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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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0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75화
175화
서로 한마디도 지지 않으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조금씩 다가가던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 코앞까지 와 있었다.
유양천은 금방이라도 강무진을 잡아먹을 듯이 무서운 기세를 뿜어내며 눈을 험악하게 뜨고 있었다. 그에 질세라 강무진도 눈에 힘을 주고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노려보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는 주위의 사람들은 분위기가 워낙에 살벌해서 감히 끼어들지를 못하고 있었다.
으드득!
그때 유양천의 이빨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큼 화가 나 있다는 뜻이었다.
자신이 누구던가?
북해에서는 감히 똑바로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조차 몇 없는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었다. 소림사조차도 자신을 인정하고 한 발 물러서고 있건만 어디에서 개망나니 같은 놈이 나타나서 자신의 잘못을 공공연히 지적하면서 따지고 있지 않은가?
겁을 상실한 무모함이었다.
“북해는 강자지존의 법칙대로 살아가는 곳이다. 살아남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
유양천이 나직이 말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까 고함을 치던 것보다 더 위협적이었다.
“그러면 왜 찾으러 왔습니까? 강자지존의 법칙에 따르지 않고 도망 나온 아이들을 빙정까지 버릴 생각을 하면서 왜 찾으러 온 겁니까? 그 아이들이 중원으로 도망 나온 시점에서 이미 승부는 끝난 것 아닙니까? 왜 그 아이들을 다시 어른들 권력싸움의 희생양으로 만들려고 하는 겁니까?”
강무진 역시 유양천과 마찬가지로 목소리를 낮추고 위압적으로 말했다. 그의 말은 이치에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에 유양천은 선뜻 뭐라고 맞받아칠 말이 없었다.
“무화와 소호가 조금 커서 궁주님 말대로 적어도 서로 경쟁할 수 있을 때까지는 보호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 저 아이들이 궁으로 돌아가면 뻔한 것 아닙니까? 살려고 여기까지 도망쳐 왔는데, 부모형제 보고 싶은 것 꾹 참고 살기 위해서 여기서 버티고 있었는데,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치 않은 소리! 아이들은 내가 보호한다. 그 누구도 아이들에게 손을 대지 못한다!”
유양천의 말에 강무진이 고개를 저었다.
“궁주님이 정말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면 저들이 이렇게 도망쳐 오지 않았을 겁니다.”
“흥! 참견은 거기까지다! 네놈 말이 백번 옳다고 해도 무화는 내 아들이다!”
유양천이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이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강무진도 다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내 부하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런 것을 허락한 적이 없다!”
“부모의 역할을 못 하는 부모라면 허락 같은 것은 필요 없습니다!”
“뭐야? 감히!”
유양천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지 손을 뻗어 강무진의 어깨를 잡았다. 그 수법이 너무나 빨라 강무진이 어떻게 피하고 자시고 할 여유가 없었다.
그 순간, 극한의 차가운 기운이 강무진의 어깨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유양천이 내기를 밀어 넣었던 것이다.
“크윽!”
강무진이 신음을 내며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는 유양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자신이 당한 것처럼 유양천의 어깨를 잡았다. 동시에 어깨를 통해 들어오는 냉기에 대항해 열화마결을 운용하며 자신도 유양천처럼 어깨를 잡은 손으로 화기를 밀어 넣었다.
유양천은 강무진을 그저 약간만 혼을 내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뜨거운 화기로 자신의 냉기를 밀어내는 것도 모자라 어깨를 잡은 손을 통해 공격을 해오자 깜짝 놀랐다.
웬만한 화기로는 자신의 한빙지기(寒氷之氣)에 대항할 수조차 없었다. 너무나 극한의 차가운 기운이기 때문에 뜨거운 화기라도 서로 부딪치는 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강무진의 화기는 농도가 짙었다. 아무리 가볍게 내공을 운용한 것이라지만 자신의 냉기를 태우며 밀고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크윽!”
유양천은 자신의 몸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강무진의 화기를 막아내기 위해 내공을 더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주위를 모두 얼려버릴 것 같은 차가운 기운이 뻗어나갔다. 그 기운이 얼마나 강한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명확히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유양천이 그렇게 내공을 끌어올리자 강무진도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무진의 몸에서는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 같은 뜨거운 기운이 뿜어져 나와 유양천의 차가운 기운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내공 싸움이 시작되자 가까이 있던 노승이 참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화기와 냉기가 수시로 번갈아 가면서 뿜어져 나오니 두 사람과 제일 가까이 있던 노승은 그 압박에 버티어내지를 못했던 것이다. 소림사에서 배분이 높고 무공이 대단한 노승이 그럴 정도니 그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갑자기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운 기운이 확 번져오는가 하면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밀려오니 모두들 그 자리에 서 있지 못하고 뒤로 후다닥 물러났다.
강무진과 유양천은 그런 그들을 볼 틈도 없었다. 긴장을 풀고 아차 하는 순간, 상극인 상대의 기운이 밀고 들어오기 때문에 주위에 신경을 분산시킬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오로지 상대를 노려보며 내공을 최대한 운용하는 데 집중을 해야만 했다.
사실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기피하는 것이 바로 내공대결이었다. 내공대결은 엄청난 내공의 소모와 심력을 필요로 했다. 이겨도 내공이 거의 바닥날뿐더러 지면 중상은 보통이요, 죽는 경우가 허다했다.
특히나 지금과 같이 서로 상극인 기운이 부딪칠 경우 어느 한쪽이 죽어야 끝이 났다.
‘이노옴!’
