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천왕 2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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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9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절대천왕 217화
217화
사도철군과 소영령에게 여섯의 사령이 쓰러지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그런데 사령 셋을 무너뜨린 소영령이 네 번째 사령을 공격하기 위해 돌아섰을 때였다. 단숨에 십여 장의 거리를 좁힌 천가호령이 소영령의 앞을 막아섰다.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무기를 뽑아 든 채 소영령을 삼재의 방위로 포위했다.
검, 도, 륜을 든 세 회의중년인.
소영령은 그들을 얕보지 않고 이를 지그시 악물었다.
사령까지는 한천빙백소수공을 펼치지 않고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자들은 달랐다.
‘어차피 소천 오빠의 정체도 밝혀졌는데 뭐.’
그녀는 작심하고 두 손에 한천빙백소수공을 끌어올렸다.
그러잖아도 하얗던 두 손이 백옥빛 광채로 물들었다.
“원한에 사무친 여인들의 한을 아느냐, 천가의 개!”
순우연이 움직인 것은 바로 그때였다.
“사도철군! 너는 나와 겨뤄보자!”
사도철군은 두 명의 사령을 밀쳐 내고 철혈마검의 방향을 바꾸었다.
밀려드는 기운만으로도 그는 순우연이 자신의 아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
‘제길! 대체 왜 이렇게 강한 놈들이 많은 거야?’
순우연과 천가호장에 의해 사도철군과 소영령의 손발이 묶이자, 사령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호법들을 공격했다.
“크윽!”
사인학이 제일 먼저 옆구리를 부여잡고 뒤로 물러났다.
종리명한과 홍려운이 안간힘을 쓰며 사인학을 구해보려 해도 흑면괴가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인학! 멀찌감치 물러나!”
종리명한이 빽 소리를 지르고 전력을 다해 흑면괴의 공격을 막았다.
그때 다행히도 염불곡이 사인학의 옆으로 다가가며 사령들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사령들은 염불곡의 녹색 기운이 두려운 듯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사인학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안간힘을 다해 싸움터에서 몸을 뺐다.
일곱의 사령. 그들이 합류하자 순식간에 형세가 비세로 변했다.
염불곡이 기이한 능력으로 사령 셋을 막아섰다 해도 넷이 남은 상황. 더구나 도의라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령이기에 좌충우돌하며 틈만 보이면 달려든다.
전마성의 좌우호법 중 하나인 귀검 한유가 갑자기 뒤에서 들이닥친 사령에게 등을 길게 베이고, 능야산도 사령의 목에 비도를 하나 꽂는 대신 어깨의 살점이 뜯겼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여기저기서 신음과 악다구니가 터져 나왔다.
일대일, 또는 이 대 일로 싸우던 것이 완전히 혼전으로 변해 버렸다. 가까이 있는 적이 곧 자신의 상대였다.
“개새끼들! 비겁하게 등을 공격하다니!”
“죽어라, 이 호로자식 같은 마귀새끼들!”
동천옹의 입에서도 쌍욕이 튀어나오고, 무영자는 자신이 뭐라고 하는지도 모를 정도의 거친 말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내장을 빼고 모가지를 잡아 맬 놈들! 똥구멍에 말뚝 박아서 뱅뱅 돌려 죽일 놈들! 뒈져라! 도망간 정신을 머릿속에 쑤셔 넣어주마!”
그사이 좌소천은 환상비영을 펼치며 무정귀들을 휩쓸었다.
일 보 일 보에 좌소천의 신형이 둘, 넷으로 갈라진다.
무정귀 사이를 누비는 좌소천의 신형이 십여 개로 나뉘어 흩어지고, 한 자루 무진도가 일순간 열두 자루로 늘어났다.
무진도의 도신을 타고 흐르는 금빛 은은한 묵뢰!
순간 하늘에서 열두 줄기의 묵뢰가 회색빛 하늘을 갈기갈기 찢으며 쏟아진다.
그 위력은 결코 무정귀들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지간한 무기들은 무진도의 강맹함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다.
부서지지 않은 무기들을 든 자들은 대신 내부를 강타한 충격에 피를 토하며 튕겨졌다.
묵뢰를 동반한 묵룡이 모였다 흩어질 때마다 강기의 파편들이 번뜩이는 도검의 파편과 함께 무정귀들의 몸에 틀어박혔다.
삽시간에 수십의 무정귀들이 좌소천의 근처에 제대로 접근도 못해보고 피를 뿌리며 무너져 내렸다.
감정이 메말라 무정(無情)이라는 이름이 붙은 마귀들. 그들의 얼굴에 공포가 떠오른다.
