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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살마신 257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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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흑살마신 257화

257화. 흑귀를 처리하다

 

 

끼익끼익-

어둠 속, 한 사내가 분주히 움직인다.

웬 가루를 바닥과 틈 곳곳에 뿌리는가 하면, 물건에 담아 건물 곳곳에 배치한다.

그걸 보조하는 이가 궁금하다는 듯 그에게 물었다.

"흑귀. 무얼 하시는 것입니까?"

"준비를 하는 중이다."

"예? 무슨 준비를?"

제조소 벽 곳곳에 물건들을 매달은 흑귀가 이마의 땀을 슥 닦으며 말했다.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아마 곧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중원으로 나간 사신들의 소식이 다수 끊겼다.

정기적으로 연락을 보내오기로 했는데 이리 일방적으로 뚝 끊긴 걸 보면, 그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겠지.

약 오십에 해당하는 화경급 사신을 침묵시킬 수 있는 자는 중원에 오직 한 사람.

"그런데 어찌 어두운 곳에서 불도 안 켜고 불편하게……."

사신이 등불에 손을 댄다. 흑귀가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일은 다 끝났으니 너는 이만 나가라."

"……예."

사신이 나가고 흑귀가 자리에 앉아 가만 눈을 감았다.

흑살마신을 잡을 준비는 끝났다. 이제 놈이 덫에 걸리기만 하면 그뿐.

'네놈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이건 막지 못할 것이다.'

 

***

 

'흥미롭군. 정말로 환상이 보이질 않아.'

북경의 전경이 내다보이는 하늘에서 벌써 한 시진 가까이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태감과 조우하는 환상은 보이질 않았다.

운명의 날이 결정되자, 의미 없는 자질구레한 만남은 모두 치워진 모양이다.

"하아암. 잘 잤다. 으음? 여기는…… 북경이로구먼!"

강소에서 술을 실컷 마시고 퍼 자다가 이제 일어난 개방 방주. 그는 술로 목을 축이고는 북경의 한쪽을 가리켰다.

"애송아. 저쪽이다. 저쪽으로 가면 되느니라."

개방 방주의 손짓을 따라 목표한 지점으로 나아간다.

귀를 기울이자, 과연…… 그 안으로 인기척이 여럿 느껴졌으나 희한하게도 내기는 전혀 느껴지는 게 없었다.

개방 방주가 손을 슥 내밀었다.

"자, 이제 그럼 약속한 것을 내놓거라!"

"아직 기다려. 결과를 까보고 나서 줘도 늦지 않다고."

"에잉. 깐깐한 녀석."

그래도 이곳까지 오는데 술도 먹고 승차감도 편안했던 탓인지 노인의 얼굴엔 불만보다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근데 안 들어가고 뭐 하는 것이냐?"

천강이 서쪽을 검지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해가 자신의 몸을 감추며 붉은 기운을 세상에 흩뿌리고 있었다.

"곧 어둠이 내려앉는다. 이왕 시간대가 이런 거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그럼 난 술 먹고 있어도 되지?"

천강이 그러라며 개방 방주를 저잣거리에 내려주고, 천강 자신은 노을의 빛을 등진 채 지붕에 떡 하니 드러누웠다.

하늘이 차츰 빛깔을 잃어간다.

그 모습을 가만 바라보자, 곧 땅거미가 내려앉고 어둠이 사위에 잔잔히 깔렸다. 그리고 그 무렵 누워 있던 천강의 신형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런 그가 다시 나타난 건, 예의 개방 방주가 일러준 사신 제조소 앞이었다.

사신 둘이 밖으로 나와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어두운 그늘 속으로 천강의 신형이 녹아들었다.

"요새 흑귀가 조금 이상하다."

"자네도 느꼈나?"

"뭔가 겁에 질린 것 같더군."

최근 들어 흑귀는 바깥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채 줄곧 건물 내에서만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바깥에 나오면 그 목숨이 끊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건 그렇고, 형제들이 왜 연락이 안 오는지 모를 일이군."

"당한 거겠지. 그 흑살마신이라는 마인에게."

그들은 마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 몇 가지를 교육받았다.

그들의 몸은 바위와 같이 단단하여 그 어떤 공격에도 타격을 받지 않으며, 또한 내기가 완전히 차단돼 다른 이들은 그들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것을.

그 교육을 하는 흑귀의 어조에는 진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아마 그들을 만들어낸 자로서 갖는 일종의 자부심이겠지.

그러나 그런 그도 한 가지, 그들의 천적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 흑살마신이라는 마인이 있다. 놈하고는 절대 싸우지 마라. 조우한다면 반드시 피하라. 그게 너희들의 활로가 될 것이다.

"최근 연락들이 끊긴 건 아마 흑살마신을 만났다고 봐야 할 거다."

"아니. 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무려 오십에 해당하는 형제들이다. 그가 아무리 강해도 그 모두를 상대하진 못한다."

