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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61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61화

361화. 황제와의 대면 (3)

 

적운상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라서 별로 놀라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예상하고 있었나?”

“어느 정도는요.”

“어쩔 생각인가?”

“생각 중이었습니다.”

“받아들이게. 정삼품이기는 하지만 무령통보사라는 직책은 크게 할 일이 없는 한직일세. 권력싸움에 휘말릴 일도 없고 황궁을 위해서 힘을 써야 하는 일도 없네. 그러니 자네에게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지 않나?”

“그런데도 왜 제게 관직을 주려는 겁니까?”

“아까도 말했지 않나? 자네가 두려우니까 그런 식으로라도 잡아두려는 걸세.”

“아닐 겁니다. 정말 두렵다면 옆에 둘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가서 황제 폐하께 잘 이야기해주십시오. 제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끝까지 저를 잡아두고자 한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무모한 짓은 말게. 이곳은 황궁일세. 자네의 무공이 아무리 대단해도 이곳에 있는 고수들을 모두 당해낼 수는 없을 걸세. 당장에 나만 해도 상대하기가 수월찮을 걸세.”

조황인이 자신감을 보이면서 말했다. 그는 적운상에게 패한 이후로 밤잠을 줄여가며 수련을 했다. 그 결과 이제는 무극의 영역에서 삼 초식을 펼칠 동안 머물 수가 있었다. 또한, 상대가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을 파악할 수도 있었다.

적운상이 하나의 벽을 넘기 전의 단계에 올라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자신감을 보일만도 했다.

“경지가 늘었군요.”

“그러네. 이제는 자네에게 그렇게 패하지는 않을 걸세.”

“훗! 아닐 겁니다.”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를 띠우면서 적운상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설마…….’

조황인은 여유로운 적운상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하나의 벽을 또 넘어섰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무당삼현이나 화산이로조차도 그 벽을 넘어서지 못했었다. 그리고 조황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노력을 했지만 삼 초식을 펼치는 시간 동안만 무극의 영역에서 머물 수가 있을 뿐, 그 이상 시간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한 번 무극의 영역에 들어갔다가 금방 다시 들어갈 수도 없었다.

그 시간을 줄여보려고 했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조황인은 인간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거기까지라는 생각에 거의 포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적운상이 그 벽을 뛰어넘은 것처럼 행동하니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벽을 뛰어넘었나?”

조황인은 아닐 거라 생각하면서도 불안한 생각에 물었다.

적운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차만 마실 뿐이었다.

“벽을 뛰어넘었는지를 물었네.”

“말해도 믿지 않을 것 같으니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황제 폐하께 말이나 잘 해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적운상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으로 갔다. 축객령이었다. 그러나 조황인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적운상이 정말 그 벽을 깼는지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적운상이 그 벽을 깨고 넘어섰다면 그도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지금이 한계였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조황인이 적운상을 봤다. 적운상은 침상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더 이상 이야기해봐야 소용없을 것 같았다.

‘오늘은 물러나는 것이 좋겠군.’

어차피 시간은 많았다.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확인을 할 시간은 충분했다. 조황인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 * *

 

밤이 되자 환관 한 명이 찾아왔다. 그는 황제가 찾는다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적운상이 그를 따라가자 넓은 정원이 나왔다. 곳곳에 몸을 숨기고 있는 고수들의 기척이 느껴졌지만 적운상은 무시하며 계속 환관을 따라갔다.

정원에 있는 커다란 연못 위로 길게 나있는 다리를 건너자 굉장히 큰 팔각정자가 나왔다. 그곳에 황제가 홀로 앉아 있다가 적운상이 오자 웃으면서 반겼다.

“어서 오라. 예의는 되었으니 자리에 앉지.”

적운상이 자리에 앉자 황제가 미소를 지었다.

“혼자 먹기 적적해서 불렀느니라.”

“감사합니다.”

적운상은 일단 예의를 차렸다. 상대는 황제였다.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들라.”

적운상은 탁자 위에 차려진 요리들을 맛봤다. 하나같이 최고의 요리들이었다. 산해진미(山海珍味)란 아마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리라.

“음식이 입에 맞느냐?”

“맛있습니다.”

“훗! 짐과 겸상을 하면서 그대같이 편안하게 먹는 사람은 처음이다. 아무리 대담해도 조금은 긴장을 하는데 그대는 그러한 것이 전혀 없군. 무공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차려진 음식이니 맛있게 먹을 뿐입니다.”

“하하하하. 재미있는 생각이구나. 음(音)을 좋아하느냐?”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적운상이 그렇게 대답하자 황제가 손짓을 한 번 했다. 그러자 잠시 후에 여인 두 명이 각각 비파와 칠현금을 들고 왔다. 비파를 들고 있는 여인은 요염함을 품은 뛰어난 미인이었고, 칠현금을 들고 있는 여인은 청초함이 도드라지게 느껴지는 미인이었다.

