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천왕 2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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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절대천왕 224화
224화
콰과과광!
굉음이 절부곡을 뒤흔들고, 정면으로 부딪친 공야황과 좌소천이 거리를 벌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순식간에 천외천가와 천해의 무사들이 묵령천의 형제들과 금강대를 덮치며 뒤섞였다.
날벼락을 맞아 수백 명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데도 나머지가 구백에 달한다.
반면에 좌소천과 함께 있는 사람들은 기껏해야 이백. 언뜻 보면 좌소천 쪽이 월등히 불리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겉보기일 뿐이었다.
금강대는 이전의 금강대가 아니었다. 일반 대원들은 모두 다른 대로 가고, 화정대 몇몇을 뺀 오행대 최강의 고수들이 모조리 금강대원들로 바뀌어 있었다.
절정 이상 고수들 이백! 그것이 현재의 금강대였다.
제천신궁을 떠날 때와 완전히 달라진 혁련호정은 이제 완전한 호랑이가 되어 있었다.
사도진무도 과거의 전마성 대공자라는 탈을 벗어던진 지 오래였다.
헌원신우과 목영운의 검에서도 오만이 사라진 상태.
그렇게 금강대에 속한 사람들 하나하나가 전에 비해 한 단계 이상 강해져 있었다.
하기에 천해와 천외천가의 최정예 구백과 싸우는데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소영령이 유사를 발견하고 냉랭히 소리치며 몸을 날렸다.
“유사! 오늘은 결코 놔주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얼음으로 만들어진 송곳처럼 유사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유사도 더 이상 소영령의 기세에 밀릴 수 없다 생각했는지 이를 악물고 전신공력을 끌어올렸다.
“오냐, 신녀! 내가 너를 무서워 피했는 줄 아느냐!”
순간 날아드는 소영령의 두 손에서 눈부신 백광이 번쩍였다.
극성에 이른 한천빙백소수공!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얼어버릴 것 같다.
은사는 그 광경을 보고 유사 쪽으로 접근했다.
신녀는 예전의 신녀가 아니었다. 유사 혼자서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듯했다.
“그 계집이 신녀인가? 과연! 과연 해주께서 욕심을 낼 만하군! 나와 함께 그 계집을 처리하세!”
하지만 그는 유사를 도울 수가 없었다. 모용빈이 도를 빼 들고 은사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당신은 나와 싸우지.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람이 여인을 상대로 합공을 생각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은사가 모용빈을 알아보고 의아해 소리쳤다.
“모용빈! 네놈이 왜……?”
“얼마 전부터 제천신궁의 밥을 먹기로 했지. 아무래도 그곳 밥은 비린내가 안 날 것 같거든.”
“이, 이런 빌어먹을 놈! 오냐, 원한다면 네놈도 죽여주마!”
한편, 순우연은 생각지도 않은 상황이 계속되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극비리에 세운 건곤일척의 계획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종남에서 사라진 모용빈마저 적이 되어 나타났다.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흥! 아무리 그래 봐야 좌소천, 저놈만 죽이면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다!’
순우연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기정! 일단 좌소천부터 죽이고 본다!”
그러고는 좌소천과 공야황의 격전이 벌어지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때였다!
전면과 후면에서 제천신궁과 전마성 무사들이 몰려왔다.
“으하하하! 오늘 끝장을 보자, 이놈들!”
사도철군의 대소가 절부곡을 울린다.
그뿐이 아니다.
“무량수불! 조금 늦었소이다, 궁주!”
“아미타불! 내 지옥에 가더라도 오늘만큼은 살계를 열리라!”
도호와 불호가 산사의 종소리처럼 울리는가 싶더니, 우경 진인과 법종 대사가 무림맹에서 고르고 고른 고수들을 데리고 절부곡으로 진입한다.
순우연과 순우기정의 얼굴이 땡감을 씹은 듯 일그러졌다.
“개 같은 놈들! 처음부터 우리를 속였구나!”
좌소천은 좌우에 선 공야황과 순우연을 바라보며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우는 자신의 머리가 최고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더군. 그러니 여우를 잡기 위해선, 여우의 함정에 빠진 것처럼 해야 된다던가? 그래서 정말 그런가 하고 여우들에게 나를 던져 봤지. 그게 다야. 한데 속은 놈이 바보 아닌가?”
눈을 치켜뜬 순우연이 천린마화를 끌어올리고 좌소천을 향해 몸을 날렸다.
“네 이노오오놈!!”
동시에 공야황도 두 손에 뭉친 혈천마혼구를 좌소천에게 날렸다.
“죽어라, 좌소천!”
좌소천은 무진도를 좌수로 건네 쥐고 우수로는 묵령기환보를 꺼내 들었다.
일순간 순우연과 공야황의 공격이 삼 장 거리로 가까워졌다.
천린마화의 시퍼런 불꽃과 혈천마혼구가 좌소천을 태우고 짓뭉갤 듯이 덮쳤다.
유사와 일장을 나누고 뒤로 물러선 소영령이 대경해 소리쳤다.
“조심해요, 오빠!”
찰나였다!
