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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7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71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7화

사실 장천운의 전력은 다른 세 사람에 비하면 형편없었다.

세 사람뿐만 아니라 나머지 열넷에 비해서도 한참 모자랐다.

그럼에도 교관들이 그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장천운은 사령주의 이마를 찢어놓았지만, 그들 열일곱 명은 그 일을 할 수 없었다.

더구나 장천운은 제대로 된 무공도 배우지 않은 삼류 새끼건달 출신 아닌가.

신기한 놈이었다.

 

장천운은 자신이 앞으로 지내야할 곳을 둘러보았다.

구천성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으로 안내되었다. 추소철 등과는 헤어졌는데, 그들은 자신과 다른 수련장으로 갔다.

자신이 끌려오다시피 도착한 곳은 강련곡(强練谷). 자질이 우수한 사람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수련시키는 곳이라 했다.

‘집중수련? 한마디로 지옥처럼 굴린다 이거지?’

지형은 삼면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나갈 수 있는 길은 입구뿐이었다. 그나마도 입구와 절벽 위는 경비무사들이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지미,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군.’

장천운이 투덜거리고 있는데 교관 하나가 다가왔다.

교관은 장천운의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묘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장천운이냐?”

“그렇습니다.”

“나는 수련을 책임진 교관 중 이호 교관 양태악이다. 이제부터는 네 앞에 지옥의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이다. 겁나면 지금이라도 말해라.”

“말하면 나가게 해줍니까?”

“아니. 저승으로 바로 보내준다.”

양태악은 장천운을 놀리는 게 매우 즐겁다는 듯 말을 마치고 입꼬리를 비틀었다.

장천운은 그 입술을 주먹으로 한 대 치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꾹 참았다.

들어오자마자 죽을 순 없었다. 앞으로 매일 마주칠 자, 심기를 건드려봐야 좋을 일도 없고.

“그럼 가르쳐주신 것을 열심히 익혀서 실력으로 당당히 나가겠습니다.”

“좋아.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런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 그래야 나도 덜 힘들거든. 앞으로 너는 이곳에서 십팔호로 불리게 될 것이다. 번호를 잊지 말도록. 부를 때 바로 대답하지 않으면 너만 손해니까.”

“십…… 팔. 잊지 않겠습니다.”

양태악은 장천운의 강한 발음에서 묘한 불쾌감을 느끼고 눈살을 찌푸렸다.

‘묘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놈이군. 처음부터 기를 꺾어놓는 게 좋겠어.’

 

***

 

안 좋은 예상은 유난히 잘 맞는다.

고생을 각오하고 들어오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다.

양태악은 동료들과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게 하고는 사흘 동안 굴렸다. 기초체력 측정이라는 명분으로.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 동안 흘린 땀보다 사흘 동안 흘린 땀이 더 많을 듯했다.

죽이려고 작정한 것 아니야?

사자는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린 후 살아남는 새끼만 키운다고 했다.

여기서도 죽기 직전까지 굴린 후 살아난 사람에게만 다음 단계를 가르치나?

오죽하면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다행히 죽일 작정은 아닌 듯했다.

사흘째 수련이 끝나자 양태악이 말했다.

“공력도 없이 그 정도까지 버티다니, 제법이군. 좌우간 체력은 합격이다. 내일부터는 너도 다른 수련생과 함께 수련을 하게 될 것이다.”

장천운은 엉망이 된 몸을 꼿꼿이 세우고 양태악을 노려보았다.

그런 식으로 눈을 마주치면 안 되는 걸 모르진 않았지만, 악에 받쳐서 감정이 앞섰다.

양태악이 네 마음 다 안다는 듯 씩 웃으며 냉랭히 말했다.

“십팔호. 눈깔 뽑히고 싶지 않으면 내리깔아.”

장천운은 눈에서 힘을 살짝 빼고 질문을 던졌다.

“어느 정도 수련을 해야 여기서 나갈 수 있습니까, 교관님?”

“수련기간은 일차수련 이 년, 이차수련 삼 년을 합쳐서 총 오 년이다. 왜? 일찍 나가고 싶어?”

