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천왕 2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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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절대천왕 206화
206화
“말씀하시지요.”
“내가 먼저 공야황과 한번 싸워봤으면 싶네. 그걸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웠으면 하네만.”
사도진무가 홱 고개를 돌리고 다급히 말했다.
“아버님! 그것은……!”
하지만 사도철군이 척, 손을 들어서 사도진무의 입을 막았다.
“그만! 됐다, 진무. 네 생각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내가 누구냐? 철혈마제 사도철군이 바로 나다! 너는 설마 이 아비를 싸워보지도 않고 꼬리를 마는 사람으로 아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아버님!”
사도진무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사도철군이 고리눈을 떴다.
“이것만은 알아라! 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진짜 부끄러운 것은, 당당치 못한 행동을 했을 때다. 남아대장부답지 못하게 미리 겁먹고 등을 보였을 때다! 나 사도철군이 비록 ‘마(魔)’라 불리지만, 지금껏 한 번도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 왜인 줄 아느냐? 당당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배신과 불의를 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의 힘에 겁먹고 도망치지 않았기 때문이야!”
말을 잇는 사도철군의 눈에서 강렬한 눈빛이 쏟아졌다.
“공야황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나는 그와 싸워볼 것이다, 진무. 하지만 걱정 마라. 그렇다고 해서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을 테니까.”
그는 말을 맺고 좌소천을 직시했다.
“말릴 생각은 말게, 좌 궁주.”
불길이 이는 눈빛이다. 말린다고 들을 것 같지도 않다.
자신이 없었을 때는 모든 걸 지휘하는 수장의 위치이니만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을 터. 아마 자신이 돌아왔기에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좌소천은 조용히 웃으며 조건을 걸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성주.”
“말해보게.”
“사양에서의 일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사도철군이 움찔하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사양에서 처음 만난 그날, 물러서야 할 때를 놓쳐 하마터면 쌍방이 깊은 내상을 입을 뻔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좌소천의 말인즉, 때를 놓쳐 크게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말이다. 모두를 위해서.
“알겠네. 걱정 말게. 하, 하, 하!”
사도철군이 별걱정 다한다는 듯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 멋지게 말할 때 제동을 거는 좌소천이 속으로야 얄밉지만 사실이니 어쩌겠는가.
‘하여간 눈치하고는…….’
하지만 눈치가 없는 사람은 좌소천만이 아니었다.
“그때 이판사판으로 궁주와 붙으려고 했다던데, 정말 그랬나? 내상을 입었다는 말도 있고 말이지.”
동천옹이 고개를 쑥 내밀고 묻는다.
사도철군은 대답 대신 공손양을 다그쳤다.
“군사! 회의하지 않을 건가?”
좌소천은 회의가 끝나자 자신의 방으로 갔다. 한 사람이 방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룡이었다.
“이제야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군요.”
백룡이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주군. 저승에서라도 형님과 아우들은 임무를 완수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 생각한다는데 무슨 말을 할 건가.
백 마디 말로 미안하다고 더 해봐야 그들의 숭고한 마음만 희석될 뿐이다.
좌소천은 착잡한 마음에 백룡에게 물었다.
“혹시라도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보시오.”
백룡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비록 형님과 아우들이 없지만, 임무를 계속 수행할 생각입니다. 주군께서 허락하신다면, 호법 중 세 사람을 뽑아 비천사무를 전하고 빈자리를 메울 생각입니다.”
비천사무(秘天四武).
대대로 비천사룡을 이어온 사람들이 익히는 무공인 듯하다.
절대경지에 이르는 무공. 그것이 이어진다면 그것으로서 좋은 일이다.
“생각해 둔 사람은 있소?”
“예, 주군.”
“누구요?”
“도유관과 종리명한, 그리고 홍려운입니다.”
2
광운장에 북망산처럼 암울한 침묵이 흘렀다.
머리 위를 짓누르는 불길한 느낌에 모두가 말을 잊었다.
