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살마신 274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흑살마신 274화
274화. 강호에 전설로 남다
탐(貪)이 태감을 먹어 치운 뒤로 공터엔 나지막이 적막이 내려앉았다. 태감과 내가 싸우는 걸 보았으니, 뭐 덤비는 일 따윈 꿈도 꾸지 못하겠지.
'근데 잠깐. 뭔가 허전한데.'
그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탐이 꺼억- 트림을 한다. 천강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야, 잠깐! 내 창?!"
그걸 어떻게 가져온 건데 먹어 치워!
뱉으라고 녀석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도 이미 소화가 된 것이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고.
그렇게 명계의 무기는 탐의 한 끼 간식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새삼 녀석이 세상을 멸망시킬 흉수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는 대목이었다.
'그래도 뭐…… 이걸 얻었으니.'
손을 뻗어 팔찌를 집는다. 평범하게 보이는 이 팔찌가 사실은 무적의 보패 중 하나라는 사실에 감흥이 새로웠다.
이게 있다면 태극도도 있으려나.
나중에 선계에 가면 한 번 물어나 보도록 하자.
'자, 그럼 이만 갈까.'
천강이 시선을 주자 아이들의 속박이 대번에 풀렸다. 초아와 연화가 천강에게 뛰어와 와락 안겼다.
"천강! 천강!"
"난 너 올 줄 알았어! 우릴 버리지 않을 줄 알았다고!"
그러나 그 재회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두 사람은 벌러덩 나가떨어져야 했다. 두 여인을 밀쳐낸 청청이 천강의 앞에 두 손을 모았다.
"아주버님! 무진이는요? 무진이는 괜찮나요?!"
무진이가 좋긴 좋나 보네.
"그래. 걘 아주 건강히 잘 있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자."
"예! 어서 가요!"
천강이 아이들을 이끌고 공터 밖으로 나간다. 그 뒤를 따르기를 잠시, 아이들이 의아함을 내비쳤다.
"천강. 여기는 나가는 길이 아닌데?"
그도 그럴 게, 지금 천강이 나아가는 방향은 바깥이 아닌 궁 중심부였던 것.
수많은 황군들이 천강의 앞길을 막아서나, 천강이 시선을 한 번 주자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쏴라! 놈을 막아라!"
저 멀리서 천강을 향해 화살을 쏘아 보낸다. 수천이 날린 화살은 이내 공중으로 떠올라 푸른 하늘을 가득 메우는 장관을 연출했다.
그러나 그것들조차도 천강이 시선을 한 번 주자, 이내 힘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건방진 놈! 무엄하다! 감히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그래도 황제가 자리한 곳에 다다르자, 그 안전을 책임지는 금의위들답게 천강의 힘에 저항한다. 하지만 그들의 저항도 그저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나을 뿐이었다.
이내 좌우로 튕겨 나간 그들은 신음을 흘리며 바닥을 기어야 했다.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아이들을 복도에 세워두고 황제가 자리한 곳으로 들어가는 천강.
사람이 천 명은 족히 들어갈 넓은 공간엔 늙은 노인 하나와 호위 둘, 그리고 환관 하나만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다.
"잠깐 독대 가능하십니까?"
"무엄하다. 감히 폐하께서 말을 꺼내지도 않으셨는……."
천강이 문을 열어, 황제를 제외한 세 명을 모두 건물 바깥으로 날려 보냈다. 문이 다시 닫히자, 넓은 공간 안에는 나지막이 적막이 내려앉았다.
옥좌에 앉은 노인이 읽던 서책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든다. 천강을 가만 바라보던 노인이 찬찬히 입을 열었다.
"그대인가? 오소가 오늘 싸우기로 했던 자가?"
"오소가 태감을 지칭하시는 거라면 맞습니다."
"……그렇군. 자네가 이곳에 왔다는 건, 오소가 뜻하는 바를 결국 이루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는 거겠지."
잠시 씁쓸함을 입에 머금은 노인이 말했다.
"그래. 오소와의 일이 끝났음에도 날 찾아왔음에는 이유가 있을 터."
"예. 폐하께 청이 있어 왔사옵니다."
"청이라?"
"현재 사천성에 10만 황군이 주둔해 있고, 추가로 20만 명을 보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억난다는 듯 노인이 고개를 주억인다. 그가 턱을 쓸며 황군이 그곳으로 향한 목적을 이야기했다.