“더 일찍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물론 방법이야 있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간단해. 우리 교관 중 둘과 박투를 벌여서 이기면 된다. 공력은 사용하지 않고 말이야. 흐흐흐흐.”

양태악이 나직이 말하고는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기재들의 수련을 책임진 교관들은 특별히 뽑힌 고수들이다.

특히 그 중 일호 교관 유진생과 이호 교관 양태악은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싸우는 박투술의 고수였다.

공력을 쓰지 않고서도 셋이면 일류고수도 상대할 수 있는 자들.

일개 수련생으로서는 둘은커녕 한 사람을 이기는 것조차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장천운은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게 또 양태악의 감정을 자극했다.

‘이 새끼, 영 기분이 찝찝하단 말이야.’

 

***

 

강련곡의 동쪽에는 개울이 있고, 개울가에는 교관과 수련생들의 거처인 통나무집이 줄지어 서있었다.

올해의 수련생 삼조는 모두 세 채의 통나무집을 사용했는데, 통나무집 하나에서 한조가 함께 생활했다.

구산의 일조에 편성된 장천운은 동쪽 맨 끝에 있는 통나무집으로 들어갔다.

“십팔호. 우리 일조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나는 일조 조장인 삼호 구산이다.”

구산이 웃으면서 장천운을 반겨주었다. 제법 괜찮은 인상이었다.

“반갑다.”

그래서 가볍게 마주 인사를 했는데 구산이 씩 웃었다.

동시에 섬뜩한 느낌이 들더니 등 뒤에서 바람이 일었다.

장천운은 반사적으로 몸을 틀면서 손을 저었다. 몽둥이가 날아들고 있었다.

퍽!

가까스로 막긴 했는데, 그래도 상대의 공격이 워낙 갑작스러워서 완전하게 쳐내진 못하고 어깨를 맞았다.

비틀거리며 옆으로 두 걸음 피한 장천운은 몽둥이를 휘두른 자를 노려보았다. 각진 얼굴에 눈썹이 짙은 소년이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오호, 반사신경이 제법인데?”

구산이 정말 감탄했다는 듯 말했다.

장천운은 살짝 눈을 찡그리고 어깨를 주무르며 담담히 받아주었다.

“환영인사인가?”

“교관들이 제법 괜찮은 놈이 들어왔다고 해서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려고 했을 뿐이야.”

몽둥이를 휘둘러서 말이지?

태연히 말하는 걸 보니 덩치만 생각하고 성격을 판단하면 안 될 자 같다.

‘너무 일찍 자신을 드러내는군, 삼호. 우리 흑도건달 세계에서 그랬다가는 남들보다 먼저 길바닥의 차가움을 얼굴로 경험하게 되지.’

아마 몽둥이에 맞고 쓰러졌다면 몇 차례 상냥한 인사가 더 오갔을 것이다. 당연히 말보다는 몽둥이가 앞섰을 것이고.

‘심심하진 않겠군.’

“난 철한방의 사명학이다. 이곳에선 이호라고 불리지.”

몽둥이를 휘두른 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나이는 열일곱. 구천성 십이지부 중 하나인 부양(阜陽) 철한방(鐵寒幇) 출신으로 중간 간부인 철응대주(鐵鷹隊主) 사인설의 장자였다.

“난 구호 오관.”

다섯 중 체구가 제일 작은 소년이 짧게 자신의 이름만 말했다. 말단무사의 아들로 자랑할 것도 없었으니까.

“유고원이야. 십오호지. 항주가 고향이야.”

서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곱상한 소년이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항주제일의 상가인 만평장(萬平莊) 사람으로 학문에 대한 공부도 제법 깊었다.

마지막으로 키가 크고 마른 몸매의 소년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일호인 진구다. 무사히 수련을 마치고 싶으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거다.”

그는 열여덟 살로 수련생 중 제일 나이가 많았다.

구천성의 전위세력 중 하나인 무혼단(武魂團) 단주 진강의 둘째 아들로, 수련생 중 가장 먼저 들어와서 일호가 되었다.

인사가 끝나자, 구산이 유고원을 지명해서 말했다.

