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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85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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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혈하마제 185화

혈하-第 185 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

 

수라묵검(修羅黙劍) 사후(査厚)!

침묵의 마검.

일곱 명의 배신자 가운데 한 사람이며 묵혈방 원로들로 구성된 묵혈팔겁 가운데 한 사람.

그의 배신으로 인해 묵혈팔겁은 공력을 태반이나 잃어야만 했다.

그가 산공독을 뿌렸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사군보를 도와 그를 탈출시켜 주었던 것이다.

사군보는 믿어지지 않는 눈치였다.

철궁마종이 입을 열었다.

“사실 사후의 배신은 예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천황 송주행은 사후의 딸과 아들을 미끼로 배신을 강요했고……갈등하던 그는 묵혈방이 붕괴되기 직전 방주님께 그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럼 아버님께서는 그의 배신을 알고 계셨단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오히려 방주님께서는 사후로 하여금 대하교의 뜻대로 움직여 주라고 했습니다. 훗날을 대비한 포석이었습니다. 사실……묵혈방의 붕괴는 예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아아……”

놀라운 일이다.

묵혈방의 붕괴가 하늘의 뜻이었다니.

철궁마종이 말을 이었다.

“사후는 그동안 대하교를 위해 일을 하면서 암암리에 군림성을 도왔습니다. 소종사께서도 일전에 그를 만났을 것입니다. 천축의 비전인 천뢰전음을 쓰는 패왕보주 천염벽봉 매설란은 사실 사후의 친딸입니다.”

“아니, 천염벽봉이 사후의 딸이란 말인가?”

놀랍고 놀랍다.

천염벽봉(天艶璧鳳) 매설란(梅雪蘭)!

패왕보주인 그녀가 사후의 딸이라니.

헌데 어떻게 친딸인데 성이 다른가?

그건 수라묵검 사후는 오직 검만을 사랑했고, 그리하여 그는 가족을 버린 채 강호행을 했기 때문이다.

사후의 부인은 그런 사후를 증오하며 딸아이에게 자신의 성을 준 것이다.

그랬다가 천황 송주행 손에 매설란이 제자로 키워지고, 천황은 그녀를 미끼로 사후의 배신을 종용했던 것이다.

철궁마종이 말했다.

“이젠 떠나셔야 합니다.”

사군보는 그가 혼백에게 가자고 말한다는 것을 알았다.

“난 혼백과 만날 그곳까지 갈 수 있는 기력이 없어요.”

철궁마종은 등을 돌렸다.

“속하의 등에 업히십시오.”

사군보는 고개를 크게 저었다.

“상처가……”

“괜찮습니다. 어서 업히십시오. 혼백을 만나는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군보는 철궁마종의 등에 선뜻 업히지를 못했다.

두 다리가 없고, 한 팔이 잘려나간 사람의 등에 업힐 수는 없었다.

“초숙……”

“소종사, 속하가 소종사께 명을 어긴 죄가 있사오니 이 기회에 그 죄를 사하여 주시는 은혜로 속하의 등에 업혀주십시오.”

사군보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모두가 나 때문에……”

“소종사, 시간이 없습니다. 천황가 나타나면 마창 동영문보다 훨씬 어려운 지경에 이를 것입니다.”

사군보는 정말 어렵게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이대로는 절대 죽을 수 없는 사군보다.

“초숙, 소종사로서 면목이 없는 일이지만……”

그리고는 어설프게 철궁마종의 등에 업혔다.

“소종사, 고맙습니다.”

철궁마종은 말을 꺼내면서 앞으로 휙 솟구쳐갔다.

한손의 가느다란 대나무가 두 사람의 유일한 다리였으나 신기하게도 두 사람은 야조처럼 숲 사이를 뚫고 잠깐 사이에 사라졌다.

 

일각의 시간이 지났을까.

스슥!

아무도 없는 이곳에 한 인영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듯 나타났다.

마창 동영문이었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철궁마종의 잘려나간 팔을 찾아들면서 중얼거렸다.

“노부의 실수다……상처 난 맹수에 약을 발라준 격일 테니……”

침중한 표정으로 다시 숲으로 사라지려는 순간, 앞쪽에서 굵직하면서 살기가 철철 넘쳐흐르는 음성이 들려왔다.

“마창 동영문! 사가 애송이 놈을 어찌했느냐?”

마창 동영문은 흠칫 놀라며 그곳으로 몸을 돌리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말이냐?”

“쓸모없는 늙은이! 네놈이 노부의 수하를 죽이고 빼앗으러간 사군보를 찾으러 왔다.”

“아! 그것 말이냐? 빼앗겼다.”

“흥!”

숲속에서 싸늘한 코웃음이 터졌다.

동시에 숲속에서 천황이 불쑥 튀어 나왔다.

“마창 동영문, 노부를 놀리려느냐? 네놈의 눈에는 노부가 어린아이로 보이느냐?”

마창 동영문은 어깨를 으쓱 했다.

“사실이다. 철궁마종에게 사가 놈을 빼앗겼다. 이것을 보아라. 노부는 실수로 애송이 놈을 빼앗겼지만 그놈의 팔 하나를 잘라냈다.”

“……”

천황도 잘려진 팔을 보고는 할 말을 잊은 듯이 그제야 마창 동영문의 말을 믿는 듯 했다.

마창 동영문은 더 할 말이 없는 듯 몸을 돌렸다.

“천황, 노부는 이만 가보겠다.”

천황의 입에서 짧은 외침이 터졌다.

“잠깐!”

마창 동영문은 미간을 찡그렸다.

“무슨 일이냐? 노부에게 따로 볼일이라도 있나?”

“흐흐흐……우리 사이에는 아직 빛이 남아 있지 않나?”