"그래. 분명 무림인을 말살하기 위해서로 알고 있네."
"그 군사들을 모두 철수시켜 주십시오."
노인의 시선이 천강에 가만 닿았다.
한참을 침묵을 유지하던 그가 나직이 물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대는 내가 아끼는 사람을 여럿 죽였다. 당장 오늘은 오소를 죽였고, 일전에는 그대를 나포하러 간 금의위를 다수 학살하였다."
천강은 금의위를 단 한 명도 죽인 적이 없었다. 그들과 싸울 때 묵현이 했던 조언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심안(心眼)으로 본 황제의 눈엔 그에 대한 확신이 그득했다.
"금의위는 나와 전장을 함께 돌아다닌 이들이다. 내겐 가족과 같다. 그대는 그대의 가족을 죽인 자와 협상을 나눌 여지가 있다고 보는가?"
잔잔히 분노를 표출하는 황제.
- 이놈이 이 나라의 우두머리 아니냐? 그냥 해치워 버리자. 그러면 가볍게 해결될 일이다.
탐(貪)이 입맛을 다시며 이야기한다.
녀석의 설득에 사심이 잔뜩 들어갔지만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황제가 바뀌면, 다음 대 황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라도 더는 천강과 무림을 건들지 못할 터.
하지만 천강은 망설였다.
50년 전의 중원과 지금의 중원을…… 남들과는 달리 기나긴 공백을 두고 생활해본 덕택에, 지금이 얼마나 살기 좋아졌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것이다.
'그 배경엔 이 황제의 지도력 또한 있겠지.'
후우. 그렇다고 그 30만 대군을 다 죽여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에 어떻게 하나 고민을 하는 그때, 누군가 두 사람이 있는 공간 안으로 들어왔다. 황제가 그를 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는 외쳤다.
"아니, 넌 항학이 아니냐? 살아 있었더냐!"
"예, 폐하. 소신 항학, 폐하께 인사드리옵니다."
낯익은 얼굴. 그가 황제에게 예를 갖춘 뒤, 천강에게 짧게 묵례를 한다.
누군가 하여 가만 생각해본즉, 일전에 천강과 싸웠던 금의위 중 하나였다.
그는 천강에게 정강이뼈가 부러진 뒤, 이후엔 강 반대편으로 날려졌었는데…… 그로 인해 운 좋게 화를 피할 수 있었다.
그가 황제 앞에 넙죽 엎드리고는 조심스럽지만 담담하게 이야기를 했다.
"폐하. 소신 항학. 폐하의 곁을 지키기 위해 바로 돌아오고 싶었으나, 태감 때문에 그러지 못하였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더냐. 오소 때문에라니?"
"그가 저희 금의위를 모두 죽인 장본인입니다, 폐하."
"뭐라?"
항학은 자신이 겪은 일을 소상히 고했다.
모든 전말을 다 전해 들은 황제의 얼굴엔 고뇌가 그득했다. 천강을 다시 한번 쳐다본 항학이 결론을 지으며 말을 맺었다.
"저자는 저희 금의위 중 누구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제대로 무술을 나누어 보자고만 하였을 뿐입니다."
- 이로써 목숨에 대한 빚은 갚은 것이오.
- 정말 고맙군.
- 고마워할 것 없소. 전장에서 진 빚은 반드시 갚는 게 우리의 전통이니까.
잠시간에 침묵을 유지하던 황제가 천강을 돌아보았다. 그 얼굴은 다소 지쳐 보였다.
"그래서 그대가 내게 원하는 건 무엇인가, 호걸이여. 그냥 단순히 군사를 물려달라는 건 아닐 테고."
"제가 원하는 건 간단합니다. 평화입니다."
황제가 붓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슥슥 종이에 휘갈겨 쓰더니 천강을 향해 조용히 날려 보냈다.
항학이 그걸 중간에 집어 천강에게 다가와 건네준다. 그 종이 위로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 관무불가침 』
"무위자연이라…… 각각의 생태계는 그대로 두는 게 좋다고 하였지. 이 나이가 들고 보니 노자의 사상이 더욱 와 닿더군. 도덕경을 읽어보았나?"
