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249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249화
제249화. 강호 제패
은운곡을 점령한 정파는 그곳을 주둔지로 삼았다.
피 한번 흘리지 않고 은운곡을 얻은 덕분인지 무인들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하지만 이틀째가 되었을 때 무림맹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방금 뭐라고 했느냐?”
무림맹이 보낸 개방의 제자가 고개를 푹 숙였다.
“화산파가…… 멸문했습니다. 범인은 맹주와 부맹주의 손에 죽었다던 마교의 교주 연비강이라 합니다.”
“누가…… 누가 그 사실을 알려왔느냐?”
“화산의 어린 제자들인데 연비강은 어린 제자들만은 죽이지 않고 보내 줬답니다. 화산의 모든 전각들이 불에 타 이제 예전의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 이런, 찢어 죽일 놈!”
화산파가 멸문했다는 소식에 벌컥 화를 냈던 제갈습은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죽었다던 연비강이 살아 있다면 시천세 또한 살아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과연 시천세의 분노를 누가 감당할 것인가.
소름이 끼치고 식은땀이 흘렀다.
“큰일이로군, 큰일이야.”
제갈습은 조용히 서 있는 개방의 제자에게 급히 물었다.
“연비강은 어디로 향했다고 하더냐?”
“모르겠습니다. 개방이 찾고는 있으나 워낙 무공이 고강하고 신출귀몰한 자라 추적이 어렵습니다. 아마도 약림으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약림으로 돌아가? 어림도 없는 소리. 화산을 멸문시킨 놈이 순순히 약림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느냐? 화산을 멸문시켰으니 하남에 있는 소림까지도…… 맙소사.”
이제야 연비강의 계획을 알 것 같았다.
화산을 멸문시켰으니 두 번째로 가까운 소림을 노릴 것이다. 소림을 노리고 나면 그다음은 제갈세가나 무림맹이 될 것이다.
연비강 그놈은 구파일방과 육대세가를 강호에서 완전히 지워 버리는 중이었다.
제갈습은 마음이 급해졌다.
지금 이렇게 태연하게 앉아 사련을 공격을 계책을 마련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제갈세가가 있어야 무림맹도 있는 것이고 강호가 존재하는 것이다.
“너는 얼른 소림의 소식을 알아보고 오너라.”
“알겠습니다.”
개방 제자를 돌려보낸 그는 밖으로 나가 제갈세가의 가인들을 불러 모으게 했다.
“무슨 일이오? 제갈 장로.”
다른 방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여러 장로들이 달려 나와 물었다.
“화산이 연비강의 손에 멸문했소. 그다음은 소림이나 제갈세가가 될 수도 있소.”
“무슨 소리요? 연비강이 화산을 멸문시켰다니. 연비강은 이미 죽어…….”
“살아 있소! 살아 있단 말이오!”
제갈습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장로들의 안색도 급변했다.
“도대체…… 맹주와 부맹주는 일을 어떻게 처리했기에…….”
그들은 점점 두려움에 질려 가고 있었다.
연비강이 살아 있다면 시천세도 살아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 이런…… 황망한 일이…….’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교주님.”
담정천과 살가는 조용한 목소리로 머리를 조아렸다.
“앉으시오.”
담정천과 살가가 맞은편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자 비강은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사련으로 가주시오, 살각주. 굳이 두궁천을 제거할 필요는 없소. 다만 사련의 힘만 빼놓으시오.”
“그리하겠습니다, 교주님. 한데 교주님께선 언제 사련을 찾아오실 생각이십니까?”
“전진을 멸한 후에 찾아가겠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교주님.”
살가가 먼저 자리를 뜨고 비강은 담정천에게 명령을 내렸다.
“무림맹을 치시오. 살아 있는 자들은 필요 없소. 무림맹을 친 후에 사련으로 내려오시오.”
“존명.”
“돌아갈 때 수하들로 하여금 제갈세가의 재물들을 찾아내 실어가도록 하고.”
“존명.”
담정천이 방을 나가자 비강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방문을 열자 핏물로 얼룩진 살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제갈세가의 가인들이 시신이 되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웅장했던 거각들은 대부분 부서져 주저앉았고, 오로지 비강이 걸어 나온 전각만이 멀쩡한 상태였다.
비강이 제갈세가를 떠나가자 일월신교의 무인들이 안으로 들어가 재물들을 밖으로 날랐다.