“두 사람 다 실력이 뛰어나니 그대의 귀를 즐겁게 해줄 것이다.”

황제가 그녀들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연주를 시작하라는 뜻이었다.

띠링.

먼저 비파를 치는 여인이 연주를 시작했다. 그녀는 빠르면서 경쾌하고, 그러면서도 웅혼한 곡을 연주했다. 듣고 있으면 웅심이 절로 이는 연주였다.

그녀의 연주가 끝나자 칠현금 소리가 잔잔하게 울렸다.

당당.

칠현금을 켜는 여인은 서정적인 곡을 연주했다. 조용히 듣고 있으면 드넓은 평야에서 홀로 정취에 빠져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연주였다.

황제와 적운상은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그녀들의 연주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 연주가 끝나자 황제가 박수를 쳤다.

“좋구나! 그대는 누구의 연주가 더 뛰어났다고 생각하느냐?”

“둘 다 막상막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 명을 골라 보거라.”

“그럼 비파를 치는 여인을 선택하겠습니다.”

“호오…… 이유는?”

“그저 조금 더 듣기 좋았을 뿐입니다. 음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하하하. 아니다. 느낌이 중요하지. 다른 것이 무엇에 중요할까?”

두 여인을 놓고 각각 다른 음악을 연주하게 한 것은 적운상의 성향을 알아보고자 함이었다.

비파를 치는 여인의 음악을 선택하면 영웅의 기개가 있는 것이고 칠현금을 켜는 여인의 음악을 선택하면 도인의 기질이 다분한 것이었다. 그런데 적운상은 비파를 치는 여인의 음악을 선택했다.

“이리 와서 무령통보사에게 술을 한 잔 따르거라.”

아직 승낙한 것이 아니건만 황제는 일부러 적운상을 그렇게 불렀다. 그런데도 적운상은 별말 없이 그녀가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이에 황제는 적운상의 마음이 조금 기울었다고 착각을 했다.

‘그렇지. 남자라면 야망이 없을 수가 없지.’

그런 생각을 들자 황제는 훈훈하게 웃으면서 술잔을 비웠다.

“그대가 원하면 세상의 모든 미녀와 수많은 돈을 줄 것이다. 그리고 높은 관직도 주겠다. 남자라면 나라를 위해 큰 뜻을 펼쳐보는 것이 좋지 아니한가?”

“관심 없습니다.”

예상외의 대답이었지만 황제는 적운상이 속마음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보라. 그대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내 뭐든지 들어주겠다.”

“없습니다. 관직은 저한테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냥 이대로 살게 놔두는 것이 제가 원하는 것입니다.”

황제는 적운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다 그게 정말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자 울컥 화가 치솟았다.

탕!

“짐이 이리도 부탁을 하는데 그대는 어이하여 거절만 하는가?”

흥분한 황제가 탁자를 내려치면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자 여인들이 흠칫 놀라서 몸을 움츠렸다.

황제의 한마디에 죽고 사는 사람들이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었다.

달리 만인지상(萬人之上)이라 하겠는가?

그러나 적운상 태연하게 마시던 술잔을 비운 뒤 내려놓고 황제를 봤다. 황제의 위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적운상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럼 내기를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내기?”

“그렇습니다.”

“어떤 내기인지 말해보라.”

“간단합니다. 지금부터 저는 이 황궁을 나가겠습니다. 그러니 저를 막으면 됩니다. 그럼 저는 폐하께서 원하는 건 뭐든지 하겠습니다. 관직을 받으라 해도 흔쾌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무사히 황궁을 나간다면 더 이상 저에 대해서 연연하지 말고 그대로 보내주십시오.”

“음…… 좋다. 대신 조건이 있다.”

“말씀하십시오.”

“한 시진. 정확히 한 시진 안에 황궁을 나간다면 그대의 말대로 하겠다. 하지만 그 안에 황궁을 나가지 못한다면 돌아와서 내 말에 따르거라.”

“좋습니다.”

“그대는 결코 나가지 못할 것이다.”

황제가 그렇게 말하면서 술잔을 들었다. 그러자 적운상도 술잔을 들며 말했다.

“그렇지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아주 강하게 부딪쳤다.

두 사람 다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킬 생각을 하며 동시에 술잔을 비웠다.

“막아라!”

황제의 외침이 떨어지자마자 인근에 몸을 숨기고 있던 고수들이 동시에 몸을 날려 공격해왔다.

파지지지직! 콰콰콰콰콰콰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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