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 225화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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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9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파계 225화 (완결)
파계 9권 - 25화
오칠은 동굴이 진동을 일으킬 정도로 커다랗게 울부짖었다. 무엇에 대한 분노일까. 대전의 붕괴를 시작으로 동굴 전체가 무너져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인가, 아니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억압에 대한 반발인가. 어쩌면 스스로의 광기를 참지 못하고 내지른 것인지도 모른다.
쾅!
뒤로 물러난 오칠은 입구를 막은 석문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그리고 연속으로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쾅쾅쾅쾅!
석문에 조금씩 금이 가고 뽀얀 먼지가 뭉게구름처럼 일어났지만, 석문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꼼꼼한 경모혁이 오칠의 지시대로 확실하게 입구를 막은 모양이었다.
쿠쿠쿠.
계단 아래쪽으로부터 무너지는 소리가 더욱 가까이 들려왔다. 이제 곧 계단까지 붕괴가 시작되고 매몰되면 오칠이라도 죽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크와아아!!”
아무리 부딪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오칠은 다시금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달랐다. 그의 전신으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은 천마신공의 공력 같기도 하고, 과거 노승에게 전해 받은 공력 같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칠의 전신을 따라 타오르는 그 불꽃의 힘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이었다.
쾅- 과광!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들이받은 순간 석문에 구멍이 나고, 그 너머로 온갖 돌과 기둥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오칠님이다!”
“오칠님이야!”
놀람과 반가움, 그리고 당혹감으로 가득한 탄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들은 곧 두려움으로 물들어갔다. 오칠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광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피부를 선명하게 자극하고 있는 살기. 오칠이 분명한 적의를 보이고 있었기에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이천여 명은 황급히 거리를 벌리며 물러났다.
“크르르르.”
오칠은 어느 곳을 먼저 공격할까, 누굴 먼저 죽일까 고민하듯 이글거리는 시선을 좌우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경모혁, 초왕성, 화웅섭 등을 비롯한 일족의 수장들이 오칠의 앞을 막았기 때문이다.
“오칠님, 정신 차리십시오!”
“형님, 저 초왕성입니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고함을 질러 오칠의 정신을 깨우려고 했다. 왜 이런 모습이 되었는지는 미리 언질을 받은 것이 있어서 대략 짐작하고 있었고, 그래서 어떻게든 그를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크와아아!!”
하지만 그들의 외침에 오칠은 괴성으로 반응했고, 광폭한 움직임으로 달려들었다.
콰직!
“윽!”
으득!
“큭, 젠장!”
칼이면 칼, 도끼면 도끼, 검이면 검, 배화교를 대표하는 절정고수들의 무공과 무기들은 오칠에게 통하지 않았다. 도리어 어깨의 살이 뜯겨나가고, 손목이 부러지고, 머리가 박살 날 뻔한 위험스런 상황에 처할 뿐이었다. 교주인 오칠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공격을 무디게 하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상황은 점점 좋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었다.
“정신 차려요!”
가까스로 오칠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이들 사이로 목운교가 뛰어들었다. 그녀는 오칠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모두가 그녀를 붙잡아 말리려고 했지만, 그녀는 두 팔을 벌리고 오칠을 똑바로 바라보며 소리쳤다.
“정신 차려요!”
오칠은 그런 목운교를 보며 적의를 보이듯이 이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몸을 날렸다. 누가 봐도 그녀를 공격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막아!”
초왕성 등이 온 힘을 다해 막았지만 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좌우로 튕겨나갔고, 오칠의 돌진을 아무도 막지 못했다.
쉭-
석 장까지 접근해가던 오칠의 신형이 땅을 박차고 역으로 회전하며 물러났다. 그는 목운교의 앞을 막고 선 노백의 조화창을 피한 것이다. 그리고 노백은 얼굴에 쓰고 있던 하얀 가면을 벗어던지며 크게 외쳤다.
“형님이 목 소저를 지키라 했습니다! 그러니 날 원망하지 마십시오!”
오랜만에 드러난 노백의 얼굴은 창백해 보였지만, 오칠을 상대로 창을 겨누어야 한다는 괴로움에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결코 비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서려 있기도 했다.
“크르르!”
하지만 오칠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처럼 으르렁거리며 계속 다가갔다. 튕겨나갔던 이들은 그런 오칠을 다시 둘러쌌다.
“모두 물러나세요!”
목운교가 소리쳤다. 사람들은 그럴 수 없다고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크게 내저으며 물러나라고 했다.
“저 사람은 날 해치지 않아요! 저 사람은 날 해치지 않아요!”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칠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서 하는 말이었다.
“어서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던 사람들은 곧 경모혁의 눈짓을 받고 오칠로부터 살짝 물러났다. 그러나 언제든 목운교를 구하기 위해 이목을 잔뜩 곤두세웠다.
“노 대협.”
