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2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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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246화
제246화. 신마(1)
무림맹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사련의 발도 빨라졌다.
두궁천은 무림맹의 공표를 전해 듣자마자 강호 각지에 발 빠른 무인들을 파견했다.
사파 무인들이 향하는 곳은 바로 사패와 황곡의 보호를 받고 있던 무문과 무가들이었다.
시천세가 죽고 황곡이 저들의 손에 떨어진 이상 이제 그들을 보호해 줄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두궁천은 바로 그점을 이용해 그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었다.
“냉사도(冷死刀). 몇 명이나 합류하였느냐?”
두궁천의 부름에 냉막한 인상의 사내가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다섯 무가와 여섯 무문이 합류했고, 머릿수로는 사백오십이 명입니다. 지금도 계속 합류하고 싶다는 의견을 타진해 오고 있습니다, 련주님.”
“정파와의 싸움이 시작되면 그들을 선두에 세워라.”
두궁천이 말하는 그들은 바로 황곡의 보호를 받고 있던 무가와 무문들이었다.
“물론입니다. 그자들도 가문을 보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입니다.”
“은운곡은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느냐?”
“예. 아직 기별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어리석은…….”
정파 무림이 은운곡을 온전하게 내버려 둘리 없었다.
황곡의 총관은 벽사군의 오라비였고, 벽사군 또한 풍천양의 제자였었다.
정파는 사련을 공격하기 전에 은운곡부터 먼저 처리하고 싶을 것이다.
‘일천 명이 넘는 충성스런 무인들을 거느리고 있으니 자신이 있는 거겠지. 하지만 중과부적이야.’
은운곡과 힘을 합친다면 정파와 맞서 싸우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그렇다고 자리를 비우고 은운곡으로 달려갈 수도 없는 것이 자신과 고수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정파 고수들이 이곳에 들이닥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또 예전처럼 강호 무림을 떠돌아다녀야 한다.
“냉사도, 네가 직접 고수들을 이끌고 가 은운곡을 도우라. 네가 은운곡을 돕는다면 정파의 공격을 어느 정도는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맡겨 주십시오.”
하명을 받은 냉사도가 대전을 나가자 두궁천은 방안에 있는 다른 고수들을 둘러보았다.
“적들의 기세만 꺾는다면 정파와의 전쟁은 우리 사련의 승리로 돌아갈 것이다. 절대로 물러서지 마라. 알겠느냐!”
“존명!”
“존명!”
감숙으로 들어선 비강은 큰 객잔 하나를 잡아 며칠째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객잔을 나선 비강은 십리 밖까지 나와 어둠 속을 살폈다.
서안을 거치지 않고 감숙으로 들어서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황곡으로 통하는 가장 빠른 길은 바로 이 길이었다.
‘오늘도 오지 않는 건가? 호각주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늦은 밤까지 길섶에 앉아 남쪽으로 뻗어 있는 길을 지켜보던 비강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휘영청 밝은 달이 길을 비추고 그림자를 드리웠다.
막 몸을 돌려 객잔으로 돌아가려던 비강은 흐릿하게 전해져오는 발자국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사박…… 사박…….
발자국 소리가 수없이 겹치고 가벼운 것으로 보아 남쪽에서 올라오고 있는 자들은 무공을 익힌 무인들이었다.
비강은 넓은 길 한가운데로 걸어가 다가오고 있는 발자국 소리를 기다렸다.
잠시 후, 저 멀리 사람들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림잡아 이백 명 가까이 되어 보였다.
달빛에 의지해 길을 달리던 자들도 길 한가운데 서 있는 비강을 발견했는지 속도를 늦췄다.
비강은 환한 달빛에 드러난 저들의 머리를 둘러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누가 보더라도 저들은 소림의 제자들이었다.
소림의 제자들을 이끌던 오진권과 남궁휘는 길을 막아선 자의 얼굴을 살폈다.
흉측한 검상이 가득한 얼굴의 사내가 자신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데 도무지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때 사내가 손을 들어 가볍게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검상이 가득한 얼굴이 달빛에 드러나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손가락이 그들의 시선에 잡혔다.
“아…… 아니야…….”
