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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232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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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232화

제232화. 가자! 강호로(2)

 

 

 

오 일째가 되는 날 아침, 악추산이 눈을 떴다.

밤낮으로 그의 병상을 지키고 있던 약하림은 기뻐 어쩔 줄 몰랐다.

“일어났구나. 네가 일어났어.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악추산은 눈물을 짓고 있는 약하림의 손을 잡아주었다.

“이제…… 괜찮습니다. 어머니.”

그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약하림이 놀라 만류했다.

“아직 일어나면 안 돼. 며칠 더 누워 있어라.”

“제가 며칠 동안 누워 있었습니까? 어머니.”

“오늘로 오 일째가 되는구나. 일어나지 말거라. 누워 있어.”

악추산은 약하림의 만류를 뿌리치고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으으으……

온몸 구석구석에서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 댔다.

마치 온몸이 부서져 각자 따로 놀고 있는 것 같았다.

“외조부님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어머니.”

“방에서 쉬고 계실 거야. 너도 좀 더 쉬어라.”

“지금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어머니. 백리혈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릅니다.”

악추산의 입에서 비강의 별호가 흘러나오자 약하림의 안색이 돌변했다.

“그놈이 어찌 감히 이곳으로 쳐들어올 수 있겠느냐.”

“아닙니다. 어머니. 그놈은 정말로, 그러니 어머니께서는…….”

악추산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희미한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백리혈이다! 백리혈이 마인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오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외침 소리를 들었다.

악추산은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외조부님이라면 뭔가…… 계책을 세워 놓고 계실 겁니다. 어머님은 잠시 몸을 피하십시오.”

“놈을 죽일 수 있겠느냐? 죽일 수 있다고 말해 다오.”

악추산은 고개를 저으며 방을 나섰다.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던 악추산이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모르겠다는 대답이 흘러나온 것이다.

약하림은 몸을 움츠렸다.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번에 놈에게 잡힌다면 분명히 목숨을 잃을 것이다.

악추산이 방을 나가고 난후에도 약하림은 두려움으로 인해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너른 들판에 수천 명의 무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선두의 중심에는 비강이 자리하고 있었고, 양옆으로 추옥민과 육선풍, 담정천, 담수연, 담혁수가 나란히 서 있었다.

그리고 비강의 등 뒤에는 신녀 강무화와 무진도가 있었다.

강무화와 무진도는 사흘 전에 담수연과 함께 황곡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온 이유는 바로 무인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멀리 사람들의 형체가 어른거리자 무진도는 뒤에 도열해 있는 무인들을 향해 돌아섰다.

“두려워 할 것 없느니! 죽음이라는 것은 언젠가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에 불과한 것이니라! 일월성신께서 그대들을 극락으로 인도할 것이니 그분을 위해 목숨을 바쳐라!”

와아!

와아!

일월신교의 진영에서도 약림의 진영과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한쪽은 강호의 정의를 위해, 또 한쪽은 즐거움만이 있는 내세에 들기 위해.

약림의 선두에는 한 팔이 없는 약추완이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고 좌우로 염후룡과 악추산이 자리를 잡았으며, 그 옆으로는 제자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여 걸어오고 있었다.

약림의 진영은 일월신교의 진영과 삼십 장의 거리에서 멈춰 섰다.

약림의 진영과 일월신교의 진영은 무인들의 숫자가 비슷했다.

비강은 약추완과 염후룡, 그리고 악추산을 먼저 살폈다.

가장 멀쩡해 보이는 자는 염후룡이었고, 약추완과 악추산은 며칠 사이에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교주, 적들의 숫자가 예상보다 적은 것을 보면 아마도 좌우로 돌아 협공을 할 생각인 것 같아요.”

비강의 등 뒤에 서 있던 강무화의 말이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오. 놈들이 협공을 하기 전에 먼저 공격을 하는 수밖에 없소.”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저쪽에서 약추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인들은 들어라! 너희들은 강호의…….”

그러나 그는 말을 더 이상 이어 가지 못했다.

