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36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64화
364화. 혼례식 (1)
“하하하하. 하하하하.”
적운상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끊임없이 뒤를 쫓아오는 적들을 모두 뿌리치고 몇천 명이 펼친 천라지망을 유유히 뚫고 형산파로 돌아온 지 벌써 십여 일이나 흘렀다. 그동안 강호에는 적운상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회자되고 있었다.
황궁에서 보여준 무위는 물론이고 천라지망을 뚫는 동안 보여준 인간 같지 않은 능력이 입에서 입을 타고 전해지면서 조금씩 과장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적운상이 사실은 사람이 아니라 원래부터 선인이었다느니, 비바람을 몰고 와 천둥과 벼락을 내린다는 둥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그러건 말건 적운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만 해도 조금 볼록하게 나온 주양악의 배를 보고 한참이나 웃고 있는 중이었다.
아기 때문에 체형이 변하는 주양악이 우습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해서 웃음이 쉽게 그치지가 않았다.
“왜 자꾸 웃어?”
“아니야. 아니야. 귀여워서 그래.”
“으그…… 빨리 나가서 혼례 준비하는 거 도와야지.”
“괜찮아. 사형하고 사제들이 다 알아서 하고 있어.”
“그래도.”
“내가 도와주려고 하니까 다들 가서 너한테 신경 써 주라던데.”
적운상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주양악도 미소를 지었다. 요즘 그녀는 너무나 행복했다. 이 행복이 혹시라도 깨질까 두려운 마음이 일 정도였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누구?”
“황궁에서 올 때 쫓아온 사람들이 많았다며?”
황궁에서 돌아온 백수연은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주양악에게 모두 이야기해줬다. 이제 더 이상 적은 없겠지 하는 생각에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있던 주양악은 그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불안했었다.
“몰라. 지들이 답답하면 또 나타나겠지.”
“너무 태평한 거 아니야?”
“그보다 생각은 해봤어?”
“뭐? 떠나는 거?”
“응.”
적운상은 혼례가 끝나면 백수연, 주양악과 함께 어딘가로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주양악은 아기도 있고, 사형제들과 떨어지기 싫어서 망설이고 있었다.
“혼례식까지는 며칠 남았으니까 좀 더 생각해볼게.”
“그래. 그럼.”
적운상은 주양악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주고는 방을 나왔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패악룡이 있는 곳으로 갔다. 패악룡은 흑곰, 장동오 등과 함께 연무장에서 뭔가를 심각하니 의논하고 있었다. 그러다 적운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사형!”
“그래. 알아보라고 한 것은 알아봤어?”
“물론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아직까지 그들이 남악현 안으로 들어온 낌새는 전혀 없습니다.”
적운상이 부탁한 것은 무림맹의 잔당들이 이곳까지 따라왔는지 여부의 파악이었다. 천라지망을 뚫고 오기는 했지만 쉽게 포기할 자들이 아니었다. 적어도 혼례식만큼은 조용히 하고 싶었다. 그래서 미리부터 경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 사형.”
“왜?”
“물어볼 것이 있는데요…….”
성격이 화끈하고 남자다운 패악룡은 어떤 일에도 이렇게 어물거리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상당히 머뭇거렸다.
“뭔데?”
“그게, 그러니까 딴 뜻이 있는 건 아니고요…… 사형 동생 말인데요…….”
“교희? 교희가 왜?”
“혹시 좋아하는 것이 없나 해서요.”
“뭐?”
적운상은 약간 어이가 없었다.
적교희는 며칠 전에 적문후, 황옥정, 적상영과 함께 이곳에 와있었다. 그들이 적운상의 가족이라는 것을 안 사람들이 어찌나 극진하게 대접을 하려고 하는지 난리도 아니었다.
패악룡도 그랬던 사람들 중 한 명이었는데, 적교희를 본 순간 그대로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연애라는 것을 해본 적도 없고, 상대가 하늘같이 믿고 따르는 적운상의 친동생이다 보니 속으로 애만 태우고 있었다.
그러다 먼저 장가를 간 흑곰의 조언에 따라 용기를 내서 먼저 적운상에게 마음을 내보인 것이다. 일단 적운상이 허락의 뜻을 조금이라도 비친다면 어떻게 해서든 한 번 사귀어 볼 생각이었다.
“너 교희가 마음에 드냐?”
“하하. 그게 그러니까…… 한눈에 반했습니다. 사실 요즘 잘 때마다 적 소저의 얼굴이 아른거려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습니다.”
“내가 시킨 일 때문에 퀭한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구나.”
“적 사형!”
패악룡이 갑자기 적운상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렸다.
“왜 이래?”
“부탁입니다. 적 소저와 사귈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일단 이거부터 놔.”
“안 됩니다. 허락하기 전에는 절대로 놓지 않을 겁니다.”
“그럼 뇌기로 지져줄까?”
“헉!”
예전에 패악룡은 시도 때도 없이 적운상에게 덤벼들었다가 금안뇌정신공의 뇌기에 당해서 빈번히 정신을 잃었었다. 그게 생각나자 패악룡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적운상이 그런 패악룡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교희가 정말 마음에 든다면 나는 신경 쓰지 마. 하지만 교희가 너를 마음에 들어 할지 모르겠다.”
“헛!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교희만 좋다면 나는 상관 안 해.”
“그건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제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겁니다.”
“그래. 노력해봐라.”
“감사합니다. 사형. 하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패악룡은 마치 세상을 모두 가진 것 같은 얼굴로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했다. 옆에 있던 흑곰과 장동오가 크게 웃으면서 뭐라고 했지만 패악룡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마냥 좋기만 했다.
* * *
혼례식 날이 다가오자 형산파에 축하객들이 줄지어 왔다.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몰려와서 그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방명록을 작성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고, 이에 하객들은 정문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거기다 그들이 기거할 장소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객방은 벌써 꽉 찼고, 다른 방들, 심지어 서고나 창고까지도 내주어야 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연무장에 임시로 천막까지 쳐야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찾아왔다.
여름의 초입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밤에는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거처가 불편하니 불평이 나올 만도 하건만 그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적운상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도 그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게다가 사람들이 계속 몰려드는 것을 보니 그것만도 감지덕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보다 늦게 온 사람들은 형산파 밖에서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해야 했다.
그러다 혼례식 당일이 되자 더 이상 감당이 되지 않았다. 꾸역꾸역 몰려드는 사람들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그들 중에는 강호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수두룩했고, 황궁의 고수들과 고관대작들도 상당수 있었다. 전에 적운상을 만났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멀리 운남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고, 청해나 심지어 서장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적운상의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었다.
적운상은 붉은색의 혼례복을 입고 그들을 일일이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적운상과 말 한마디라도 나누기를 원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 불가능했다.
혼례식이 진행될 대청은 더 이상 사람들이 들어설 틈도 없었다.
“사형.”
패악룡이 사람들을 비집고 다가오며 적운상을 불렀다.
“그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모두 잡아내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많이 섞여 들어온 것 같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무림맹의 잔당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적운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패악룡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수고했다.”
“아닙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 그들도 함부로 손을 쓰지는 못할 겁니다.”
“그렇지 않아.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어쨌든 경계를 좀 더 늘리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나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너희도 적당히 즐기도록 해.”
“사형.”
“괜찮대도 그러네. 나를 못 믿는 거냐?”
“아닙니다. 못 믿다니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답은 그렇게 하고 물러났지만 패악룡은 사제들에게 오히려 더 경계를 단단히 하라고 일렀다. 이런 날만큼은 자신들이 적운상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동안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