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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207화

무료소설 파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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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파계 207화

파계 9권 - 7화

 

 

 

 

 

‘능공허도(凌空虛道)?’

 

하늘을 나는 것과 다름없는 최상의 경지였다. 혹 다른 이름의 경공일지는 모르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흑천맹의 맹주이자 철권신군인 황보강패를 경악시킬 정도의 놀라운 경공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오 장문인이 어찌 이곳에……?”

 

누군데 저리 엄청난 경지의 경공을 펼칠 수 있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고 있던 황보강패는 제갈 원주의 멍한 중얼거림을 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의 전방 육 장여 앞에 내려서는 젊은 사내가 무한 무적 정의파 장문인 오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비켜, 이 자식들아!”

 

콰직! 콰지직!

 

오칠이 가볍게 땅에 내려서는 것과 때를 맞추어 저 뒤쪽으로 일단의 무리가 무지막지한 기세로 험악한 고함을 질러대며, 사파인들의 벽을 직선으로 뚫고 달려왔다. 초왕성 등을 선두로 한 초가 일족이었다.

 

‘천부신군!’

 

황보강패는 그와 같은 칠절신군인 초왕성이 오칠의 뒤를 따르고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도대체 오칠이 어떻게 저 유아독존(唯我獨尊)적인 인물을 포섭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모든 것이 네놈의 짓이었구나!”

 

갑자기 제갈 원주가 버럭 소리쳤다. 그는 오칠의 등장에 놀라고 의아해했지만, 곧 모든 정황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오대세가의 본가와 분타들을 공격한 것도, 혈독신군과 사편신군을 비롯한 암황곡의 고수들이 존재감 없이 사라져버린 것도 모두 오칠에 의해 자행된 것임을 말이다.

 

“무림의 평화를 위해서였으니 제갈 원주가 이해해주시오.”

 

“……!”

 

그 말을 듣고 황보강패는 알게 되었다. 제갈 원주가 무엇 때문에 분노하고 있는지.

 

“네놈만은 죽이고 가야겠다.”

 

황보강패는 서둘러 퇴각해야 함을 알았지만, 가슴에서 일어나는 불꽃을 무시할 수 없었다. 지금 그의 모든 야망과 꿈이 허망하게 사라졌고, 그 보이지 않았던 원흉이 바로 오칠이었다고 하는데 어찌 이대로 물러날 수가 있겠는가.

 

“어차피 당신을 그냥 보낼 생각은 없었소. 무림의 안녕을 생각한다면 황보 맹주의 존재는 너무나 위험하니까 말이오.”

 

오칠은 진정 무림의 평화를 생각하는 협의지사, 정파 대협의 공명정대한 표정을 지으며 황보강패를 힘찬 눈빛으로 직시했다.

 

하지만 그런 눈빛을 받는 황보강패나 제갈 원주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네가 정녕 미치지 않고서는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당신들과 내 생각이 다를 뿐이오.”

 

제갈 원주의 분노 가득한 고함에도 오칠은 빙긋이 웃음을 지으며 담담하게 대꾸했다. 황보강패와 제갈 원주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뛰고도 남을 말이었다.

 

“잡소리는 집어치워라!”

 

황보강패는 대화의 필요성도, 시간의 넉넉함도, 지금껏 그가 추구하던 여유로움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곧바로 오칠을 향해 오른 주먹을 내지르며 와락 달려들었다.

 

훙-

 

공간이 물결치며 무거운 권력이 오칠의 전신으로 쏘아져왔다.

 

-적당히 저들을 도우면서 나머지 놈들을 처리해.

 

오칠은 초왕성 등에게 소림 무승들을 비롯한 산서 정파인들을 도우라는 명령 등을 전음으로 보내고, 그를 향해 쏘아져오는 황보강패의 권력을 향해 성큼 앞으로 나갔다.

 

펑!

