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243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243화
제243화. 마교(2)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강호에 나왔을 때는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세상이었다.
그들은 협과 의를 숭상하는 강호를 꿈꾸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만의 꿈이었다.
정파가 강호 무림을 지배하고 있었으나 협과 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협객들이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그들은 정파와 교분을 나누며 그들을 조금이라도 바꾸고자 하였다.
그때 얻은 별호가 마안자와 청로도였다.
그러나 정파는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추악했다.
선비가 군주에게 실망해 초야로 숨듯 그들도 정파에 너무 실망한 나머지 강호를 등졌다.
강호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새로 시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그들을 식객으로 받아준 곳이 바로 벽총관의 가문이었다.
얼마 후, 정파는 황곡이라는 곳에서 뛰쳐나온 고수들에 의해 멸망을 맞이했다.
그리고 강호는 네 곳으로 나뉘었고 벽하원과 벽사군은 북림에 출사를 하게 되었다.
사패가 다스리는 강호는 정파가 다스리던 강호보다 훨씬 더 평화로웠다.
사패의 우두머리들은 의와 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호에 실망한 그들은 여전히 무위도식으로 세월을 보냈다.
아니, 아예 강호 출입을 하지 않았다.
나가봤자 할 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파가 다시 강호에 등장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들은 더 이상 앉아서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
무거운 철장이 마안자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아아…… 아악!
“마안자!”
마안자가 어깨를 부여잡으며 쓰러지자 장룡이 놀라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를 소림의 무승들이 포위했다.
소림의 무승들은 전부 철봉을 들고 있었다.
“대사!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장룡의 노성에 자오 대사는 코웃음을 쳤다.
“웃기는 놈이로다. 이미 네놈들이 시천세가 심어 놓은 간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누구 앞에서 허튼수작을 부린단 말이더냐.”
철장에 어깨가 박살이 난 마안자는 자오 대사가 자신들을 살려 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설사 자신들이 정말로 간자가 아니더라도 죽이려 할 것이다.
이들은 원래 이런 족속들이었다.
“그래. 이것이 너희들의 본모습이지. 추악하고 더러운 정파.”
크하하하하……!
“과연 본모습을 바로 드러내는구나.”
자오 대사의 눈이 희번덕거리며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퍽!
자오 대사의 철장은 마안자의 머리를 부숴 버렸다.
소림의 승려는 사람을 죽이는 일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국원!”
장룡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려 했으나, 그를 막아서는 것은 머리를 향해 떨어져 내리는 철봉이었다.
황급히 철봉을 피해 내며 검을 뽑는 장룡의 등 뒤로 또 다른 철봉이 떨어져 내렸다.
스악!
철봉은 장룡의 무복과 함께 살가죽을 찢어 놓았다.
그는 고통을 참으며 무승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까깡! 깡!
검과 철봉들이 부딪치며 불꽃을 튀겼다.
퍽! 퍼퍽! 아아악……!
하지만 무승들의 철봉은 금세 장룡의 머리와 어깨를 부숴놓았다.
장룡이 상대한 무승들의 머릿수가 너무 많았고, 무공 또한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장룡은 머리가 부서져 숨이 넘어가는 와중에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무승들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너희들도…… 곧 나를 따라……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경련을 일으키던 장룡이 숨을 멈추자 자오 대사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무엇들을 하느냐! 어서 시신을 치우지 않고!”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던 무림맹의 무인들은 얼른 시신들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우리는 바로 황곡으로 달려가 맹주와 합류할 터이니 너희들은 되돌아가 군사에게 이곳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전하라!”
자오 대사의 명령에 무림맹 무인들은 더욱 당황해 서로 눈치만 살폈다.
그러나 그들 중에 침작한 자들도 있기 마련이라 곧 중년 무인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실은 제갈 군사께서 새벽에 살수의 손에 암살을 당하셨습니다. 해서 그분을 대신해 마안자와 청로도가 마중을 나온 것입니다.”