비강의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약추완은 문득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는 것 같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조심!”

그리고 그의 신형이 움직였다.

해를 가리며 떨어져 내리는 것은 비강만이 아니었다.

흉측한 형상의 악마들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적진을 휩쓸었다.

콰콰콰콰…… 쾅!

크아아악! ……!

땅이 갈라지고 사람들도 갈라졌다.

하얀 악마들은 살아 있는 것들과 죽어 있는 것들을 찢어발기고 집어삼켰다.

악마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 자들은 핏물이 되어 땅 위에 뿌려졌다.

뿌연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가운데 약추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리혈을 죽여라! 백리혈만 죽인다면 이번 싸움은 승리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에서 검의 비가 쏟아졌다.

휘황한 빛으로 이루어진 검의 비는 먼지 속에 있는 무인들의 머리를 쪼개고 어깨를 날려 버렸다.

비명 소리와 살려 달라는 아우성이 먼지 속에서 들끓었다.

이번 전투에 참가한 약림의 무인들 중에는 실제로 비강의 무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자들이 많지 않았다.

그저 백리혈이 무신의 경지에 들어섰다더라는 막연한 강호의 소문을 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고 보니 백리혈은 사람이라 할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그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검의 비가 끝이 나자마자 이번에는 검은 화살비가 하늘을 빼곡하게 수놓았다.

바로 일월신교의 진영에서 쏘아 올린 화살비였다.

비강은 되도록 직접 병기와 병기가 부딪치는 싸움을 피하고 싶었다.

병기와 병기가 부딪치다 보면 아군의 피해도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화살비는 약림의 무인들과 비강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우우웅……

검막이 펼쳐지며 비강의 머리 위로 쏟아지던 화살들이 전부 튕겨 날아갔다.

하지만 먼지구름 속에서 우왕좌왕하던 약림의 무인들은 화살비를 그대로 허용하고 말았다.

퍼퍼퍽! 퍼퍽!

화살촉이 살을 꿰뚫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약림의 무인들은 물론이고 약추완과 염후룡, 악추산까지 연속으로 이어진 공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나마 혼란스런 와중에도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염후룡은 염지황을 찾았다.

“부단주! 부단주! 어디에 있느냐!”

아무리 염지황을 불러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염후룡은 멀지 않은 곳에서 머리가 터져 널브러진 염지황의 시신을 발견했다.

“빌어먹을.”

이번 싸움은 일방적으로 패한 싸움이었다.

좌우에서 협공을 한다고 해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염지황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염후룡은 살길을 모색했다.

“돌아간다! 후퇴하라!”

또다시 하얀 악마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화살비가 쏟아져 내렸다.

“염후룡!”

약추완의 노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염후룡은 미련 없이 신형을 돌렸다.

달아나는 그의 등 뒤로 섬뜩한 살기가 다가왔다.

염후룡은 황급히 신형을 돌려 살기를 쳐 냈다.

그러나 그 살기는 그의 검을 밀어내며 더욱더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퍽!

하아…….

허망한 한숨을 짓는 염후룡의 얼굴은 곧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가슴이 박살 난 염후룡이 고꾸라졌다.

염후룡을 쓰러뜨린 비강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화살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비강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어렸다.

 

크크크크…….

악추산을 머리 위로 쏟아지는 화살비를 쳐 내며 어이없게 웃었다.

설마 마구 쏟아지는 화살비에 가슴을 허용할 줄은 몰랐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검의 비를 쳐 내자마자 오른쪽 가슴에 화살 한 대가 파고들어왔다.

몸이 의지대로 따라 주지 않아 화살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어머님은 무사하실까?’

교활하기 이를 데 없는 분이니 아마도 무사히 몸을 빼내셨을 것이다.

악추산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비강을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이놈만 죽일 수 있다면…….’

하지만 반으로 쪼개졌어야 할 비강의 얼굴은 여전히 눈앞에 있었다.

문득 비강의 얼굴이 흐릿해지고 푸른 하늘이 눈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악추산은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탄성을 자아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어떤 소리도 나오지 못했다.

