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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213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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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파계 213화

파계 9권 - 13화

 

 

 

 

 

촤아아.

 

태양이 지고, 어둑한 밤하늘로 달빛이 늘어진 시간. 대형선만 다섯 척에 중형선은 수십 척이나 되는 거대 선단이 장강의 물살을 헤치며 나아가고 있었다. 바로 은시의 남쪽을 공략하기 위해 이동하는 오관지옥대(독룡방) 등의 혈천신교 무리였다.

 

‘비가 올 거 같은데…….’

 

이마이 츠바사(김만해)는 조금씩 흐릿한 먹구름이 깔려가는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바다의 사나이였다. 이런 내륙의 날씨에 대해서는 자신감 있게 확신할 수가 없는 것이다.

 

“표정이 안 좋아 보여.”

 

태산여왕 냉음설이 갑판으로 올라와 츠바사의 팔을 꼭 감싸 안았다. 그녀는 자다 일어나 보니 츠바사가 침상에 없는 것을 알고 밖으로 나온 것이다.

 

“냉 낭자에게 괜한 걱정을 끼쳤군요. 미안합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운 츠바사의 음성에 냉음설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래서 츠바사와 떨어져 있기가 싫었다. 수적들 일부를 본진에 남기고, 그녀의 태산지옥대를 이끌고 츠바사와 함께한 것도 다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와 떨어져 있기가 너무나 싫었던 것이다.

 

‘뭐, 예전의 대사형이었다면 절대 이렇게 할 수는 없었겠지만 말이야.’

 

철두철미한 계획과 확실한 행동력을 가진 혈천교주 위지무성은 절대 냉음설의 이런 개인적인 기호에 따른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냉음설 역시도 감히 이러한 요청을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렇게 우회하여 백천맹의 남방을 공략한다는 전술적 계획 자체부터가 위지무성이 세운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옆에 있는 츠바사의 설득에 넘어간 야마오의 요청이었고, 위지무성은 그냥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아니, 위지무성은 그러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거의 외면하고 있었다.

 

요즘은 그러한 사항들을 장로들과 둘째 사형이 거의 결정하고 있었다. 지금의 대사형은 그저 진격, 공격, 피와 살육만을 외치고 있었으니까. 한마디로 힘은 이전에 비할 바 없이 강해졌는데, 정신은 이전처럼 이성적이고, 냉철하지 않은 것이다. 어찌 보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 덕분에 냉음설이 츠바사를 따라올 수 있었던 것이다. 적당하게 장로들과 사형들을 구슬려서 말이다. 뭐, 그 와중에 이 장로 장손율이 거머리처럼 따라붙었지만, 그 정도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츠바사와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비가 올 것 같습니까?”

 

츠바사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알고 싶어서 선수에서 망을 보고 있던 수적에게 물었다. 수적은 오관지옥대 제이의 실력자인 츠바사의 질문에 긴장한 얼굴이 돼서는 얼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미간을 찌푸리며 살핀 끝에야 조심스레 대답을 했다.

 

“아마도 한두 시진 정도 후에 꽤 많은 비가 올 것 같습니다.”

 

“한두 시진이라…….”

 

수적의 대답을 자그맣게 중얼거리며 츠바사는 캄캄한 대형선의 전방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조금 전에 듣기로 이제 두 시진 정도만 더 가면 목적지인 형문산 밑자락 강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 이후로 한동안은 비를 맞으며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비 덕분에 그들의 이동이 더욱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호북 은시의 남방을 급습해서 백천맹에 큰 타격을 주려고 하는 그의 계획에 부합하는 좋은 과정이 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승리가 확실한데…….’

 

뭔가 불안한 느낌이 있었다. 사실, 츠바사가 굳이 장강으로 길을 잡아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서까지 크게 우회를 해서 백천맹을 공격해야 한다고 방주인 야마오를 설득한 것은 혈천교주 때문이었다. 오히려 본진과 함께 움직인다면 크게 피해를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데도 말이다.

 

‘그는 인간이 아니야.’

 

츠바사의 눈에 보이는 혈천교주 위지무성은 인간이 아니었다. 피와 살육을 갈구하는 그 처절하도록 잔혹한 모습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인간적인 느낌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 엄청난 힘과 위압감, 솔직히 두려움이 일었다. 그와 싸우면 질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 같지 않은 살기와 파괴 본능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와 같이 있어서 좋을 것이 없어.’

