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81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2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81화
제3장 호갑신단 (1)
“정말 괜찮겠습니까?”
청성파로 가면서 현소는 몇 번이나 물었다. 그때마다 조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 또한 늑대나 여우와 싸우다가 지치면 호랑이를 상대할 수가 없다. 호랑이를 잡으면 늑대나 여우는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는다.
청성파에 도착하자 도복을 입은 도인들이 조윤을 힐끔거렸다. 경계하고 밀어내는 시선이었다. 떳떳하지 않다 여기기 때문에 외인이 조윤이 껄끄러운 것이다.
“현소.”
누군가가 현소를 불렀다. 그쪽을 보니 아까 숲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현적이었다. 그는 조윤을 유심히 살펴보며 다가왔다.
“이 사람은 누구냐?”
“이분은…….”
현소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자 조윤이 나섰다.
“나는 단목조윤이라고 합니다.”
“의룡? 당신이 이곳에는 어쩐 일이오?”
현적이 마치 못 올 곳을 왔다는 듯이 물었다. 초면에 무례한 언사였으나 조윤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말했다.
“현진을 만나러 왔습니다.”
“그는 지금 만날 수 없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잠시면 되니 만나게 해주십시오.”
“무슨 이야기를 들었다는 거요?”
현적이 나무라는 눈빛으로 현소를 힐끔 봤다. 혹여 호갑신단에 대한 것을 이야기했을까봐 힐책하는 시선이었다.
“호갑신단에 대해서 들었소.”
“너…….”
현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반대를 한다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청성파의 일이었다. 외인에게 말하는 건 옳지 않았다.
“사형.”
“됐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현적이 무서운 눈으로 현소를 보다가 조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검파에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한동안 청성파에 머물러야겠소.”
“그렇잖아도 그럴 생각이었소. 하니 현진을 만나게 해주시오.”
“만날 수 없소. 현진은 죄를 짓고 지금 벌을 받는 중이오.”
“그럼 약선신의 반양을 만나게 해주시오.”
“그를 만나려는 이유가 뭐요?”
“호갑신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소.”
조윤이 당당하게 이야기하자 현적의 눈빛이 마구 흔들렸다. 호갑신단에 대한 건 밖으로 흘러나가면 안 된다. 현적은 조윤을 죽여서라도 입을 막을 생각이었다.
그걸 모르지는 않는 것 같은데 도대체 뭐를 믿고 저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장로가 현적을 불렀다. 그는 호갑신단의 효능에 빠져 장문인을 구속하고 있는 장로 중 한 명이었다.
“현적아.”
“네. 장로님.”
“못 보던 사람이로구나.”
현적은 잠시 망설이다가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다.
“의룡이라 불리는 자입니다. 호갑신단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뭐라?”
인자하던 장로의 인상이 사납게 바뀌었다. 그러더니 단숨에 거리를 좁혀 조윤의 앞까지 왔다. 경공술이 상당히 뛰어났으나 조윤이 감탄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곤륜파의 운룡대팔식과 비견되는 형산비조 주인학의 경공술을 배웠다. 장로가 보인 경공술은 그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했다.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이냐?”
장로가 살기를 내보이며 물었다. 그러나 조윤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현진을 만나러 왔다가 우연찮게 여기에 있는 현소 도인에게 호갑신단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의원으로서 흥미가 일더군요. 그래서 현진도 보고 약선신의 반양을 만나 호갑신단에 대한 것도 물어보려고 왔습니다.”
잠시 조윤을 노려보던 장로는 현소를 봤다. 그러자 현소가 겁을 먹고 몸을 움츠렸다.
“어디까지 이야기했느냐?”
“네?”
“호갑신단에 대한 것 말이다.”
“저, 전부 다 이야기했습니다.”
“아둔한 녀석!”
장로가 크게 소리치며 화를 냈다. 그 기세가 하도 사나워서 현소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걸 보고 조윤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현소에게는 잘못이 없었다. 한데도 저러니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현소 도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제가 자꾸 물으니까 어쩔 수 없이 대답한 것뿐입니다. 그러니 그를 탓하지 마십시오.”
“네가 나설 일이 아니다.”
조윤이 현소를 비호하자 장로가 좋지 않은 눈으로 보며 말했다. 그렇잖아도 마음에 들지 않은 상황이라 조윤이 주제넘게 나서는 것처럼 여겨졌고,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호갑신단에 대한 일을 굳이 숨길 이유가 있습니까? 듣자니 호갑신단을 먹으면 반 갑자의 내공이 는다고 하더군요. 장문인을 비롯한 장로들과 일대제자 등 많은 사람들이 그걸 먹었다지요? 덕분에 강해졌으면 더 떳떳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왜 자꾸 숨기려고 하는지 모르겠군요. 혹시 누군가가 호갑신단을 탐낼까 봐 그러는 겁니까?”