마창 동영문의 안색이 변해졌다.

“설마……”

“노부는 노물의 그 보기 싫은 머리를 원한다. 머리를 노부 앞에 두고 떠나거라.”

“빌어먹을 생쥐 같은 놈! 네놈이 얼굴이나 가리고 신비한 척 하고는 있다만 그 보잘 것 없는 사가 애송이놈 하나로 인하여 스스로 죽기를 자초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죽고 싶다면 노부가 기꺼이 죽여줄 테다.”

말과 함께 마창 동영문은 허리에 꽂아둔 단창을 급히 뽑았다.

양손으로 단창 끝을 잡고 쭉 잡아 당기자.

절그럭!

창!

그의 독문병기인 마창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스팟-!

천황의 복면 속, 눈에서는 시퍼런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는 사군보를 놓친 분풀이를 엉뚱한 곳에서 찾은 것이다.

후익-!

천황의 육중한 몸이 마치 물 찬 제비처럼 가볍게 솟구치면서 마창 동영문에게 덮쳐들었다.

“혈곡창(血哭槍)!”

마창 동영문도 혈곡창법 중에서 1초식을 펼치며 마주 부딪쳐 갔다.

윙! 윙! 윙!

우--웅--우--웅!

이름 그대로 창이 돌아가는 궤적 안에서 귀신의 곡 소리 같은 괴음이 일어났다.

펑! 펑!

허공에서 두개의 인영이 찰싹 붙었다가 2장 밖으로 밀려가듯 떨어졌다.

마창 동영문의 얼굴이 가볍게 실룩거렸다.

“네놈이 얼굴을 가리고 신비한 척 한 것이 사람은 늘 속이려는 것만은 아니었구나. 오늘 네놈과 같이 죽게 된 것을 섭섭히 생각지 않는다.”

천황도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명불허전, 노물의 창술이 나를 놀라게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흐흐흐……그럼 같이 죽는 것을 싫다하지 않겠지?”

마창 동영문이 먼저 몸을 휙 돌리듯 하면서 앞으로 주르르 미끄러져 나갔다.

휘리링-

창이 풍차처럼 돌아간다.

가공할 풍압이 일어났다.

“잘가라!”

천황의 몸도 하나의 희미한 인영이 되어 앞으로 움직였다.

차창-

콰르릉!

두 사람 사이에서 굉음이 터졌다.

스팟-

스치듯 서로 지나친 두 사람.

그들은 1장 정도의 사이를 두고 움직임이 뚝 멎어졌다.

“……”

“……”

그들의 표정으로 보아 절대 그들 스스로 걸음을 멈춘 것은 아니었다.

천황이 괴괴하게 웃었다.

“크크크크……이젠 끝장을 보자!”

“기다렸다.”

두 사람의 신형이 약속이라도 한 듯 허공으로 떠올랐다.

“마무(天霧)-!”

“혈인(血印)-!”

우르르릉-!

슈슈슈슉-! 우르릉……!

천지개벽할 파공성과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허공에서 엇갈렸다.

꽝-!

일진광풍이 이는 순간,

“으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마창 동영문 입에서 튀어나왔다.

마창 동영문의 몸은 허공에서 산산이 부셔져 피를 부리며 흩어졌다.

천황는 허공에 우둑 선 채 흩어지는 혈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놈이……그나저나……사가 애송이를 놓치기 전에 잡아야겠다.”

그의 몸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주위로 적막이 찾아 들었다.

 

**

 

동녘이 훤히 밝아오고 있었다.

자연의 신비한 조화로 천지를 온통 붉게 물들일 듯 한 아침노을은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었다.

조용한 숲에 한 인영이 나타나서는 어디로 빠르게 날아갔다.

아니 자세히 보니 그것은 한 인영이 아니라 두 사람이었다.

몇 곳의 숲을 빠져나간 후, 두 사람이 걸음을 멈춘 곳은 잡초 한쪽이 뻐금히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 앞이었다.

“소종사, 이제 다 왔습니다.”

철궁마종과 사군보가 이곳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사군보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곳입니다. 이곳에서 혼백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철궁마종은 무척 피로한 듯 안색이 창백했고 숨결이 거칠어 있었다.

“소종사, 어서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초숙도 같이 들어가요.”

철궁마종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속하는 떠나야 합니다. 소종사의 옥체를 생각하면 속하가 응당 옆에 있어야 하겠으나, 그러면 소종사께선 혼백을 만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사군보는 잠시 망설이다 불쑥 물었다.

“혼백을 만나야 할까요?”

철궁마종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를 만나는 것이 소종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떤 도움이죠?”

“그것은 속하도 모릅니다.”

사군보는 철궁마종의 잘려나간 팔을 바라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초숙, 내가 당신에게 너무 큰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아요.”

철궁마종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하지만……”

철궁마종은 노인답지 않게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소종사, 속하를 그렇게까지 염려해 주시니……”

사군보는 아침노을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내 비록 원수에 의해 공력을 잃었으나 꼭 원수를 갚고 말 겁니다. 그리고 묵혈방을 위해 내 몸을 바쳐 강호 무림에 묵혈방을 떳떳이 내보일 겁니다.”

철궁마종은 그 자리에 털썩 엎드렸다.

“소종사…… 속하도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는 갑자기 귀를 쫑긋 세우는 것 같다가 말을 이었다.

“소종사, 속하는 다음에 다시 소종사를 뵙겠습니다.”

“초숙……”

“혼백을 만나신 후 군림성으로 오시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초숙……”

사군보가 그를 불렀을 때 이미 철궁마종은 벌써 10여 장 허공으로 솟구쳐 나가고 있었다.

그를 쫓아갈 수도 없는 몸이니 한숨만으로 그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사군보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몸을 돌려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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