 

위지무성과 함께 있게 되면 뭔가 좋지 않은 것에 끌려들어갈 것 같은 불안감에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그리고 야마오는 어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츠바사는 혈천신교가 백천맹을 괴멸시키는 그날로 남해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어떻게든 야마오도 그렇게 결정할 수 있도록 설득할 것이다. 어차피 남해의 패권을 받기로 하고 참여한 싸움이었으니까.

 

“비가 오려는지 밤공기가 꽤 싸늘하군요. 냉 낭자, 안으로 들어갑시다.”

 

부드럽게 어깨를 감싸 안는 츠바사의 손길에 냉음설은 그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었든 상관없이 그저 행복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쏴아아아.

 

두 사람이 선실로 들어가고, 정확히 한 시진하고도 반각 뒤에 엄청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시진 뒤에 목적지인 형문산 밑자락 강변에 상륙하여 이천여 명의 오관지옥대와 삼백여 명의 태산지옥대는 백천맹이 있는 은시를 향해 빗속을 헤치며 나아갔다.

 

그러나 그들은 은시와의 거리를 절반도 줄이지 못하고 진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새벽의 어슴푸레한 빗줄기 사이로 그들의 진로를 막고 있는 천여 명의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86장. 물러날 때를 아는 자

 

 

 

 

 

쏴아아아.

 

처음엔 빗줄기 사이로 시야가 뿌옇게만 보였다. 밤을 지나 새벽 내내 엄청난 폭우를 그대로 맞고 오느라 눈동자조차 심한 피로감에 흐릿해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생명을 가진 존재가 비를 맞으며 뿜어내는 인의적인 열기의 아지랑이조차 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것도 저 멀리 삼십 장 거리가 하얀 수증기로 가득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있을 때는 말이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백천맹의 남쪽을 타고 솟아 있다는 금양산(金陽山)일까?’

 

츠바사는 그들의 길목을 막고 서 있는 적들의 존재보다 그 너머, 이곳에서는 짐작하기가 힘든 거리 밖으로 거대한 몸집을 가진 산의 이름이 더 궁금했다.

 

‘이 빗줄기 때문에 산이 더욱 크게 보이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작은 야산이 빗줄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뭐, 진실이 무엇이건 지금은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웬 놈들이냐!”

 

구니마쓰 야마오는 자신감 있게 소리쳤다. 그의 뒤쪽으로는 무려 이천오백이 넘는 엄청난 숫자의 무사들이 버티고 있었다. 그중에서는 혈천신교의 정예라고도 할 수 있는 삼백여 명의 태산지옥대도 속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야마오가 자신 있게 소리친 것이 괜한 허풍이 섞인 오만하기만 한 행동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목소리였다. 그는 내공을 단전에 담는 방법 같은 것은 몰랐다. 츠바사처럼 조선 특유의 호흡법으로 기를 쌓은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그의 목소리가 크고 쩌렁하다고 해도 이처럼 사납고 거칠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족히 삼십 장 이상은 떨어져 있을 적들에게까지 전해질 리가 없는 것이다.

 

‘칙쇼(ちくしょ:빌어먹을)!’

 

야마오는 호기롭게 소리를 지른 후에야 그 문제를 인식하고는 차가운 빗줄기 속에서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렇게 소소한 문제로 그의 체면이 깎일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낭패를 해결할 방법이란… 더 이상의 구차한 대화 없이 곧바로 싸움을 시작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공격, 이라는 말을 꺼내려던 야마오는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너희의 적이다.”

 

놀랍게도 대답이 들려왔다. 그것도 담담하면서도 평이한, 그리고 전혀 크게 내지른 것 같지도 않은 음성이었다.

 

‘음공 수준이 절정에 이른 자다!’

 

츠바사나 냉음설, 그리고 이 장로, 그 외에도 어느 정도 생각이 있는 고수들은 모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못했다면 그건 고수도 아니고, 고수가 될 가능성도 없는 인물일 것이다.

 

“백천맹의 잡졸들이냐!”

 

다시 자신감을 얻은 야마오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거센 빗줄기가 두 무리 사이의 공간을 마치 장벽처럼 막고 있는데 어떻게 들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두지.”

