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2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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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9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242화
제242화. 마교(1)
스걱.
벽하원의 목을 치는 것을 끝으로 황곡은 무림맹의 수중으로 떨어졌다.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려 시신들을 정리하게 한 오진권과 남궁휘는 총관의 방으로 들어갔다.
총관의 방에는 수많은 서류들이 있어 그것을 살펴볼 요량이었다.
오진권과 남궁휘는 서가와 서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서류들을 빠르게 살펴나갔다.
그러나 반 시진정도 시간이 흐르자 그들은 더 이상 다른 서류에 손을 대지 못했다.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외면한 채 조용한 침묵을 지켰다.
이윽고 너무 긴 침묵이 싫었는지 남궁휘가 먼저 장탄식과 함께 입을 열었다.
하아……
“부처의 손바닥 위에 놀아나고 있는 잔나비가 바로 강호 무림이었구려.”
남궁휘가 먼저 입을 열어 말을 건넸으나, 오진권은 아직도 충격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무램맹의 맹주로서 그가 받은 상심은 너무도 대단한 것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소?”
그들이 살폈던 서류들은 다름 아닌 각지에서 보내온 서신들이었다.
그런데 그 서신들 중에는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에서 보내온 것들도 있었다.
자신들의 문파와 가문을 잘 보살펴주어 고맙다는 인사가 들어 있는 글을 읽은 오진권과 남궁휘는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특히 화산파와 모용세가가 보내온 서신에는 정파의 동향까지 밝히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서신들을 보내온 시기가 전부 이 년 안쪽이라는 거요. 시천세가 두려워 이런 짓을 몰래 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정파를 배신할 생각까지는 없었을 거요. 우리가 그동안 함께 고생한 것이 몇 년인데 이렇게도 쉽게 정파를 배신하겠소?”
크크크크……
오진권은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언젠가 내가 강호 무림을 구해 낸 영웅이 된다면 이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남궁휘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파를 위한다면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맹주……, 전부 태웁시다.”
“부맹주!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시오! 수십 년의 맹세가 고작 육 년, 칠 년에 끝장이 나버렸소!”
눈물을 흘리고 있던 오진권은 울분을 토해 냈다.
절대로 정파를 배신하지 않겠다는 맹세, 강호의 의기를 위해서 언제든 목숨을 내놓겠다는 맹세, 언젠가 사패와 시천세를 몰아내고 진정한 강호의 주인이 되겠다는 맹세를 했었던 그들이었다.
“진정하시오, 맹주. 나 또한 맹주보다 더한 분노를 느끼고 있으나 정파의 미래를 위해 참고 있소. 이것들은 오로지 우리 둘만 알고 있어야 하오. 부탁하오, 맹주.”
남궁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머리까지 숙였다.
“제기랄…….”
오진권은 울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의 부탁이라면 몰라도 남궁휘의 부탁은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강호에서 하나밖에 없는 벗이자 경쟁자였다.
오진권의 기세가 사그라들자 남궁휘는 서신들을 주섬주섬 서신들을 주워 챙겼다.
그리고 그것들을 밖으로 가져나갔다.
방에 남아 있던 오진권도 서신들을 찾아 챙겼다.
서신들 중에는 정파 무림은 물론이고 사파에서 보내온 것들도 있었다.
그것들은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기에 따로 분류해 놓았다.
서신들을 태우는 불꽃이 환하게 타올랐다.
종이들을 태우는 연기가 피어오르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무인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두 사람이 무엇을 태우는지 알지 못했다.
오진권은 그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총관의 방으로 들어가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각자 하나씩 가져나오라. 그것이 무엇이든 오롯이 너희들의 것이니 내게 따로 보고할 필요는 없다.”
총관이 따로 방이나 집무실에 보관하고 있을 정도면 아주 귀한 것일 것이다.
그것이 무공비급일 수도 있고 천하의 보검일 수도 있으며 아주 귀한 패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맹주.”
무인들이 우르르 총관의 전각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궁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은 일을 하셨소, 맹주. 저들은 앞으로도 맹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이오.”
오진권은 별것 아니라는 듯 무심한 얼굴로 말을 받았다.