“자, 이제 인사는 대충 나눈 것 같고…… 십오호, 네가 십팔호에게 주의할 점을 설명해줘라.”

“알았어, 조장.”

 

***

 

이조와 삼조의 수련생과 대면한 것은 다음 날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유유자적하게 이름을 나눌 정도는 아니었다. 그럴 시간도 없었고.

그저 수련 중에 얼굴을 보고, 잠깐 쉬는 시간에 유고원의 설명을 듣는 정도가 전부였다.

“저기 저 계집이 이조장 류화야. 어때, 예쁘지? 하지만 가까이 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가시에게 찔릴 수가 있거든. 아주 독한 계집이야.”

이조는 모두 여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얼굴과 몸매만 보고 뽑은 것처럼 예뻤다.

특히 이조 조장인 류화라는 소녀는 이제 열다섯 살이라는데, 무창 홍구로의 어떤 기녀보다도 요염했다.

호위무사를 키우는데 여자들을 다수 뽑은 이유는 단순했다.

소성주가 남자가 아닌 여자였던 것이다.

성주인 천궁마신 사마중천의 외동딸.

또한 몇몇 기재라 할 수 있는 자들이 호위무사를 자청한 이유 역시 소성주가 여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쪽에 있는 잘생긴 놈 있지? 저놈이 삼조 조장인 사호 백리우진이야. 겉으로 보기에는 군자처럼 얌전한데, 속에는 살모사 몇 마리가 들어있는 놈이지.”

장천운은 백리우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뺀질뺀질하게 생긴 것이 기생오라비 같았다. 하지만 입을 꾹 닫고 수련에 열중하는 걸 보면 고집도 세고 자기주장이 강할 것처럼 느껴졌다.

거기다 독심까지 지녔다면 정말 요주의 인물이었다.

‘어디가나 저런 놈은 하나씩 있지.’

그때 그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백리우진이 그를 쳐다보았다.

장천운은 친하게 지내서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에 씩 웃어주었다.

웃는 얼굴에 침 뱉는 놈은 없다고들 한다. 만약 그런 놈이 있다면 정말 상종해선 안 된다.

그런데 백리우진은 서슴없이 침을 뱉었다.

“웃기는 놈이군. 총사는 왜 저런 덜 떨어진 놈을 추천한 거지?”

‘상종 못할 놈이군.’

장천운은 웃음을 지우고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류화도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장천운은 다시 씩 웃었다. 류화도 침을 뱉는다면, 조금 아쉽더라도 상종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류화는 그를 향해 웃어주었다. 아주 화사하게.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이봐, 네가 무창 흑도의 새끼건달이었다는 십팔호냐?”

“응.”

“그 나이에 흑도 생활을 했다니, 싹수가 노랗군.”

뭐? 싹수가 노래?

그래도 여자니까 참았다. 더구나 예쁘기까지 하잖아?

대신 그녀에게 한마디 해주었다.

“너도. 그 얼굴이면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여기서 땀 흘리느라 욕본다.”

“뭐?”

“너만큼 예쁘면 기루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할 걸?”

흑도건달 기준으로는 분명히 칭찬이었다. 하지만 류화는 기분이 나쁜 듯했다.

“흥! 확실히 애들 교육은 환경이 좌우한다니까. 하긴 맹모삼천(孟母三遷)이 괜히 있는 말은 아니지.”

그녀는 냉랭히 코웃음 치고는 홱 고개를 돌렸다.

그때 일호 교관인 유진생이 소리쳤다.

“자, 쉬었으면 다시 절벽을 기어 올라가라! 게으름 피우는 놈은 등줄기가 시원해지도록 바닥을 기게 해줄 테니 알아서 하도록!”

조원들은 절벽을 기어오르는 수련 중이었다.

장천운도 속으로 투덜거리며 열심히 올라갔다.

‘젠장, 벌써 몇 번째 올라가는 거야? 호위무사가 아니라 도둑을 키우는 것 아냐?’

그런데 칠팔 장쯤 올라갔을 때였다.

쿠르릉!

머리 위에서 천둥소리와 함께 머리통만 한 돌덩이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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