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238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8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238화
제238화. 마지막 만남(2)
제갈곤으로부터 십만대산의 공격에 대해 전해 들은 오진권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허락했다.
“옳은 말씀입니다, 군사. 그렇게 할 것이니 내일부터 준비해 주십시오. 하나 이곳 무림맹을 비우면 안 될 터이니 십만대산으로의 출전은 무공이 고강한 고수들만 뽑아 준비해야 합니다.”
“맹주의 말씀이 옳소이다. 그렇게 준비할 것이오.”
오진권의 말을 흔쾌하게 받아들인 제갈곤은 곧 방을 나섰다.
“그럼 쉬시오. 내일 아침에 뵙겠소이다.”
“군사께서도 그만 주무십시오.”
제갈곤이 방을 나가고 난후 한쪽에 앉아 조용히 듣기만 하고 있었던 남궁휘가 말문을 열었다.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나흘 후 새벽에 출발합시다, 부맹주.”
“알겠소. 준비하겠소. 한데 제갈 군사의 계책도 꽤 괜찮아 보이오.”
제갈곤의 계책이 괜찮다는 것은 오진권도 동의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벌써 다른 계책을 짜고 있었다.
“먼저 황곡을 친후에 십만대산까지 정리할 생각이오.”
남궁휘도 오진권의 계책이 마음에 드는지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쉬시오, 맹주.”
“부맹주도 편히 쉬시오.”
***
새벽 일찍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강으로 나왔던 어부는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젊은 강호인을 발견하고는 슬쩍 고개를 외면했다.
입고 있는 옷을 보니 어느 유명 무가의 가인인 것이 분명하니 괜한 곤욕은 피하자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젊은 무인은 여느 무가의 가인들과는 사뭇 달랐다.
“은자 열 냥이오. 내가 원하는 곳으로 배를 저어 주시오.”
무턱대고 은자 열 냥을 내미는 젊은 무인으로 인해 당황한 어부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렸다.
하지만 은자 열 냥이라면 설사 죽을 곳이라도 데려다줄 수 있었다.
“어서…… 어서 오르십시오, 협객님.”
“고맙소. 하나 나는 협객이 아니라오.”
자신을 협객이 아니라 하는 강호인은 처음 보았다.
강호에서 명성을 떨치는 흉적들이라 하더라도 스스로를 협객이라 칭했고, 또 다른 이들이 그렇게 불러 주면 좋아했다.
어찌 되었든 작은 나룻배가 출발을 하고 어부는 노를 저었다.
“강을 따라 계속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오.”
“아…… 알겠습니다.”
강물을 따라 한참이나 내려가던 나룻배는 조금씩 거칠어지는 물결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러나 어부는 말없이 노를 젓기만 할뿐이었다.
어느 순간 지나치게 멀리 내려왔다고 생각한 어부는 고개를 돌려 배에 앉아 있던 젊은 강호인을 찾았다.
하지만 찾고자하는 강호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부는 순간 당황해 이곳저곳을 살폈다.
“내가…… 내가 새벽귀신에 홀린 것인가?”
불현듯 불길한 생각이 든 그는 얼른 품을 뒤져 보았다.
품속에는 여전히 은자 열 냥이 남아 있었다.
***
오래된 계단을 통해 어둠 속 동굴을 오르던 비강의 신형이 사라졌다.
동굴 한쪽 움푹 들어간 곳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젊은 무인은 바람 한 줄기가 얼굴을 스쳐 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바람이 아니라 검신이었다.
검신이 바로 목 앞에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검첨은 젊은 무인의 목을 파고들지 못했다.
대신 놀란 목소리가 검신 뒤에서 들려왔다.
“송…… 소저, 어찌하여 이곳에 있는 것이오?”
젊은 무인도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연…… 대협.”
“어찌하여 그대가 이곳에 있는 것이오?”
비강은 검을 내리며 재차 물었다.
송은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뭔가 결심을 했는지 어둠 속을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은운곡의 곡주를 사부이자 은인으로 모시고 있고, 그분 덕분에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송 소저…… 송 소저는 강호와 어울리지 않소. 그러니 강호에서 떠나 집으로 돌아가시오.”
“아닙니다. 저는 강호인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처음부터 강호와 어울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비강은 송은반의 당찬 대답에 당황했다.
