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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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79화
179화
유양천은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졌다. 지금 무리해서 설왕을 몰아치고는 있지만 설왕의 방어를 전혀 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가면 움직임이 많은 자신이 먼저 지쳐 틈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공격을 느슨하게 하면 설왕은 그 틈을 뚫고 승세를 잡을 것이다. 그러니 무리해서라도 이렇게 계속 몰아치는 방법밖에 없었다.
“흐아아앗!”
유양천이 기합을 지르며 힘껏 쌍장을 밀어냈다. 그러자 설왕이 피하지 않고 그것을 맞받아졌다.
쩌어어엉!
“헉!”
“흡!”
두 사람의 장이 부딪치는 순간 공기가 터지는 폭음이 사방으로 번져갔다. 동시에 두 사람 다 그 반탄력으로 인해 서너 걸음을 뒤로 물러섰다.
서로가 싸우기 시작한 지 벌써 반시진이 지나 있었다. 그동안 한 번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던 유양천이 드디어 멈추어 섰다.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에는 설왕이 앞으로 크게 한 걸음을 디디며 적극적으로 공격해 왔다.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오려 쌍장을 쭉 뻗어냈던 것이다.
유양천은 그것을 피할 수가 없었다. 조금 전 서로 장을 부딪쳤던 충격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설왕은 저렇게 다시 공격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유양천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설왕의 쌍장을 같이 맞받아쳤다.
쩌어어엉!
“크으으윽!”
이번에는 설왕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선 것에 비해 유양천은 무려 여섯 걸음이나 뒤로 밀렸다. 그런 유양천의 입으로 핏물이 흘러내렸다. 내상을 입었다는 증거였다.
“이미 승부는 났다.”
설왕이 유양천을 바라보며 그렇게 이야기하자 유양천이 크게 광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
“…….”
“승부가 났다고? 이것이 비무인 줄 착각하고 있군. 난 지금 내 모든 것을 걸고 싸우고 있소. 내가 죽지 않는 이상, 내 패배가 아니오. 그러니 이기고 싶거든 날 죽여야 할 거요.”
그랬다. 지금 여기서 패배를 인정하면 유양천에게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었다. 그러느니 차라리 싸우다 죽는 것이 나았다.
“그렇다면 죽여주마.”
“큭큭. 쉽지는 않을 것이오.”
유양천이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것을 보고 설왕도 내공을 끌어올렸다.
“하아아앗!”
공격은 유양천이 먼저였다. 땅에 바짝 몸을 낮추며 장을 밑에서부터 위로 올려쳤다.
그것을 설왕이 몸을 쭉 폈다가 웅크리면서 밑으로 내려쳤다.
쩌어어엉!
올려치던 유양천의 손이 설왕에 의해 반대 방향으로 튕겨나갔다. 유양천은 이를 악물고 다른 손으로 설왕의 어깨를 노리고 힘껏 내려쳤다.
그러자 웅크리고 있던 설왕이 몸을 쭉 펴면서 유양천의 공격을 아까와 마찬가지로 쳐냈다.
쩌어어엉!
“크으윽! 아직이다!”
유양천이 그렇게 소리치면서 다시 쌍장을 움직였다. 그러자 순식간에 여덟 곳의 방향에서 유양천의 장력이 설왕에게 밀려들었다.
설왕은 뒤로 한 걸음을 물러서면서 양손으로 크게 원을 그렸다. 그런 설왕의 움직임에 유양천의 장력이 모두 옆으로 흘러버렸다. 그러나 이 정도는 유양천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
진짜 공격은 이제부터였다.
쿠웅!
“하앗!”
땅이 파이도록 한 걸음을 내디딘 유양천이 상체를 앞으로 쭉 뻗어내면서 쌍장을 회오리처럼 돌리며 밀어냈다.
“흥!”
그것을 보고 설왕이 코웃음을 치더니 같은 방법으로 맞받아쳤다.
콰아아아앙!
“크흑!”
두 사람의 장력이 부딪치는 순간 유양천의 몸이 쌍장을 뻗어내던 자세 그대로 뒤로 주르륵 밀렸다. 그런 유양천의 발을 따라 깊은 고랑이 파였다.
