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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240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8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240화

제240화. 단지 같은 꿈을 꾸었을 뿐(1)

 

 

 

뒤늦게 태청산에 오른 황옥이 목격한 것은 비강이 시천세를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자신이 눈으로 보고 있는 광경을 믿지 못했다.

‘이럴 리 없어. 이럴 리 없어…….’

검을 뽑아 백리혈의 목을 베겠다는 생각보다 자신이 모시던 주공이 패해 죽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을 한 그는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나 이렇게 한없이 주저 않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겁을 뽑아 든 황옥은 비강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주공을 팔 안에 눕히고 있는 백리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의 얼굴에는 천하제일인을 죽여 천하제일인이 되었다는 기쁨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착잡함이 머물고 있었다.

“제기랄.”

황옥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내렸다.

백산 형을 죽인 원수이니 복수는 당연했지만 불같던 증오심은 점점 희석되어 갔다.

이제 주공까지 죽였으니 목숨을 걸고 백리혈과 일전을 벌여야 했으나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저 적이었을 뿐. 백산 형 미안하오.’

황옥이 점점 가까워지자 비강은 팔 안의 시천세를 바닥에 눕히고 무릎을 펴며 일어섰다.

“오늘은 더 이상 피를 보고 싶지 않았는데…….”

오장 정도의 거리를 두고 멈춰 선 황옥은 잠시 비강의 눈을 응시했다.

얼굴과 눈에 핏물이 가득했지만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내가 주공을 모셔도 되겠나?”

비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황옥은 검을 집어넣고 시천세를 안아 들었다.

핏물이 옷을 적시고 신고 있는 가죽신으로 흘러내렸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어디로 갈 거냐?”

“사제 분들의 옆에 모시고 싶다. 외로워하실 것 같아서.”

황옥이 알고 있던 주공은 지금의 황곡보다 이 태청산을 더 좋아했었다.

지금의 황곡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단지 그곳이 중원 무림의 한복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사제들의 무덤이 있었다.

“황곡으로 가는 것이라면 빨리 가는 게 좋을 거야. 무림맹의 기습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비강은 무림제패를 위한 계획의 일부를 말해 주었다.

무림맹의 오진권이 계획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면 일월신교의 피해는 클 것이다.

또한 그로 인해 살가가 이끌고 간 살수들의 희생도 막심할 것이다.

하아……

“설마 무림맹과 동맹을 맺은 거냐?”

만약 그랬다면 지금까지 지켜봤던 연비강에게 큰 실망을 할 것이다.

황옥의 탄식에 비강은 고개를 저었다.

“그놈들과의 동맹은 단 한 번도 고려해 본 적 없다. 그놈들도 마찬가지일 테고.”

“그래.”

갑자기 조급해진 황옥은 시천세를 안아 들고 계단이 있는 동굴 입구로 향했다.

막 동굴 입구로 들어서던 그는 문득 발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왜 나를 죽이지 않는 거냐?”

“다음에…….”

고개를 끄덕인 황옥은 동굴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동굴 속으로 사라지자마자 비강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바닥에 주저앉은 비강은 돌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다.

후우우……

가장 힘들었던 싸움이 이제 막 끝을 맺었다.

내일은 또 다른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잠을 자고 싶었다.

비강은 저도 모르게 스르르 눈을 감았다.

 

***

 

이른 아침, 오진권과 남궁휘는 황곡 입구에 들어섰다.

남궁휘는 커다란 나무상자를 들고 있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입구를 막아서고 있던 무인들이 용무를 물었다.

“새해 인사를 드리러 왔소.”

그러고 보니 사흘만 지나면 춘절이었다.

새해 인사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 무인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춘절은 사흘 후가 아닙니까?”

“사흘 후부터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무인들이 무림맹에 도착하오. 때문에 우리가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미리 인사를 드리려는 거요.”

외인은 절대 안으로 들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무인은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잠시 기다려 보십시오. 위에 기별을 넣어 보겠습니다.”

“기다리겠소.”

입구를 지키는 무인들이 안으로 들어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오진권과 남궁휘는 전음을 주고받았다.