툭.

악추산의 목을 잘라 낸 비강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꺼지듯 사라졌다.

 

***

 

쾅!

비강의 검과 약추완의 검이 맞부딪쳤다.

커억!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약추완은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스걱. 스걱.

뒤이어 제자들의 목과 팔다리가 그의 눈앞에 떨어졌다.

후우……

비강은 길게 숨을 내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 멀찍이 둘러서 있던 적들은 검은 눈동자와 마주하자 황급히 눈을 피했다.

붉은 피와 살점들이 가득한 전장 한가운데 붉은 피를 뒤집어쓴 채 서 있는 비강의 모습은 사람이 아닌 피에 굶주린 악마처럼 보였다.

협공을 위해 좌측과 우측에서 달려들던 약림의 무인들조차 공포에 질려 걸음을 멈췄다.

고작 반각이 흘렀을 뿐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죽어 널브러진 시신들은 산을 만들고 그들에게서 흘러나온 피는 강을 이루었다.

협공을 한다고 해도 이 싸움은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약추…… 와…… 안!”

비강은 목청껏 그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고작 이것이었느냐! 고작 이 정도로 나의 아버지를 죽이고 나를 죽이려 했느냐!”

멀지 않은 곳에 핏물구덩이 속을 나뒹굴고 있는 머리 하나가 보였다.

철벅, 철벅…….

핏물이 넘실거리는 길을 걸어간 비강은 그 머리를 집어 약추완을 향해 던졌다.

툭, 떼구르르……

붉은 머리통 하나가 약추완의 눈앞에 떨어져 굴렀다.

으으으으……

약추완의 눈빛이 흔들리고 입이 벌벌 떨렸다.

눈을 부릅뜬 채 죽은 악추산이 약추완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크크크…… 크하하하……,

광소를 토해 낸 비강은 약추완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서안에는 약림이 있지 않느냐. 또한 너의 가문도 건재하지 않느냐. 아직 너에게는 많은 것이 남아 있는데 이곳에서 죽을 생각이더냐.”

그것은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비강의 말에 약추완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맞다.

아직 자신에게는 남아 있는 것들이 많았다.

무사히 살아 돌아가기만 한다면 여전히 강호인들의 머리 위에서 막강한 권력을 누릴 수 있었다.

“후퇴…… 후퇴하라!”

약추완의 입에서 후퇴를 알리는 명령이 떨어졌다.

“림주! 안됩니다!”

누군가의 입에서 약추완의 명령에 맞서는 외침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외침소리는 이미 공포에 질려 도망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무인들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너도나도 앞을 다투어 남쪽으로 내달렸다.

크하하하……

비강은 달아나는 적들을 지켜보며 또다시 광소를 토해 냈다.

“추격해 죽여라!”

 

크아악! 크악! ……!

달아나던 자들의 등에 화살이 날아가 꽂혔다.

퍼퍽! 퍽! ……!

작은 손도끼들이 공포에 질려 달아나고 있는 자들을 향해 쏟아졌다.

멀리 너른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산 위에 십여 명의 인물들이 그 잔인한 광경을 지켜보았다.

하아……

“어리석은…….”

중앙에 서 있는 여인의 입에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공포에 질려 있다고 하더라도 도망을 쳐서는 안 되었다.

후퇴를 했어야 했다.

저렇게 무작정 도망을 치니 고수라 불리는 자들조차 제대로 저항조차 해 보지 못한 채 적들의 손에 맥없이 쓰러지고 있지 않은가.

“연 대협이 계책을 잘 쓴 것 같습니다.”

“그래. 애초부터 약 림주는 저놈의 상대가 아니었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저놈은 약림의 움직임을 훤히 내다보고 계책을 짠 것 같으니까.”

젊은 사내는 변변한 저항조차 해 보지 못하고 죽어 나가는 약림의 무인들이 안타까웠다.

“연 대협을 만나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싸움에 이겼으니 무의미한 살생은 그만 멈췄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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