유양천은 속이 완전히 진탕되어 목으로 핏덩어리가 꾸역꾸역 넘어오려고 했다.
그때 설왕이 순식간에 유양천의 앞으로 쇄도해 들어가면서 한쪽 손을 한껏 뒤로 젖혔다. 그리고 힘껏 유양천의 가슴을 쳤다.
퍼어엉!
“크아아악!”
유양천이 피를 뿜어내면서 뒤로 날아가 땅을 굴렀다. 완벽한 패배였다.
“크윽!”
유양천이 설왕을 노려보면서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여기서 끝낼 수는 없었다. 자신은 아직 패배한 것이 아니었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싸워야 했다.
그때 유양천을 따라왔던 10여 명의 호위무사들이 몸을 날려 유양천의 앞에 내려서며 설왕을 견제했다.
“무슨 짓… 이냐?”
“죄송합니다, 궁주님. 하지만 우리 모두 궁주님에게 은혜를 입은 몸입니다. 죽을 때는 함께하겠습니다.”
호위무사 중 한 명이 비장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호위무사 역시 단단히 각오한 얼굴로 말했다.
“끝까지 궁주님을 따르겠습니다. 이 벌은 나중에 달게 받겠습니다. 지금부터 궁주님을 보호한다!”
호위무사가 그렇게 소리치자 나머지 10여 명의 호위무사들이 동시에 대답을 하며 땅을 굴렀다.
“하!”
쿠우웅!
그들 모두가 이미 절정을 바라보고 있는 무공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마음으로 소리치며 기세를 돋우자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것을 보고 설왕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한쪽에 있는 구혁상을 보면서 말했다.
“네가 처리해라. 이 정도면 네가 처리할 수 있을 것 같군.”
구혁상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상대가 설왕이다 보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구혁상이 손을 들자 주위에 있던 북해설인대와 북해빙겸대, 그리고 북해암영대까지 무려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시에 유양천과 그의 호위무사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큭큭큭! 좋아! 마지막까지 해보자! 흐압!”
유양천이 크게 소리치며 등을 돌리고 가고 있는 설왕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이미 설인대와 빙겸대가 다가와 그런 유양천을 공격하고 있었다.
“감히!”
유양천의 호위무사들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그리고 유양천을 공격하는 적들에게 맞서 무기를 뽑아 들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까까까깡!
“죽여라!”
“물러서지 마라!”
“궁주님을 보호해!”
그렇게 어지럽게 난전이 벌어질 때 그 싸움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북리세가의 소가주인 북리대성을 비롯한 북리세가 사람들과 유정, 그리고 유소호였다.
“오라버니…….”
유소호가 유정을 바라보며 부르자 유정이 유소호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도 유소호의 작은 손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흐음… 저대로 궁주가 죽어버리면 곤란한데. 빙정을 받기 힘들어지잖아.”
북리대성이 혼잣말을 하듯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하은소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훗! 그럼 지금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금이라면 늦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럴 생각이다. 가자!”
북리대성이 크게 소리치며 먼저 앞장서서 몸을 날리자 나머지 북리세가의 사람들이 모두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의 수가 얼추 50여 명이 넘었다.
구혁상은 난전 중에 갑자기 짙은 남색 옷을 입은 자들이 끼어들자 당황을 했다. 특히 그들의 앞에 서 있는 하얀 머리의 젊은 사내는 무공이 굉장했다. 그가 도(刀)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자신의 수하들 두세 명이 그 자리에서 피를 뿜으며 넘어갔던 것이다.
‘저들이 누구이기에… 궁주가 숨겨둔 세력인가?’
구혁상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그들 중에 유정과 유소호가 잡혀서 끌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헛! 멈춰라! 공격을 멈춰라!”
다급해진 구혁상이 급히 그쪽으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서로 엉켜 붙어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구혁상의 외침도 별 소용이 없었다. 이에 구혁상이 내공을 실어 다시 소리치려는 찰나, 갑자기 북리세가의 사람 하나가 그의 허리를 베어왔다.