-새해 인사를 드리러 온 우리들까지 막는 것을 보니 시천세가 자리를 비운 것이 틀림없소.-

-나도 같은 생각이오만 조금 더 확인해 봅시다.-

-왼쪽 언덕에 전보다 많은 무인들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소. 시천세가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면 경계인원을 늘릴 이유가 없소.-

오진권은 무작정 비강의 서신을 믿지 않았다.

비강이 보낸 서신에 쓰여 있는 대로 강호의 일이 흘러가고 있지만 무림맹의 맹주라면 응당 의심을 해 봐야 했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무인들이 위에 기별을 넣기도 전에 깊숙한 안쪽에서 여 무인이 걸어 나왔다.

여 무인은 다름 아닌 화옥봉이었다.

“무슨 일이지?”

그녀의 물음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무인들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화옥봉의 반응은 무인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녀는 오진권과 남궁휘 앞으로 걸어와 마주섰다.

“미안하지만 사흘 후에 다시 와야겠어.”

두 사람은 역력히 당황한 기색을 보여 주었다.

“아니, 길이 먼에 어찌 사흘 후에 다시 방문하라는 거요?”

“방문 날짜를 어긴 것은 무림맹이야.”

끄응……

일부러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오진권은 사정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곡주님께 우리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만 전해 주시오.”

“불가.”

위압적인 화옥봉의 대꾸에 오진권과 남궁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뒤로 물러섰다.

“그럼 사흘 후에 찾아뵙겠습니다.”

두 사람이 순순히 물러나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화옥봉은 왠지 모르게 께름칙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음습하고 칙칙한 느낌이었다.

‘기분 나쁜 새끼들.’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흐릿해져 가는 두 사람을 지켜보던 화옥봉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소리에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옥봉아!”

‘아…… 저 자식이…….’

화옥봉이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리자 중년의 무인이 희죽 웃었다.

“심심한데 순찰이나 가자.”

 

***

 

황곡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반 시진을 넘게 길을 달렸다.

반 시진을 넘게 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궁벽한 시골마을이었다.

무림맹 무인들은 그 마을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의 출입은 물론 산에 올라 사냥을 하는 것까지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본보기로 말을 듣지 않는 마을사람 두어 명을 베어 죽였다.

두 사람이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쉬고 있던 무인들이 몰려들었다.

“일각 후에 출발할 것이니 그 안에 모든 채비를 마쳐라.”

“존명!”

명령을 받은 무인들이 채비를 위해 바삐 움직이기 시작하자 두 사람은 잠시 숨을 돌렸다.

“우리가 황곡보다 머릿수가 적으니 바깥에 경계를 서고 있는 자들은 나중에 처리하는 것으로 하고 본진부터 점령해야 하오.”

“옳은 말씀이오. 먼저 무공이 고강한 자들부터 처리해야 무림맹의 피해가 줄어들 거요.”

말을 맞춘 두 사람이 입구에 서자 뒤쪽으로 무림맹 무인들이 도열했다.

“가자.”

오진권과 남궁휘를 시작으로 일백오십여 명의 무인들은 전부 마을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마을을 빠져나가고 난후, 마을사람들은 하나둘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어 바깥을 살폈다.

“마귀 같은 놈들. 하늘은 뭐하시는지, 저런 놈들을 안 잡아가고.”

마을사람들에게 있어 강호인들은 악마나 마귀와 다름이 없는 것들이었다.

 

원화건은 무림맹의 무인이자 장룡의 충복이었다.

눈치와 발이 빠른 그는 무림맹에서 정보를 수집해 보고하거나 여러 무가와 무문에 서신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수집한 정보를 보고하기위해 장룡과 여러 번 마주치다 보니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때도 많아 친분을 맺게 되었다.

한 번의 심부름은 두 번이 되고, 두 번의 심부름은 세 번이 되어 어느새 자신이 하는 일이 무림맹을 배신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그의 명령을 거부하기가 힘들었다.

특히 매번 심부름을 다녀올 때마다 묵직해지는 전낭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벽 군사님을 뵈러 왔소.”

황곡의 입구를 막고 있는 무인들에게 다가간 원화건이 용무를 밝혔다.