하지만 곧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렇다면 이곳이라도 떠나시오. 이곳은 곧 피와 시신들이 넘치는 지옥으로 변할 것이니.”
“그렇……군요. 연 대협은 나의 형제들을 죽이러 오셨군요. 그렇다면 나는…… 연 대협의 앞을 막겠습니다.”
사람이 어찌 이렇게 변할 수 있단 말인가.
영리하기는 하지만 강호를 전혀 모르던 여인이 이제 적이 되어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하아……
안타까움에 깊은 한숨을 내쉰 비강은 곧 결정을 내렸다.
강호인으로 대해 주기를 바란다면 그렇게 해 줄 것이다.
“나는 송 소저가 이곳을 떠났으면 하오. 하나 이곳을 떠나지 않고 내게 검을 겨눈다면 적으로 대할 것이오.”
협박에 가까운 경고를 남긴 비강은 바로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눈앞에 입구를 알리는 빛이 보이고 비강의 신형은 동굴을 빠져나갔다.
스악. 스악.
동굴을 빠져나가자마자 양편에서 서늘한 기운이 날아들었다.
역시 이곳에 있는 자들은 평범한 무인들이 아니었다.
다른 자들보다 뛰어났기에 이곳으로 보내졌고 이곳에서 무공을 연마하고 있었을 것이다.
비강은 신형은 낮게 깔리며 바닥과 수평을 이루었다.
흰빛은 반원을 그리고 바닥과 수평을 이루었던 비강의 신형이 사라졌다.
으으…… 으아아악!
비강의 목과 가슴을 향해 검을 휘둘렀던 두 명의 무인은 자신들의 하복부가 길게 갈라지는 것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주공!”
거칠게 문을 열어젖히며 들어서는 황옥을 시천세는 얼굴을 찌푸리며 벌컥 화를 냈다.
“밥 좀 먹자, 이놈아!”
시천세는 지금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허억…… 허억……
거친 숨소리와 함께 황옥은 빠르게 말을 쏟아 냈다.
“식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연비강이 산서의 태청산으로 갈 것이라 했습니다.”
“뭐라고…… 했느냐?”
놀란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시천세를 마주한 황옥은 숨을 가다듬었다.
“연비강이 태청산으로 갈 것이라 하였습니다.”
“확실히…… 확실히 그놈이 그런 말을 하였느냐?”
시천세는 황옥을 말을 믿지 못해 묻고 또 물었다.
“예. 산서로 이동한다고만 하였으나 제 생각에는 분명 태청산이 목표입니다.”
아닐 것이다.
황옥이 잘못들은 것이 분명했다.
그놈은 태청산이 아니라 이 시천세부터 찾아왔어야 한다.
‘놈이…… 놈이 건방지게도 나를 그곳으로 부르고 있구나.’
생각지도 못한 도발이었다.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뒤통수가 다 얼얼할 지경이었다.
“미친놈.”
격하게 반응한 시천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제 아침 식사 같은 것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벽에 걸린 검을 챙겨들고 나서는 시천세를 황옥이 뒤쫓았다.
“저도 같이 움직이겠습니다.”
“네가 나를 따라올 수 있을까? 이곳에 남아.”
“늦어도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맘대로 해.”
연비강의 유인일수도 있었다.
그놈은 황옥을 이용해 태청산으로 가는 것처럼 꾸미고 실제는 이곳으로 쳐들어올지 모른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태청산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곳은 사부가 신이 된 곳이었고 이제 자신이 그곳의 주인이었다.
“종예. 내가 돌아올 때까지 이곳을 철저하게 방비하도록 하라. 그리고 만약 내가 없을 때 연비강이 이곳에 들어온다면 싸우지 말고 몸을 피하라.”
“존명.”
시천세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종예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지금까지 자신이 모시던 주인의 표정이 이 정도로 심각한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종예에게 뒷일을 부탁한 시천세는 바로 황곡을 나섰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황옥이 움직였다.
시천세와 황옥의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결국 앞에서 신형을 날리고 있는 시천세의 등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황옥은 경공을 멈추지 않았다.
왜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천하제일인이라 말하던 비강의 모습이 자꾸 눈에 걸렸다.
석장과 고수들 여덟 명은 눈에 익은 자들이었다.
