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72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72화
172화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공문 대사처럼 깨달음이 깊어 모든 것을 털어버리는 사람도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듣기로는 시주가 본문의 무공인 금강불괴신공을 익혔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네.”
강무진이 망설이지 않고 대답을 하자 그곳에 있던 노스님들이 잠깐 놀란 기색을 보였다.
“그대는 혹여나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노스님들 중 인상이 좀 험악하게 생긴 스님이 나서며 소리쳤다.
그러나 강무진은 조금도 물러섬 없이 대답했다.
“사실입니다. 제가 무엇 때문에 속이겠습니까?”
“흐음… 강 시주.”
“네, 말씀하십시오.”
“그대가 익힌 것이 정말 금강불괴신공입니까? 금종조가 아니라 확실히 금강불괴신공인가 하는 겁니다.”
공지 대사가 다시 확인하듯이 물었다.
“네, 금강불괴신공이 확실합니다.”
“허…….”
강무진의 같은 대답에 노승들은 기가 찬다는 얼굴이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강 시주, 금강불괴신공을 어떻게 익히게 되었는지 말해 줄 수 있습니까?”
“전대의 선배님들 중 한 명이 남긴 책을 보고 배웠습니다.”
강무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노승들은 또다시 황당하다는 표정과 분노한 기색을 보였다.
“뭣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어찌 책을 보고 배울 수가 있단 말인가?”
공지 대사가 그런 그들을 조용히 시키면서 강무진에게 다시 물었다.
“그 책을 어디에서 구했습니까?”
“패왕성의 무고(武庫)에 있었습니다.”
“혹시 그 책을 쓴 사람의 이름을 알 수 있습니까?”
“제 기억으로는 책을 지은 사람이 이름을 남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말이 되는가? 장문인, 더 이상 물어볼 것이 뭐가 있소? 우리 말대로 저자는 익히지도 않은 금강불괴신공을 사칭하고 다니는 것이오.”
노승 중 한 명이 발끈하면서 그리 말하자 강무진도 오기가 생겼다. 이에 자연히 목소리가 높아졌다.
“제가 비록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여태까지 제 스스로에게 부끄럽게 산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어째서 나를 그런 소인배로 만드는 겁니까?”
강무진이 목소리를 높이자 노승도 지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했다.
“흥! 금강불괴신공은 본문의 최상무공 중 하나이다. 본문 내에서도 제대로 익힌 사람이 없거늘 어찌 외지인이, 그것도 책을 보고 익힐 수가 있단 말인가?”
“자신이 가지지 못했다고 해서 왜 다른 사람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서로에 목소리가 자꾸 높아지며 감정이 격해지자 공지 대사가 나서서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자자, 조금들 진정하시오. 강 시주도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십시오. 사실 우리들이 이러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어 사람을 이리 핍박하는 겁니까?”
“누가 핍박을 했다고 그러는가? 그대가…….”
아까 그 노승이 다시 소리를 치려다가 공지 대사가 손을 들자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입을 다물었다. 공지 대사가 살짝 인상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깨달음이 깊어 생불(生佛)이라 불리는 공지 대사였지만 한 번 화가 나면 물불을 안 가리는 성격이어서 굉장히 무서웠다.
노승은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지 대사가 화를 낼 기색이 보이자 재빨리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강 시주, 사실 지금 소림사에는 금강불괴신공을 완전히 익힌 사람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연공 방법이 괴이하고 까다로워 완전히 익혀서 전승을 해준 사람이 없어서기도 하지만…….”
잠시 말을 끌던 공지 대사가 곧 말을 이었다.
“본사에 남아 있는 금강불괴신공의 비급 전반부가 소실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네?”
그랬다. 사실 연공 방법이 아무리 괴이하다 하나 어쨌든 소림사 최고의 호신기공이었다. 그러니 그것을 연공하는 사람이 아예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금강불괴신공을 익혀 전수해 줄 사람도 없고, 비급도 온전하지 못하다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대가 금강불괴신공을 익혔다는 말을 듣고 모두가 쉽게 믿지 못했던 것입니다.”
“저는 그런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강 시주, 괜찮다면 시주의 금강불괴신공을 보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공지 대사가 그렇게 묻자 강무진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좋습니다. 오히려 제가 원하는 바입니다.”
강무진의 말에 공지 대사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뒤에 있는 노승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아까 큰소리치던 노승이 단번에 나서면서 말했다.
“내가 시험해 보겠소!”
“마음껏 치십시오.”
강무진이 그 노승을 마주 보고 그렇게 말하자 노승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러다 일장을 쭉 뻗었는데 그 힘이 웅후하기 짝이 없었다.
퍼엉!
가슴에 일장을 그대로 맞은 강무진은 그저 몸이 약간 흔들렸을 뿐이다. 하지만 일장을 뻗어냈던 노승은 그 반탄력으로 인해 뒤로 한 걸음을 물러나야 했다.
사실 노승이 화를 내며 앞으로 나서기는 했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전력을 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칫 그랬다가 강무진이 죽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그래서 적당히 내공을 실어서 쳤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볍게 휘두른 장력이라도 노승의 무공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그 위력이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런데 강무진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낸 것이다.
“흥! 이번엔 제대로 하겠네. 조심하시게나.”
노승이 그렇게 말하면서 내공을 8할 이상 끌어올려 쌍장을 쭉 뻗어냈다.
소림사의 대력금강장(大力金剛掌)이었다. 대력금강장은 변화는 화려하지 않으나 그 위력만큼은 소림사의 무공 중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장법이었다.
퍼퍼펑!