그러나 그 순간 그들 뒤로 한 그림자가 나아와, 그 사이로 끼어들어 어깨동무를 했다.

"맞아. 나 혼자서 다 잡은 건 아니지."

"이, 이것은……."

"흡공?!"

천강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드러났다. 촤라락- 그 옷자락이 활짝 펼쳐지며 두 사신을 덥석 물더니 통째로 집어삼켰다.

- 꺼어억. 아우. 이번 놈들도 꽤나 질기구만.

'수고했다.'

일단 외부에서 순찰하는 놈은 다 잡았고. 내부의 사신은…… 둘이로군.

천강이 건물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 기척에,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신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입자다!"

사신이 검에 강기를 실어 천강을 향해 매섭게 내려쳤다. 그런 그에게 대항하듯, 천강의 옷자락이 앞으로 쏘아져 나가 활짝 펼쳐졌다.

그 모습은 마치 똬리를 틀고 있던 뱀이 목표물을 낚아채기 위해 몸을 날리며 입을 벌리는 형태와 비슷했다.

"무, 무슨?!"

이렇다 할 저항도 못 해본 채, 그대로 탐의 입속으로 사라지는 사신.

- 킁. 질기구만.

탐이 몇 차례 질겅질겅 씹다가 목구멍 뒤로 넘기면서, 그렇게 또 하나의 사신이 저승으로 사라졌다.

'그럼 이제 남은 건 하나.'

천강이 마지막으로 느꼈던, 인기척이 발생한 장소로 발을 옮겼다. 그에 따라 곳곳으로 사신을 만드느라 썼을 것 같은 도구와 기구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천강이 바닥의 흔적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방금까지 여기 있었군.'

 

***

 

'좋았어. 성공이다!'

헐레벌떡 어둠에 잠긴 골목길을 뛰는 흑귀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올라왔다. 그의 시선이 사신 제조소의 뒷문에 수북이 쌓인 한 흙더미로 향했다.

그곳을 향해 붉은 기운이 타닥타닥 불꽃을 피우며 행진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내 그 더미로 향하고, 쿠구구구구. 큰 폭음이 일었다. 거센 폭발이 일어났다.

어찌나 큰 폭발이었는지, 그 일대 주변에 있던 건물 오십여 채가 순식간에 휩싸여 부서지고. 이후엔 붉은 화마에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핫!"

흑귀의 입에서 광소가 튀어나왔다.

그는 흑살마신이 언젠가는 자신을 잡으러 올 것이라 판단했고, 그를 죽이기 위해 준비했으니 그 도구는 바로 화약이었다.

흡공으로 인해 그 어떤 내기 공격도 먹히지 않는다면, 순수한 불꽃과 폭발이라면 가능할 터.

그에 건물 바닥부터 곳곳을 화약으로 가득 메웠다. 심지어 밑바닥 흙 안쪽까지!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상황이었다.

'제아무리 흑살마신이라도 이 공격엔 살아남지 못하였으리라!'

때아닌 갑작스러운 폭발 사고로 사람들의 비명이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

곳곳에서 호각 소리와 함께 관군들의 발소리가 커지고, 흑귀는 잠시 하늘 위로 솟구치는 불길과 연기를 바라보다 이내 발을 돌렸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가지. 이 정도 사고를 쳤으니 태감도 날 가만두진 않을 터.'

이번 일은 태감과 상의하지 않고 벌인 일이다. 명의 수도에서 이리 큰 사고를 쳤으니 아마 목숨을 살려주진 않을 것이다.

"괜찮아. 태감이라도 이젠 날 찾진 못해."

흑귀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몸은, 검은 반점이 피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살기 위해 그 자신의 몸에도 사신 시술을 한 흑귀였다.

"그럼 어디로 가볼까."

잠시 고민하던 흑귀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향했다.

'남쪽으로 가자.'

그렇게 북경의 성문이 닫히기 전 그곳을 벗어난 흑귀는 말을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어둠이 지나가고 여명의 빛이 밝아올 즈음 그는 산 중턱에서 한 물줄기를 만날 수 있었다.

한때는 절이 자리했을, 그러나 이제는 비어버린 사찰 옆으로 흐르는 작은 계곡.

해갈이라도 할까 하여 말에서 내려 물에 고개를 숙이는 그때, 상류로부터 바가지 하나가 떠내려왔다.

그걸 집는 순간, 한 목소리가 그의 귀로 날아들었다.

"불쌍하게 짐승처럼 마시지 말고 그거로 마셔. 그래도 이승에서의 마지막 물 한잔인데."

흑귀의 몸이 떨린다. 고개를 들자, 상류의 거대한 바위 위로 흑살마신이 떡하니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 그 폭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지?"

이해가 안 됐다.

흑귀의 눈에, 간밤에 오십여 채 건물들의 모습이 선히 떠올랐다. 그것들을 순식간에 휩쓸어 활활 태우는 지옥의 불길도.