목운교는 끝까지 비키지 않으려는 노백의 등을 두드렸다. 그리고 잔뜩 힘이 들어간 그의 팔을 잡아서 조화창을 치우게 한 뒤 그의 앞에 섰다. 이제는 누구도 그녀와 오칠의 사이를 막는 이가 없었다.
“크와아!!”
오칠은 한 걸음씩 조심스레 움직이며 주변을 은밀하게 살피다가 갑작스럽게 괴성을 질렀다. 그 모습이 마치 누구든 덤비라고 자극하는 맹수의 포효처럼 들렸다. 그리고 어느새 오칠은 목운교의 한 장 앞까지 이르렀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잔뜩 긴장했다. 오칠은 그들의 교주이고, 목운교는 오칠이 반드시 지키라고 했던 여인이기에 어찌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이제 그만 진정해요.”
목운교는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그리고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있는 오칠의 머리에 얹었다. 잠깐 움찔하며 거부의 몸짓을 보이던 오칠은 어느 순간 그녀의 앞에 웅크리고 앉았다. 마치 주인의 손길에 안정을 찾는 호랑이의 모습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뭔가 일어나기를, 뭔가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침묵의 기다림이었다.
“목… 운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 시진? 어쩌면 그보다 더 짧거나 긴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너무나 많이 긴장하고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당신은 살았어요.”
“살… 았다고?”
오칠의 눈동자는 광기가 사라지고, 인간이었을 때의 눈빛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럼 난 돌아온 건가?”
“네.”
“당신과 약속한 대로 돌아온 거야?”
“그래요. 당신은 나와의 약속대로 돌아온 거예요.”
오칠은 목운교를 바라보는 자세 그대로 주저앉았다.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동굴에서 있었던 기억의 잔재들은 너무도 강렬해서 오히려 분명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기억하고 안 하고는 지금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못했다.
“이제 모두 끝났어요.”
목운교는 오칠의 벌거벗은 나신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귓가에 자그맣게 속삭였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지금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이 가장 적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끝… 났단 말이지.”
“예, 모두 끝났어요. 이제 당신은 그만 쉬어도 돼요.”
오칠은 포근한 목운교의 품으로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그녀는 단순한 의미를 두고 한 말이었을 테지만, 오칠에겐 아니었다. 이제 정말 그에게는 끝인 것이다. 더 이상 그가 이러한 잔혹한 계획과 냉철한 실행 속에서 허우적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잘… 됐군. 정말 잘됐어…….”
잠에 빠져드는 오칠의 마지막 중얼거림은 목운교만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은 고요함과 편안함만이 가득하였다. 이천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존재감 없는 그림자처럼 침묵했다. 그들의 교주가 깊은 숙면을 취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호남의 석문.
혈천신교가 깊이 남긴 자취 속에서 배화교는 그들의 교주와 함께 한참 동안을 그렇게 평화 속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가 있었다.
제90장. 후(後)
원의 서쪽 청해(靑海).
지형의 대부분이 고원과 산 중턱, 하곡 등의 초원으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솟아 있는 황적색의 바위산, 아합랍달합택산(雅合拉達合澤山)의 꼭대기에 광죽 노승이 있었다.
“뭐 볼 거라도 있습니까?”
광죽 노승이 앉아 있는 바위 뒤쪽에서 양털 가죽 옷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하지만 사내는 입은 옷차림에 비해 너무나 잘생긴, 마치 여인의 그것처럼 아름다운 미남자였다. 바로 오칠인 것이다.
“왔으면 이리 와 앉아.”
광죽 노승은 돌아보지도 않고 손짓했다. 오칠은 피식 웃으며 가볍게 바위로 뛰어올라 노승의 옆에 털썩 앉았다.
“갈 길도 바쁜데 왜 불렀습니까?”
오칠은 허리춤에 달린 술병을 집어 올려 한 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노승에게 내밀었다.
“술 끊었다.”
“오~ 드디어 땡중을 탈피해서 진정한 스님으로 거듭날 마음을 먹은 겁니까?”
바위산 저 아래로 펼쳐진 푸른 초원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던 광죽 노승은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오칠을 바라보았다.
“이놈아, 세상에서 날 땡중이라 부를 수 있는 놈은 너밖에 없을 것이다!”
“땡중이라 말한 것은 스님이었습니다.”
오칠은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빙긋이 웃었다.
광죽 노승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산 아래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넌 어떤 놈이냐?”
“…….”
“네놈의 정체는 무엇인 게냐?”
광죽 노승이 이곳 청해까지 오칠을 따라온 이유였다. 무림에선 혈천교주 위지무성과 양패구상하여 시체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는 오칠의 흔적을 찾아내 쫓아온 이유이기도 했다.
“스님이 예전에 제게 말씀하신 게 생각나는군요. ‘바보만 되지 않으면 된다. 꼭 진실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죠? 스님, 제가 무엇이길 바라십니까?”
“…….”
