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 2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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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파계 218화
파계 9권 - 18화
그런데 그런 분위기가 순식간에 희석되었으니, 그것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습하며 사악한 기운이 묻어 있는, 주변 전체를 메아리 칠 정도로 커다란 음성 때문이었다.
“영접하라!”
공병악 등 세 사람은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음성의 주인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달리 생각할 것도 없이 교주인 위지무성인 것이다.
백천맹의 거성을 중심으로 전후좌우 사방에 흩어져서 진을 치고 있던 무력단 전체가 공병악 등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해왔다. 또한 이제 위지무성을 신이 보낸 사자로 여기는 야만족과 광신도들까지 뜻도 모르는 페르시아어를 합창하듯 소리치며 몰려오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쿠쿠.
먼저 땅을 짓누르는 묵직하고 거친 바퀴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백 명의 오도전륜지옥대 무사들이 나무들을 쓰러트리며 숲에서 나타났고, 그 뒤를 삼십 마리의 소가 끄는 거대한 검은 철 마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둑한 주위 공간 속에 드러난 철 마차의 모습은 암울하고 위험스러운 느낌을 강하게 분출했다. 철 마차 뒤쪽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항아리를 들고 있는 수십 명의 술사들 때문에 더욱더 그렇게 보였다.
쿵-
멈춰 선 철 마차의 쇠문이 들썩였다. 그리고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검은 혁피화가 감싸고 있는 발 하나가 빠져나왔다. 그리고 느껴지는 음습한 기운. 마차를 주시하고 있는 칠천에 가까운 사람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고, 절로 두려움이 일게 하는 그 기운이 철 마차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전신이 검은 안개에 휩싸인 위지무성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칠천여 명의 사람들은 빗물이 채 스며들지 않은 질척한 땅에 엎드렸다.
“혈천신교(血天神敎) 만세!”
“교주현신(敎主現身) 만만세!”
누구로부터 시작된 함성일까.
오도전륜지옥대이거나 광신도일지도 모르지만, 결국 모든 이들이 일제히 상체를 땅에 엎드렸다 들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교주 위지무성의 존재를 찬양하고 있었다.
“때가 되었다!”
검은 안개에 휩싸여 볼 수는 없지만, 얼굴이라 짐작되는 부분에서 공명하는 듯한 기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마치 동굴 속에서 말을 하는 듯 크고 웅장했으며, 지독히도 사악한 느낌의 음성이었다.
“암흑의 신 아리만의 의지를 우매한 자들에게 각인시키고, 그들의 찢겨진 육신으로 대지의 허기를 충족시켜라! 가라! 내 앞을 붉은 선혈로 가득 채워라!”
칠천여 명의 전신을 진동시키는 거대한 분노와 광기의 음성이 주변을 떨어 울렸다. 그리고 그들은 크게 소리쳤다.
“혈천교주(血天敎主) 만만세! 교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은시로부터 서쪽으로 오 리(대략 육백 장)의 거리를 두고 솟아올라 있는 금양산(金陽山) 밑자락.
“…….”
오칠은 저 멀리 동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혈천신교가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방금 은형 무사에게 전황을 전해 받은 경모혁이 다가와 보고했다. 오칠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로 육 일째지?”
“그렇습니다. 이제 백천맹으로서도 한계에 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일심목교군과 천궁토교군은?”
“성의 중심으로 물러나서 싸움에 개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두 가문을 백천맹에 침투시킨 것은 목운교를 지키게 하기 위함이었고, 그래서 그들은 혈천신교와 싸우기보다 목운교의 안전에 중점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제 우리도 시작할 때가 됐군.”
오칠의 말을 들은 경모혁은 각 가문의 수장들에게 지시를 내려, 이천오백여 명의 배화교 무사들이 백천맹을 향해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했다.
그리고 한 식경 후, 그들은 오칠을 선두로 해서 정파인들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혈천신교를 공격하기 위한 이동을 시작했다.
* * *
“성벽을 더 이상 지킬 수가 없습니다!”