 

전진하며 내지른 오칠의 주먹과 묵직한 권력이 충돌하며 굉음이 터져 나왔다.

 

“감히!”

 

권으로는 천하제일이라 자부하는 황보강패는 자신의 권력을 정면으로 막아낸 오칠에게 분노하며 양손을 번갈아 내질렀다.

 

훙- 훙-

 

황보강패의 주먹 끝에서부터의 공간이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일그러지고, 오칠은 지체 없이 양 주먹을 앞으로 뻗었다.

 

콰쾅!

 

“……!”

 

황보강패는 욱신거릴 정도로 어깨가 흔들리고, 저도 모르게 뒤로 두 걸음 물러난 자신의 모습이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더구나 어느새 좌측으로 다가온 오칠이 그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있으니, 분명 자신이 힘과 기세에서 밀린 것이라고 해도 반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흡!”

 

왼팔을 굽히고 손에 공력을 응집시키는 호흡과 함께 황보강패는 오칠의 주먹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텅!

 

오칠의 주먹은 손바닥에 맞고 튕겨 나왔다. 아니, 실상 황보강패가 오칠의 주먹을 움켜잡으려 했던 것이 실패한 것이다. 오칠은 우측으로 움직이며 주먹을 내질렀고, 황보강패는 다시 오른손을 내밀어 그 주먹을 잡으려 했다.

 

텅!

 

“…….”

 

황보강패의 아미가 찡그려졌다. 그는 손으로 하는 모든 무공을 절정에 이르도록 연마했다. 젊을 적에는 힘과 패기에 치우쳤었지만, 연륜이 깊어지면서 편협함을 넘어 능통하는 경지에 오르고부터 손으로 할 수 있는 여타의 무공까지 두루 익혀 경지에 올라섰던 것이다.

 

지금 그가 오칠의 주먹을 잡아가던 수법은 그중에서도 심혈을 기울인 금나수 수법 일조편(一條鞭)이었다. 이제껏 마음만 먹으면 잡지 못할 것이 없다고 자신하던 수법이었다.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두 번이나 실패를 한 것이다. 게다가 오칠의 주먹과 부딪친 손바닥에선 통증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텅! 텅! 텅! 텅! 텅!

 

오칠은 좌우를 번개처럼 오가며 계속해서 주먹을 내지르고, 황보강패는 일조편의 수법으로 그 주먹을 잡으려고 했지만 번번이 놓치기만 했다.

 

“이놈!”

 

황보강패는 이마에 핏줄을 세우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자신하는 수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그와 같은 절정고수에게는 수치와 다름없는 일이었다.

 

“하압!”

 

타탁.

 

뒤로 풀쩍 물러난 황보강패가 꽉 움켜쥔 두 주먹으로 오칠을 향해 쭉 내밀었다.

 

-조심하시오! 황보 맹주가 천왕삼권을 펼치려 하고 있소!

 

저 앞쪽에서 나한진을 유지하며 사파인들의 치열한 공격을 막아내고 있던 방장 제자 담성이 다급하게 전음을 보냈다. 오칠이 황보강패의 대표적인 무공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리고 사실이 그랬다. 오칠은 황보강패가 어떠한 무공을 주특기로 삼는지 알지 못했다. 또 천왕삼권의 특징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다.

 

우우우웅-

 

공간을 진동시키며 날아오는 수십 개의 권력이 순식간에 오칠의 정면을 뒤덮었다. 전음을 보냈던 담성은 오칠이 멀뚱히 서 있기만 하자 마음이 답답했다. 하지만 그의 초조한 마음은 그만의 것일 뿐, 오칠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화르륵-

 

황보강패는 문득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오칠의 양 주먹이 붉고 푸른 불길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의 이어짐은 오칠이 내민 양 주먹과 그가 쏘아 보낸 권력이 맞부딪치면서 끊어졌다.

 

과과과광!

