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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81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81화

혈하-第 181 章 그럴 리 없어

 

화검장원(華劍莊園).

흔히 강호인들은 화씨검가(華氏劍家)라고 부린다.

화검장원의 사람들은 모두 화씨성을 사용하며 또한 강호 일에 관여치 않고 오직 검도에만 미친 자들이다.

 

검성(劍聖) 화운결(華疎缺).

 

화검장원의 전대가주.

검에 관한한 이미 극에 달했다는 인물이 바로 그다.

그런데 군림성의 정보망에 대하교의 무리들이 은밀히 화검장원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포착되었다.

천지쌍괴는 군림성 고수들을 이끌고 화검장원을 구해야 한다면서 바삐 움직였다.

그가 왜 그토록 서두르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군림성은 대하교의 일이라면 발을 벗고 나서는지라 아무 말 없이 그를 따라 화검장원으로 갔으나 이미 혈겁이 그곳을 휩쓴 이후였다.

산 자라고는 오직 검성 화운결 뿐이었다.

그 역시 다 죽어가는 몸이었다.

지랄마군이 자신의 10년 내공을 그에게 불어넣어 겨우 목숨을 구한 뒤 즉시 이곳 옥붕여제의 은거지로 달려온 것이다.

옥붕여제의 의술로 화운결은 점점 의식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지랄마군은 사군보를 찾아야 한다며 강호로 다시 나가고, 국연옥만이 남아 화운결을 돌보고 있었다.

 

옥봉여제가 국연옥에게 고개를 돌리며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너는 사군보를 찾고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그분을 만나셨나요?”

“나쁜 소식이다.”

국연옥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졌다.

“그럼 그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단 말인가요?”

“아니! 여제, 혹시 그에게 나쁜 일이……커억!”

검성 화운결이 상체를 일으키려다 털썩 쓰러지듯이 누웠다.

옥봉여제는 화운결의 몸을 바로 눕히며 고개를 저었다.

“화 시주께서 사군보, 그 아이에게 긴히 할 말이 있기에 그 정신력으로 버텨온 것을 빈니는 아오만……”

국연옥이 떨리는 시선으로 옥붕여제를 바라보았다.

“말씀해 주세요? 그분에게 무슨 일이 있었죠?”

검성 화운결도 말을 해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옥붕여제는 긴 탄식을 토해냈다.

“후……강호 소문에 의하면 그가 대정맹과 부딪쳐 죽음을……”

“아!”

국연옥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정말인가요? 그분이 죽었나요?”

“모르지. 내가 보기에는 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죽음에 임했을 것이다.”

“아악!”

국연옥은 괴이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그만 혼절해버렸다.

검성 화운결이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옥붕여제, 노부를 좀 일으켜주시오.”

옥붕여제는 미간을 찡그렸다.

“무엇을 하려하오?”

“그 분의 죽음을 알고 신하로써 어찌 누워있을 수만 있단 말이오?”

옥붕여제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역시 그랬었군요. 노시주도 백해의 인물이군요.”

“그래요. 노부는 백해의 수하요. 어서……”

 

백해(白海)!

 

제마오세 가운데 수성(水星)의 기운을 띠고 나타났던 천년전설.

화검장원이 백해의 후예들이었다.

옥붕여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쓸데없는 짓이에요. 노시주가 산을 내려간다고 노시주의 주인을 살리지는 못해요.”

검성 화운결은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소종사……미천한 속하가 소종사께 큰 죄를 짓고 있습니다. 차라리……”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주먹으로 자신의 천령혈을 후려쳐 갔다.

“어리석게!”

옥붕여제가 재빨리 그의 마혈을 찍어 다음 행동을 막았다.

국연옥이 의식을 되찾고 몸을 부스스 일으켰다.

옥붕여제는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얘야, 너무 상심하지 말아라. 그는 쉽게 죽지 않을 것이다. 아니, 죽을 사람이 아니다.”

국연옥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정말 그분이 죽지 않을까요?”

“그렇다. 그는 안 죽는다.”

“저는 그분이 죽으면 따라서 죽을 거예요. 그분이 세상에 없다면 저도 이 세상에 남아있을 아무런 이유도 없어요.”

옥붕여제는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국연옥에게 주었다.

“이것은 아마도 사군보가 떨어뜨린 것일 게다. 내가 대정맹과 사군보가 싸운다는 것을 알고 그곳에 갔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난 뒤였고 찾아낸 것은 이것뿐이었다.”

국연옥은 무심코 그 물건을 받아보고는 기절초풍을 했다.

“아! 이……이건……”

“왜 그러느냐? 네가 알고 있는 것이냐?”

오색수실이 달려있는 청옥 노리개는 피로 얼룩져 있었다.

“이건 제가 그분에게 정표로 드렸던 거예요.”

청옥 노리개는 사군보가 뇌정보를 뒤집어엎을 때 국연옥이 정표로 주었던 바로 그것이었다.

국연옥은 그것을 가슴에 끌어안고 잠시 흐느끼더니 밖으로 뛰쳐나갔다.

“쯧쯧……”

옥붕여제는 동정어린 표정으로 혀를 몇 번 차고는 그녀 뒤를 쫒아나갔다.

 

**

 

캄캄했다.

어디선가 써늘한 바람이 몸을 휘감는 것이 온 몸의 상처를 건드려 참기 어려운 고통을 주었다.

“……”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를 눌러 참았다.

상대가 들을 수 있게 신음소리를 입 밖으로 꺼낸다는 것은 마치 상대의 앞에 비굴하게 무릎을 꿇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뼈 마디마디가 으깨어진 듯 굽혀지지를 않았다.

발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그곳도 천만 근 무게의 보이지 않는 물체가 누르고 있듯이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죽을 수 없다……죽을 수 없다……’

몸의 모든 곳이 시신과 같았지만 가슴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한순간,

쿵!