어제에 이어 작수, 종남, 광운장이 차례대로 당했다. 도합 일천의 무사가 단 이틀 만에 줄어든 것이다.
사람들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반쯤 넋을 잃고 말을 조심했다.
불길한 침묵!
며칠을 갈 것 같던 침묵이 깨진 것은 그날 오후였다.
쾅!
순우연은 분노에 치를 떨며 탁자를 내려쳤다.
“그냥 놈들을 쓸어버렸어야 했거늘, 괜히 돌아왔어!”
설마 광운장까지 당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걸 미리 알았다면 돌아오지 않고 영풍산장을 쳤을 것이다.
아무리 참고 이성적으로 계획을 추진하려 해도 돌아가는 상황이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이틀 전만 해도 모든 것이 생각대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런데 단 이틀 만에 모든 것이 꼬이고 위신은 땅에 떨어질 만큼 떨어져 버렸다.
스스로 완벽하다 생각했던 자부심에 쩍쩍 금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는 그러한 현 상황을 견딜 수가 없었다.
“노야, 해주께 연락해 주시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놈들을 쓸어버려야겠소이다.”
“음, 알겠소.”
순우기정이 넌지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가주, 그리하면 피해가 너무 커집니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화산으로 몰려들 것이다. 방법은 하나뿐이야.”
작수와 종남의 함락.
그 일은 그곳이 무너진 것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자신들이 장악했던 문파들은 물론이고, 겁에 질려 묵묵히 길을 내주었던 곳조차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제는 되돌아가서 그들을 다그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가 많아져 하남을 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화산을 쳐서 섬서라도 완벽히 장악해야 한다.
당장은 그 방법이 최선이다.
하남이야 시간을 두고 세력을 정리한 다음에 진격하면 될 것이 아닌가.
이마를 구긴 순우연은 이를 으드득 갈며 중얼거렸다.
“차라리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어. 피해를 보더라도 놈들을 쓸어버렸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 아닌가?”
은근한 질책이 담긴 중얼거림이다.
고개를 숙인 순우기정은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는 누구보다 순우연을 잘 안다. 겉모습과 달리 속에 뱀처럼 차가운 마음을 지닌 사람. 그게 순우연이다.
전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자신과 천유각의 모사들. 그러니 잘못되면 자신 역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터. 자신이 아무리 사촌 아우라 해도 순우연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신을 단죄할 것이다.
그걸 알기에 순우기정의 자신의 생각을 순순히 굽혔다.
“가주, 하오면 일단 지부에 남은 무사들이라도 이곳으로 집결시키겠습니다.”
“놈들이 또 허튼짓하기 전에 화산을 치려면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예, 가주.”
3
광풍이 휩쓸고 간 무림맹은 충격에 빠져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천혈마신 공야황이 강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육기에 속한 팽철과 악청백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거늘, 누가 그를 무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설마하니 검제인 우경 진인과 우경 진인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고수인 창룡신검 남궁환과 지검자 제갈진유가 합공을 했는데도 평수를 이룰 줄이야.
어디 그뿐인가?
그와 함께 움직이던 여덟 사람, 은사와 유사를 비롯한 육암 역시 천무단의 고수 서너 사람이 함께 손을 써야만 겨우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미 한 번 겪어본 터라 처음부터 합공을 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것이 분명했다.
자존심?
웃기는 소리였다. 그들은 자존심만으로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자존심만 생각하고 단신으로 그들을 상대했던 사람들은 지금 이 자리에 있지 않았다.
그들은 나중에 와서 화산의 혈전을 겪지 않은 사람들로, 죽거나 중상을 입고 겨우 숨만 헐떡이고 있는 상태였다.
혈전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산양과 상주가 왜 그렇게 힘없이 무너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해가 질 무렵, 우경 진인의 명이 떨어졌다.
무림맹의 간부들과 장로들이 모두 모였다. 상대의 강함을 안 이상 이해한 걸로 끝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무림맹의 조직이 지금처럼 운영되어선 안 된다.