 

둔중한 울림이 연속으로 터져 나오고, 황보강패는 그가 쏘아 보낸 권력이 산산이 부서져버렸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전신을 뒤흔들고 있는 충격이 아니라도, 먼지 폭풍을 뛰어넘어오는 오칠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벽력천풍(霹靂天風)!’

 

오른 다리를 뒤로 두고 수미천왕신공의 공력을 밀집시킨 황보강패의 두 주먹이 두 배나 커졌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의 전신에 아릿하게 남아 있는 고통을 무시하며 오칠을 향해 주먹을 쭉 뻗어 올렸다.

 

후아앙-

 

벽력천풍에 의해 생성된 권력이 하늘로 쏘아지고,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떨어져 내리는 오칠은 붉고 푸르게 타오르는 양 주먹을 머리 위로 당겨 올렸다가 도끼질을 하듯 내리쳤다.

 

쾅!

 

“윽!”

 

쿵쿵쿵, 무겁게 땅을 디디며 물러난 황보강패는 가슴을 뒤흔드는 충격을 간신히 억누르며 멈춰 섰다. 하지만 그는 곧 좌측으로 몸을 뒤틀어야 했다. 마치 아무런 충격도 입지 않았다는 듯 오칠이 와락 달려들어 그의 얼굴로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훙-

 

우측 안면으로 오칠의 주먹이 스쳐지나갔다.

 

“크!”

 

뺨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분명 피부가 벗겨져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고통에 연연할 틈은 없었다. 황보강패는 뒤튼 몸을 바로 세우고, 오른발로 땅을 강하게 밟으며 오칠의 옆구리로 공력이 응축된 주먹을 쭉 내뻗었다.

 

‘걸렸다!’

 

펑!

 

어깨 동선을 타고 직선으로 뻗은 황보강패의 주먹은 정확하게 오칠의 옆구리를 격타했고, 오칠은 만근 바위에 부딪친 것처럼 뒤로 붕 날아갔다.

 

휘리리릭.

 

하지만 날아가던 오칠은 빙그르르 공중제비를 돌더니 천근추의 수법을 발휘해 아래로 뚝 떨어져 땅을 박차고는 곧바로 황보강패를 향해 질주해왔다.

 

‘어떻게?’

 

급하게 펼치느라 최대의 힘을 발휘하지는 않았지만, 방금 오칠을 격타한 수법은 천왕삼권 일격필살의 초식인 승룡천개(昇龍天開)였다. 죽지는 않더라도 갈비뼈가 부러져 숨쉬기조차 곤란해야 정상인 것이다. 그런데 오칠은 금세 신형을 바로잡고 공격을 해오다니.

 

하지만 황보강패는 곧 당혹스러움을 정리하고 온몸 가득 공력을 휘돌렸다. 그리고 직선으로 달려오는 오칠에게 막강한 권력을 뿜어주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타탁! 타타타탁!

 

“……!”

 

황보강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직선으로 달려오던 오칠의 신형이 갑자기 수십 개의 잔영으로 흩어졌기 때문이다. 경공총람의 삼 대 경공신법 중 하나인 환영귀보(幻影鬼步)였다.

 

‘어느 것이 진짜냐!’

 

황보강패는 촌각 안에 오칠의 실체를 찾아내야 했다. 그리고 그의 동공은 잠시의 흔들림을 뒤로하고, 오칠의 신형이 지척으로 다가온 순간 한 방향을 향해 고정되었다.

 

‘이쪽이다!’

 

쿵!

 

황보강패의 오른발이 강하게 땅을 밟으며, 일직선상에 놓인 그의 오른 주먹이 화살처럼 앞으로 찔러갔다.

 

바로 그때, 수십 개로 흩어져 있던 오칠의 잔영들이 사라지고 하나의 몸체만 남았다. 정확히 황보강패가 승룡천개의 초식을 펼친 방향이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가격하면서 전해져야 할 충격이 주먹에 느껴지지 않았다.