그때 유양천이 이를 악물며 내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나이도 어린 애송이와 이렇게 호각으로 내공대결을 한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그러자 유양천의 주위로 하얀 서리가 맺히더니 이내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기겁을 했다. 도대체 얼마나 지독한 냉기이기에 땅까지 저렇게 얼려버린단 말인가?
유양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는 무려 1장을 넘게 얼음을 얼리고 나서야 이내 멈추었다.
“강 오라버니…….”
강무진을 부르는 하은연은 입 안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것 같이 애가 탔다. 그녀도 내공대결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상대는 북해신궁의 궁주이지 않은가?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사형이 이길 겁니다.”
왕이후가 두 사람에게 눈을 떼지 않으며 하은연에게 말했으나 하은연은 왕이후가 오히려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말같이 들렸다. 그리고 사실 하은연의 생각대로 왕이후도 말은 그렇게 했으나 강무진이 이길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상대는 세외최강이라는 북해신궁의 궁주였다. 더구나 강무진이 쓰는 열화마결과 상극인 극한의 냉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때 유양천이 잡고 있는 강무진의 어깨가 얼어붙으며 순식간에 얼음이 생겼다. 그걸 보고 하은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
하은연은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뛰어들 생각이었다. 강무진이 눈앞에서 죽는 것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유양천이 잡고 있는 강무진의 어깨에 생겨났던 얼음이 순식간에 녹아버리며 뜨거운 기운이 확 솟아올랐다. 강무진도 이제는 마지막이라 여기며 극한까지 열화마결을 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화아아아악!
“……!”
유양천은 순간 놀라움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릴 뻔했다. 내공대결을 하는 중에 말을 하거나 입을 벌리면 기가 흩어지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했다. 그러나 강무진의 화기가 생각보다 더 대단하자 자신도 모르게 그럴 뻔했던 것이다.
‘놈! 아직도 이 정도의 내공이 남아 있었던가? 내공이야 그렇다고 쳐도 이 지독한 화기는 도대체……. 크윽…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르겠군.’
유양천이 때늦은 후회를 하며 버티고 있을 때, 강무진도 마찬가지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젠장! 얼결에 붙기는 했는데 한기가 너무 강해. 크윽… 여차하면 얼음덩어리가 되어서 죽는다.’
두 사람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손을 거두지 못했다. 혹시나 한쪽이 먼저 손을 거둘 때 상대방이 그대로 내공을 밀어 넣는다면 그 자리에서 즉사였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약 1다각(차 한 잔 마실 시간) 정도가 지나자 두 사람은 비 오듯이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강무진이 흘리는 땀은 그 자리에서 수증기가 되어 사라졌고, 유양천이 흘리는 땀은 얼어붙어서 떨어져 내리지를 않았다.
그때 강무진의 머릿속에 문득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이렇게 조금만 더 내공을 소모하면 이제 바닥이었다. 그러면 아수라패왕권을 쓸 수가 있었다.
아수라패왕권은 이렇게 거리가 없어도 충분히 제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아수라패왕권을 쓰면 유양천은 살아남지를 못한다. 아마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날아갈 것이다.
만약 그렇게 유양천을 죽이면 아무리 자신이 살기 위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유무화나 유소호와는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이렇게 버틸 수도 없었다. 이에 강무진은 마음속으로 갈등이 됐다. 그러자 내공의 흐름이 흩어지면서 유양천의 냉기가 곧 압도적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젠장!’
두 사람 다 필사적이었기 때문에 강무진은 그렇게 한 번 밀리기 시작하자 유양천의 냉기를 다시 밀어낼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결국에는 자신이 지고 만다. 이에 강무진은 다시 갈등을 해야 했다.
‘아수라패왕권을 써야 하는가?’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 살기 위해서는 그 방법뿐이었다.
강무진이 이를 악물고 아수라패왕진결을 돌려 아수라패왕권을 쓰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웅후한 내공이 실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멈추시오!”
뒤늦게 연락을 받고 달려온 공지 대사였다. 공지 대사는 오자마자 두 사람의 상황을 단번에 짐작했다. 이에 같이 온 공문 대사를 보고 말했다.
“네가 강 소협을 맡아라. 내가 유 시주를 맡겠다.”
“예, 사형.”
두 사람이 그렇게 정하고는 각자 맡은 사람에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물론 금종조를 최대한 운용하면서였다. 그렇지 않으면 강무진과 유양천이 뿜어내는 기로 인해 근처에 갈 수도 없었다.
공지 대사는 강무진에게 다가가서 공문 대사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공지 대사가 강무진의 어깨를 잡고 있는 유양천의 손을 쳐내면서 그 손을 잡고 있던 강무진의 손도 같이 쳐냈다. 공문 대사 역시 공지 대사와 마찬가지로 동시에 손을 썼다. 유양천의 어깨를 잡고 있던 강무진의 손을 밀쳐내면서 그 손을 잡고 있던 유양천의 손을 쳐올렸던 것이다.
파파파팡!
“크윽!”
“흡!”
공지 대사와 공문 대사가 그렇게 동시에 손을 쓰자 그제야 두 사람이 떨어져 나가면서 뒤로 대여섯 걸음이나 물러났다.
“아미타불. 두 분 시주는 잠시 노여움을 거두시지요.”
공지 대사가 중간에 서서 두 사람을 향해 합장을 하며 말했다. 소림사의 방장인 공지 대사가 그리 말하니 그의 체면을 봐서라도 두 사람은 더 이상 싸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 두 사람 다 내공이 거의 바닥난 상태여서 싸울 힘도 없었다.
그때 유양천이 차가운 눈으로 강무진을 노려보면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