사내의 손가락을 감싸고 있는 검은 반지를 발견한 오진권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 뒤로 물러섰다.
비강은 오진권이 눈에 띄게 당황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아니, 오진권만 당황하는 것이 아니었다.
남궁휘와 소림 무승들까지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백리혈은 분명 죽었다고 했는데…….”
그들은 분명 황옥으로부터 시천세와 연비강이 ‘양패동사’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저들의 죽음을 확신했었다.
소림 무승들이 놀라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비강은 그제야 이들이 지나치게 당황하는 이유를 알아차렸다.
“황옥은 어찌 되었느냐?”
비강의 질문에 대답을 내놓은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죽었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오진권과 남궁휘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무림맹이 십만대산을 공격하려 한다는 것을 어찌 알았느냐?”
“자신의 식견이 높음을 자랑하는 자들은 예전부터 내려오는 병법서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경향이 있지. 너도 그렇지 않나?”
맞는 말이었다.
군사 제갈곤이 이 계책을 내놨을 때 오진권과 남궁휘는 옛적 손빈의 병법을 떠올렸었다.
그리고 틀림없이 그 계책이 성공하리라 확신했었다.
그러나 멀쩡히 살아 있는 연비강은 지금 자신들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시천세는…… 시천세는 어찌 되었느냐?”
연비강이 살아 있다면 시천세 또한 틀림없이 살아 있을 것이다.
황곡에 새로 생긴 무덤은 시천세의 무덤이 아니었다.
정파와 무림맹은 정말로 끝이었다.
오진권과 남궁휘는 끝없는 절망으로 눈앞이 아득해졌다.
“나를 죽이고 그를 찾아봐.”
‘빌어먹을…….’
오진권은 이를 악물었다.
모든 것이 끝이었다.
무림맹과 구파일방은 강호 무림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저놈을 믿는 것이 아니었다. 저놈만 아니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죽어!”
오진권의 검이 휘황한 빛에 휩싸이는 순간 비강의 검에서 하얀 악마들이 튀어나왔다.
하얀 악마들은 어둠을 밝히며 오진권과 남궁휘, 그리고 소림의 무승들을 향해 흉포한 이빨을 드러냈다.
콰콰콰…… 콰쾅!
악마들은 땅과 함께 무승들까지 갈라놓았다.
다섯 갈래로 어지럽게 갈라진 땅은 핏물에 젖었고, 찢기고 갈라진 무승들이 비틀거렸다.
“아…… 아미타불…….”
악마들과 마주했던 무승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비강을 향해 달려들던 오진권과 남궁휘도 낭패한 기색을 드러냈다.
단정했던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어 있었고, 그들의 무복은 갈라지고 찢겨져 나풀거렸다.
으아아아……!
오진권과 남궁휘는 발작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비강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또다시 하얀 악마들이 튀어나왔다.
“아…… 아미타불…….”
콰콰콰콰…… 콰쾅!
하얀 악마들은 살아남은 무승들을 휩쓸며 지나갔다.
눈앞으로 들이닥친 악마를 갈라 버린 오진권과 남궁휘의 검이 비강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콰쾅!
휘황한 검신들을 쳐낸 휘황한 검신은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다.
쿨럭!
땅으로 내려선 남궁휘의 입에서 피가 한 사발이나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오진권은 그런 그를 돌볼 겨를이 없었다.
쐐애액……
휘황한 빛에 휩싸인 오진권의 검이 비강의 목을 노리며 날아갔다.
쾅!
비강이 검을 쳐 내자 튕겨나갔던 검은 반원을 그리며 다시 비강의 목을 파고들어갔다.
콰쾅!
튕겨져 되돌아온 검신을 잡아챈 오진권의 신형은 순식간에 비강의 눈앞으로 들이닥쳤다.
서걱!
베었다.
분명히 연비강의 목을 베었다.
그런데 왜 내 가슴이 갈라졌을까?
오진권은 쩍 갈라진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다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왼쪽에서 비강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시천세가 죽는 모습을 너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너는 직접 경험하고도 알아차리지 못했겠지만.”
“자…… 잔인한…….”
서걱!