묵천금황기가 묵령기환보를 따라 흐르고, 번쩍! 묵령기환보의 끝에서 황금빛 검신이 폭출했다.
묵령천검!
천 년간 잠들어 있던 절대의 검이 석양 아래 찬란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오너라아아!”
사자후의 일갈이 절부곡을 뒤흔들었다.
동시였다. 묵천금황기가 실린 무진도와 묵령천검이 좌소천의 손짓에 따라 춤을 추었다.
환상천부에서 좌수도 우수검을 익힌 좌소천이다. 그것이 아니어도 이미 초식의 한계를 벗어난 그다.
어색하기는커녕 마치 환상을 보는 듯하다.
좌수의 무진도가 천린마화를 가르고, 우수의 묵령천검이 혈천마혼구를 반쪽으로 쪼갰다.
쿠구구구궁! 쩌저저적!
하늘이 갈라지는 공명음이 울렸다.
갈기갈기 찢겨지며 흩어지는 천린마화다.
콰아아앙!
황금빛 검광에 반으로 갈라진 혈천마혼구가 제 힘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나간다.
절대의 거력이 터져 나가는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좌소천의 몸이 죽 이 장가량 밀려나며 바위로 된 바닥이 다섯 치 깊이로 길게 파였다.
순우연의 몸은 허공 삼 장 높이로 튕겨지고, 공야황은 바위에 도장을 찍듯 일곱 치 깊이의 발자국을 남기며 다섯 걸음을 물러섰다.
쏴아아아아!
해일처럼 사방으로 밀려가는 강기의 폭풍!
십 장 밖으로 물러나 있음에도 절대거력의 폭풍에 휘말려 사방으로 튕겨지는 십여 명의 무사다.
오 장 밖에 내려선 순우연의 창백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공야황의 붉은 머리가 춤을 추고 얼음덩이 같은 혈안이 흔들렸다.
상상치도 못했던 일이다. 자신과 순우연의 합공을 막아내고도 큰 충격을 받지 않다니!
그때였다. 공야황은 문득 든 생각에 좌소천의 우수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이 우수에 들려 있다.
먹처럼 짙은 묵광에서 피어난 황금빛 검신!
그걸 바라보는 공야황의 눈이 괴이하게 일그러졌다.
‘저게 뭔데 본좌의 혈천마혼구를 그리 쉽게 부술 수 있단 말인가?!’
그의 의문에 답하듯 좌소천의 입이 열렸다.
“궁금한가, 공야황!”
묵령천검이 천천히 들리며 공야황을 향했다.
“이것은 묵령천검이라 한다! 묵령의 혼이 너의 모든 것을 부술 것이다, 공야황!”
그때 강기의 폭풍을 뚫고 사도철군이 날아들었다.
“순우연! 다시 한번 겨뤄보자!”
일갈을 내지른 그는 철혈마검과 하나가 되어 순우연을 공격했다. 순우연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원한다면 네놈부터 죽여주마!”
하지만 순우연을 노리는 사람은 사도철군만이 아니었다. 우경 진인이 자하신검을 빼 들고 순우연을 합공했다.
“사도 성주, 악인을 지옥으로 보내는 데 체면이 무슨 소용인가? 빈도와 함께하세!”
사도철군과 함께 공야황을 상대해 본 우경 진인이다.
이들을 상대로 체면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남들에게 손가락질당하더라도 공야황이나 순우연을 죽일 수만 있다면, 우경 진인은 이제 백번이라도 그렇게 할 것이었다.
좌소천은 사도철군과 우경 진인이 순우연을 맡자 무진도를 집어넣었다.
일대일의 대결이라면 하나의 무기에만 전력을 쏟는 것이 더 나은 것이다.
“공야황, 둘 중 한 사람만이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공야황의 전신에서 혈광이 활화산처럼 뻗쳤다.
“오냐, 이놈! 누가 죽나 오늘 결판을 내자!”
순간 좌소천의 신형이 허공으로 떠올라 공야황을 향해 쭉 나아갔다.
동시에 하늘 높이 들린 묵령천검이 파란 하늘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공야황도 혈천마마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리고 좌소천의 공격에 맞섰다.
황금빛 검강과 핏빛 혈운이 뒤엉키고, 눈 깜짝할 순간에 대여섯 번의 격돌이 이루어졌다.
콰과과과과광! 우르르릉!
천지를 무너뜨릴 것 같은 가공할 강기의 폭풍이 두 사람을 휘돌며 회오리쳤다.
바로 그때!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그곳으로 순우기정이 갑자기 쇄도했다.
좌소천의 등 뒤를 향해서였다.
그가 막 좌소천의 이 장 뒤에 이르렀을 때다. 그의 손끝에서 아홉 줄기의 지강이 번개처럼 번쩍였다.
천린마화와 함께 천외쌍무 중 하나인 구천마황지(九天魔皇指)가 순우기정의 손끝에서 펼쳐진 것이다.
좌소천은 뒤에서 밀려드는 아홉 줄기의 지강에 이를 악물었다.
공야황이나 순우연의 공격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위력이다. 문제는 묵령천검을 회수할 수도 없고, 몸을 피하기에는 늦었다는 것이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극성의 환상비영을 펼치는 것!