공야 각주는 다급한 얼굴로 뛰어온 천이각 무사의 보고를 받으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정확히 오 일을 버텼다. 하지만 처음 삼 일간 공격해온 적들은 혈천신교의 정예 무사들이 아니었다. 늙고, 어리고, 여자에다가 척 보아도 병자인 자들이었다. 혈천신교를 믿고 빠져든 광신도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수천이었고, 쉽게 죽지도 않는 자들이었기에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적들의 대부분이 무공을 익히지 않았고, 어린아이, 노인, 또는 여자라는 것에 망설임을 보일 틈도 없이 미친 듯이 싸워야만 했다.
그다음 이틀간은 태산지옥대 대신 남은 수적과 야만족들이 주축을 이루었다. 광신도들보다 더 위험한 적들이었고, 그들 역시도 웬만한 부상에는 죽지 않는 종자들이었기 때문에 몇 배는 더 힘겨운 싸움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까지 죽은 정파인들만 오백이 넘었다. 적들의 중추가 아닌 자들이, 벌레처럼 여기던 야만족들이, 그리고 절반 이상은 무공도 모르는 광신도들이 인해전술로 공격해오는 것을 막는 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이다. 물론 적들은 그 몇 배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육 일째, 드디어 적의 정예 무사들이 중심이 되어 공격을 시작했다. 높다란 성벽을 큰 장애물로 여기지 않을 정도로 상승의 무공을 익혔고, 숫자도 많았으며, 역시 끔찍할 정도로 질긴 생명력을 가진 그들의 공격은 이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고작 한 시진이 지났을 뿐인데, 지금까지의 파상적인 공격에도 꿋꿋하기만 하던 성벽 방어가 벌써 무너질 상황에 처해버렸으니까.
지난 오 일간의 싸움으로 정파인들은 지쳐 있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공격이었기에, 적들의 인간 같지 않은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 집요함을 떨쳐내느라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되어 있었다. 아마도 차근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약한 순서에 따라 공격을 감행한 것도 그런 점을 노렸기 때문이라고 공야 각주는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그러한 공격을 지시한 위지무성은 피와 죽음을 원했다. 정파인들의 것뿐만이 아니라 혈천신교의 것도 원했다. 아무도 그 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위지무성은 피와 죽음이 그의 눈앞에서 가득 펼쳐지는 것을 원하고 있었기에 그러한 순서에 따른 지속적인 공격을 지시한 것이다.
어쨌든 진실이 무엇이건 간에 공야 각주는 분노했다. 그를 분노케 하는 것은, 다 짐작하고 예견하고 있었음에도 달리 대처 방안을 찾지 못한 자신의 무능함이었다. 적들은 숫자의 유리함을 발판 삼아 사방으로 쳐들어오지도 않고 성의 정면만을 공격하여 직접적인 피해를 야기하고 있었다. 적들은 그들 무리의 피해도 상관치 않고 정파인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만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잔혹하고 냉혹하며, 책사의 입장으로서는 얄미울 정도로 교활하고 확실한 수법이었다. 그 직선적인 의도를 떠나서, 숫자의 우세함을 무엇보다 강하게 내세울 수 있는 공격이었으니까.
“이차 저지선으로 물러난다!”
지금의 공야 각주가 선택해야 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사시현에서 후퇴했을 때 곧바로 성 내부에 저지선을 중첩적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혹시라도 성벽이 뚫렸을 때에 내부의 방어선을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적에게 대응하고, 그래서 수적인 차이를 극복하여 최종적으로 적들을 괴멸시키는 것이 공야 각주와 각파의 수장들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아니, 실상은 은시를 포기하고 후퇴한다고 해도 후일을 기약하기가 어렵다는 공야 각주의 충고를 모두가 받아들인 것이었다. 또 작금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공야 각주의 생각과 일치했다. 다른 곳에서 훗날을 기약할 시간과 여력이 그들에게는 없는 것이다. 또한 혈천신교는 너무나 빠르고 강력했다.