“시천세에게 목숨을 잃는다면 재물 같은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소. 삼사일 동안은 이곳에서 시천세를 기다릴 것이니 부맹주도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한번 골라 보시오.”
“맹주, 우리는 틀림없이 시천세를 쓰러뜨릴 수 있을 거요.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시오.”
하하하……
“내가 그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소? 천하의 이 오진권이 말이오?”
어이없어하는 웃음을 지어 보인 오진권이 문득 정색을 하며 물었다.
“가능하겠소?”
“물론이오. 이제 시천세만 넘어선다면 우리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소. 그것만 생각합시다. 그리고 며칠 후면 그놈까지 이곳에 들어오게 될 거요. 한 번에 모든 일을 정리할 수 있소.”
남궁휘의 말이 맞다.
시천세만 넘어선다면 천하제일인이다.
강호에 그 어느 누가 자신을 막아설 수 있겠는가.
거기다가 후방을 괴롭히고 있는 사련까지 처리한다면 더 이상 강호에는 적이 없을 것이다.
***
내일 아침이면 소림의 무승들이 무림맹에 도착할 것이라는 기별을 받은 제갈곤은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아직 황곡의 일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연락이 오지 않아 불안하기 그지없었으나 소림이 도착을 한다니 적잖이 마음이 놓였다.
침상에 누워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고민을 하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 들어갔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그는 문득 가슴이 뜨겁다는 느낌을 받아 잠에서 깨어났다.
어두컴컴한 방안이 시야에 들어오자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이 귀찮고 일어나기가 싫었다.
지금은 그저 잠을 자고 싶었다.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칠흑 같은 어둠이 밀려왔다.
그렇게 그는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잠 속으로 잠겨 들어갔다.
“들어갈게요, 군사 대인.”
날이 밝아 오자 시중을 드는 시녀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평상시라면 벌써 세안을 끝내고 조반까지 들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밤까지 세며 일을 하다가 새벽에야 겨우 잠에 든 탓인지 기침 시간이 늦어진 것 같았다.
방 안으로 들어온 시녀는 죽은 듯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군사의 얼굴을 살피다가 밖으로 나갔다.
아무래도 조금 더 기다렸다가 다시 와야 할 것 같았다.
방문을 나서던 그녀는 문득 섬뜩한 느낌을 받았는지 고개를 돌려 다시 군사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이 너무 창백해 정말 시신을 보는 것 같았다.
손가락을 군사의 얼굴로 가져가 코끝에 대본 시녀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아아악!
시녀의 비명 소리에 군사전을 지키고 있던 자들이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대인께서…… 대인께서…….”
시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제갈곤을 가리켰다.
무인들 중 하나가 급히 침상에 누워 있는 군사에게 다가가 몸을 흔들었다.
“어르신! 어르신!”
하지만 제갈곤의 몸은 이미 뻣뻣하게 굳어 있는 상태였다.
재빨리 이불을 젖힌 무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침상에 누워 있는 제갈곤의 왼쪽 가슴은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마안자를 모셔오너라! 어서!”
방 안에 들어온 마안자는 먼저 시신부터 살폈다.
겉옷을 젖힌 그는 심장 부위를 정확하게 찌른 흔적을 발견했다.
암살자는 아마도 폭이 좁은 단검을 사용한 것 같았다.
시신을 뒤엎어 보았지만 등 뒤에는 상처가 없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암살자는 이불을 젖힌 후에 심장을 찌르고 다시 이불을 덮은 것 같았다.
그는 시선을 들어 올려 대들보를 쳐다보았다.
저 대들보에 숨어 있다가 군사가 잠들기를 기다려 살행을 시행한 것처럼 보였다.
“살수의 짓인 것 같네.”
뒤따라 들어온 장룡도 방안의 상황을 살피고는 똑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살수의 짓이 맞소. 군사께서 이렇게 편안한 얼굴로 돌아가신 것을 보면 아주 대단한 살수가 이곳에 침입했던 것이 분명하오. 얼마 전에 약림 림주의 아들인 약무한도 살수에 의해 죽임을 당했소.”
약림이 살수들에 의해 불타고 약무한이 살해당한 사실은 무림맹 무인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짓을 벌인 자들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었다.
일월신교.
범인은 바로 일월신교였다.
마안자 국원도 짚이는 바가 있는지 장룡의 말을 받았다.