조윤은 다 알면서 짐짓 모르는 척 물었다. 그러자 장로는 말문이 막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조윤이 말한 것처럼 호갑신단을 먹고 내공이 는 것은 숨길 일이 아니었다. 무림인에게 있어서 영약을 먹고 내공을 늘리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다만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숨기려는 것이다. 부작용을 알면서도 먹고 피를 토하며 죽은 사람들이 벌써 스무 명이 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장로들은 반양을 닦달해서 호갑신단을 만들게 하고 있었다.
“반양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그를 만나려는 목적이 뭐냐?”
“호갑신단에 부작용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라면 그 부작용을 없앨 수가 있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이에 장로는 놀란 눈으로 조윤을 보며 잠시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 *
조윤은 객방으로 안내되었다. 그리고 방문 앞을 일대제자 일곱 명이 철통같이 지켰다.
장로는 조윤이 마음만 먹으면 그들 일곱 명 정도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일대제자라지만 검기를 쓰는 수준을 벗어난 이가 없었다. 강기를 쓰는 조윤의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조윤은 무공보다 의술이 더 알려져 있었다. 더구나 옥승진인의 제자라지만 이제 약관의 나이였다. 강기를 쓸 거라고는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장문인을 구속하고 있는 장로들이 모여 의논을 하는 동안 조윤은 조용히 방에서 기다렸다. 이미 그들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알고 있었다.
욕심 때문에 눈이 먼 사람들이니 자신이 한 말을 흘려들을 수가 없으리라.
문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그리고 곧 장로가 안으로 들어왔다.
“따라오너라. 반양을 만나게 해주겠다.”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났나 보군요.”
“그게 너한테도 좋을지는 결과를 봐야 알겠지.”
“그럴 겁니다.”
조윤이 자신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장로가 청성파의 심처로 조윤을 데리고 갔다.
건물을 몇 개나 지나 커다란 공터가 있는 곳에 삼 층 전각이 우뚝 서 있었다. 그곳에는 청성파의 제자들 수십 명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장로를 보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했다. 모두가 장로를 따르는 사람들이었다.
전각 앞에 도착하니 현자각(賢者閣)이라는 편액이 보였다. 여기는 청성파의 장로들이 모여 지내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반양과 장문인을 가둬두고 있었다.
전각 안은 꽤 넓고 한적했다. 창가에 난 평상에서 노인 두 명이 한가로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그들 역시 청성파의 장로들이었다. 두 사람은 장로와 조윤이 왔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바둑을 두었다.
조윤은 잠시 그들을 보다가 장로를 따라 이 층으로 올라갔다. 거기에도 장로 두 명이 있었다. 그러나 일층에 있던 장로들과 마찬가지로 조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두 사람은 뭔가를 이야기하다가 검을 한 번씩 맞대고 다시 논의를 했다. 보아하니 무공을 연구하는 것 같았다.
그들을 지나쳐 복도로 가자 양쪽으로 여려 개의 방이 있었다. 장로는 그중 우측 두 번째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약재 냄새가 확 풍겨 나왔다.
“무슨 일이오?”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묻는 뚱뚱한 체구의 중년인은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 반양이었다. 그는 장로와 함께 들어오는 조윤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너…… 너는…….”
“여기서 또 보네요.”
조윤이 여유롭게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반양이 힐끗 장로의 눈치를 살폈다.
“둘이 아는 사이더냐?”
“예전에 무당파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조윤이 탁자에 놓인 차를 잔에 따르며 말했다. 반양은 잠시 조윤을 지켜보다가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자 장로도 와서 빈자리에 앉았다.
“이자를 데리고 온 이유가 뭐요?”
“직접 들어라.”
장로가 그렇게 말하면서 조윤을 봤다. 이야기를 하라는 뜻이었다.
“호갑신단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조윤이 서론을 꺼내자 반양이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듣게 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부작용이 있다더군요.”
“그래서?”
“그걸 없앨 수 있습니다.”
“네가 말이냐?”
“그렇습니다.”
“오만하구나.”
반양이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조윤이 미소를 지으면서 무당파에서 있었던 일을 들먹였다.
“벌써 잊었습니까? 당신이 해독하지 못한 독을 내가 해독했었다는 사실을.”
순간 반양의 눈빛이 사납게 바뀌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조윤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하지만 조윤은 그의 시선을 무시하며 여유롭게 차를 홀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