“호북 포정사에게선 아직도 연락이 없는 것이냐!”
공야 각주가 간구한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관이 혈천신교에 대해 개입을 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금력이란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호북의 관군을 움직일 수 있는 포정사(布政使)에게 막대한 금액을 제시하기 위해 벌써 열흘 전에 사람을 보낸 상태였다. 그러니 지금쯤 어떠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때인 것이다.
하지만 공야 각주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경모혁이 손을 써서 장강을 넘어 북상하는 광신도들을 공격하여 차단하고, 특별히 요청을 하지 않는다면 그 외에 다른 일에는 절대 개입하지 말도록 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공야 각주가 보낸 사람은 아직까지 포정사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대면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포정사가 돈을 좋아해도, 권력의 정점에 올라 있는 최고 관료의 눈에서 벗어나 낙향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챙채채채챙- 콰직- 퍼석- 우지직-
공야 각주는 점점 가까워지는 격렬한 충돌과 비명 소리를 들으며 이차 저지선의 용도로 만들어놓은 목책 안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혈천신교의 강력한 공격을 막느라 천여 명으로 줄어든 정파인들도 성벽에서 물러나 목책 안으로 들어왔다.
“이대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공야 각주.”
하후진용이 그의 출신지이기도 한 마복동 백여 명의 무리와 함께 공야 각주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의 손에 들린 쌍륜뿐만이 아니라 온몸이 핏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치열한 싸움을 했던 만큼 그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도 어느 정도 섞여 있었다.
“옥선신군(玉扇神君)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옥선신군은 선법(扇法)으로 칠절신군의 일인이 된 마복동 출신의 절정고수였다. 물론 칠절신군에서도 말석이긴 하지만, 그 실력은 절대 의심할 수 없는 고수인 것이다. 그리고 이백여 마복동 무사들을 이끌고 백천맹에 합류해 있었다. 그런데 분명히 하후진용과 함께 각기 백여 명씩을 맡아 싸우고 있던 그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거의 모든 정파인들이 돌아온 이 시점에 말이다.
“죽었습니다.”
“죽다니요?”
“상관 대협을 부상 입혔다고 하는 검객에게 죽었습니다.”
“……!”
공야 각주는 할 말을 잃었다. 지금과 같이 치열한 싸움 중엔 누구나 죽을 수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명의 고수가 아쉬울 때였다. 그런데 칠절신군의 일인이 그렇듯 쉽게 죽어버렸다니. 공야 각주는 점점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 변화에 미쳐버릴 것만 같은 혼란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뭘 그렇게 멍청하게 있는 게냐! 어서 문을 닫아!”
가장 마지막으로 목책 안으로 뛰어 들어온 소림 무승들 사이에서 커다란 호통이 들려왔다. 왜소한 노인답지 않게, 그리고 스님답지 않게 가장 열심히 싸우고 있던 광죽 노승이었다.
“아직도 네놈들의 생각은 변함없는 게냐? 탈출보다는 이곳에서 죽는 것을 택하는 게야?”
광죽 노승은 어느새 그의 주위로 모여든 각파의 수장들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물었다.
질책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도 작금의 현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처음 주장했던 대로 은시를 버리고 서쪽으로, 혹은 관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치는 하북 북경 쪽으로 갔다면 최소한 전멸하지 않고 힘을 보전하고, 티끌 같은 가능성이라고 해도 훗날을 기약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원망의 물음이 아니었다. 그저 이대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묻는 것이었다. 과거 정사 무림이 거대하고 강력한 마교(배화교)와의 싸움에서 절망밖에 보이지 않는 열세 상황에 놓였었지만 가느다란 희망이라도 잡고서 버티었고, 그래서 결국 마교를 물리치고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한 것처럼 또다시 그러한 희망의 불씨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묻는 것이었다.