“비켜라!”
구혁상은 상대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가 간격을 좁히면서 한 손으로는 도를 쥐고 있는 상대의 손을 쳐내고 다른 손으로는 그자의 얼굴을 쳤다.
파파팡!
“큭!”
상대는 구혁상의 일격에 신음을 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때 머리 위에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느껴지자 구혁상이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북리대성이 방금까지 구혁상이 있던 자리로 떨어져 내리며 도를 휘둘렀다.
후우우웅!
북리대성이 휘두른 도의 여파로 바람이 일었다. 그 바람이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북리대성이 다시 구혁상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무려 세 번이나 횡으로 도가 긋고 지나가자 구혁상이 그것을 모두 피해내지 못하고 팔을 베였다.
“큭!”
상처는 가벼웠다. 그러나 정신적인 충격은 컸다. 상대는 이제 서른도 안 되어 보이는 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겨우 10초식도 못 받아내고 상처를 입은 것이다.
이에 구혁상은 상대의 무공이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님을 깨달았다.
‘어디에서 이런 고수가…….’
그때부터 구혁상은 전력을 다해 북리대성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리대성이 구혁상보다 무공이 높은 데다 잡혀 있는 이정이 신경 쓰여 구혁상은 계속 수세에 몰려 제대로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전신을 얼려버릴 것 같은 극한의 냉기가 북리대성을 덮쳐 갔다. 이에 북리대성은 구혁상을 밀어내는 한편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 자신을 덮쳐오는 냉기를 맞받아쳤다.
콰아아아앙!
“크윽!”
“치잇!”
북리대성을 공격한 사람은 뜻밖에도 유양천이었다.
유양천은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설왕과 계속 싸우다가 유정과 유소호가 끌려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몸을 빼 그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왔던 것이다.
원래 구혁상을 구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나 한눈에 보기에도 북리대성의 무공이 강해 보여 틈이 보이는 순간 공격을 했던 것이다. 그 결과 구혁상은 간신히 몸을 추스르며 뒤로 빠질 수가 있었다. 대신에 유양천이 북리대성과 겨루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뒤늦게 따라온 설왕이 두 사람의 싸움에 끼어들자 세 사람이 서로 엉켜서 싸우기 시작했다.
“흐아아앗!”
쉬쉬쉬쉭!
북리대성이 설왕을 향해 도를 휘두르자 설왕이 그것을 피하면서 반격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유양천이 옆에서 극음빙장(極陰氷掌)으로 쳐오자 북리대성을 공격하던 손을 거두어 그 공격을 막아야 했다.
파파파팍!
두 사람의 손이 순식간에 서너 번을 오고 가면서 상대를 공격했다.
그러자 북리대성이 도를 휘둘러 이번에는 유양천의 하체를 쓸어갔다. 유양천이 그것을 피해 몸을 띄우는 순간, 설왕이 시야에 들어오자 북리대성은 망설이지 않고 그를 향해 도를 그어갔다.
세 사람은 그렇게 서로 한 사람이 두 사람을 상대하면서 싸워야 했다. 그러자니 자연히 내공의 소모가 컸고 내상을 입은 유양천이 제일 불리했다.
유양천은 무리하게 내공을 운용할 때마다 입에서 피를 뱉어내고 있었다. 또한 움직임도 영활하지가 못해 자꾸 상처가 늘어갔다. 이렇게 계속 싸우다가는 유양천이 쓰러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때 어디에선가 커다란 외침과 함께 폭풍과 같이 사람들을 밀어버리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강무진과 왕이후, 그리고 하은연이었다.
“비켜라!”
가가가각!
“크아아악!”
앞을 막고 있는 적들을 모두 베어버리면서 길을 열던 강무진이 뒤따라오는 왕이후를 보며 소리쳤다.
“왕 사제, 소호를 먼저 구한다.”
“알았습니다, 대사형!”
왕이후가 크게 대답을 하며 강무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달려가며 도를 휘두르기 시작하니 그 기세를 막아내는 사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