쌍장을 맞은 강무진의 몸이 뒤로 쭉 밀렸다. 그리고 대력금강장을 펼쳤던 노승도 반탄력 때문에 뒤로 정신없이 밀려났다.
노승은 자신이 밀렸던 것보다 자신의 장력을 맞고도 멀쩡한 강무진을 보고 약간 놀란 기색을 보였다.
그때 뒤에 있던 노승 중에 키가 크고 비쩍 마른 노승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흥! 그렇게 해서는 정말 금강불괴신공인지 알 수가 없지 않은가? 뒤로 물러서시게.”
노승의 말에 대력금강장을 펼쳤던 노승이 물러났다. 그러자 그 키가 크고 마른 노승이 강무진의 앞으로 와서 섰다.
“조심하시게.”
노승이 일갈을 하면서 양장을 펼치는데 그 변화가 심해 손바닥이 강무진의 상체를 완전히 뒤덮을 정도였다.
그러건 말건 강무진은 그저 가만히 서서 공격을 받기만 했다.
퍼퍼퍼펑!
연달아 노승의 장력이 강무진의 몸을 파고들었고 그때마다 강무진의 몸이 흔들리며 뒤로 밀렸다.
노승은 자신의 장력이 반탄력에 의해 튕겨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 노승이 익힌 무공은 반야신장(般若神掌)으로 장법 중에서는 여래신장(如來神掌)과 함께 소림사에서는 최고의 위력을 자랑하는 무공이었다. 그것을 수십 년의 내공을 모두 담아 펼치니 그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뒤에서 그것을 보고 있던 노승들이 놀라서 그를 말리려고 했다. 저 정도의 위력이라면 금종조를 펼쳤다고 해도 내공이 부족하면 그대로 뚫려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강무진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던 것이다.
퍼퍼퍼펑!
“흡!”
노승의 반야신장이 강무진의 몸을 치자 강무진의 몸이 마치 누가 뒤에서 당기는 것처럼 급격하게 날아갔다. 그리고 무려 3장이나 밀리면서 땅을 굴렀다.
“헛!”
노승들이 그것을 보고 놀라고 있는데 공지 대사가 걱정이 되었는지 곧바로 강무진에게 몸을 날렸다.
“강 시주!”
공지 대사가 강무진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해서 일으키려고 하자 강무진이 그 손을 밀어내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났다.
“휴… 이번 것은 위력이 대단하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노승들은 강무진의 그 같은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몇몇 노승들은 강무진이 익힌 것이 정말 금강불괴신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분이 또 해보시겠습니까?”
강무진이 남아 있는 노승들을 보며 그렇게 말했으나 선뜻 나서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반야신장을 극한으로 펼친 공격을 받고도 저리 멀쩡하니 비슷한 실력의 자신들이 나서 봐야 좋은 결과를 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그때 뜻밖에도 공문 대사가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내가 한번 해보겠네.”
“오오… 공문 그대라면…….”
“그렇지.”
공문 대사가 나서자 노승들이 모두 뭔가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문 대사는 금종조 말고도 용조수(龍爪手)라는 조법(爪法)이 특기였다.
그는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이 싫어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금종조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고 제압할 수 있는 금나술(擒拿術) 중의 하나인 용조수만을 익혔던 것이다.
이에 그의 금종조와 용조수는 이미 절정에 달해 있었다.
“시작하겠네. 조심하시게나.”
공문 대사가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강무진은 설마 안면이 있는 공문 대사가 나설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러나 사실 공문 대사는 이미 강무진의 금강불괴신공이 진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같이 소림사로 오는 동안 북해암영대와의 싸움에서 강무진이 싸우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나선 것은 자신이 나서서 그것을 증명하면 더 이상 사람들이 강무진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공문 대사가 그렇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곧 강무진도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네. 언제든지 출수하십시오.”
강무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공문 대사가 손을 뻗어왔다. 그러면서 강무진의 손목과 팔꿈치를 잡아서 역으로 꺾으려고 했다. 그러나 마치 쇠막대기를 잡고 꺾는 것처럼 강무진의 팔은 꺾이지가 않았다.
타타탁!
“좋다!”
공문 대사가 그렇게 외치면서 이번에는 어깨를 잡아 뽑아내려고 했다. 그의 용조수에 실린 내공이라면 그렇게 잡히는 순간 이미 어깨는 끝이었다.
그러나 강무진의 어깨는 마치 커다란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좋다!”
공문 대사는 뭐가 좋은지 다시 같은 말을 외쳤다. 그리고 그렇게 한쪽 손으로 어깨를 잡은 상태에서 다른 손은 강무진의 턱을 잡고 목을 꺾으려고 했다.
강무진은 내공을 잔뜩 끌어올려 그런 공문 대사의 용조수에 버티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버티면 오히려 더 잘 부러지고 꺾이는 법이다. 상대가 꺾으려고 하면 보통은 힘이 작용하는 같은 방향으로 더 빨리 이동하면서 상대의 힘을 해소시키는 한편, 그 손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무진은 그와는 반대로 뻣뻣이 버티고 있는데도 공문 대사는 어떻게 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공문 대사는 그 후로도 강무진의 모든 관절을 한 번씩 꺾어서 부러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강무진은 마치 커다란 산처럼 버티어 서서 어느 곳도 꺾이거나 부러지지 않았다.
“하하하하. 좋다. 좋아.”
결국 공문 대사가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손을 거두었다.
그러자 강무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뭐가 그렇게 좋으십니까?”
“오늘 이 늙은이가 정말 감탄했네. 감탄했어. 그대가 익힌 것은 금강불괴신공이 확실하네.”
공문 대사가 강무진의 어깨를 치며 그리 말하자 칭찬을 받은 강무진이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