성정이 거칠고 대범한 자오 대사로서도 생각지 못한 말을 들었는지 잠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군사가 암살을 당했다고 했느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무림맹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구나. 하나 황곡의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나만 무림맹으로 들어가겠노라.”
그렇게 결정을 내린 그는 무승들에게 호령했다.
“너희들은 지금보다 배는 속도를 빨리해 황곡으로 달려가라! 그곳으로 달려가 맹주의 명령을 따르라! 알겠느냐!”
자오 대사의 호령에 무승들은 철봉을 세우고 반장을 했다.
“아미타불.”
***
정월 초하루를 맞아 황곡으로 들어서던 두궁천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작년과는 많이 다른 공기가 황곡 입구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한 손에 들고 있던 나무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은 그는 천천히 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뭐지? 이 기분 나쁜 기운은…….’
멀리 입구 쪽에 황곡 무인들이 얼핏 보였지만 왠지 그들에게 다가가기가 께름칙했다.
스윽,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서던 두궁천은 황급히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콰쾅!
새하얀 강기가 양쪽에서 날아들며 그가 서 있던 자리에 구덩이를 만들어 냈다.
뿌연 먼지가 가라앉으며 그곳에 오진권과 남궁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기랄.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른 놈이로구나.”
오진권은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 점이 되어 사라져 가는 두궁천을 추격했다.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시천세가 이곳에 들어온다면 수하들이 몰살을 당할 거요.-
뒤를 쫓아오던 남궁휘의 전음이었다.
-사흘이나 기다렸는데 아직까지 황곡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은 시천세가 제법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는 뜻이오. 하루 이틀 정도는 자리를 비워도 괜찮을 거요.-
시천세가 자신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황곡에 들어오는 것도 문제였지만, 저 두궁천을 이곳에서 죽이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다.
그렇다면 당장 눈앞에 있는 적부터 처리하는 것이 순서였다.
두 사람이 속도를 올리는 만큼 앞서 달아나는 두궁천도 속도를 올렸다.
그렇게 그들은 거리를 좁히지도 못하고 벌리지도 못하는 평행을 유지하며 계속 달렸다.
한참을 달리던 오진권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앞서 달아나고 있는 두궁천이 남쪽이 아닌 무한이 있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런.”
남궁휘도 오진권과 같은 짐작을 하고 있었다.
“두궁천이 은운곡으로 들어가려는 것이 분명하오.”
두궁천이 은운곡으로 들어가 벽사군과 합류한다면 상황이 역전돼 불리해지는 쪽은 자신들이었다.
난감하기 그지없는 상황에서 오진권은 묘수를 생각해 냈다.
“아직 저자는 황곡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있소. 벽사군을 속여 넘길 수 있다면 은운곡에 저자의 무덤이 생길 거요.”
이천 명이 넘는 일월신교의 신도들이 성벽 안으로 들어섰다.
미리 도착해 있던 추옥민과 육선풍이 그들을 안으로 맞이해 들였다.
담정천과 담수연, 담혁수가 이끄는 무인들이 차례로 안으로 들어섰다.
신녀는 가장 마지막에 성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는데 이십여 명의 신도들이 그녀를 철통같이 에워싸고 있었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성안은 후끈한 열기로 겨울의 차가움마저 접근을 하지 못했다.
남아 있는 일꾼들이 삶아 놓은 고기는 산더미였고, 걸러놓은 술은 연못이었다.
일월신교의 신도들은 성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수십 군데에 피워 놓은 화톳불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화톳불에 몸을 녹이며 고기를 뜯고 술을 마셔댔다.
각주들과 그 밑의 대주들도 그들을 막지 않으니 성안은 그대로 술판이었다.
언제 적들이 이곳으로 쳐들어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각주들과 호법들마저 술판에 어울려 술을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이곳까지 오느라 온갖 고생을 한 교도들은 위로를 해 주어야 했다.
그들은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기위해 약추완의 거처가 있는 정상으로 올라갔다.
한쪽 귀퉁이가 검게 그을린 흉물스런 전각이 정상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각주들은 잠시 전각을 쳐다보았다.
