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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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80화
180화
북해의 사람들이건 북리세가의 사람들이건 모두 우후죽순(雨後竹筍) 격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구혁상이 옆에서 싸우고 있던 북해빙겸대의 대주 두아반을 향해 소리쳤다.
“저들을 막아라!”
두아반은 구혁상의 외침에 곧바로 몸을 날려 강무진이 달려오는 길목을 막아섰다. 그러자 왕이후가 강무진보다 더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대사형! 저자는 제가 맡겠습니다.”
“좋았어!”
왕이후는 앞을 막아서고 있는 두아반을 향해 뇌전폭풍도를 펼치며 힘껏 도를 휘둘렀다. 그러자 두아반이 공중으로 몸을 날려 그것을 피해냈다. 그러나 이미 공중에는 강무진이 떠 있는 상태였다.
왕이후가 도를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가자 강무진은 그대로 두아반을 뛰어넘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내려가!”
강무진이 크게 외치면서 도를 수직으로 내려쳤다. 쾌도였다. 예전에 그 커다란 도를 휘두를 때도 그 빠르기만큼은 가히 최고라 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유빙화가 준 얇은 도를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빠르기나 위력이 엄청났다.
두아반은 왕이후의 도를 피해 뛰어올랐다가 뜻하지 않게 받은 공격으로 심히 당황이 되었다. 그러나 두아반의 무공도 절정을 바라보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쉽게 당하지는 않았다. 위험하다고 느끼는 순간 본능적으로 양손에 들고 있던 겸(鎌)을 교차시키며 강무진의 공격을 막아냈던 것이다.
쩌어어엉!
“큭!”
엄청난 힘이었다. 강무진의 공격을 막아낸 두아반은 위로 뛰어오를 때보다 배는 빠르게 땅으로 내리꽂혔다. 그리고 간신히 몸을 바로 세워 발을 땅에 디디자 발목까지 파고 들어갔다.
쿠우웅!
그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왕이후가 뇌전폭풍도를 펼치며 공격을 해왔다.
두아반은 한쪽 손에 든 낫으로 그것을 쳐내며 다른 쪽 손에 든 낫으로 왕이후의 목을 찍으려 했다. 왕이후가 신법을 펼쳐 옆으로 그것을 피해내며 뇌전폭풍도의 절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두 사람이 엉키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강무진은 이미 유소호가 있는 곳에 거의 다다르고 있었다.
“유소호!”
강무진이 유소호를 부르며 달려가자 유정과 같이 잡혀 있던 유소호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아! 부두목!”
유소호의 외침에 유정도 강무진을 바라봤다. 유소호로부터 귀가 따갑게 들었던 사람이 바로 강무진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질투가 나기도 했으나 적대감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유소호가 자신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밝은 얼굴로 강무진을 부르는 모습을 보자 강무진에게 알 수 없는 적대감이 생겼다.
그렇게 강무진이 유소호에게 거의 다가갔을 때였다. 갑자기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강무진이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 발을 강하게 디뎌 달리는 것을 멈추고 도를 뒤로 휘둘렀다.
깡!
도와 도가 부딪치면서 맑은 쇳소리를 냈다. 강무진을 공격한 사람은 북리대성이었다. 그때 북극곰이 울부짖는 것 같은 기합 소리와 함께 엄청난 한기가 밀려들었다.
“흐아아압!”
강무진이나 북리대성은 뼛속까지 얼려버릴 것 같은 차가운 기운이 밀려오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그쪽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콰콰콰콰쾅!
“크윽!”
“헉!”
설왕은 방금까지 북리대성과 겨루어봐서 그의 무공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강무진은 의외였다. 방금 한 수로 설왕이 느끼기에 강무진도 북리대성에 버금갈 정도의 무공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갑자기 어디에서 이런 놈들이 쏟아져 나오는 거지?’
설왕은 생각지도 못하게 북리대성에 이어 강무진까지 끼어들자 그런 생각을 했다.
“흐아아압!”
