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2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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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241화
제241화. 단지 같은 꿈을 꾸었을 뿐(2)
화옥봉은 동료 장원과 함께 황곡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너무 멀리 순찰을 나간 탓에 객잔에 들러 점심까지 먹고 황곡으로 들어서던 그들은 비명 소리와 폭음소리, 그리고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는 황급히 신형을 움직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의문의 무리들과 뒤엉켜 혈전을 벌이고 있는 황곡 무인들의 모습이었다.
“무림맹, 이 새끼들이 감히!”
그녀는 단번에 황곡을 습격한 무리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스악. 서걱…….
크아악! 아악! ……!
화옥봉은 황곡 중심부로 달려가며 눈에 보이는 적들을 무지막지하게 베어 넘겼다.
그녀의 왼편에 있는 장원도 달려드는 적들을 베어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황곡을 점령하기 위해 가려 뽑은 무인들이라 하지만 두 사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십여 명을 베어 넘기며 황곡 중심부로 달려간 그들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광경에 넋을 잃었다.
베어지고 갈라진 소나무들과 함께 동료들도 전부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오직 종예만이 두 발을 땅에 딛고 있었지만 그녀 역시 이미 큰 부상을 당해 온몸에 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팔은 반쯤 잘려 덜렁거렸고 가슴 또한 사선으로 깊게 베어져 거친 숨만 헐떡이는 상태였다.
크크크크……
종예에게 비웃음을 짓고 있던 오진권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너희들이 남아 있었구나.”
오진권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종예도 그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망…… 쳐. 도망…… 쳐.”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흐릿했지만 그녀는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종예의 입모양을 알아보았는지 넋을 잃고 있던 장원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웃기지 마, 종예 누님.”
그의 말에 화옥봉도 검을 비껴들었다.
두 사람의 신형은 바람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오진권과 남궁휘의 눈앞에 들이닥쳤다.
오진권과 남궁휘의 신형이 흩어지더니 화옥봉과 장원의 좌우에 모습을 드러냈다.
콰쾅!
화옥봉과 장원은 검을 통해 전해지는 충격에 신형을 휘청거렸다.
신형을 휘청이던 화옥봉은 황급히 몸을 비틀었다.
가슴을 파고들던 검신은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목을 베어 왔다.
쾅!
간신히 검을 쳐내기는 했으나 또다시 순식간에 방향을 바꾼 검이 하체를 쓸어 왔다.
콰쾅!
강기가 휘감고 있는 검과 검이 부딪칠 때마다 손바닥이 아리고 손목과 팔이 시큰거렸다.
이미 오진권의 무공은 그녀를 한참이나 넘어서고 있었다.
거의 동시에 가슴과, 목, 하체를 파고드는 검을 막고 피해 낸 그녀는 반격의 기회를 잡기위해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오진권의 검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스걱.
거리를 벌리는 화옥봉을 따라붙으며 허리를 훑고 지나갔다.
끄으,
그녀는 쇠붙이가 몸을 훑고 지나가는 와중에도 머리 위로 검을 쳐올렸다.
쾅!
뒤이어 사선으로 길게 떨어져 내리는 번뜩이는 검날을 막아 낸 그녀는 균형을 잃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스산한 미소를 지으며 화옥봉을 향해 다가가던 오진권은 갑자기 몸을 돌리며 검을 그어 올렸다.
쾅!
머리를 향해 날아들던 커다란 도끼가 하늘로 튕겨지며 회전했다.
풀썩.
마지막 힘을 짜내 도끼를 던진 종예는 뒤로 넘어가고 오진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의 허리에서는 핏물이 베여 나오고 있었다.
서늘한 예기를 느끼자마자 몸을 비틀었으나 기어이 허리에 흔적을 남긴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는 화옥봉의 등 뒤로 검은 그림자가 스치고 지나갔다.
서걱! 풀썩!
화옥봉의 목을 베어 낸 남궁휘는 오진권을 흘깃 바라보다가 안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피해를 줄이려면 서둘러야 하오.”
남궁휘의 말에 급히 신형을 날리려던 오진권은 이미 죽어 널브러진 화옥봉의 가슴에 다시 한번 검을 찔러 넣었다.
“빌어먹을 년.”
이제는 이번 일을 실행한 것을 후회해도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진권도 비강이 시천세와의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백리혈의 강함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나 시천세는 세월까지 역행할 정도로 강한 자였다.
