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3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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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7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63화
363화. 황궁대전 (2)
“시간차 공격을 합시다!”
조황인의 외침에 세 사람은 당장 그 뜻을 파악했다. 조황인은 최악의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것은 적운상이 삼 초식 이상을 무극의 영역에서 머무는 경우였다.
“내가 먼저 하겠소!”
가장 먼저 무극의 영역에 들어간 사람은 흑색의 창을 쓰는 장군이었다.
쉬이이이익!
마치 흑룡이 꿈틀대며 여의주를 품으려는 듯, 흑색의 창이 유려하게 적운상의 상체를 노리고 찔러왔다.
카가가가가각!
적운상은 태룡도를 창대에 대고 미끄러트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대로라면 창을 잡고 있는 사내의 손이 잘리고 만다.
“합!”
사내가 기합을 지르면서 발로 땅을 힘껏 찍었다.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해서 창을 한차례 털었다. 그러자 세찬 탄력이 일며 적운상의 태룡도를 튕겨졌다.
타앙!
적운상은 태룡도가 튕겨지자 백운검을 뽑아 들어 그의 어깨를 노리고 쭉 찔러 넣었다. 그때 시간이 다 되어 흑색의 창을 쓰는 사내가 무극의 영역에서 나갔고, 적운상의 백운검은 그의 어깨에 박혔다.
파학! 쉬이이이익!
적운상은 갑자기 옆에서 이는 파공음에 다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느새 청룡언월도를 쓰는 장군이 무극의 영역에 들어와 있었다. 그가 휘두른 청룡언월도에는 무시무시한 힘이 실려 있었다.
위력적인 공격을 주로 하는 적운상조차도 감히 맞받아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에 몸을 움직여 피하면서 반격할 기회를 기다렸다.
훙훙훙!
청룡언월도가 무서운 기세로 빙글빙글 돌며 적운상의 머리와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고, 마지막에는 허리를 가르려고 횡으로 베어왔다.
그걸 피하려는 순간 섬뜩한 기운이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놀랍게도 그것은 강기였다. 지금까지 지켜보기만 하던 문사풍의 중년사내가 공격을 해온 것이다.
한 자가 넘는 강기를 품은 검이 쭉 뻗어오자 적운상은 허리를 갈라오는 청룡언월도를 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태룡도를 들어 청룡언월도를 힘껏 맞받아쳤다.
콰아아앙!
순간 청룡언월도를 휘둘렀던 장군이 무극의 영역에서 튕겨졌다. 적운상은 뒤로 밀리는 힘을 이용해서 땅을 박찼다. 그러자 강기가 아슬아슬하게 머리를 스치며 머리칼을 몇 올 잘라냈다. 조금만 늦었어도 머리칼이 아니라 머리가 잘라졌을 것이다.
적운상은 자세를 바로 잡고 백운검으로 낙연검법을 펼쳤다. 하지만 상대는 검법의 고수였다. 단 한 순간에 적운상이 펼치는 초식의 허점을 치고 들어왔다.
적운상이 그대로 계속 초식을 펼친다면 팔이 잘릴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공격을 거두면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적운상은 미련 없이 백운검을 놓았다. 그러고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계속 초식을 펼쳤다.
문사풍의 중년사내는 검의 거리를 의식하고 있다가 갑자기 거리가 짧아지면서 주먹이 들어오자 크게 당황했다. 지금까지 많은 싸움을 해왔지만 이렇게 쉽게 자신의 무기를 버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파아앙!
“커헉!”
다급한 상황에서 문사풍의 중년사내는 검으로 적운상의 주먹을 막아냈다. 그러자 검이 둥그렇게 휘면서 밀고 들어오는 주먹과 함께 그의 가슴을 쳤다.
그 순간 그도 무극의 영역에서 튕겨져 나갔다. 적운상은 백운검을 주워 들며 조황인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백운검을 조황인의 목에 댔다.
“헛! 무슨…….”
조황인은 하도 놀라도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건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적운상과 싸운 이들은 전부 황궁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들이었다.
그런데 모두 뭐가 어찌 된 건지 삼 초식을 버티지 못하고 모두 쓰러졌다. 흑색의 창을 쓰던 장군과 청룡언월도를 쓰는 장군, 그리고 싸울 생각이 없어 보이던 문사풍의 중년사내가 거의 동시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몇 번 나는가 싶더니 흑색의 창을 쓰는 사내는 무릎을 꿇으며 어깨에서 피를 철철 흘렸다. 뒤이어 청룡언월도를 쓰던 장군이 피를 토하면서 뒤로 튕겨나갔고, 마지막으로 문사풍의 중년사내가 가슴을 붙잡고 날아갔다.
