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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224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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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파계 224화

파계 9권 - 24화

 

 

 

 

 

극마(克魔).

 

의지로서 죽일 수 있다는 심검(心劍), 그 어떤 공격도 막을 수 있다는 금강불괴(金剛不壞), 다시 젊어진다는 반로환동(返老還童), 신선과 동격이 된다고 하는 등선(登仙) 등등의 말과 비견될 수 있는 말이었다. 마인이 마(魔)를 극복하고, 인간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나랑 농담하자는 거냐?”

 

“물론 아니지.”

 

위지무성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진지했다.

 

“나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어. 나도 내가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우선 네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군. 네 덕분에 가능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거든.”

 

“…….”

 

“너에게 부상을 입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이곳으로 돌아왔지. 머릿속이 분노로 가득해서 보이는 모든 것들을 죽였어. 하지만 그때까지도 아주 조금은 이성이 남아 있었지. 하지만 피에 대한 갈망을 절제하기가 너무 힘들더군. 이걸 봐.”

 

위지무성은 그의 왼쪽에 쌓여 있던 시체들 사이에서 머리 하나를 집어 들었다. 한데, 그 머리는 공병악의 것이었다. 환도신군 상관승을 비롯한 정파의 고수들을 수없이 죽이고 은시에서 도주한 위지무성의 둘째 사제였다.

 

“날 진심으로 따르던 둘째 사제야. 하지만 내 손에 죽었지. 은시에서 돌아온 사제, 장로들, 그리고 무사들까지 모두 이곳으로 불러 모았어. 그리고 죽이기 시작했지. 어느 순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계속 누군가를 죽이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느끼면서 말이야.”

 

동굴 입구와 그 길목마다 왜 시체가 있었던 것인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도주하는 그들을 위지무성이 끝까지 쫓아가 죽였던 것이다.

 

“깨어나 보니 이렇게 돼 있더군. 아마 다른 사제들도 저기 어딘가에 시체로 누워 있겠지.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어. 난 정신을 차리면서 알게 되었지. 더 이상 마기에 휩싸여 이성을 잃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말이야. 그래, 난 마(魔)를 극복한 거야. 그 어떤 마인(魔人)도 이루지 못한 극마의 경지에 올라선 것이야. 배화교의 누구도, 심지어 역사상 최고의 교주였다고 하는 칠 대 교주조차 오르지 못한 그런 경지에 내가 올랐다고!”

 

순간 환희에 찬 위지무성의 음성이 대전을 떨어 울리고, 저 뒤쪽에 있는 배화교 무리를 고통스럽게 했다. 하지만 음성과는 달리 위지무성의 얼굴은 무감각 그대로였다. 벅찬 감격을 말하고 있었지만, 그는 그런 것들에 대해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마치 목운교와 같이 있지 않을 때의 오칠처럼.

 

“상상할 수 있겠어? 극마야! 극마! 인간이 마를 이겨내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넌 알고 있나?”

 

“모르지.”

 

오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위지무성은 커다랗게 앙천광소했다.

 

“크하하하하!!”

 

그러나 웃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는 얼굴로 웃음소리를 내는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난 지금 기분이 좋아. 매우 좋지. 그래서 너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마.”

 

“…….”

 

“나의 충직한 종복이 되라. 그러면 이인자의 자리를 네게 주지. 만인지상 일인지하가 된 네가 앞장서서 온 세상을 내 앞에 굴복시키는 거다.”

 

오칠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마치 위지무성의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데, 갑자기 뒤쪽에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던 초왕성 등이 왔던 길로 물러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내가 나가라고 했어. 동굴을 나가서 석문을 닫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누구든 이곳을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가 한 달 뒤에 열라고 했지.”

 

눈을 뜬 오칠이 말했다. 그가 눈을 감았던 것은 경모혁 등에게 전음으로 지시를 내리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

 

위지무성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만약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저들과 함께 충성을 맹세해야 하는 것이고, 만약 거부할 것이면 수하들과 함께 힘을 합쳐서 자신에게 덤벼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입구를 막고 있다가 한 달 뒤에 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을 매장시키려고 하는 것이라면 그냥 폐쇄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물었다.

 

“왜지?”

 

“나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 대략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제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 같거든.”

 

“……?”

 

위지무성은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오칠에게서 안전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걸까. 그들을 죽일 수 있는 자신에게서 도망치라고 한 것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교주인 오칠에게서 왜 도망을 쳐야 한단 말인가. 또 한 달이 지나면 제정신을 차린다는 말은 무슨 뜻이란 말인가.