다만 그 빌어먹을 백리혈이 시천세의 팔 하나 정도라도 잘라 준다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시천세가 구파일방과 육대세가를 동원해 일월신교를 상대하라는 명령만 내리지 않았다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군사 제갈곤은 계책만 잘 짠다면 일월신교를 충분히 막아 낼 것이라 여기고 있었지만 오진권의 생각은 달랐다.
설사 군사의 말대로 일월신교를 막아 낸다고 해도 그다음이 문제였다.
극심한 피해를 입은 구파일방과 육대세가를 사련이 두고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사련과 또 전쟁을 벌이고 나면 정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제기랄…… 제기랄…….”
크억! 끄으으으……!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적들의 등 너머로 총관의 거처가 보였다.
“몇 명이나 남았느냐?”
오진권과 남궁휘는 황곡의 무인들을 베고 갈랐다.
신경질적인 오진권의 질문에 두 사람의 주변으로 모여들던 무인들 중 하나가 얼른 대답했다.
“오십여 명 정도가 살아남았습니다.”
“제기랄.”
일백오십여 명을 이끌고 와 일백 명이 넘게 죽었다.
황곡 무인들의 숫자가 오백여 명에 가까우니 어느 정도의 피해는 당연했으나 설마 사십여 명만 살아남을지는 몰랐다.
그렇게 된 이유는 전부 종예와 그 황곡의 무리들 때문이었다.
그자들을 상대하는 동안 수하들이 일백 명이 넘게 죽어 나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눈에 띄는 고수들이 없다는 것이다.
또다시 황곡을 지키기 위해 달려드는 적들을 발견한 오진권의 검은 휘황한 빛에 휩싸였다.
콰쾅! 콰콰쾅! 꽈드드드…… 쿠쿵!
적들의 몸과 함께 땅바닥이 강기에 갈라지고 나무들이 강기에 맞아 쓰러졌다.
순식간에 십여 명의 적들을 갈라 버린 오진권은 남궁휘를 돌아보았다.
“부맹주는 잔당들을 찾아내 처리하시오. 나는 이곳의 총관 놈을 찾아보겠소.”
“알겠소.”
남궁휘가 무인들을 이끌고 사라지자 오진권은 총관의 전각으로 걸음을 옮겼다.
드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말끔한 총관의 집무실을 돌아보았다.
두루마리 서류들은 탁자 한쪽에 보기 좋게 쌓아 올려놓았고 서책들은 서가에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 있었다.
총관 벽하원의 성격을 보여 주는 방안의 모습이었다.
황곡은 삼면이 산으로 가로막혀 입구 외에는 퇴로가 따로 없는 곳이었다.
물론 산을 타고 넘으면 도망을 칠 수는 있겠지만 황곡을 에워싸고 있는 산들은 거칠고 험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것을 알기에 무공이 그리 뛰어나지 못한 총관은 아직까지 황곡에서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집무실을 둘러보고 의자 왼편에 나 있는 방문을 열자 그의 침실이 나타났다.
침실 역시 깔끔했지만 침상은 여느 침상보다 높이가 높았다.
침상을 드리우고 있는 비단휘장은 침상 바닥까지 늘어져 있었다.
오진권은 늘어진 휘장을 검 끝으로 슬쩍 밀었다.
침상 밑으로 여러 개의 나무상자들이 보였다.
‘아직까지 이곳에 남아 있을 리는 없겠지. 황곡 어디엔가 숨어 있겠군.’
막 방을 나가려던 오진권은 문득 나무상자가 노여 있는 바닥이 다른 곳과 미세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바닥의 긁힌 자국을 발견한 그는 입가를 실룩거렸다.
크크크크……
꽈지직! 콰쾅!
일검에 벽이 터져 나가고 침상이 갈라졌다.
침상이 갈라지자 바닥이 드러났다.
오진권은 나무상자들이 놓여 있지 않은 곳으로 들어가 가볍게 바닥을 굴렀다.
쿵! 쿵!
바닥이 울리는 것으로 보아 아래쪽 공간은 비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오진권은 갈라진 침상의 조각들과 나무상자들을 발로 밀어 공간을 만들었다.
과연 짐작대로 이어진 나무 바닥에는 가는 실금이 보였다.