그때 북리대성이 기합을 지르며 강무진의 목을 그어버리려고 했다. 멀리 있는 설왕보다는 일단 가까이 있는 강무진을 치려고 했던 것이다.
강무진이 그것을 막으면서 북리대성의 어깨, 허리, 다리를 순차적으로 노리며 도를 휘둘렀다.
까까까까깡!
연이어 서로의 도가 정신없이 부딪치며 소리가 났다. 그사이에 설왕이 두 사람에게 바싹 다가서며 양손을 쭉 뻗어냈다. 그러자 아까와 마찬가지로 극한의 냉기가 두 사람을 덮쳐갔다.
“흐아아앗!”
북리대성은 자신에게 밀려드는 냉기를 향해 빠르게 도를 휘둘러 모조리 상쇄시켰다.
설왕은 강무진도 그렇게 자신의 냉기를 쳐내든가 아니면 몸을 날려 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무진은 뜻밖에도 자신의 냉기를 몸으로 모두 받으며 밀고 들어와 도를 휘두르려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퍼퍼퍼펑!
“흐아아앗!”
쉬쉬쉬쉭!
강무진이 휘두른 도는 아슬아슬하게 설왕의 코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설왕의 장력이 너무 강해 더 깊이 밀고 들어오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설왕은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조금만 더 깊었으면 그대로 얼굴을 베일 뻔했던 것이다.
‘만만하게 볼 놈이 아니다.’
“하아아앗!”
강무진이 설왕을 향해 다시 도를 휘둘렀다. 그러자 그런 강무진을 향해 북리대성이 도를 휘둘러왔다.
설왕은 강무진의 공격을 피하면서 맞받아치려는 순간, 북리대성이 강무진을 공격하느라 틈을 보이자 북리대성을 향해 공격을 했다.
그렇게 세 사람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공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아까 유양천이 있을 때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려면 또 다른 사람의 공격을 조심해야 했다.
그래서 깊이 있는 공격을 하지 못했었다. 그렇지 않고 제대로 공격을 하려면 아예 두 사람을 다 공격을 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자니 내공의 소모가 자연히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양천이 빠지고 강무진이 끼어들어 설왕, 북리대성과 싸우자 싸움의 형상이 아까와는 달랐다.
강무진은 금강불괴신공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사람을 공격할 때 다른 사람이 공격해 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냥 몸으로 받아내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북리대성이나 설왕은 아까와 같은 상황이었다. 이에 시간이 갈수록 강무진이 두 사람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북리대성과 설왕은 서로를 공격하는 것보다 강무진을 더 많이 협공하고 있었다.
“흐아아앗!”
북리대성의 도가 눈에 안 보일 정도로 빠르게 강무진의 어깨와 머리를 노리고 움직였다.
까까까깡!
그것을 강무진이 모두 쳐내고 있는데 설왕이 바닥에 붙다시피 해서 강무진의 하체를 쓸어왔다.
이에 강무진이 몸을 띄워 공중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형태로 회전시켰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도를 휘둘러 북리대성과 공방을 주고받았다.
까까까깡!
“놈!”
그때 설왕이 일갈을 하면서 한 발로 땅을 힘껏 찍으며 쌍장을 빠르게 교차시키며 뻗어냈다. 그러자 밑에서부터 강무진의 전신을 노리고 설왕의 차가운 장력이 밀고 올라왔다.
북리대성과 서로 공격을 주고받고 있는 강무진으로서는 그 공격을 피할 길이 없었다.
“젠장!”
퍼퍼퍼펑!
눈 깜짝할 사이에 무려 여덟 번이나 설왕의 장력을 맞은 강무진의 몸이 정신없이 위로 계속 튕겨 올랐다.
설왕은 그렇게 공격을 퍼붓다가 한순간,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 마지막 공격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밑에서 느껴지는 섬뜩함에 재빨리 몸을 옆으로 틀었다. 그러자 북리대성의 도가 설왕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팔이 날아갈 뻔했던 것이다.
