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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89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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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의비서 189화

제6장 초청 (1)

 

단목세가의 부서진 건물을 보수하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막대한 비용이 들었으나 그 정도는 여유가 있었다.

조윤은 현장에서 지내며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확인을 했다. 그 때문에 아예 단목세가로 거처를 옮겨서 지냈다. 그동안 당이주와 낙소문 등은 세가에 들여놓을 집기들과 여러 가지 물품들을 보러 다녔다.

그렇게 세 달쯤 지나자 공사가 거의 마무리가 되었다. 이에 다른 사람들도 단목세가로 옮겨 왔다. 비록 십여 명에 불과했으나 그들 모두 조윤을 가주로 여기며 따르는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했다.

조윤은 우선 일을 분담했다. 당이주와 낙소문, 그리고 당효주는 세가의 안살림을 맡았다. 당예상과 방소교, 이화, 흑묘는 의료에 관한 일을 맡았고, 맹추삼과 주인학, 등은 무술에 관한 일을 맡았다. 그리고 임시로 공소가 총관이 되어 조윤과 함께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제 단목세가가 재건되었음을 정식으로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늦은 밤까지 일처리를 하던 공소의 말에 조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잖아도 날짜를 잡을 생각이었다.

“언제쯤이 좋겠습니까?”

“곧 중추절이 다가오니 그때가 어떻습니까?”

중추절까지는 아직 세 달 정도 여유가 있었다. 그 정도의 시간이면 어느 정도 안정이 될 것 같았다.

“그럼 그날로 잡아놓고 일을 준비를 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리 일러 놓겠습니다.”

“네.”

“초청명단은 가주님께서 직접 만드셔서 일찍 주셔야 합니다. 멀리 있는 곳에서 오려면 일찍 사람을 보내야 합니다.”

“그렇군요. 사흘 내로 적어서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두 사람은 집무실을 나왔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총총히 떠 있었다. 낮부터 앉아서 일을 했는데 이리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했다.

“사부님!”

대호가 공소를 부르며 다가왔다. 이에 공소가 웃으면서 물었다.

“아직 안 자고 있었더냐?”

“예. 수련 중이었습니다. 형님……이 아니라 가주님도 계셨군요.”

대호가 인사를 하자 조윤이 미소를 지었다. 대호의 어릴 적 꿈은 명문세가의 무사가 되는 거였다. 이제 단목세가의 무사가 되었으니 꿈이 이루어졌다.

그래서인지 대호는 밤잠을 줄여가며 무공을 연마할 때가 많았다. 이에 조윤이 가끔 시간이 날 때마다 지도를 해줬고, 그 덕에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지금 끝난 거야?”

“예.”

“너무 늦게까지 수련하면 좋지 않아. 수련하는 만큼 휴식도 취해야지 돼.”

“알고 있어요. 아참! 깜빡할 뻔했네. 손님이 왔어요.”

“손님?”

“예. 밤늦게 찾아왔기에 내일 오라고 했더니 안휘에서 왔다더라고요.”

“안휘에서? 거기에는 아는 사람이 없는데……. 아, 혹시 스승님이 오신 건가?”

“예?”

“이름이 혹시 당자기라고 하지 않으시던?”

“아니요. 젊은 사람이었어요. 신의문에서 왔다고 하던데요.”

“그럼 스승님이 보낸 사람일 수도 있다. 어디에 있어?”

“일단 객청에 있으라 했어요.”

“알았다.”

마음이 급한 조윤은 나는 듯이 객청으로 향했다. 궁금증이 일어 공소와 대호도 함께 움직였다.

대청 안에는 훤칠한 키의 사내가 등을 보이고 서 있었다. 조윤이 들어서가 그가 뒤를 돌아봤다. 짙은 눈썹에 눈이 크고 얼굴선이 선명해서 남자답고 잘생긴 얼굴이었다. 나이는 언뜻 이십 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무슨 일로 본가를 찾아오셨습니까?”

“혹시 소청신의 되십니까?”

“맞습니다. 제가 단목조윤입니다.”

“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편중옥이라고 합니다.”

조윤은 그의 이름이 낯설지가 않았다. 분명 어디에선가 들어본 이름이었다.

하지만 선뜻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밤늦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먼 길을 오느라 시간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일단 앉으시지요.”

“감사합니다.”

“대호 너는 가서 차를 좀 내와라.”

“네.”

대호가 나가자 조윤이 가만히 편중옥을 봤다. 그러자 편중옥이 웃으면서 말했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아닙니다. 이름이 낯설지가 않은데 혹시 나를 만난 적이 있나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렇군요. 듣자니 신의문에서 왔다던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온 겁니까?”