나무 틈 사이에 검을 꽂아 벌리자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만한 나무 뚜껑이 열렸다.
“그만 나와라, 벽하원. 내 말을 무시한다면 연기에 질식해 죽게 될 거다.”
그의 말이 끝나고 잠시 후 아래쪽에서 기척이 들려왔다.
“올라가마.”
그는 몇 년 동안 황곡의 총관으로서 모든 것을 누렸다.
황곡은 물론이고 강호에서 살아가는 자들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전부 머리를 숙였다.
말 한마디에 무가나 무문을 지워 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때문에 강호 무림은 전부 그의 눈치를 봐야 했다.
새해를 맞이해 문안인사를 드리러 오는 자들은 약림과 무림맹, 사련만이 아니었다.
무수히 많은 무문과 무가, 표국, 상단들이 인사를 드리러 왔다.
놀라운 것은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일부 무문과 무가에서도 몰래 사람을 보내 뇌물을 바쳤었다.
그들의 문안인사를 받는 일은 순전히 총관의 일이라 받아 놓은 뇌물과 선물은 매년마다 산을 이룰 정도였다.
그것들 중에 아주 귀한 것은 시천세에게 바치고 일부는 무인들에게 풀고 본가에 보냈으며 나머지는 창고에 넣어 두게 했다.
권력의 정점에서 오륙 년을 보낸 그는 앞으로도 황곡이 영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기르던 개에게 다리를 물려 버렸다.
주인을 무는 개는 죽여 삶아야 했다.
총관 벽하원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무림맹 무인들 앞에 정좌를 하고 앉았다.
그는 흉흉한 살기를 드러내고 있는 무림맹 무인들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들은 살기 위해 머리를 굽실거리던 것들이었다.
“주공께서 돌아오신 후에 무림맹과 정파를 멸할 것이다. 너희들의 반역은 절대로 성공하지 못해.”
하하하하……
“반역이라…… 시천세가 왕이고 우리가 신하들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조롱 섞인 오진권의 반응에 벽하원은 차게 웃었다.
“신하? 아니지. 너희들은 개였어. 주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꼬리를 흔드는 개. 그것이 너희들이었어.”
“이 찢어 죽을 새끼가……!”
무림맹 무인들은 전부 분노를 토해 내며 당장이라도 벽하원의 목을 베려 들었다.
“그만!”
오진권은 손을 들어 그들을 막았다.
벽하원을 향해 천천히 다가간 오진권은 몸을 굽혀 그와 눈을 맞췄다.
“태청산으로 향한 시천세가 돌아와야 네 말도 성립이 되겠지.”
벽하원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고 안색까지 변했다.
어떻게 오진권이 태청산을 알고 있단 말인가.
나중에야 알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절대로 그곳을 몰라야 했다.
크하하하하……!
벽하원이 놀라는 모습이 재미있는지 오진권은 고개까지 젖혀가며 웃어댔다.
앞으로 이삼 일 안으로 시천세가 강호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신상에 무슨 큰 변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이삼일 안에 시천세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자신들은 십만대산이 아닌 그자와 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죽음이다.
스륵.
오진권은 벽하원을 직접 베기 위해 검을 빼 들었다.
“오 맹주.”
그때 남궁휘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부맹주 남궁휘와 무림맹 무인들 십여 명이 누군가를 포박해 끌어오고 있었다.
“그자는 누구요?”
“우리 무림맹의 사람이오. 한데 이자가 숲에 숨어 있다가 내가 나타나자 바로 도망을 쳤소. 이자는 청로도 장룡 밑에서 일을 하던 자요.”
오진권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앞에 앉아 있던 벽하원은 눈을 질끈 감았다.
‘틀렸어.’
청로도 장룡이 간자였다는 것이 발각되었으니 같이 들어갔던 마안자도 의심을 받을 것이다.
아니, 의심이 아닌 확신을 할 것이다.
무림맹 무인들은 포박해서 끌고 온 원화건을 오진권 앞에 꿇어앉혔다.
“너는 무슨 일로 이곳에 있었느냐?”
원화건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만 푹 숙였다.
“벙어리라면 혓바닥은 필요 없겠구나.”
오진권이 검 끝을 얼굴 앞으로 가져가자 원화건은 결국 모든 일을 실토하기 시작했다.
“저…… 저는 청로도께서 작성하신 서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