무인들이 재물들을 다 밖으로 옮기자 담정천은 전각에 횃불을 던져 넣었다.
‘아깝군.’
교주의 명령이라 불태우기는 하지만 이런 웅장한 건물을 없애는 것은 아까웠다.
자신이라면 나중에 공이 큰 자들에게 상으로 내주기라도 할 것이다.
‘무림맹은 불태우지 말아야겠군. 불태우라는 말은 없었으니.’
포목점에 들러 깨끗한 무복으로 갈아입은 비강은 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서쪽에는 종남과 점창, 청성, 전진, 아미, 당가가 있었다.
지금은 따뜻한 봄이라 그것들을 전부 멸절시키고 나면 무더운 한여름이 지나가고 있을 것이다.
비강은 오랜만에 목장을 찾아갔다.
울타리 너머로 땅을 박차고 질주하는 말들의 모습은 생동감이 넘쳤다.
“좋은 말 한 마리 내주시오.”
눈썰미가 좋은 목장주는 비강의 얼굴과 손가락에 끼고 있는 검은 반지를 확인하고는 사색이 되었다.
지금 강호에서는 비강을 백리혈이라는 별호대신 신마(神魔)라는 새로운 별호로 부르고 있었다.
그 신마가 말을 사기위해 자신의 목장에 찾아온 것이다.
“사,살려 주십시오.”
목장주는 무작정 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저에게는…… 늙은 노모가 계시고 아직 걸음조차 걷지 못하는 아이와 젖도 떼지 못한 아이가 있습니다.”
하아……
비강은 길게 한숨을 쉬더니 그를 안아 일으켰다.
“걱정하지 말고 좋은 말이나 내오시오.”
“아……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황급히 울타리 안으로 달려 들어가는 목장주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비강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맺혔다.
비강도 강호에 떠돌아다니고 있는 자신에 관한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조부와 친모를 죽인 패륜아, 정파의 협객들을 무참히 살해한 마귀, 마교의 마인들을 이끌고 나와 강호를 혼란에 빠뜨린 천하제일의 공적이라는 소문들로 무성했다.
“우리…… 목장에서 가장 좋은 말입니다.”
목장주가 끌고 나온 말은 전신에 붉은빛이 흐르는 한혈마였다.
“얼마요?”
“그냥…… 그냥 드리겠습니다.”
목장주는 비강이 얼른 이 말을 가지고 자신의 목장을 떠나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비강은 품에서 전낭을 꺼내 은자 이백 냥짜리 전표 두 장을 목장주에게 건넸다.
“넉넉할지 모르겠소?”
당황한 목장주는 전표를 받으려 하지 않았다.
“아…… 아닙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목장주는 비강이 전표를 건네고 자신을 죽이지나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억지로 전표를 쥐어 준 비강은 근처에 놓여 있는 안장을 찾아 말 등에 올리고 끈을 묶었다.
말 등에 올라탄 비강이 말을 몰아 사라지자 목장주는 한동안 멍하니 비강이 사라진 방향만 쳐다보았다.
“신마가…… 아니라 협객이라 불러도 되겠어.”
쉬아악……
콰쾅!
희뿌연 강기를 날려 보내 무림맹의 정문을 박살 낸 담정천은 당당하게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으아아아!
괴성을 질러 대며 마주쳐오는 적들의 목을 차례로 베어 낸 그의 뒤로 일월신교의 신도들이 물밀 듯 밀려들었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좌측과 우측 담장 위로 담혁수와 담수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담혁수와 담수연이 담장을 내려서자 수많은 무인들이 담장을 넘기 시작했다.
“단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제갈습과 제갈세가의 가인들은 가문이 걱정되어 이미 무림맹을 떠난 후였다.
그들 외에도 몇 명되지 않은 화산의 무인들도 본산으로 떠났다.
남아 있던 다른 무가와 무문들도 은근히 자신들의 무문과 가문이 걱정되어 며칠 후에 전부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영원히 자신들의 무문과 가문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밖으로 뛰쳐나온 장로들은 서슴없이 가인들과 제자들을 베어 내며 거리를 좁혀 오고 있는 담정천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일월신교에는 신마 연비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늘로 솟아오른 담정천은 땅바닥을 향해 검을 휘저었다.
순간 희뿌연 빛줄기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콰콰콰쾅! 콰콰쾅!
크아아악!
정파 무인들의 머리가 쪼개지고 어깨가 갈라졌다.
땅을 파고든 희뿌연 빛줄기들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먼지를 피워 올렸다.
