 동대안이 도주할 만한 곳은 남쪽과 동쪽뿐.

“저쪽으로 가봅시다.”

혁무천은 짧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몸을 날렸다.

다른 사람들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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