그들은 뒤에 서 있는 육십여 명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앞에 늘어선 아홉 명은 시천세와 함께 예전 황곡에서 지냈던 자들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비강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낼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석장은 어두운 얼굴로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석장은 겉으로나마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동안 즐거웠다.”
그의 동료들도 웃으며 석장의 말을 받았다.
“무슨 소리. 이제 백리혈을 잡게 된다면 더한 즐거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그들은 웃고 있었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 육 년 전쯤에도 무신이었던 당백요와 함께 자신의 동료들을 수십 명이나 상대했던 백리혈이었다.
그때의 그 동료들보다 다소 무공이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저 연비강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곳 태청산으로 들어와 무공이 비약적으로 강해진 육십여 명은 그들과 또 달랐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자신들의 무공으로 인해 세상에 적수를 찾을 수 없으리라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저희들에게 백리혈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석장은 저들의 자신감을 나쁘게 보지 않았다.
하하하하……
언제나 차갑기만 했던 그는 오늘따라 유난히 많은 웃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오냐. 백리혈을 죽인다면 강호 제일의 영웅이 될 것이다.”
비강은 저들이 대화를 끝낼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석장이나 그의 동료들과는 특별한 원한 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적으로 만났기에 어쩔 수없이 죽여야 할 자들이었다.
“가자!”
석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동료들은 일제히 신형을 날렸다.
그들이 신형을 날리자마자 비강의 검신이 사선으로 공간을 갈랐다.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바람과 함께 사선으로 빛이 일었다.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 하얀 악마들은 앞을 막아서는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순간 육십여 명의 고수들이 들고 있은 병기는 일제히 뿌연 기운에 휘감겼다.
콰콰콰콰…… 콰콰쾅!
절벽이 흔들리고 바위가 굴러떨어졌다.
아둔하게 하얀 악마와 정면으로 맞섰던 자들의 몸은 찢어지고 갈라져 형체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하늘과 사방을 가르며 파고드는 것은 석장과 동료들의 검첨과 도첨이었다.
휘황한 빛에 휩싸인 그들의 검신과 도신은 비강의 신형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콰콰, 쾅!
검신과 도신은 갈라진 비강을 지나쳐 돌로 이루어진 바닥을 거미줄처럼 갈랐다.
갈라진 것은 비강과 돌로 이루어진 바닥만이 아니었다.
석장이 입고 있던 검은 무복은 반으로 갈라지고 머리에서부터 아랫배까지 붉은 선이 그어졌다.
촤아아악!
반으로 갈라진 석장의 몸에서 솟아난 붉은 피가 일직선으로 뿜어 올랐다.
뒤이어 그들의 머리 위로 휘황한 빛줄기가 비처럼 쏟아졌다.
콰콰쾅! 콰쾅……!
강기들과 강기들이 부딪치며 빛의 파편들이 눈부시게 퍼져 나갔다.
비강을 죽여 영웅이 될 것이라던 무인들은 비명을 토해 내며 속절없이 쓰러져 갔다.
그러나 이들은 평범한 무인들이 아니었다.
시천세의 눈에 들어 태청산에 들어왔고 몇 년 동안이나 그의 무공을 연마했다.
그 와중에도 비처럼 쏟아지는 강기들을 막아 낸 무인들은 비강을 찾아 움직였다.
머리와 몸을 가르고 바닥까지 파고드는 빛줄기가 사라지자마자 수십 명의 비강이 사방을 휘저으며 살아남은 자들의 목을 베고 몸을 갈랐다.
투툭! 툭!, !
비강의 신형이 스치는 곳마다 무인들의 몸이 갈라지고 머리가 굴러 떨어졌다.
사방에서 검날과 도날이 날아들고 암기가 쏟아졌다.
그러나 그것들 대부분은 비강의 잔영만 가르고 파고들 뿐이었다.
그래도 눈먼 검날과 도날은 살갗을 파고들었다.
피핏! 핏!……
비강은 무복이 갈라지고 어깨와 허벅지에서 피가 튀었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연이어 굴러떨어지는 적들의 머리와 애끓는 비명 소리를 내지르던 적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탕!
비강은 잠시 신형을 멈추고 검신을 튕겨 피를 털어 냈다.
바로 그때 서늘한 한기가 등 뒤에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