“몇 년 전에 약추완이 하오문의 계집을 추격하다가 몰살당한 적이 있었소. 그때 중천에 몸을 의탁하고 있던 살몽과 하오문의 계집을 보호하고 있던 살가가 부딪쳐 살몽이 패해 죽었소. 이 일은 분명 살가의 짓이오.”
마안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무인들은 저마다 가슴이 서늘해졌다.
살가라면 이미 오래전에도 천하제일의 살수로 강호에 악명을 떨치던 자였다.
“감히 정파 무림맹의 군사를 암살하다니, 신교가 아니라 마교라 불러야 하겠군.”
어찌 되었든 군사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순 없었다.
마안자는 먼저 좋은 관을 구해 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는 손수 하얀 비단옷을 가져다가 피 묻은 옷을 갈아입혔다.
장룡의 옆에서 그의 일을 도왔다.
옷을 전부 갈아입히고 나자 무림맹의 무인들이 몰려들었다.
그들도 군사의 죽음을 전해 들은 것이다.
무림맹 무인들은 전부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향이 나는 좋은 나무로 만든 관이 도착하고 군사의 시신이 옮겨졌다.
“소림이 육 리 앞에 도착했습니다.”
막 관의 뚜껑을 덮었을 때 무인 하나가 달려와 알렸다.
소림이 멀지 않은 곳까지 들어왔다면 응당 마중을 나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군사 제갈곤이 죽었기에 마안자가 그 일을 대신했다.
그는 일부 무인들로 하여금 관을 지키게 하고 남은 무인들을 이끌고 소림의 맞이하러 나갔다.
소림의 자오 대사는 사패가 강호를 다스리고 있을 때 소림승들과 새외를 떠돌았다.
집을 떠나 이곳저곳 떠도는 삶이 얼마나 고달프겠는가.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 사패를 증오했고 그들의 사형인 시천세를 죽이고 싶어 했다.
소림으로 되돌아온 이후에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아 소림의 무승 이백 여명을 이끌고 직접 무림맹에 찾아온 것이다.
자오 대사는 소림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다.
매양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며 원한을 잊지 않겠다는 뜻에서였다.
그는 멀리 마안자와 장룡, 그리고 무림맹 무인들이 보이자 반장을 하며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자오 대사가 걸음을 멈추고 불호를 외자 마안자와 장룡은 더욱 걸음을 빨리해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대사님.”
“대사님을 뵙습니다!”
마안자와 장룡이 먼저 손을 모아 예를 표하고 뒤를 따라온 무인들도 일제히 예를 올렸다.
“그동안 평안하셨소?”
“예. 전부 대사님 덕분입니다. 어서 가시지요.”
마안자가 손을 들어 올리자 무림맹 무인들은 양쪽으로 늘어서 길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자오 대사는 걸음을 떼지 않았다.
“그전에 확인 할 것이 하나 있소.”
“무슨 확인을 하시려는지…….”
마안자와 장룡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황곡으로 보낸 원화건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어 마음 한구석에 커다란 돌멩이 하나가 들어 있는 느낌이었다.
“원화건이라는 자를 알고 있소?”
자오 대사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두 사람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워낙 노련한 그들이라 별다른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 무림맹에 원화건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며칠 전에 강호로 나가 아직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세히 알고 있구려.”
자오 대사의 눈에 섬뜩한 광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절대로 자리를 구하는 승려의 눈빛이 아니었다.
그는 품속에서 서신 하나를 꺼내 두 사람을 향해 던졌다.
“맹주와 부맹주께서 황곡을 치셨더구려. 원수들을 전부 쳐 죽였다고 하니 이보다 더한 무림의 홍복이 어디에 있겠소. 한데 그곳에 원화건이라는 자가 있어 무림맹이 아닌 내게 사람을 보내 그 사실을 알렸소. 아마도 맹주와 부맹주께서는 이 서신이 그대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우려한 것 같소.”
“아, 아닙니다. 절대로 우리는 황곡의 간자가 아닙니다.”
“믿어 주십시오, 대사. 우리들은 무림맹을 위해 정성을 다했습니다.”
마안자와 장룡이 발뺌을 했지만 자오 대사는 이미 이들이 황곡의 간자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