과연 생사경의 고수라 한들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강렬한 폭발 속에서?

"글쎄. 네놈을 이곳에서 만날 걸 미리 봤다고 해야 하나?"

"무슨?"

"뭐 몰라도 돼.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으니."

흑귀의 눈이 천강을 자세히 훑는다. 천강의 피부엔 상처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설마 폭발 전에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던 건가? 어떻게?'

분명 그가 불을 붙일 때만 해도 건물 안을 돌아다니는 흑살마신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충분히 시간을 끌게끔 사신도 하나를 남겨 두었고, 흥미를 느끼게끔 각종 실험장비조차도 그대로 놓고 나왔다.

그런데 결과는 실패. 그 대가는…….

'나는 아직 죽을 수 없어!'

흑귀가 비명을 내지르며 천강을 향해 다량의 무언가를 던졌다. 그것은 심혈을 기울여 작은 크기로 만들어낸 폭탄이었다.

하나하나 위력은 작을지라도, 폭탄이라는 게 뭔지 모르는 흑살마신에겐 통할 거라 판단한 흑귀였다.

그러나…….

첨벙.

천강에게 날아들던 그것들이 모두 물속에 푹 잠겼다가 위로 떠오른다. 천강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올라왔다.

"미안. 네놈이 어찌 나올지도 이미 다 알고 있어서 말이야."

화타를 만난 뒤 북경으로 올라가던 와중, 천강은 환상 하나를 보았다. 흑귀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놓는 미래를.

다만 장소가 전혀 낯선 곳이라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발을 옮기는데…… 남쪽에서 올라오다 보니 우연히 이곳을 거치게 되었고, 그러며 자연스레 이곳이 환상을 통해 본 그 장소임을 직감한 천강이었다.

그에 천강은 사신 제조소에 들어갔다가 도로 밖으로 나왔다.

이미 흑귀가 사신 시술을 한 것을 알고 있었던 만큼, 마지막 기척의 주인이 흑귀임을 짐작하고 있었고. 또 그가 어디로 향할지조차 알고 있었기에.

"그럼 잘 가라고."

"아, 안 돼. 난 아직 죽을 수 없어! 아직 이 세상에서 실험해볼 게 수두룩하다고!"

그러나 천강의 몽둥이질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계곡물이 사방팔방으로 비산한다. 그리고는 이내 잠잠해진다.

두 눈을 부릅뜨고는 죽음을 맞이한 그를 가만 내려다보다 천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탐(貪)이 그를 덥석 집어 단숨에 삼켰다.

"껄껄. 이제야 다 끝났구먼!"

술을 마시며 이 상황을 지켜보던 노인이 후다닥 뛰어온다. 개방 방주의 눈에는 마치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와 같은 초롱초롱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천강이 실소를 하며 그에게 약속한 물건을 내어주었다.

개방 방주가 타구봉을 받아들고는 양팔을 높이 치켜들었다.

"오오오. 드디어!"

"그렇게 좋냐?"

"암! 그동안 아랫것들이 어찌나 까불어대던지……. 이제 이것이 있으니 그런 걱정은 접어도 되겠구먼! 껄껄껄!"

천강이 작게 웃고는 개방 방주를 내기로 집어 들었다. 북경으로 향하자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집까지 데려다주는 것이냐?"

"그래."

사실은 하오문 북경 지부로 찾아가 황실 쪽 움직임을 듣고 움직이려는 것이었지만, 천강은 그 부분을 조용히 함구했다.

"그럼 기회가 닿으면 또 보자고."

그렇게 북경에 당도해 개방 방주를 북경 한 골목에 내려주자, 노인이 갑자기 천강을 불러 세웠다.

"잠깐."

"음?"

천강을 불러 세운 노인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고개를 숙인다.

"하. 말해? 말아? 말할까? 안 할까?"

중얼중얼거리며 장고를 거듭하는 노인. 왜 그런가 하여 팔짱을 끼고 가만 기다린즉, 개방 방주가 결정을 내렸는지 탁 한숨을 쉬고는 천강에게 손짓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주변을 슥 살피고는 그가 잠잠히 이야기했다.

"네놈이 건방지지만, 그래도 함께한 정이 있어 일러주는 것이다. 절대로 내가 이 사실을 이야기했다고 말하지 말거라.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알다마다. 일이 다 잘 끝나면 내가 술이라도 거하게 살 터이니, 기다리고 계셔."

"저, 정말이지?"

다른 건 몰라도 홍루에 살다 보니 술꾼에 대해서는 빠삭하다 자부하는 천강이다.

이 노인네가 어떤 말을 해주려 하는지는 몰라도, 듣기 전에 이런 입에 발린 말을 해주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다.

"껄껄껄."

기분이 좋아진 개방 방주가 붉은 코를 한차례 문지르고는 천강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 입에서 나온 말은 상당히 놀랄 만한 정보였다.

"사실 내가 신선환의 독성을 일으키는 풀의 정체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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