 

“이봐, 혈천교주, 사실 난 이곳으로 오면서 꽤나 걱정을 하고 있었어. 네가 많이 다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나, 하고 말이야. 솔직히 저번에는 운이 좋았던 것이고, 이번에도 그런 운이 또 따른다는 보장이 없었으니까.”

 

“그럼 지금은 더 절망하고 있겠군. 난 더 강해졌으니까 말이야.”

 

“아니.”

 

“……?”

 

“지금 심정을 표현하자면… 안도했어. 내가 죽지 않고, 널 죽일 자신이 생겼으니까.”

 

“크하하하하!”

 

위지무성은 웃었다. 그리고 웃음소리를 내면서도 전혀 웃고 있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넌 재미있는 놈이야. 죽이기 아까울 정도로. 하지만 내 수하가 될 생각이 없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죽여야겠어. 그런데 궁금하군. 왜 날 죽일 자신이 생긴 거지?”

 

“왜냐고?”

 

오칠은 목과 어깨를 돌리고, 다리를 좌우로 흔들며 몸을 풀었다. 그리고 등에 멘 묵철곤과 상하의를 벗어서 한쪽 구석, 피와 시체가 없는 깨끗한 곳에 내려놓았다. 나중에 다시 챙겨 입을 생각인 것이다.

 

그동안 위지무성은 신기한 구경거리를 목도한 것처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마치 죽기 전에 해볼 것이 있으면 다 해보라는 듯이 말이다.

 

속옷 하나만 걸치고 미끈하고도 단단한 근육으로 다져진 몸을 드러낸 채 오칠은 위지무성의 오 장여 앞에 섰다. 그리고 미인의 그것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필승을 자신하지 못한 것은 네가 미쳐 있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난 너무나 냉정하고 이성적이라서 그런 널 당해낼 자신이 없었어. 저번에 너와 싸우면서 이성을 놓아버리고 미치는 방법은 알게 되긴 했는데, 설사 내가 미쳐버린 상태에서 너와 싸운다고 해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거든. 그래서 수하들과 떼거리로 달라붙을 생각이었어. 네가 힘이 빠지면 언젠가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으니까.”

 

“…….”

 

“그런데 지금 넌 너무 이성적이고 냉정해. 마치 세상의 모든 사물이 딱딱한 돌덩이처럼 보이겠지.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이 직선적이고 분명하게 보여야 하는 그런 머리를 가지게 되어버린 거야. 난 그런 널 두려워하지 않아.”

 

“…….”

 

“왜냐하면… 이제 나만 미치게 되는 것이니까.”

 

위지무성은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찼다.

 

“이거 참… 확실히 네가 미친 것 같기는 하군. 불쌍해 보일 정도야. 그래도 배화교의 교주라고 하는 자가 그래서야 쓰나. 내가 더 못난 꼴 보이기 전에 죽여주지.”

 

“내 말을 이해하지도 믿지도 못하는군.”

 

오칠은 웃었다. 하지만 이전의 아름답고 밝은 웃음이 아닌, 뭔가 거칠어지고 비틀린 웃음이었다. 그러고 보면 눈동자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천마신공을 운용할 때의 변화는 아니었다. 뭔가 분명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확연하게 달랐다.

 

“냉정한 이성을 가진 자가…….”

 

오칠의 음성 또한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듣기 거북할 정도로 거칠고 사악하고 일그러진 음성이었다. 그리고 뭔가 체형이 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근육이 팽창하고, 허리는 구부러지고, 눈동자엔 정리되지 않은 살기가 뿜어졌다.

 

“광기에 찬 야수와 싸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이제 너도 곧 알게 될 거다.”

 

오칠의 음성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일그러져 있어서 위지무성은 제대로 말을 알아듣지도 못했다. 하지만 오칠이 그를 향해 마치 맹수가 뛰어오는 것과 같은 몸짓으로 덤벼오는 것을 통해 대략적인 의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가소롭군.”

 

위지무성은 혈천검을 뽑아 그대로 내리그었다. 매섭게 이글거리는 검은 강기가 혈천검에 응어리져 직선으로 달려오는 오칠의 몸을 그대로 동강낼 것처럼 보였다.

 

콱. 콰득.

 

“……!”