철문이 열려지는 소리와 함께 밝은 횃불 빛이 쫙 몰려 들어와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이어 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사군보! 목숨이 너무 길구나! 이번에는 네놈이 입을 열던, 죽던,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다.”

그는 쓰러져 있는 사람을 덥석 들어 옆구리에 끼고는 밖으로 나갔다.

쿵!

철문이 닫혀졌다.

사군보의 사지를 축 늘어뜨린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신 어느 한곳이라도 피가 보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

특히, 두 손과 발은 짓뭉개진 것처럼 너무나 처참한 모습이라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사군보는 옆구리에 끼고 있는 사람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소양강!

전날 사군보가 뇌정보에 들어갔다가 가짜 국제강 역할을 하고 있던 무흔도수를 만나고 그에게는 무슨 말인가를 들으려 했을 때 불쑥 나타났던 사람.

그는 스스로 사군보의 숙부라고 했었다.

사군보는 그 말을 믿지 않았었다.

한데 소양강이 지금 사군보를 옆구리에 끼고 있지를 않은가.

 

저벅. 저벅.

소양강이 긴 통로를 지나 걸음을 멈춘 곳은 널찍한 석실이었다.

10여 명의 사람이 벌써 사군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사지를 벌려 묶을 수 있는 형틀이 보였다.

형틀은 피 투승이었다.

소양강이 석실에 이르자 백발에 수염까지 흰 삼각형 얼굴의 노인이 앞으로 나왔다.

“수고했다. 죄인을 형틀에 묶어라!”

소양강이 노인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오늘은 형주(刑主)께서 직접 죄인을 문초하시겠습니까?”

“그렇다. 천황께선 오늘은 마지막 기회라 하셨다.”

“흐흐……볼만한 구경이겠습니다.”

소양강은 신이 났는지 싱글벙글 거리며 사군보를 형틀에 묶었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흑의인이 큼지막한 나무통에 물을 잔뜩 들고 와 사군보의 얼굴에 뿌렸다.

쫘아악-!

“……”

사군보의 고개가 가볍게 움직였다.

형주라는 백발노인이 사군보의 옆으로 다가와 쭈그려 앉으며 바싹 대고 말을 꺼냈다.

“불쌍한 녀석! 너는 살아서 원수를 갚아야 하지 않느냐? 백이령 하나 때문에 헛된 죽음을 당하다니 말이나 되느냐?”

“……”

“잘 생각해라. 백이령를 어디에 감추었는지, 아니면 누가 갖고 있는지, 그리고 금란의 계집들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거라. 그러면 천황께선 네놈의 목숨을 살려 주신다 약속하셨다.”

“……”

“여기에서는 하늘이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절대 그냥 살아나갈 수는 없다.”

사군보의 입술이 힘없이 움직였다.

“죽여라……”

“흐흐흐……죽이려고 했다면 백번은 죽였을 것이다.”

“모른다.”

“어리석은 놈! 이번에는 네놈의 사지를 차례로 자를 테다!”

“죽여라……”

“퉤!”

백발노인은 눈에다 시퍼런 살기를 쏟아내면서 사군보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지독한 놈!”

그는 벌떡 일어나서는 옆에 있는 흑의인의 검을 쭉 빼들더니 정말로 사군보의 오른팔을 향해 내려쳤다.

“멈춰라!”

촌각의 순간 석실 입구에서 굵직하면서도 우렁찬 음성이 들렸다.

석실 입구에는 천황이 우뚝 서 있었다.

“형주, 죄인을 죽이려는 것이냐?”

“그게 아니라……”

“죄인이 죽으면 형주가 뒤따라 죽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겠지?”

형주의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

천황은 천천히 걸음을 떼어놓아 사군보에게 다가왔다.

사군보는 눈을 감아 버렸다.

“사군보, 네놈도 들어서 알겠지? 노부는 네놈을 아깝게 생각하여 네놈을 죽이지 않으려는 것이다.”

“……”

“말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면 어쩌겠느냐?”

“……”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돌연,

“아악!”

갑자기 여인의 비명소리가 석실에 울려 퍼졌다.

사군보는 가슴이 철렁 했다.

그러나 짐짓 그 비명을 못들은 척 여전히 눈을 감았다.

“악!”

또다시 여인의 비명이 들려지는데 무슨 일이 그녀에게 벌어지고 있나보다.

“흐흐흐……공금연, 이제 네년에게 재미난 구경을 시켜주겠다.”

사군보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번쩍 떴다.

‘공금연……설마 그녀가……?’

공금연은 천라삼군 가운데 한 사람인 공자립의 딸이다.

사군보는 방총산에 중독되어 사경을 헤매던 공자립과 그의 딸 공금연을 구해준 적이 있었다.

당시 방총산의 독기는 공금연의 체내 깊숙이 스며들어 있어 어쩔 수 없이 음양대법으로 그녀를 치료해야만 했다.

그 후 사군보는 강호를 돌아다녔다.

사군보 소식만 기다리던 천라삼군은 사군보가 군림성의 성주라는 강호소문을 믿고 그 즉시 군림성에 가입했다.

하지만 이미 사랑을 배워버린 공금연은 군림성에서 멍하니 사군보가 오기만 기다릴 수 없었다.

더욱이 적미도장과 함께 온 국연옥을 보자 더더욱 마음이 조렸다.

결국 그녀는 사군보를 찾아 강호로 나왔다가 오히려 대하교도들에게 잡히는 꼴이 되었다.

사군보는 희미한 눈을 떴다.

얼마 멀지 않은 곳에 과연 공금연이 보였다.

그런데 그녀는 벌써 옷은 반 이상이나 찢겨져 여기저기 속살이 드러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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