“악인이길 바라십니까, 아니면 선인이길 바라십니까?”
오칠의 물음에 광죽 노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상을 치유하며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니 오칠과 무적 정의파가 개입한 모든 싸움이 처참했으며, 어느 한쪽이 이겼다 말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무림이란 세상은 거의 모든 것이 무너지고, 남은 것은 무적 정의파밖에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광죽 자신은 진정 오칠이 어떠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던가.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부처에 관한 이야기니 스님도 재미있을 겁니다.”
“…….”
“과거 천축에 앙굴리마라라는 사내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떤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었는데, 그 스승이 잠시 여행을 간 사이에 사모가 앙굴리마라를 유혹했죠. 하지만 사내는 유혹을 거부했고, 분노한 사모는 스승이 돌아오자 그 반대의 상황을 지어내 스승에게 일렀습니다. 그에 스승은 매우 분노하여 앙굴리마라에게 말도 되지 않는 수행을 명했습니다. 백 명의 남녀를 죽이고, 그들의 손가락 하나씩을 목에 걸고 다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앙굴리마라는 스승의 명을 거역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수행이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백 명째에 석가를 만나게 되고, 자신이 잘못된 수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의 제자가 되었죠.”
광죽 노승은 이야기에 흥미가 도는지 고개를 돌려 묘한 눈빛으로 오칠을 쳐다보았다.
“하나, 그가 성실한 불제자가 되기는 했지만 사람들은 그를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보시를 하러 다닐 때마다 돌을 던지고 저주의 말을 퍼부었죠. 그는 늘 피투성이가 되어 탁발에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습니다. 왜 그들은 내가 뉘우친 것을 알아주지 않느냐고요. 그러자 석가는 말했습니다. 앙굴리마라여, 너는 그것을 참고 견뎌내야만 한다. 꾹 참고 견뎌냄으로써 너는 과거의 죄업을 청산해야만 한다고 말입니다.”
“…….”
“전 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해준 분에게 물었죠. 앙굴리마라도 속아서 한 일인데 왜 참아야 하느냐고요. 그러자 그분은 자신이 악한 마음을 갖고 한 게 아니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가 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서 고행을 견디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
“광죽 스님, 제가 한 일은 악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아니면 선한 마음에서 행한 일일까요?”
광죽 노승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칠이 해준 이야기가 너무나 억지스럽다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오칠의 물음에 대한 분명한 답을 모르기 때문일까?
현재의 무림은 분명 무적 정의파라 대변되는 무리에 의해 재패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어느 곳에 대해서도 개입을 하지 않았다. 지역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이들의 동조해달라는 청원에도 거부했다. 그들은 마치 세상의 이권에 대해 아무런 욕심도 없는 무리처럼 보였다.
또한 오칠은 어떠한가. 분명 절대마인인 혈천교주를 죽이고, 무림인들로부터 무림 역사상 제일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었다. 그가 죽음을 가장하고 사라지지 않았다면 엄청난 힘과 권력으로 무림 역사상 처음으로 무림황제가 탄생할 수도 있을 그러한 절대적 지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한데, 오칠은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산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한 명의 여인과 고되고 험난한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 오칠과 무적 정의파가 한 것은 선한 행동인가?
광죽 대사는 확신할 수 없었다. 선하다고 하기에는 죽은 사람이 너무나 많았고, 무림은 너무나 피폐해져버렸다.
“…….”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빤히 바라보기만 하는 광죽 노승에게 오칠은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어차피 대답을 들으려고 물은 것이 아니었다는 표정이었다.
“지금 산 밑에서 절 기다리고 있는 목운교를 처음 본 것은 제가 아주 어릴 때였습니다. 그녀를 무척 좋아했었죠. 시간이 많이 지나서 다시 그녀를 만났을 때, 아직 그 감정이 남아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가 제 곁에 없으면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녀는 나와 어릴 때 만났는지, 또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처음엔 말을 해주려고 했었지만… 그냥 묻어두려고 합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바로 지금이 나와 목운교에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
“스님, 전 목운교와 천축으로 향하고 있는 길입니다. 첫 번째 목적지지요. 그리고 계속해서 서쪽으로 향할 것입니다. 그녀와 새로운 세상을 보며 행복해지고 싶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면 현재는 과거로 변해갈 겁니다.”
“현재를 과거로…….”
광죽 노승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오칠의 말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걸까?
“이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녀를 잠시라도 외롭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오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소림사 특유의 한 손 합장을 해 보이며 산 아래로 사라졌다.
“그래, 꼭 진실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 바보만 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니까…….”
광죽 노승은 다시 저 멀리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는 서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곧 오칠과 목운교가 초원을 가로질러 저 멀리 사라지겠지?
하지만 이제 광죽 노승은 오칠에 대한 의문도, 거의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무림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는 그저…….
해탈을 꿈꾸는 늙은 땡중이 되어 조용히 세상을 관조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大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