북리대성이 그것을 아쉬워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머리위에서 엄청나게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자 본능적으로 도를 휘둘러 그 기운을 상쇄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강무진이 펼친 열화마결의 화기는 북리대성의 가슴을 파고들고 있었다.
화아아아악!
“큭!”
보통 사람이었으면 여기서 승부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북리대성의 무공은 그렇게 약하지 않았다. 강무진의 열화마결이 가슴에 거의 다다르는 순간 그 자리에서 몸을 재빨리 회전시켰다. 그러자 강무진의 화기는 북리대성의 옷만 태우며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공중에서 서로 공방을 주고받은 세 사람이 땅으로 내려섰다. 그 순간, 세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공격하려다가 멈칫했다. 그러고는 잠시 서로를 노려보며 틈을 찾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그렇게 싸우는 동안 주위에서 싸우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손을 거두고 물러난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세 사람이 엉켜서 싸우는 기세에 휘말리면 뼈도 못 추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설왕은 북해에서 최강이라는 사내였다. 북리대성은 자신의 아버지이자 천하제일고수 중 한 명인 도성 북리단천에 버금가는 실력자였다. 그리고 강무진 역시 그 두 사람과 견주어 절대로 부족한 실력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엉켜서 싸우자 그 여파에 주위에서 서로 무기를 맞대고 있던 사람들이 휩쓸리면서 피를 뿜고 나가떨어졌던 것이다.
유양천은 한쪽에서 호위무사들에게 둘러싸여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하은연이 있었는데, 유소호가 있는 방향을 보다가 갑자기 눈에 힘을 주며 누군가를 노려봤다. 동생인 하은소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하은연은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하은소를 잡고 싶었으나 중앙에서 강무진과, 설왕, 그리고 북리대성이 서로 기세싸움을 하고 있어서 지금으로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때 뜻밖에도 설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원에 이렇게 젊은 고수들이 있는 줄은 몰랐군. 나는 설왕이라고 한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설왕이 그렇게 상대에 대해서 묻는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훗! 나는 북리세가의 북리대성이라고 하오. 그리고 당신은 패왕성의 패왕이겠지?”
북리대성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강무진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강무진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강무진이다.”
“이대로 계속 겨룰 건가? 나는 그리 나쁘지 않군.”
북리대성이 강무진과 설왕에게 그렇게 말하자 설왕이 미소를 지었다. 그 역시도 이런 싸움이 싫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군.”
두 사람이 그렇게 결정하자 이제 남은 것은 강무진뿐이었다. 이에 북리대성과 설왕이 동시에 강무진을 바라봤다.
“크큭! 이미 결정된 것 아닌가?”
강무진이 그렇게 외치면서 왼쪽 팔을 쫙 뻗어 천변결을 펼쳤다. 그러자 그쪽에 있던 북리대성을 향해 수십여 개의 암기가 쏘아져 나갔다.
북리대성이 도를 휘둘러 그것을 모두 쳐내는 사이에 강무진은 설왕을 향해 순식간에 다섯 번이나 도를 휘둘렀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쾌검이었다. 설왕이 그것을 감각적으로 피해내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강무진이 바짝 따라붙으며 왼손을 쭉 뻗어냈다. 강무진의 어깨에서부터 화기가 일더니 손을 따라 맺히며 설왕을 쳐갔다.
“하아아압!”
설왕이 기합을 지르며 강무진의 열화마결을 맞받아쳤다. 그러나 그것은 허초였다. 보기에는 화기가 가득한 것 같았으나 실제로는 힘이 거의 실려 있지 않았던 것이다.
실초는 전력을 다해 펼치는 붕마도법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강무진은 붕마도법을 모두 펼쳐내지 못했다. 그때 북리대성의 도가 강무진의 어깨를 노리고 공격해 들어왔던 것이다.
강무진은 금강불괴신공을 믿고 그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막지도 않았다. 그냥 몸으로 받아내면서 설왕을 밀어붙이려고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