정신을 차린 척발조가 혈암과 적암을 대동하고 좌소천을 향해 달려들 즈음에는 오십의 무정귀 중 사십 가까이가 쓰러진 후였다.
“좌소천! 죽어라, 이놈!”
좌소천은 달려드는 세 사람을 고요히 응시하며 무진도를 사선으로 눕혔다.
절대의 경지에 이른 척발조다. 혈암과 적암의 무위도 절대의 경지에 근접한 상태. 일전에 싸워봤던 마사와 유사의 협공에 못지않은 위력이다.
하지만, 자신 역시 그때의 자신이 아니다.
이제 저들은 그걸 알게 될 것이다.
‘그대들의 죽음으로!’
우우우우웅!
사선으로 눕힌 무진도에서 맑은 도명(刀鳴)이 흘러나왔다.
척발조와 혈암, 적암이 삼 장 거리로 접근한 상태.
좌소천은 무진도를 완만하게 원을 그리며 허공으로 쳐들었다.
찰나! 무진도에서 은은한 광채가 뻗쳤다.
십성의 공력을 쏟아낸 일도진멸악!
일순간, 고막을 먹먹케 하는 압력과 함께 금빛 묵광이 회색빛 하늘에서 땅까지 일직선으로 갈랐다.
고오오오! 쩌저적!
얼굴이 시뻘게진 척발조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허억!”
일도진멸악의 위력을 알아본 그는 전력을 다해 쌍장을 휘둘렀다.
혈암과 적암도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좌소천의 도세에 마주쳐 갔다.
콰앙! 퍽!
혈암의 몸이 담장까지 튕겨지고, 제일 앞서 달려들던 적암은 아연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크윽!”
주르륵, 삼 장 밖으로 밀려난 척발조는 격한 신음을 토해내며 산발된 머리를 쳐들었다.
“이, 이런 어이없는 일이…….”
좌소천은 그런 척발조를 무진도로 가리켰다.
도첨 끝에 묵빛 구슬이 맺히는가 싶더니 점점 커져 간다.
그걸 바라보는 척발조의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옷자락이 바람도 없는데 펄럭였다.
“척발조, 지옥에 먼저 가서 공야황을 기다려라!”
좌소천의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온 순간, 세 치 크기로 커진 묵빛 구슬이 무진도의 도첨에서 사라졌다.
“이놈!!”
동시에 척발조가 악을 쓰듯 외치며 쌍장을 휘둘렀다.
핏빛 장력이 그의 전면 일 장을 두텁게 가로막았다.
어스름 속에서 선홍빛으로 빛나는 장막은 절대경지에 이른 장강으로 이루어진 막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장막으로도 무진도의 도첨을 떠난 탄강주(彈罡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퍽!
선홍빛 장막에 구멍을 뻥 뚫은 탄강주는 척발조의 어깨마저 뚫고 지나갔다.
그나마도 장막에 막혀 방향이 틀어지는 바람에 심장을 비켜 나간 것이다.
“크으윽!”
악다문 척발조의 잇새로 거친 신음이 흘러나왔다.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그의 몸이 지진이라도 만난 듯 거세게 흔들렸다.
좌소천은 척발조에게서 눈을 떼고 무진도로 우측 허공을 그었다.
기회를 노리고 몸을 날린 혈암의 머리 위로 절공참의 일도가 떨어졌다.
쩡!
묵빛 도강에 다급히 들어 올린 혈암의 검이 부러지고, 남은 여력이 그대로 혈암의 이마를 갈랐다.
털썩!
혈암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는 고함 속에서도 유난히 크게 울린다.
초토화된 반경 오 장의 공간에 수십 명이 움직임을 멈춘 채 쓰러진 상황. 그 한가운데 창백한 얼굴의 좌소천이 오롯이 서서 척발조를 향해 도를 뻗는다.
“이제 가라, 척발조.”
도첨에서 영롱한 아지랑이가 피어났다 싶은 순간, 무애삼식의 마지막, 무애일심이 멍하니 서 있는 척발조의 이마를 소리없이 관통했다.
“꺼억!”
동공이 커진 척발조가 스르르 무너진다.
숨 몇 번 쉬는 짧은 시간, 장내가 충격에 빠졌다.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든 현실에 사도철군을 상대로 우세를 점하고 있던 순우연의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순우기정은 소맷자락 속에서 주먹을 움켜쥐고 눈을 부릅떴다.
좌소천에 대해 말로만 들었다.
설마 했다. 이제 이십대 중반의 그가 강하면 얼마나 강할까!
그러나 소문은 진실을 반도 표현하지 못했다.
척발조와 혈암과 적암이 합공하고도 몇 초를 버티지 못하다니!