 

위지무성의 무감각한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오칠이 그의 검을 양손으로 움켜잡아버린 것이다. 손이 잘려나가지 않은 것은 그의 손에 천마신공의 기운이 장갑처럼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었다.

 

우우웅-

 

검에 응어리진 파천혈전공의 공력이 더욱 강력하게 꿈틀거리며 오칠의 손을 잘라버리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검을 놔버린 오칠의 신형은 어느새 위지무성의 머리 위에 있었다.

 

쾅-

 

머리로 내리꽂히는 오칠의 두 발과 위지무성의 혈천검이 강하게 충돌한 소리가 대전을 가득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충돌의 파장에 밀린 횃불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썩어가는 시체에 불이 붙었다.

 

펑- 화르르. 퍼펑- 화르르르.

 

부패한 시체들이 불타오르면서 폭죽처럼 터져나가고, 불길은 더욱 거세게 주변으로 펴져나가 순식간에 대전 전체를 거센 불길로 뒤덮어버렸다. 하지만 오칠과 위지무성의 싸움은 조금도 멈춰지지 않았다. 실상 위지무성은 대전이 불타오르는 것에 대해 미미하게나마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고 공격하는 오칠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슈악-

 

벽을 밟고 날아오르던 오칠의 허벅지를 혈천검의 강기가 베고 지나갔다. 그러나 오칠은 본능처럼 다리에 천마신공을 운용하고 있어서 작은 상처 외에는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상처라도 고통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지사. 오칠은 그 고통을 엄청난 괴성을 내지르며 표출했다.

 

“크와아아!!”

 

도저히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끔찍한 울부짖음이었다. 그리고 그런 오칠의 괴성을 들으며 위지무성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했다. 마를 조절하게 되면서 냉정해진 이성은 오칠의 기괴한 울부짖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아니, 야수의 그것 같은 움직임부터가 그를 당혹스럽게 했다. 분명 눈에 보이는 속도와 감당할 수 있는 파괴력이었지만, 움직임을 예측하여 대비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휙! 휘릭!

 

오칠이 신경질적으로 집어던진 시체가 선명한 불꽃에 이글거리며 위지무성에게 날아왔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뭉텅이로 던져지는 시체들 때문에 순간적으로 시야가 차단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 순간의 틈새를 타고 오칠이 위지무성의 지척까지 파고들었다.

 

스앙-

 

코앞으로 접근한 오칠의 머리로 혈천검이 빛살처럼 휘둘러졌다. 그러나 오칠은 어느새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고, 그대로 튀어 올라 몸을 회전시키며 발끝으로 위지무성의 얼굴을 걷어찼다.

 

쾅-

 

파철혈전공의 공력이 얼굴을 막아주었지만, 그 진동을 타고 전해지는 여파에 위지무성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이놈이!”

 

여전히 변함없는 표정으로 분노의 일갈을 내지른 위지무성의 몸이 앞으로 쭉 밀고 나갔다. 공중에서 원숭이처럼 회전을 하고 있는 오칠을 향해 혈천검이 막대한 강기를 길게 늘어트리며 공간을 갈랐다.

 

슈아아앙-

 

대전 전체를 휩쓸고 있는 거센 불길이 강기에 의해 갈라지고, 바닥으로 길고 깊은 고랑이 생겨났다. 하지만 정작 두 쪽이 나야 할 오칠은 위지무성의 좌측에서 갈고리 같은 손으로 그의 어깨를 움켜잡고 있었다.

 

으득.

 

공력에 의해 방어되는 어깨가 오칠의 손에 의해 움켜잡히는 소리였다. 살이 뜯겨나가지는 않았지만, 위지무성은 어깨 근육이 옥죄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를 뻔했다.

 

스아앙-

 

어깨 쪽 살을 뜯어내기 위해 끙끙대는 오칠을 향해 혈천검이 휘둘러졌다. 무림에서 감히 회피할 능력이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힘이 담겨진 공격이었지만, 오칠은 이미 반대쪽으로 움직여 피한 상태였다.

 

‘왜!’

 

오칠의 움직임을 막을 수가 없을까. 위지무성은 분노와 함께 의문에 휩싸였다. 그의 검은 절대 피할 수 없는 속도로 휘둘러졌다. 스치기만 해도 잘려나갈 정도로 강대한 강기가 검에서 줄기줄기 뻗어나가고 있었다. 세상 누구라도 그의 공격을 피하고 막고, 역으로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무공을 펼치는 것도 아니고, 제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 오칠이 그래서는 안 되었다. 냉정한 위지무성의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도 없고,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한데, 그게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오칠은 광기에 빠진 정신 상태로, 야수와 같은 움직임으로 그를 압박하고 궁지로 몰아가는 중이었다. 어떻게 해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싸우고 있는 중인데, 도저히 오칠의 움직임을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

 

‘나도 미쳐야 하나?’