그것이라면 두 사람의 공격을 동시에 받아낼 수 있을 것도 같다.
완벽히 익히지 못한 탓에 십이성의 경지인 환상무영을 펼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전 단계인 환상마영은 펼칠 수 있을 듯했다.
찰나의 선택!
‘좋아, 해보자!’
결심과 동시, 좌소천의 몸이 희미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묵령천검만이 허공에 둥실 뜬 채 황금빛을 쏟아낼 뿐.
생각지도 못했던 광경에 공야황이 멈칫했다.
뒤에서 달려들던 순우기정도 눈을 홉떴다.
순우기정은 좌소천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단 한 번밖에 없을 거라 판단했다.
그는 기다리고 기다리다 자신이 아무도 몰래 익힌 구천마황지를 펼쳤다. 그리고 성공했다 생각했다.
그런데 좌소천의 몸을 파고들었다 생각한 순간에 그가 사라져 버렸다.
두 사람이 멈칫한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이 승부의 향방을 결정지었다.
묵령천검은 여전히 허공에 떠서 공야황을 향해 있거늘, 난데없이 한줄기 황금빛 번개가 순우기정을 향해 떨어졌다.
“헉!”
순우기정의 입이 경악으로 쩍 벌어진 순간! 황금빛 검강이 순우기정의 몸을 쉽쓸고 지나갔다.
“크흡!”
벼락을 맞은 순우기정이 뒤로 튕겨짐과 동시.
공야황을 향해 뻗은 묵령천검에서 묵빛 금광이 쭉 뻗었다.
고오오오오!
순우기정을 베어낸 것도 진체고, 허공에 남아 있던 것도 진체다.
그 사실을 안 공야황의 몸이 거세게 떨렸다.
여럿으로 나뉘어도 모두가 진체인 절대의 무공. 세상에 그러한 무공은 단 하나밖에 없다.
“설마… 환상비영? 네놈이 환상천부의 힘을 얻었구나!”
“그걸 이제야 알았던가!”
순간이었다. 삼 장 허공으로 떠오른 좌소천이 전신공력을 끌어올려 묵령천검을 내려쳤다.
“이제 끝을 보자, 공야황!”
무한한 공력을 지니지 않은 이상 오래 끌어봐야 좋을 게 없다.
더구나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순우기정의 공격에 두 군데 부상을 입었다. 그 사실이 드러나면 자칫 공야황으로 하여금 탈주할 기회만 줄 뿐.
그렇다면 결정을 봐야 한다. 무리를 해서라도!
좌소천은 전 공력을 끌어올려서 묵령천검에 집중했다.
파란 하늘을 가르며 떨어지는 황금빛 번개가 두 눈에 가득하다.
붉은 머리가 하늘 높이 솟구친 공야황은, 두 손을 커다랗게 휘둘러 일 장 크기의 혈천마혼구로 자신을 보호했다.
고오오오오!! 쩌적!
좌소천이 묵령천검을 내려친 순간, 파란 하늘에 황금빛 선이 그어지며 허공이 쪼개지고, 공야황의 몸을 감싸고 있던 혈천마혼구도 반으로 갈라졌다.
묵령파천황(墨靈破天荒)!
묵령천검에 깃든 하늘의 기운은 마의 극성!
천하만마가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갔다.
콰아아앙!
하늘이 터져 나가는 굉음!
절부곡이 우르릉 흔들리며 혈무에 휩싸였던 공야황이 십 장 밖으로 튕겨졌다.
바닥으로 떨어지자마자 벌떡 일어선 공야황은 고개를 천천히 하늘로 쳐들었다.
그의 전신에서 넘실거리던 혈천마마공의 기운이 서서히 걷혔다.
“크, 크, 크……. 하늘이… 원망스럽구나. 나를 내리고… 또 너를 보내다니.”
한마디 한마디 이어질 때마다 이마에서 턱까지 붉은 선이 그어지며 선혈이 흘러내린다.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그의 육신에서 피분수가 솟구친다.
털썩!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하늘로 쳐든 그의 두 눈에는 여전히 하늘을 원망하는 눈빛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원망의 빛마저 서서히 꺼져 갔다.
천혈마신 공야황!
섬서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그가 죽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천혈마신이 절대공자에게 죽었다!”
“절대공자야말로 천하제일인이시다!”
“절대공자가 아니라 절대천왕이다!”
“절대천왕!”
와와아아아아!
함성이 절부곡을 무너뜨릴 것처럼 울렸다.
좌소천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목구멍까지 올라온 선혈을 그대로 억눌렀다.
그러고는 묵천금황기를 운기하며 날뛰는 진기를 가라앉혔다.
함성도, 사방에서 벌어지던 싸움도 잦아들고 있었다.
제아무리 천해와 천외천가의 정예들이 강하다 해도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공야황이 죽자 천해의 무리들은 제대로 된 저항조차 못해보고 쓰러졌다.
그때 좌소천의 눈이 한곳을 향했다.
순우기정이 꿈틀거리며 바닥을 기고 있었다.
“순우기정, 그대가 바로 구지마종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