―저들을 상대하려면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모두가 그런 생각으로 이마를 맞댔다.
우경 진인은 상당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화산파 비전의 요상영단인 옥진단을 복용한 그는 세 시진에 걸쳐 운기요상을 한 후에야 내상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럼에도 창백한 안색만은 여전했다.
“천혈마신의 무공이 그 정도인 줄은 꿈에도 몰랐소. 내 미리 적절히 대처했다면 산양이나 상주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허어…….”
“그게 어찌 맹주님의 잘못이겠습니까? 그가 그렇게 강할 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남궁세가의 장로 남궁환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 쉬듯 말했다.
창룡신검으로 불리는 그는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정의 사촌 형으로, 안휘제일검이라 불리는 사람이었다.
강호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아서 지검자 등과 사은자(四隱者)라 불리기도 하는 자. 육기라 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고수가 바로 그였다.
그의 말에 우경 진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제갈진문을 바라보았다.
“저들이 지금은 물러갔지만, 곧 또 공격해 올 것이오. 대비책은 세워두었소?”
“화산에 남은 사람들마저 이곳으로 부를 생각입니다.”
“그래도 괜찮겠나?”
육부경과 전호를 비롯한 제천신궁의 간부들이 있기에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영풍산장이 뚫릴 경우 화산이 걱정되어 하는 말이었다.
“위남의 천외천가는 공손 군사의 계략에 크게 당한 상태입니다. 쉽게 움직이지 못할 테니 당분간은 안전할 것입니다, 맹주.”
“흠, 그들이 모두 오면 해볼 만하겠군.”
우경 진인은 나름대로 자신을 가진 듯했다.
하긴 현재의 전력만으로도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적을 후퇴하게 만들었다. 충분히 그런 생각을 가질 만도 했다.
제갈진문은 그런 자신감이 조금 불안했다.
적들은 상주에서 싸운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부상을 입거나 지친 자들인 것이다.
반면에 자신들은 대부분이 온전한 상태였다.
만일 그들이 며칠간의 휴식으로 몸을 회복한다면, 나중에 쳐들어올 적은 오늘의 적과 또 다를 것이었다.
설령 화산에 남은 무림맹의 무사들이 모두 온다고 해도 승패의 향방을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후우… 천혈마신과 사사, 십암. 그들이 문제다. 그들 몇 명을 막기 위해서 본 맹의 가장 강한 고수들이 모조리 매달려야 할 판이니…….’
그들뿐만이 아니다.
삼사십대의 나이로 보이는 냉혈의 무사들.
그들의 무위는 천무단에 비해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그들에게는 천무단의 장로들에게 없는 것이 있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기!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잔혹한 손속!
그것은 무림맹에 진정으로 커다란 위협이었다.
‘좌 궁주만 돌아오면 뭔가 해결책이 보일 법도 한데……. 대체 언제 돌아오려는지…….’
그렇게 제갈진문이 고심을 하고 있을 때다. 남궁환이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화산에서 맹도들이 오면,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놈들을 공격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장로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천해와 천외천가를 질타하며 공격에 찬성했다.
“그렇게 합시다, 맹주! 무림맹의 고수들이 화산에 온 건 천외천가를 물리치고 섬서를 되찾아서 마(魔)는 결코 정(正)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모두 모이면 놈들에게 뒤질 게 뭐 있겠습니까, 맹주? 종남으로 달려갈 수 없다면 저놈들이라도 쳐야 되지 않겠소이까?”
“옳은 말씀입니다.”
“아미타불. 저들은 수라와 같은 자들이오. 살계를 어겨 부처께서 벌을 받는다 해도 빈승은 저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외다.”
제천신궁의 대표로서 회의에 참석한 육부경과 전호도 마다하지 않았다.
산양과 상주, 낙남에서 죽거나 다친 제천신궁 무사들의 복수를 해주어야 했다.
“저희도 찬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