 

“게스(げす:비열하고 천한 녀석)!”

 

야마오는 이를 박박 갈았다. 자신은 온 힘을 다해 소리치고 있는데 상대는 너무도 태평하고, 게다가 무성의하게 대답을 하고 있으니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 저놈들이 누구이건 그게 무슨 상관이냐.’

 

야마오는 분노에 차서 더 이상 대화할 생각을 버렸다. 그래서 츠바사가 막을 새도 없이 공격하라 고함을 질렀다.

 

“모두 죽여라!”

 

야마오의 명령에 해적들과 수적들은 품에 지니고 있던 금령단을 복용했다. 순식간에 약 기운이 오르자 그들은 피로와 추위를 잊어버렸다. 그리고 전신 가득 살기를 내뿜으며 함성과 함께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츠바사?”

 

냉음설은 그의 옆에 있는 츠바사의 팔을 흔들었다. 그가 움직이지 않으니 그녀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츠바사의 눈동자는 가늘게 좁혀져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적들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의 표정은 확실히 어두워져 있었다. 뭔가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츠바사! 뭘 하고 있는 것이냐!”

 

야마오가 하나뿐인 눈을 날카롭게 번뜩이며 소리쳤다. 그는 앞으로 달려가는 이천여 명의 수하들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그의 호위와 다름없는 여족 전사 사십여 명(그동안의 싸움으로 줄었다)과 함께 앞으로 달려가려던 참이었다.

 

“내가 볼 때, 오관지옥대의 책사가 겁을 먹은 것 같소이다.”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서 태산지옥대 옆에 있던 이 장로가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했다. 냉음설은 그런 이 장로를 못마땅한 듯이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는 비난 섞인 시선을 받는다고 자신이 한 말을 주워 담을 인물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 장로는 냉음설이 어찌할 수 없는 혈천신교의 실력자가 아니던가.

 

“츠바사, 그런 거냐? 지금 겁을 먹은 것이냐?”

 

“아닙니다, 오관대왕님.”

 

야마오의 호통에 츠바사는 무거운 표정을 풀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에서 도처럼 한쪽에만 날이 있으면서 검처럼 폭이 좁고 긴 몸체를 가진 조선 특유의 검을 뽑아들었다.

 

“앞장서겠습니다.”

 

츠바사는 질척한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냉음설을 선두로 한 태산지옥대 삼백여 명이 따랐다.

 

“수하를 다루는 오관대왕의 능력은 참으로 대단하오이다.”

 

둥글둥글한 얼굴에 빙글거리는 미소를 짓는 이 장로의 말은 칭찬일까, 아니면 비아냥거림일까.

 

그가 한 말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이건 야마오는 좋게 받아들였다. 그는 이전에 츠바사에게 갖고 있던 자격지심을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곳 중원으로 들어와 계속해서 승리의 맛을 보았고, 남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무리를 수하로 거두면서 그의 마음은 우월감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이 츠바사의 머리와 능력, 그리고 노력을 통해 생겨난 결과인데도 말이다.

 

어쨌든 자신이 최고라고 믿는 사람에겐 그 어떤 말도 그의 주관적인 우월감과 뒤섞이면 칭찬으로 승화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야마오는 이 장로의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며 한층 더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제 나의 수하들이 어떻게 적들을 몰살시키는지 똑똑히 볼 수 있을 것이오! 지금 오관지옥대의 힘을 이 장로에게 제대로 보여드리겠소이다! 가자!”

 

야마오는 여족들에게 소리치며 본격적으로 싸움이 벌어지려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제 주제도 모르는 멍청한 녀석.”

 

앞으로 먼저 달려가는 야마오를 한껏 비웃으며 이 장로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굳이 그가 힘껏 싸울 필요는 없었기에 참으로 느긋한 걸음이었다.

 

 

 

 

 

* * *

 

 

 

 

 

쏴아아아.

 

“다짜고짜 금령단을 복용하고 달려드는군.”

 

오칠은 그칠 줄 모르는 빗줄기로 인해 질척해질 대로 질척해진 대지를 무지막지한 기세로 달려오는 이천여 명의 오관지옥대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확신하건대 금령단이 어떠한 후유증을 가지고 있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다. 하긴 그 후유증을 알면 저리 무턱대고 복용하지도 않았을 테지만. 그리고 얼굴색이나 광기 어린 모양새를 보니, 이미 몇 번의 복용을 통해 몸에 독기가 차기 시작했음이 분명했다.