저 전각은 북림의 상징이었고, 중천의 상징이었으며, 약림의 상징이기도 했었다.
“저곳이 바로 강호 영웅들의 거처로군.”
담정천은 참으로 감개무량했다.
이곳이 북림이었을 때도 한번 올라와보고 싶었다.
아니, 이곳에 서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기분을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목소리가 옆에서 흘러나왔다.
“강호 제일의 살인자들이 머물렀던 곳이지요.”
신녀의 말에 담정천은 정색을 하며 전각으로 걸음을 옮겼다.
“들어갑시다.”
담정천은 신녀가 아주 싫었다.
그녀의 눈은 너무나 맑아 상대방의 속내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 마주치는 것조차 꺼려질 정도였다.
각주들과 호법들이 전각으로 다가가자 안에서 일하던 이들이 나와 머리를 조아렸다.
“수고해 주십시오. 당신들은 앞으로도 안전한 겁니다.”
담혁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일보는 이들을 위로했다.
낭하를 지나 회의실 문을 여니 방 안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하지만 이들 중에 고수 아닌 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저 멀리 탁자 끝에 앉아 있는 검은 형체를 발견한 그들은 바로 검을 빼 들었다.
“누구냐?”
탁자 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검은 형체가 머리를 쳐들었다.
검은 형체는 바로 비강이었다.
“교……주님? 어떻게 된 겁니까?”
각주들이 반가워하며 황급히 다가갔다.
담혁수가 회의실에 놓여 있는 촛불들을 전부 켜자 비강의 얼굴이 확연하게 그들의 눈으로 들어왔다.
비강에게 다가가던 각주들과 호법들은 멈칫 발을 멈췄다.
흉터가 가득한 얼굴과 붉은 눈의 비강이 자신들을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요?”
그러나 신녀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얼른 비강에게 다가가 의자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어디 봐요.”
“괜찮소. 기혈이 조금 뒤틀렸을 뿐이오.”
신녀는 소매 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비강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눈물을 닦아주었다.
“다행이에요.”
“당신 덕분이오.”
눈물을 닦아낸 신녀는 비강의 눈꺼풀을 젖혀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의술에도 조예가 있소?”
“아니요. 그냥 보는 거예요.”
신녀의 엉뚱한 대답에 비강은 피식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들 앉으시오.”
가주들과 호법들이 탁자 양편으로 나눠 앉자 신녀도 의자에 앉았다.
“시천세는 어떻게 됐습니까? 교주님.”
담정천이 각주들과 호법들을 대신해 물었다.
“죽었소.”
각주들과 호법들의 얼굴에는 기쁨의 감정이 넘실거렸다.
그들은 비강의 명령에 의해 강호로 진출하면서도 큰 걱정을 하고 있었다.
만약 교주가 시천세에게 패한다면 자신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교도들 또한 전부 죽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교주가 시천세와의 싸움에서 패할 것이라 짐작했었다.
“어…… 어떻게 이기셨습니까?”
너무 기쁜 나머지 담혁수는 말까지 더듬었다.
“속임수를 썼소.”
하하하하……,
“시천세가 속임수 같은 것에 속아 넘어갈 자였습니까?”
담혁수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웃으며 말을 받았다.
“속아 넘어가지 않았소. 단지 알아차리는 것이 조금 늦었을 뿐이오. 하나 삶과 죽음은 찰나의 순간에 갈라졌소.”
몸이 단 담혁수는 졸라댔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교주님.”
“호각주.”
담정천의 엄중한 눈길을 받은 담혁수는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교주님.”
“괜찮소. 신경 쓰지 마시오.”
회의실 안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비강의 목소리가 어색한 침묵을 깨뜨렸다.
“강호 무림의 가장 높고 넓은 산을 넘었소. 이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수없이 많은 작은 산들이오. 개중에는 꽤 높고 거친 산들이 있을 것이오. 그것들을 평지로 만들 때까지 최선을 다해 주시오.”
“존명.”
“그만 나가들 보시오.”
각주들과 호법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강을 향해 예를 올렸다.
비강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의 예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