오진권의 목을 쳐 낸 비강은 홀로 남은 남궁휘에게 다가갔다.
한쪽 무릎을 꿇고 괴로워하던 남궁휘는 비강이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자 남은 무릎까지 땅에 댔다.
연비강이 시천세와 싸워 이겼으니 이제 그를 상대할 자는 강호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오진권이 죽었으니 정파 무림을 대표할 자는 자신밖에 없었다.
“살려 주시오. 앞으로 우리 남궁세가는 오십 년간 봉문 하겠소.”
하하하……
비강의 입에서 어이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약추완을 그대로 따라 하고 싶은 것이로구나. 내가 그자를 얼마나 증오했는지 아느냐?”
남궁휘는 비강의 자신을 절대로 살려 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하나였다.
남궁휘는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뻗었다.
아니, 뻗으려 했다.
그러나 눈앞으로 보이는 것은 땅바닥에 무릎을 대고 있는 자신의 몸뚱이었다.
비강은 굴러떨어진 남궁휘의 머리통을 내려다보다가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는 그의 몸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끄으으……
아직도 숨이 붙어 있는 무승들이 있는지 간간이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살아 꿈틀거리던 무승들은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는 악마를 두려운 눈으로 지켜보며 불호를 외웠다.
스걱, 스걱, 스걱……
하지만 그 악마는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살아 있는 무승들의 목을 쳐 냈다.
뒤이어 피에 젖은 채 바닥을 뒹굴고 있던 철봉을 집어든 비강은 다리를 절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는 무승의 등을 향해 그것을 던졌다.
쐐애액…… 퍽!
끄어억!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끝나자마자 등판에 철봉이 꽂힌 무승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상인들과 농부들, 유람객들이 오가던 큰길은 찢어지고 갈라진 사람들의 시신으로 넘쳐 났다.
비강은 큰길에 널브러져 있는 시신들을 치우지 않았다.
멀리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이미 이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진한 혈향을 맡은 것 같았다.
비강은 피의 길을 걸어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은 강호 무림이 있는 남쪽이었다.
은운곡을 점령하기 위해 무림맹을 나선 구파일방과 육대세가는 은운곡이 가까워지자 잠시 휴식을 취하며 계획을 가다듬었다.
구파일방과 육대세가, 그리고 무림맹의 무력대를 이끌고 있는 자는 소림의 자오 대사였다.
전진과 화산, 남궁세가가 선봉을 서기로 했고, 제갈세가가 후미를 맡기로 했다.
좌측은 모용세가와 당가가 맡을 것이고, 우측은 청성과 점창의 차지였다.
나머지 무가와 무문들은 무림맹에 남아 그곳을 지키는 중이었다.
구파일방과 육대세가 대부분 이백 명에서 삼백 명의 제자들과 가인들을 무림맹으로 보냈으나 화산파는 이십여 명의 제자들만 참여했다.
화산파가 섬서에 있어 일월신교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었다.
“자, 이제 움직입시다.”
자오 대사가 먼저 몸을 일으키자 각 문파와 무가의 장로들도 뒤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방에 흩어져 쉬고 있던 제자들과 가인들이 출발을 하기위해 모여들었다.
바로 그때 하늘을 가득 메우며 날아드는 것이 있었다.
쏴아아……
“감히!”
자오 대사는 노성을 터뜨리며 철장을 들어 올렸다.
“적들의 기습에 대비하라!”
따다당! 따다다당……!
머리 위로 쏟아진 화살들은 검과 도, 창에 의해 부러지고 튕겨나갔다.
그러나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무인들도 많았다.
쏴아아……
또다시 하늘을 메우며 화살비가 쏟아졌다.
“청천대는 나를 따르라!”
화살비를 쳐 내던 자오 대사는 화살을 쏘아 보내고 있는 언덕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무림맹의 무력대인 청천대가 그 뒤를 따라 달려 나갔다.
빠른 속도로 언덕을 오른 자오 대사는 언덕 밑으로 도망치는 무인들 수백 명을 발견했다.
그들이 도망치는 방향은 바로 은운곡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었다.
“쳐 죽일 것들!”
자오는 도망치고 있는 은운곡의 무리들을 바라보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