"예. 좋아하는 책은 아니오나 종종 읽습니다."
"그럼 그대가 좋아하는 책은 뭐지?"
"전 공자님 말씀을 좋아합니다."
황제가 파안대소를 했다.
"신선을 지향하는 자가 유가 사상을 더 좋아한다라! 재미있군. 그래. 나도 젊은 적엔 그랬었지."
황제가 손을 들어 보였다. 항학이 발을 옮겨 밖으로 나가는 문을 조용히 열어주었다.
"앞으로 황실은 무림의 일에 관여할 일이 없을 것이다. 편히 가거라."
"만수무강하시옵소서."
예를 갖추고 건물 밖으로 나간다. 밖에는 아이들 셋과 여인 하나가 천강을 기다리고 있었다.
청루의 루주였다.
천강은 그녀가 항학의 신변을 보호하다가 오늘 이 자리에 데려온 장본인임을 깨달았다.
"별일이네. 돈 받기 전엔, 죽어도 나서지 않을 줄 알았는데."
천강의 한마디에 그녀가 작게 웃었다.
"주는 건 마다치 않는 성격인데, 좀 주시렵니까?"
하여튼 돈 욕심은.
천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튼 이로써 미오왕의 명패에 대한 빚은 갚은 겁니다."
"정말 그게 이유야? 다른 이유는 없어?"
"뭐…… 새파랗게 젊은 애가 쓴소리를 하니, 어른으로서 자존심이 좀 상해서 그렇다고 할까요? 뭐 그때 해준 조언이 맞는 말이기도 했고요. 후훗."
천강이 그녀를 지나 아이들과 발을 옮겼다. 루주가 점점 멀어지는 천강에게 외쳤다.
"그래서 이젠 어디로 가실 생각이신가요?"
"글쎄. 모든 일이 다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야겠지. 내 집으로."
간만에 돌아가 집 정리도 하고. 물가로 나아가 낚시도 하고.
그래. 그동안 살기 위해 죽어라 뛰어온 만큼, 이젠 시간을 낭비해도 되겠지.
천강과 아이들이 자금성을 빠져나와 서쪽으로 사라졌다.
무려 10만의 군대가 지키는 황궁에 홀로 들어가 아이들을 구출해 빠져나온 그 일화는 강호에 전설로 남게 되었다.
***
30만 황군은 황명을 받아 물러가고. 마교는 천산으로, 무림맹은 다시 중원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황실은 이전 날에 있었던 불화를 잘 해소하자는 의미로 한 가지 일을 지원해 주었는데, 그건 사신들로 인해 멸문 직전까지 간 무당파를 재건해 준 일이었다.
아미파는 그나마 천강 때문에 그 수나 무공들이 명맥을 이을 수 있었으나, 무당파의 경우엔 그들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그게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 일을 시작으로 무림인들과 황실 간에는 화합이 오고 갔고, 그렇게 무림에는 평화가 찾아오게 되었다.
또한 서역을 통해 서방 나라와의 교역로인 비단길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중원에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그 가는 길을 잘 몰라, 소수의 경력자들이 한 해에 한두 번 정도 오가곤 했으나, 이제는 숱한 상인들이 왕래할 만큼 비단길이 크게 발달한 것이다.
그 이면에는 한 소문이 있었으니, 그건 다음과 같았다.
『 천산에는 선계와 명계로 통하는 문이 있다. 생사경이나 자연경에 도달하지 않고도, 그곳에 가면 영원히 살 수 있다. 』
이것은 일천귀검과 제갈현을 통해 은밀히 전파된 이야기였다.
천강과 사자왕의 대화를 우연히 함께 들은 그들은 그 사실을 자신들의 후계에게만 비밀리에 전달했는데, 사람의 입을 타면 본디 말이란 퍼지기 마련 아니던가.
그것은 이내 은밀히 퍼져 나가, 하나의 의미심장한 전설이 되었고.
마교와 무림맹이 화해하고 하나가 된 시점에, 숱한 무림인이 그 소문 하나를 듣고 천산으로 수련을 떠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하여 끊어진 비단길이 다시 이어지고, 서역을 넘어 서방과의 교류가 촉진되는 계기가 된 것이었다.
그로 인해 서방의 검술과 무공, 색목인들이 중원의 땅에 흘러들어오니, 바야흐로 새로운 무림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
"여어. 묵현, 간만이야."