그 모든 것이 숨 한 번 내쉴 짧은 순간에 이루어졌고, 그동안 적운상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 세 사람은 마치 허공에 대고 뭔가를 하다가 스스로 다치고 튕겨진 것처럼 보였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적운상이 조황인의 목에 칼을 대고 있었단 것이다.
장내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무극의 영역에 들어서지 못한 사람들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결과만을 보고 경악을 할 뿐이었다.
탈인의 경지에 오른 네 사람의 충격은 그들보다 더했다. 적운상의 경지에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알기 때문이었다.
“어, 어떻게…….”
조황인이 더듬거리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적운상을 봤다.
“저들을 물러나게 하십시오. 더 이상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해진 거냐?”
“죽어라고 노력하다 보니 됐습니다.”
“말도 안 돼! 그게, 그게 어떻게…….”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리다가 조황인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물었다.
“얼마 동안 가능한 거냐? 무극의 영역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 건가?”
적운상은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돌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살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조황인은 눈을 크게 떴다.
“서, 설마…… 그런 거냐? 내 짐작이 맞는 거냐?”
조황인이 적운상의 소매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사람들은 그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몰라 의아해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탈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그러는 이유를 충분히 공감했다.
수년에서 수십 년이 지나도 그 누구도 무극의 영역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의 벽을 깨지 못했었다. 전대의 고수들조차 그건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그런데 아직 서른도 안 된 젊은 나이에 적운상은 그 벽을 깨버렸다. 그랬기에 다섯 명이 돌아가면서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는 시간차 공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패하고 말았다.
조황인이 대답을 바라는 간절한 눈으로 계속 쳐다보자 적운상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동안은 계속 무극의 영역에서 머물 수가 있습니다. 하루가 됐건 이틀이 됐건 가능합니다.”
“허…….”
적운상의 소매를 잡고 소리를 지르던 조황인이 그대로 풀썩 주저앉았다. 그가 황궁에 와서 생활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공수련이었다. 전에 조황인이 적운상에게 진 이유는 무극의 영역에 오른 사람들과 겨뤄본 적이 없어서였다.
무림에서 탈인의 경지에 오른 자들을 찾는 것보다는 황궁에서 찾는 것이 쉬웠다. 그래서 찾은 사람들이 여기 있는 다섯 명이었다. 이들과 무론을 논하고 비무를 하면서 조황인의 무공은 전에 패하던 당시의 적운상의 경지와 완전히 같아졌다.
아니, 경험은 조황인이 더 많으니 어찌 보면 조금 유리한 입장이었다. 이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건만, 자신이 성장한 만큼 적운상도 성장을 했다. 아니 그보다 더 성장을 했다. 놀라서 경악을 할 정도로 말이다.
다시 겨룬다면 절대로 패배하지 않을 생각이었건만,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조황인은 허탈감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저들에게 비키라고 하십시오.”
“황제 폐하께서 내리신 명령이라 내가 함부로 철회할 수가 없다.”
“흠…….”
적운상은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금안뇌정신공을 끌어올렸다.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서 경공을 펼치면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러자면 우선은 몇 겹으로 포위를 하고 있는 저들부터 뚫어야 했다.
저들을 모두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가장 단순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빠지지지직!
적운상의 태룡도에 금안뇌정신공의 뇌기가 가득 맺혔다. 그런 상태로 병사들에게 다가가자 그들이 겁을 잔뜩 먹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적운상이 태룡도를 번쩍 들었다가 힘껏 내려쳤다. 그러자 강기가 사방으로 쏟아져 나가며 폭음을 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으아아아악!”
“아아아아악!”
병사들은 강기에 맞지도 않았는데 비명을 지르면서 우왕좌왕했다. 그들에게는 뇌기를 뿜어대는 적운상의 모습이 마치 천신과 같았다.
세상천지에 누가 있어 벼락을 다루겠는가?
앞에서 그렇게 겁을 먹고 난리를 치니 순식간에 그 공포가 뒤에까지 전염이 되었다. 그로 인해 따닥따닥 달라붙어서 몇 겹으로 에워싸고 있던 포위가 느슨해졌다.