땅으로 내려선 담정천은 뿌연 먼지 속으로 신형을 날렸다.
적들의 목과 가슴을 가르며 먼지 속을 뚫고 나온 그는 장로들을 향해 검을 뻗었다.
으헉!
기겁을 한 장로들이 얼른 몸을 비틀었으나 이미 종남의 장로는 목이 떨어지고 있었다.
좌측으로 신형을 날린 당가의 장로 당조한은 담정천을 향해 양손을 뿌렸다.
수많은 암기들이 담정천의 전신을 노리며 쏘아져 날아갔다.
따다다다당!
그러나 그 암기들은 담정천의 검에 부딪쳐 부러지거나 사방으로 튕겨 날아갔다.
당조한의 안색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무림맹을 구하기는 이제 틀렸어. 일월신교를 처음부터 잘못 판단했어.’
자신만이라도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몸을 돌려 도망을 치던 그는 또 다른 젊은 사내가 앞을 가로막자 얼른 암기를 날려 보냈다.
따다다다당!
하지만 그 젊은 사내 또한 당조한의 암기를 전부 쳐 내고 있었다.
‘맙소사.’
당조한은 암기들을 전부 쳐 내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젊은 사내로 인해 눈앞이 깜깜해졌다.
어느덧 봄이 지나가고 뜨거운 여름이 찾아왔다.
강호 무림은 신마와 마교로 인해 대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신마는 구파일방과 육대세가를 찾아다니며 차례로 멸문을 시키는 중이었다.
화산을 시작으로 소림, 제갈세가, 종남, 청성, 점창, 아미가 신마의 손에 의해 폐허가 되었다.
또한 일월신교는 무림맹을 점령했으며 이제 남쪽으로 내려가 사련과 부딪치고 있는 중이었다.
정파는 십만대산으로 떠난 맹주와 부맹주를 기다렸으나 그들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때쯤이 되어서야 정파는 맹주와 부맹주의 죽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들은 아마도 신마의 손에 죽었으리라.
정파 무림은 공포에 질려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신마가 언제 자신의 무문과 가문을 향해 검을 겨눌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강호 무림이 신마와 마교로 인해 혼란에 휩싸여 있을 때 신마 연비강은 촉산잔도를 걷고 있었다.
좁고 험한 길을 빠르게 헤쳐 나가던 한혈마가 갑자기 발을 멈췄다.
“영리한 녀석.”
말갈기를 쓸어 준 비강은 말에서 내렸다.
말을 뒤로 물린 비강은 왠지 모를 살기가 느껴지는 좁은 길을 걸었다.
잠시 걸음 옮기다가 절벽 위쪽을 쳐다보니 수많은 바위들이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부스스……
돌가루들이 절벽을 타고 떨어져 내렸다.
순간 비강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지어졌다.
콰르르르…… 콰쾅!
순식간에 쏟아져 내리는 바위들은 비강이 서 있는 좁은 길을 거대한 무덤으로 만들어 놓으려는 것 같았다.
타탁!
비강은 땅을 가볍게 차며 쏟아지는 바위들을 향해 날아올랐다.
신형을 비틀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바위를 차며 방향을 바꾸는 순간 또 다른 바위가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스악!
하얀빛이 번뜩이자 바위가 갈라지고 비강은 갈라진 바위틈을 통해 위로 치솟아 올랐다.
탁!
떨어져 내리는 바위를 차고 날아올라 절벽 위에 내려선 비강은 푸른색 무복을 걸치고 있는 수십 명의 무인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절벽 위로 나 있는 길을 통해 달아나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비강의 신형이 길게 늘어나더니 도망치는 자들을 바로 따라잡았다.
검을 사용할 것도 없이 뒷목을 잡아 절벽 아래로 던져 버리고 앞쪽에서 달아나는 자의 다리를 후리자 그자 또한 긴 비명 소리와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도망치던 자들이 황급히 몸을 돌려 검을 빼 들었지만 목이 우수수 떨어졌다.
“신마! 전진은 절대로 너에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쉬아아악!
악에 바쳐 소리를 지르던 중년 무인은 휘황한 강기에 의해 가슴이 갈라져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기어이 달아나는 전진의 제자들을 전부 잡아 죽인 비강은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
“아무래도 돌아가야겠다.”
비강이라면 쏟아져 쌓인 바위들 위를 쉽게 오를 수 있겠으나 한혈마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