 

스륵-

 

“윽!”

 

황보강패는 마치 자신의 팔이 늪 속에 빠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실상은 오칠이 둥글게 말아 쥔 손에 감긴 그의 주먹과 소매 옷깃이 당겨지고 있는 것이었다.

 

‘금나수?’

 

순간, 황보강패의 몸이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오칠이 금나수를 펼친다는 걸 깨닫고는 몸을 이리저리 뒤틀어 균형을 잡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타탁.

 

황보강패의 신형은 웅크린 자세로 안전하게 바닥에 내려섰다. 하지만 그의 소매 옷깃은 여전히 오칠의 손에 잡혀 있는 상태였다. 오칠이 빠르게 소매를 당기며 그의 팔을 통째로 옆구리에 끼었다.

 

우둑!

 

“……!”

 

팔꿈치가 역으로 꺾였다. 황보강패는 자신의 팔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빤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바로 부러진 팔을 시작으로 온몸을 타고 전해지는 극심한 고통을 통해 확실하게 실감하게 되었다.

 

“끄으!”

 

끔찍한 고통에 절로 이가 악물어졌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오칠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황보강패의 꺾인 팔을 다시 한 번 뒤틀면서, 오칠은 어느새 반대편 팔까지 움켜잡고는 등 뒤로 힘껏 당겨버렸다.

 

우득!

 

또다시 기음이 들리고, 황보강패의 왼팔은 어깨부터 등으로 완전히 뒤틀려 근육의 뿌리까지 뜯겨나갔다.

 

“끄아아!”

 

아무리 의지가 굳건하고 절정의 고수인 황보강패라도 참을 수 있는 고통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은 그의 것 같지 않게 처절한 것이었다.

 

-이 정도의 고통으로 끝내주겠소.

 

오칠의 전음이 황보강패의 머릿속을 울렸다. 음성을 통해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냉혹함이 묻어 있는 전음이었기에, 황보강패의 등줄기로 싸늘한 소름이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순간, 그의 가슴으로 엄청난 충격이 송곳처럼 파고들어 전신 내부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은 번갯불처럼 빠르게 나타났다가 곧바로 사라졌다.

 

쿵.

 

황보강패의 신형이 나무토막처럼 땅으로 쓰러졌다. 흑천맹의 맹주로서 수십 년 동안을 사파제일고수로 군림했던 그의 죽음치고는 너무도 갑작스런 것이었다.

 

하지만 죽음이란 늘 그랬다. 만인에게 평등하고, 누구도 때와 장소를 알 수 없는, 그렇게 갑작스럽고도 변덕스런 것이었다.

 

‘두 개가 부러진 거 같은데.’

 

오칠은 고통이 전해지는 옆구리를 만지며 쓴 미소를 지었다. 갈비뼈가 부러진 것이다. 호신지기를 너무 믿어서 저도 모르게 방심했던 모양이다.

 

“좋은 승부였소.”

 

오칠은 시체가 된 황보강패에게 정중하게 포권을 취해 보였다. 그를 주시하는 정파인들의 시선을 고려한 행동이었다.

 

‘어떻게 됐나.’

 

오칠은 시신으로부터 몸을 돌려 전황을 살펴보았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이쪽을 절망 어린 눈동자로 보다가 경모혁의 월광검에 목이 잘리는 제갈 원주였다. 경모혁이 이곳까지 밀고 올라왔다는 것은 이미 싸움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는 뜻이었다.

 

‘일단 이곳은 마무리가 되었군.’

 

오칠은 황보강패의 죽음을 보고 더욱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사파 고수들을 일별하고, 산서 정파인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나머지 잔여 사파 무리는 그가 손쓸 필요도 없이 배화교 일족들이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곳에서 그가 할 일은 거의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정파인들을 위로하는 것이다. 배화교의 교주가 아닌, 무한 무적 정의파의 장문인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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