“그분은 바쁘신 분이오.”

입구를 지키고 있던 무인 하나가 뚱한 얼굴로 말을 받았다.

“중요한 일이오. 벽가에서 보냈다고 하면 알아들으실게요.”

“잠시 기다려 보시오.”

총관의 가문에서 나온 인물을 박대할 수 없었던 무인들은 얼른 위에 기별을 넣었다.

동료들로부터 벽가의 사람이 방문했다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기에 함부로 무시할 수도 없었다.

잠시 후 들여보내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원화건은 황곡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무인들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간 그는 총관을 만나자마자 품에서 서신을 꺼내 바쳐 올렸다.

서신을 건네받아 읽는 총관의 얼굴에 놀란 빛이 역력했다.

“이런…….”

그는 원화건을 방에 남겨 둔 채 그대로 방문을 박차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종 여협께서는 어디에 계시느냐?”

벽하원의 외침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가운데 다른 외침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습격이다! 적들의 습격이다!”

총관 벽하원은 적들의 습격을 알리는 외침을 듣자마자 두서없이 소리쳤다.

“감히!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무림맹의 보잘것없는 것들이 넘보는 것이냐!”

그와 황곡은, 아니 강호 무림은 시천세의 죽음을 모르고 있었다.

며칠 후 곡주 시천세가 돌아온다면 저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때에 비로소 엎드려 용서를 빌어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오진권과 남궁휘는 앞을 막아서는 거치적거리는 것들을 거침없이 베어 넘기며 지나갔다.

이미 몇 년간 새해 문안인사를 드리기 위해 방문했기에 황곡의 지리는 훤히 꿰고 있었다.

크아악! 아악!

피를 쏟아 내며 쓰러지는 적들의 모습은 오진권으로 하여금 묘한 쾌감까지 일으키게 했다.

붉은 피를 보자마자 잠자고 있던 웅심이 되살아나고 천하제일인이 되겠다는 야망이 용솟음쳤다.

그것은 남궁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오진권보다 앞서 앞을 막아서는 자들의 목을 베어 내며 안쪽으로 빠르게 전진했다.

그러나 빠른 돌파는 입구에서 얼마 이동하지도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그들이 황곡의 중심부에 닿기도 전에 십여 명의 무인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오진권과 남궁휘는 들끓고 있는 혈기를 진정시키며 검을 앞으로 세웠다.

“그래, 언젠가는 너희들이 썩은 이빨을 드러낼 줄 짐작하고 있었지. 이번 일에 대한 대가는 무림맹과 정파의 멸절임을 알고 있겠지?”

종예는 시퍼렇게 날을 세운 도끼를 들어 보이며 이죽거렸다.

크하하하……!

오진권의 종예의 그 말에 오히려 크게 웃었다.

“겁먹은 개가 짖고 있구나.”

그는 자신들의 승리를 비로소 확신했다.

우웅……

오진권의 검이 진동을 하며 휘황한 강기가 휘감고 돌았다.

쏴아아아……

종횡으로 검을 그어 내자마자 휘황한 검 날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며 고수들을 향해 쏟아졌다.

휘황환 검날들을 쏟아 낸 검은 뒤를 이어 종예의 목을 향해 쏘아져 날아갔다.

콰콰콰콰콰…… 콰쾅!

휘황한 검 날들을 막아 낸 고수들은 낯빛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섰다가 동시에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중앙으로 수십으로 늘어난 남궁휘가 파고들어갔다.

콰쾅!

도끼로 오진권의 검을 쳐 낸 종예 또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녀는 도끼와 함께 오진권의 머리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쾅!

머리를 향해 떨어져 내리는 도끼를 후려친 오진권의 신형은 수십으로 늘어났다.

뒤로 훌훌 날아내린 종예는 바로 목 앞까지 날아들고 있는 휘황한 검신을 후려쳤다.

콰쾅!

크으윽……!

손아귀가 찢어져나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주르륵 뒤로 밀려난 그녀의 눈에 목이 떨어지고 있는 동료의 모습이 들어왔다.

“안 돼!”

도대체 곡주는 지금 무얼 하고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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