조윤은 일단 생각을 밀어두고 용건을 물었다.

“스승님의 서찰을 가지고 왔습니다.”

“난 당신의 스승이 누군지 모릅니다.”

“제 스승님은 신의문의 문주이자 의선이라 불리는 분이십니다.”

“의선 태삼목!”

옆에서 듣고 있던 공소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 * *

 

대호가 차를 내왔다. 조윤은 그걸 홀짝이며 생각에 잠겼다. 의선 태삼목의 명성은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하지만 직접적인 접점이 전혀 없었다. 한데 난데없이 왜 서찰을 보냈단 말인가?

조윤은 찻잔을 내려놓고 서찰을 펼쳤다. 내용은 대충 이랬다. 천하오대신의를 비롯한 수많은 의원들이 신의문에 모여서 교류를 하고자 하니 오라는 거였다.

“신의문에서는 매년 이런 일을 해왔던 겁니까?”

“네. 그날은 실력이 뛰어난 의원들이 자신들의 비전을 아낌없이 공개합니다. 천하오대신의의 명성도 실상 그로 인해 생겼습니다. 그분들 모두 거기에서 의술의 뛰어남을 증명했었습니다. 덕분에 많은 의원들의 실력이 증진되기도 했습니다.”

조윤은 구미가 당겼다. 의원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치료방법을 숨긴다. 적전제자에게만 전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함부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폐쇄적이었고, 의원들의 실력이 천차만별이었다. 돌팔이가 요상한 방법으로 명의라고 알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치료의 기준이 없다 보니 똑같은 병인데도 누구는 이렇게 치료하고, 누구는 다르게 치료한다. 그러다 환자의 증세가 더 심해지거나 죽는 일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그렇게 한 번씩 자리를 만들어 서로의 지식을 교류한다면 그러한 폐단이 적어진다.

우선 보편적인 치료방법을 전파할 수가 있었고, 그로 인해 의원들의 실력을 전체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그럼 그만큼 돌팔이가 적어진다.

무엇보다 그곳에 가면 만독신의 기라와 신수신의 이자림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 생각을 하니 조윤은 꼭 가고 싶었다. 그러나 날짜가 문제였다.

“다음 달에 하는군요.”

“그렇습니다. 당신이 당문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조금 늦게 출발을 했습니다.”

“음……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초청장을 전했으나 강제사항은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먼 길 왔을 텐데 푹 쉬십시오. 대호야, 네가 손님을 객방으로 안내해드려라.”

“네. 가주님.”

대호가 편중옥을 안내해서 나가자 조윤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리 바쁜 와중에 혼자만 가자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더구나 중추절에 맞춰 단목세가의 재건을 알리기로 하지 않았던가?

조윤이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공소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주님. 제 생각에는 그곳에 다녀오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가고 싶지만 이리 바쁜 시기에 저만 빠질 수는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에는 선후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곳에 가시는 것이 먼저 할 일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단목세가는 무림세가가 아닌 의가로 거듭날 거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제가 봤을 때 이건 기회입니다. 신의문이 어떤 곳인지는 가주님도 아시잖습니까? 그곳에 가서 가주님이 명성을 떨친다면 앞으로 많은 이들이 단목세가를 주목할 것입니다. 그게 곧 세가의 발전으로 이어질 테고 그럼 앞으로는 탄탄대로입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조윤이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자 공소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중추절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일을 모두 끝내놓겠습니다. 그러니 가주님은 걱정 마시고 신의문에 갔다 오십시오. 단목세가의 재건을 알리는 건 언제든지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신의문에 가는 건 지금이 아니면 내년을 기약해야 하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하시니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의술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전부 함께 가야겠군요.”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예상누이와 소교를 데리고 가겠습니다.”

“가모님도 함께 가십시오.”

“소문을요?”

“그렇습니다.”

“소문은 의술을 모릅니다.”

조윤이 의아해하면서 묻자 공소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의술은 못하지만 의심은 할 수가 있죠. 당 소저와 방 소저하고만 함께 가면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소문이 질투를 할 거라는 건가요?”

“아무튼 생각을 해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공소는 확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이에 홀로 남은 조윤은 낙소문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그녀의 성격에 정말 질투를 할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 신의문으로 떠난다고 하자 생각 외로 낙소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평소 워낙에 무표정해서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했지만 조윤은 알 수가 있었다. 저건 분명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윤은 어이가 없는 한편 기분이 좋았다. 결국 공소가 말한 대로 낙소문까지 일행에 합류하기로 하고 이튿날 단목세가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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