찰나의 순간, 순우기정의 부릅뜬 눈 깊은 곳에서 폭풍이 일렁였다.
‘좌소천! 저놈을 너무 몰랐구나!’
한편, 한쪽에서 벌어진 혼전은 극한의 상태로 치닫고 있었다.
사령이 끼어듦과 동시, 그나마 팽팽하던 전세가 비세로 돌아섰다.
동천옹이 들창코의 괴인을 하나 때려죽이고, 무영자가 사령 하나의 머리를 부쉈지만, 그 정도로는 형세를 돌리지 못했다.
앞을 치면 뒤에서 달려들고, 뒤를 막으면 앞에서 달려든다.
얽히고설킨 난전에 누구 하나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상대가 제정신이 아닌 자들이니 마주쳐 싸우는 사람들도 제정신으로는 싸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제기랄! 내가 다시 미친놈들하고 싸우나 봐라!”
사령 둘과 싸우던 무영자가 자신의 손에 몇 번이나 얻어맞은 사령이 또다시 일어나자 질렸다는 듯 투덜댔다.
그러한 마음은 천앙동의 털북숭이괴인과 싸우는 동천옹도 마찬가지였다.
잡을 만하면 사령이 방해하고, 사령을 떨치면 어느새 저만치 도망가서 다른 사람을 공격한다.
그것이 다 무영자가 사령을 때려잡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 같았다.
“시끄러! 그런 말 할 기운 있으면 한 놈이라도 더 머리통을 부숴!”
혼전, 난전, 완전 뒤죽박죽이다.
초절정의 고수들이 들개처럼 뒤엉켜 개싸움을 한다.
그러나 누구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물러설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마면괴가 폭풍처럼 밀어붙이는 이자광의 권세를 비집고 갈고리를 밀어 넣었다.
콰직!
갈고리 끝이 이자광의 왼쪽 옆구리를 훑고 지나가며 살점을 뜯어내고 갈비뼈를 부수었다.
“으윽!”
이자광의 입에서 답답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곰탱아, 물러서!”
전하련이 대경해 소리치며 채찍을 휘두르자, 마면괴가 광소를 터뜨리며 전하련을 덮쳤다.
“켈켈켈! 계집의 피 맛 좀 보자!”
그들뿐이 아니었다.
종리명한과 홍려운도 전신이 피로 뒤덮인 채 흑면괴의 공격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흑면괴만 상대했다면 고전할 것도 없었다. 간간이 끼어드는 사령이 문제였다.
그들을 신경 쓰다 보니 흑면괴의 넓적한 도를 제대로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래도 어렵고 저래도 어렵다면 이판사판이었다.
홍려운이 참지 못하고 대도를 팔랑개비처럼 돌리며 흑면괴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아아! 죽어라, 이 검둥이 새끼!”
전력을 다한 광풍도!
흑면괴를 향해 폭풍 같은 도기가 밀려갔다.
지금까지 그가 펼친 무지막지한 공격을 다른 사람이 펼쳤다면 지쳐서 허덕였을 것이다.
하지만 홍려운의 공격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홍려운이 조금만 공력이 높았다면 흑면괴는 이미 수십 조각으로 갈라져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걸 알기에 흑면괴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꼭, 뭐 저따위 놈이 있냐는 표정이었다.
따다다다다당!
홍려운과 흑면괴의 도가 부딪치며 불꽃이 튀고 콩 볶는 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그게 한참을 이어지자 귀청이 먹먹할 정도였다.
이를 앙다문 홍려운은 핏발 선 눈을 부릅뜨고 더욱 세차게 몰아쳤다. 입술 사이로 핏물이 흘러나오는데도 멈출 줄을 몰랐다.
“미친 새끼…….”
끝내 흑면괴가 질렸다는 듯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곳 상황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도유관이나 능야산은 물론이고, 항상 말없던 백룡마저 악에 바쳐 상대를 몰아붙였다.
전하련은 거의 반쯤 미쳐서, 이자광이 부러진 갈비뼈도 놔둔 채 거꾸로 지원을 해야 할 정도였다.
와중에 어깨의 살점이 뜯겨진 능야산의 옆구리를 반괴의 검이 훑고 지나갔다.
“흐읍!”
능야산은 우수의 비도로 검을 쳐내고, 좌수를 번개처럼 휘돌려서 반괴의 목에 비수 하나를 깊숙이 박았다.
“컥!”
아무리 하마공을 익혔다 해도 목 깊숙이 박힌 비도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반괴가 잠시 주춤한 순간!
“능 형!”
도유관이 대경해 소리치며 반괴의 뒤통수를 도끼로 내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