천강이 손을 내밀자, 묵현이 말에서 내려 그 손을 맞잡는다. 그의 뒤로는 약 오백에 가까운 사람들이 따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상인이었다.
무림의 일이 잘 마무리된 이후, 묵현은 대상(隊商)이 되었다. 황실과 다투면서 중원에 이는 피해를 가늠한 그는 무리하게 황위를 되찾기보단 상인이 되기로 하였다.
아마 그의 충신 중 하나였던 거상(巨商)의 행적이 그에겐 꽤 인상 깊게 다가온 모양이었다.
그는 일전에 무림맹을 도운 전적이 있었기에 무림에서도 그를 적극적으로 비호하고 나섰고, 묵현은 서방 나라와 교역하는 상인 집단 중 가장 큰 세력을 지니게 되었다.
"어멋. 오랜만이네요, 흑살마신."
미오왕이 묵현을 뒤에서 끌어안으며 천강에게 손을 흔든다. 두 사람은 천강과 인사를 마치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서역으로 향하던 중 잠깐 들른 터라, 시간이 촉박해 간단히 축하 인사만 하고 가려는 것이리라.
- 근데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나도 그래.'
저 둘이 부부라니.
미오왕 흑선마희의 꿈이 황족과 결혼해 보는 것이라나.
아무런 지지기반도 없는 묵현을 마교로 데려와 보호하고 가르치고 한 데에는 그런 부분이 있었더란다.
근데 둘 다 정상은 아니었다.
아직 7살에 불과하던 묵현과 결혼을 생각한 미오왕이나, 그 계약을 하겠다며 약조와 도장까지 서슴없이 찍은 묵현이나…….
천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널따란 마당 공터에는 한창 혼례 준비를 하는 중이었는데, 그 한쪽에는 무림맹의 일원이, 다른 한쪽에는 신교의 사람들이 잔뜩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 혼례를 올리는 이들이 양측 사람이었던 탓이다.
천강을 보고는 크게 손을 흔드는 두 남녀.
- 부부의 연을 맺어주다니, 좋은 일 했네요.
- 그러게 말이다. 복을 받을 것이다.
'천만에. 욕 안 하면 다행이지. 나중에 찾아와서 따지지나 않으면 좋겠네.'
- 네?
'부부의 금슬이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어.'
천강의 눈이 착 가라앉고 그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올라왔다. 그걸 본 한사와 화정마녀가 오해하고는 감동의 얼굴을 했다.
"우릴 이어준 것이 참으로 보람찬 모양이오."
"하여튼…… 흑살마신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정이 남다르시다니까요."
양측의 온도 차에 신병이기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 소년…… 가만 보면 은근히 세상일에 냉소적이네요.
세상이 날 이리 만든 것이지.
원래 내 성격은 이러지 않았는데, 젠장.
천강이 찬찬히 발을 옮겼다.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홍랑이 잔소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천강의 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 소년? 왜 길을 가다 말고…….
천강의 신형이 스르륵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수풀이 우거진 어느 숲 안이었다.
그곳에는 한 거대한 존재가 바닥에 엉덩이를 붙인 채 천강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빛과 흰빛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앞발 사이로 큼지막한 발톱이 드러났다가 숨기를 반복한다.
그는 신수 백호였다.
"오랜만이구나. 잘 지냈느냐."
"저야 늘 평안하지요. 근데 신수가 이렇게 인간을 직접 찾는 경우도 있습니까?"
"그럴 리가. 하늘의 뜻을 전하러 왔다."
드디어 올 게 온 것인가.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 생사경이나 자연경에 오르면 곧바로 어떤 깨달음이 내려와 앉는다고 했다.
자신이 선계로 올라갈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천강은 줄곧 그런 게 없었다. 아마 태감(太監)을 죽인 게 원인이 된 것이겠지.
백호가 몸을 일으켜 천강의 앞에 선다. 그의 입이 잔잔히 움직였다.
"하늘의 큰 관심을 받는 이를 죽인 자여. 그대는 그 사실을 알고도, 살생을 자제할 수 있었음에도, 그것을 저버렸다. 그리하여 흑살마신 천강 그대에게……."
하늘의 선고를 들은 천강의 입에서 짧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백호가 그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