“저들은 집요합니다, 광죽 대사님. 많은 정파 무림인들이 이곳까지 오는 동안 겪어야 했던 추적이 그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공야 각주의 말과 함께 한쪽에서 묵묵히 듣고만 있던 상관승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공병악과의 싸움에서 생긴 깊은 내상은 거의 완벽하게 치유되었지만, 그는 예전에 비해 기세가 많이 위축된 상태였다. 그는 적들이 얼마나 강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또한 호남을 벗어나 이곳 백천맹까지 오면서 겪어야 했던 추적자들의 집요함도 알고 있었다. 혈천신교에 대적하여 싸우고자, 혹은 그들을 피해서 이곳으로 오려고 했던 정파인들 중에 목적을 이룬 무리는 상관승 무리와 녹음월 무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확실하게 그들에 관해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쫓기기만 하다가 몰살당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느니 이곳에서 한 줄기의 희망이라도 잡고 싸워 이겨내는 것이 더 무림인다운 방법이겠지요.”
“…….”
광죽 노승은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반박할 수도 없었다. 누가 생각해도 그게 현실이고 진실이었으니까.
“그놈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나…….”
광죽 노승의 작은 중얼거림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나 소림사의 무승들이 그러했다. 지금처럼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이미 겪어보았고, 또 이겨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오칠과 그 무리의 도움으로 말이다.
“정말 오 장문인이 오기는 오는 겁니까!”
공야 각주는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 소림 방장을 향해 소리쳤다. 방장의 말과는 달리 왜 아직까지 오칠과 그 무리가 오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 순간.
쾅-
목책이 뒤흔들리고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엄청난 굵기의 통나무가 목책에 부딪친 것이다. 적들은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앞을 막고 있는 장애물을 처리하려고 했다. 오 일간 광신도와 야만족들이 무식할 정도로 직선적으로 공격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의 공격이었다. 이제는 피해를 감수하지 않고 영리하고 효과적으로 싸우겠다는 의미였다.
“혈천신교 만세!”
함성을 내지르는 남녀노소 수십 명의 광신도 무리가 거대한 나무를 짊어지고 목책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쾅쾅쾅-
장병기를 가진 정파인들이 목책 밖으로 광신도들을 공격했지만, 크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나가서 싸울 수도 없는 것이, 그 바로 뒤에는 혈천신교의 정예들이 공격할 틈만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휙- 퍽!
돌멩이 하나가 나무를 짊어지고 있던 노인의 머리를 강타해 쓰러뜨렸다.
“암기가 없다고 해서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문인이 위지무성에게 죽임을 당하고, 화산파의 임시 장문인을 맡게 된 금원종이었다. 지금까지의 공방으로 대부분의 암기를 소진한 정파인들에게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싸울 수 있는 방법을 깨우쳐 주는 말이었다. 그리고 정파인들은 너도나도 던질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암기술을 배우고 익히지 않았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내공과 무공 경지에 오른 그들의 손에서 날아간 것은 무엇이든 살인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정파인들이 뒤늦게 깨달았지만, 어쨌든 그들의 그러한 공격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나무통으로 목책을 밀어붙이던 광신도들이 타격을 입기 시작했으니까. 웬만한 부상에는 죽지 않는 광신도들이었지만, 돌에 맞아 머리가 부서지고 사지가 꿰뚫려 근육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힘을 발휘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효력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잘 정비된 백천맹 거성 내부에서 암기로 쓸 만한 것을 찾는 것도 힘들 뿐만 아니라 적들이 성벽을 공략할 때 쓰던 나무판을 방패로 삼고, 다시 나무통으로 목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들 역시 암기로 사용할 만한 것들을 던지며 정파인들에게 조금씩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적들 중에서도 무엇이든 살인적인 암기로 사용할 수 있는 고수들이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쾅쾅쾅쾅-
“곧 무너질 것이오!”
수장들이 소리치자, 공야 각주는 삼차 저지선으로 후퇴할 것을 조언했다. 당연히 누구의 반대도 없이 천여 명의 정파인들은 삼차 저지선으로 빠르게 이동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