 

“사정 보지 말고 온 힘을 다해 때려 부숴라.”

 

오칠의 잔잔한 음성이 천오백에 이르는 배화교 무사들 전체에 퍼져나갔다. 그들 모두는 금령단을 복용하면 적들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부터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처절한 싸움이 벌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 오칠이 괜히 때려 부수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처벅! 처벅!척!처벅!

 

수천 명이 질척한 땅을 밟는 소리가 세찬 빗소리와 함께 주변을 내리눌렀다. 배화교 무사들은 각자의 무기를 더욱 굳게 움켜잡았다. 그들의 젖은 머리를 타고 전신으로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금방이라도 수증기로 변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사들의 몸은 후끈 달아올랐다. 이제 적들이 바로 코앞까지 밀어닥친 것이다.

 

“우와~!”

 

“크아~!”

 

함성인지 괴성인지도 알 수 없는 소리가 주변을 울리고, 광기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오관지옥대 무사(수적, 해적)들이 단단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배화교 무사들을 향해 밀어닥쳤다.

 

츠아악!

 

맨 앞에서 들이닥친 수적의 전신이 두터운 도에 의해 두 쪽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도는 다시 위로 그어 올라가며 그 뒤쪽으로 달려들던 해적의 머리까지 몸에서 분리시켰다.

 

“덤벼라! 힘의 차이를 확실히 느끼게 해주마!”

 

일순간에 두 명을 처리한 광명우사 화웅섭이 웅혼한 외침을 터트리며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화르르르.

 

화웅섭의 도가 붉게 타올랐다. 열화혼원기(熱火混元氣)의 강력한 열양지기가 도에 응어리지고, 대력경혼십절도(大力驚魂十絶刀)의 강력한 초식들이 타오르는 도의 끝에서 뿜어져 나와 적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콰쾅! 콰콰콰쾅!

 

“크악!”

 

“카악!”

 

금령단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몸이 불에 타는 고통은 어찌할 수 없는 법. 지옥대 무사들은 엄청난 열기를 동반한 도기에 휩싸이며 사지가 잘리고 터지는 끔찍한 시체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수장의 난폭한 공격을 따라 광명우사 일족의 무사들이 열양지기를 바탕으로 한 무공으로 돌진해오는 적 무리의 오른쪽 중심을 헤집어버리기 시작했다.

 

“우리도 질 수 없지!”

 

광명우사와는 다른 쪽에 자리 잡고 있던 초열홍은 그의 뒤쪽으로 있는 초가 일족의 무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그가 먼저 양날도끼를 회전시키며 적들에게 몸을 날렸다.

 

콰직! 콰자작!

 

초열홍이 휘두른 도끼에 머리가 박살나고, 또 다른 적은 가슴이 완전히 두 쪽으로 쪼개졌다. 그래도 움직이면 허리를 한 번 찍고, 허벅지부터 다리를 잘라내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콰직! 콰직!

 

초열홍의 뒤를 바짝 따라온 초가 일족도 그들 특유의 패기와 힘으로 적들을 박살 내며 폭풍 같은 기세로 적들의 시체를 바닥으로 깔아뭉갰다.

 

“무림의 평화를 지키자!”

 

좌우로 화웅섭과 초열홍 등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중심으로는 나머지 배화교 일족들이 흑천맹과 싸울 때 했던 구호를 외치며 공격을 시작했다. 두말할 것 없이 오칠의 지시였다.

 

“저렇게 소리치는 것도 나름의 재미를 느끼는 거 같지?”

 

오칠은 빗줄기 사이로 일정한 박자를 타고 흐르는 구호 소리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옆에 있는 초왕성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 콧등을 찡그렸다.

 

“오 형님이 시키니까 억지로 하는 거겠죠.”

 

“넌 그런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문제라니까.”

 

오칠은 묵철곤을 꺼내들며 초왕성에게 왼손 검지를 좌우로 흔들어주었다. 그리고는 적들의 중심을 향해 걸어갔고, 그 뒤를 초왕성을 비롯하여 북경까지 따라갔던 매 자매 등의 오십여 고수들이 좌우 뒤쪽을 보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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