그걸 확인한 적운상이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서 그들의 어깨와 머리를 밟고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그들은 그런 것도 모르고 계속 난리를 치다가 적운상이 그곳을 벗어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진정을 했다.
그때까지도 조황인은 멍하니 있다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적운상은 이제 정말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버렸다. 강호에서는 그 누구도 그를 당해내지 못하리라.
그걸 어떻게 황제에게 이해시킬지 조황인은 난감했다. 하지만 잠시 후에 그 자리에 나타난 황제는 의외로 쉽게 납득을 했다.
“그는 갔는가?”
“신의 무능함을 벌하여주시옵소서.”
조황인을 비롯한 황궁의 고수들이 모두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자 황제가 손사래를 치며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
“됐다. 모두 일어나라. 그대들의 잘못이 아니다.”
황제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황제는 멀리 있는 높은 전각 위에서 이들이 싸우는 것을 전부 봤다. 이들에게 별말 하지 않는 것은 그래서였다.
“그는…… 이미 사람이 아닌 것 같구나. 나는 전설로만 듣던 선인(仙人)을 본 것 같다. 짐은 그에게 태상봉공의 직위를 내리겠노라. 이후로 그를 보거든 예를 갖추도록 하여라.”
“명을 받듭니다.”
황제의 말에 모두가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태상봉공이란 직위는 황제의 스승과 같은 직책이었다. 그래서 황제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황제는 그렇게 직위를 줌으로서 적운상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이후에 황궁과 문제가 생기더라도 완만하게 해결을 지을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 * *
허공답보(虛空踏步)를 펼쳐 유유히 황궁의 담을 넘은 적운상은 바쁘게 사람들이 오가는 대로 옆에 있는 건물의 지붕에 내려섰다. 그러고는 한적한 골목길로 내려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차분하게 걸었다.
적운상은 골치 아픈 일이 잘 해결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백수연이 있는 객잔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객잔에 도착할 때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미행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적운상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손님들이 제법 있었다. 모두가 웃고 떠들며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고 있었지만 적운상을 의식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적운상은 그들도 무시를 하며 백수연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다소곳이 앉아있는 백수연이 보였다.
“왔어?”
“응.”
적운상은 문을 닫지 않고 백수연의 맞은편에 앉았다. 백수연은 그런 적운상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다 뜻 모를 말을 물었다.
“알고 있어?”
“응. 언제 온 거야?”
“네가 가고 나자 바로 왔어.”
“계속 감시당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군.”
“간 일은 어떻게 됐어?”
“잘 해결됐어. 이제 황궁에서는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
“다행이네. 이들은 어떻게 할 거야?”
지금 이 객잔에 있는 이들에 대해서 묻고 있는 것이다.
적운상은 잠시 미간을 살짝 좁혔다. 이들의 정체는 대충 짐작이 갔다. 무림맹이 해체될 당시 모두 순응한 것은 아니었다.
소림사와 무당파가 너무나 순순히 물러나니 그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적운상에게 원망을 품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
“글쎄…… 일단은 도망을 가볼까?”
“형산파까지?”
“응. 설마 혼례식장에 와서 난리를 치지는 않을 거 아니야.”
“풋!”
적운상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백수연도 웃음을 터트렸다.
“빠져나갈 자신은 있고?”
“천라지망을 펼쳐놓은 것 같지만 내게는 문제되지 않아.”
“나는?”
“걱정 마.”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백수연에게 다가가서 허리를 안았다. 그러자 백수연이 적운상에게 머리를 기댔다.
“우리…… 강호를 떠나있으면 안 될까?”
“그러자. 양악이한테 이야기를 해보고 어딘가 멀리 숨어버리자.”
“응.”
백수연이 적운상을 올려다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적운상이 그녀에게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백수연을 안은 자세 그대로 그 자리를 박차고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그러자 객잔 안에 있던 자들이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왔다. 길을 오가던 행인들 중 반 이상이 무기를 뽑아 들고 적운상을 향해 휘둘렀다.
그들 모두가 한때 무림맹에 소속되어 있던 사람들이었다. 황궁의 힘을 이용해서 적운상을 제거하려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직접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허공답보를 펼쳐서 유유히 사라져가는 적운상을 보면서 허탈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밟고 날아가다니…….
그야말로 전설로만 내려오는, 말로만 듣던 경지였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무기를 뽑아 들은 자신들이 한심하고 초라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