 

오칠이 손으로 등을 할퀴어오는 것을 공중으로 날아올라 피하면서 위지무성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대응을 하고, 그가 알고 있는 막강한 검공을 파천혈전공의 강대한 공력을 담아 펼치는데도 어찌할 수가 없다면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의 냉철한 머릿속은 그렇게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자신은 마를 극복하고 이겨냈다. 그의 정신에서 지워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다시 미칠 수는 없었다. 또 설사 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고 해도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이뤄낸 경지였다. 그런 자신이 어찌 방법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극마지경에 올랐으니 이제 절대자가 되었다고 확신했는데, 그 모든 것이 망상에 불과했단 말인가. 그저 마기를 제어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쾅!

 

“윽!”

 

높이 치솟아 오르는 불꽃 속에 숨어서 등 뒤로 다가온 오칠의 어깨에 들이받힌 위지무성의 신형이 오 장여를 날아가 피와 불, 그리고 찢겨진 시체들이 가득한 바닥을 나뒹굴었다.

 

“으아~!”

 

벌떡 일어난 위지무성이 분노의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저 멀리서 경쟁이라도 하듯 오칠이 괴성을 내질러 그의 고함은 금세 파묻혀버렸다.

 

“이럴 수는 없어!”

 

인정할 수 없었다. 그가 이렇게 밀리는 것도, 그가 내지른 웅혼한 고함이 야수가 내지른 것만 같은 괴성 때문에 초라하게 묻혀버리는 것도 위지무성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철퍽철퍽!

 

하지만 핏물로 질척한 바닥을 밟으며 지옥의 화마처럼 거세게 타오르는 불꽃을 뚫고 돌진해오는 오칠의 모습은 현실이었다. 당장에 그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위험이 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으아!”

 

슈앙- 슈아앙- 슈아아앙-

 

오칠을 피해 공중으로 높이 뛰어오른 위지무성은 혈천검에 파천혈전공의 공력을 모두 응집시켜 수십 줄기의 강기를 천지사방으로 날려 보냈다. 움직임을 파악할 수 없는 오칠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쾅- 콰쾅- 쾅-

 

바닥이 갈라지고, 벽면이 터져나가고, 천장이 조각나 떨어졌다. 하지만 위지무성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그를 향해 접근할 오칠을 막기 위해서였다.

 

“……!”

 

공중에 떠올라 있던 위지무성의 몸이 갑자기 아래쪽으로 쭉 당겨졌다. 순간적이고 강력한 끌어당김에 균형을 잡을 수 없었던 위지무성의 몸은 그대로 추락하여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곧바로 일어나려는 그의 몸 위로 이글거리는 야수의 눈빛을 가진 오칠이 타고 앉아 주먹을 내리쳤기 때문이다.

 

“안 돼!!”

 

쾅!

 

 

 

 

 

* * *

 

 

 

 

 

“크르르.”

 

숨소리를 따라 거친 살기가 내뱉어졌다. 짓이겨지고 뜯겨나간 위지무성의 처참한 시신 위에서 오칠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주변은 온통 불길로 가득하고, 공기가 희박해지며 숨쉬기가 힘들었다.

 

“크아~!”

 

의미 없는 괴성을 내지른 오칠은 광기에 번들거리는 시선을 움직여 마치 먹이를 찾는 양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후득. 쾅. 와르르.

 

대전의 벽면이 파도에 부딪친 모래성처럼 무너져가고, 천장에서 커다란 파편들이 육중한 소리를 내지르며 떨어졌다. 이곳에 더 오래 있으면 말 그대로 매장을 당하게 될 것이다.

 

오칠은 이성이 아닌 본능에 따라 출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붕괴가 가속화된 대전을 빠져나가 동굴의 입구가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길을 인지하고 있다기보다는 맑은 공기가 흘러들어오는 것을 감지하고 달리는 것이었다.

 

“크르르.”

 

기나긴 통로를 지나 계단까지 모두 올라간 오칠은 멈춰 섰다. 입구는 당연하게도 막혀 있었다.

 

“크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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