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423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0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423화
“모든 분들, 고마워요! 대령주님께서도 건강하게 백세 장수하시길 바라겠어요!”
“고맙소이다.”
공손백이 먼저 술잔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사마경도 술을 모두 마셨다.
다른 사람들 역시 잔을 비웠다.
시녀들이 기다렸다는 듯 비워진 잔을 채웠다.
“천하제일 구천성을 위하여!”
“천외를 물리친 승리를 위하여!”
너도 나도 건배를 제의했다.
공손백은 모든 잔을 받아서 마셨다.
사마경도 넉 잔은 마신 듯했다.
장천운도 사마경이 마실 때마다 같은 술을 마셨다.
그런데 다섯 잔째 술을 마신 장천운이 사마경에게 급히 전음을 보냈다.
<소성주, 술맛이 이상합니다. 어서 술을 잔에 뱉어내고 속이 안 좋은 척하십시오.>
사마경은 토를 달지 않고 마시던 술을 슬며시 잔에 뱉어냈다. 그러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배를 문질렀다.
“왜 그러십니까, 소성주? 체하셨습니까? 그럼 토하십시오.”
장천운이 자연스럽게 사마경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사마경이 다시 술을 두어 잔쯤 역류시켜서 토해냈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우문각이 먼저 그 모습을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한참 흥에 겨워 있던 간부들 중 몇 사람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시오, 소성주?”
“어디가 불편하시오?”
“오랜만에 술을 마셨더니 체했나 봐요.”
“이런…….”
“죄송해요, 백부. 즐거운 잔치에 찬물을 끼얹어서. 저는 아무래도 술 체질이 아닌 모양이에요. 그만 가서 쉬어야겠어요. 그럼 제가 없더라도 즐겁게 보내세요.”
사마경은 담담히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일어난 장천운이 의자를 빼내 그녀가 돌아서 나가기 편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사마경이 두어 걸음 옮겼을 때였다.
공손백이 그녀를 불렀다.
“잠깐 기다리시게, 소성주.”
“왜 그러시는가요?”
“속이 많이 안 좋으신가?”
“견딜 만해요.”
“거 이상하군. 약을 잘못 탔나?”
“예?”
“장천운, 자넨 어떤가?”
이상한 말을 던진 공손백이 이번에는 장천운에게 말을 걸었다.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은 채.
장천운은 그제야 자신과 사마경이 당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사명을 데려오지 않은 게 너무나 아쉬웠다. 구천성 사람이 아니니 초대를 받지 못했다. 그래도 사마경의 지위라면 한 사람쯤 더 데려오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었거늘.
장천운은 돌아서며 품속에 손을 넣어서 약대롱을 손가락으로 눌러 부수었다. 그 안에는 남사명에게 받은 해독단이 마지막으로 한 알 남아 있었다.
그가 돌아섰을 때는 손바닥 안에 약을 감춘 후였다.
“뭘 알고 싶으신 겁니까?”
말을 걸면서 사마경의 손에 약을 건네주었다. 거의 붙어있다시피 한데다, 마침 두 사람의 손이 공손백의 시야에는 가려져 있었다.
“자네와 소성주가 마신 술 말일세. 아주 비싼 술이거든. 그 안에 넣는 약을 구하느라 금 백 냥을 썼다네. 그러니 증상이 어떤지 정도는 알아야하지 않겠나?”
그 말이 떨어지자, 소성주파 간부들이 벌떡벌떡 일어났다.
우문각 역시 대경해서 눈을 치켜떴다.
“뭐요? 대령주! 그게 지금 무슨 말씀이오!”
“그럼 우리에게 독을 썼단 말이오?”
“이런 개 썅!”
공손백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말을 받았다.
“걱정 말게. 죽는 독은 아니니까.”
“죽는 독이 아니라고? 그럼 무슨 약이란 말이오?”
공손백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산공독일세.”
“산공……독?”
“내 말을 순순히 들으면 해독시켜 줄 것이니 걱정 마시게나. 허허허.”
간부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런 비겁한……!”
구평추와 관무독을 비롯한 대여섯 명이 탁자를 밀치며 몸을 날렸다.
와장창!
“빠져 나가게!”
“이 개자식들! 두고 보자!”
그때 청묵전의 문이 열리고 무기를 든 삼십여 무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또한 공손백을 따르던 간부들도 그들과 함께 소성주파 간부들을 에워쌌다.
“비켜라, 이놈들!”
순식간에 잔치판이 싸움판으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소성주파 간부들이 비틀거렸다.
무공을 쓰면서 움직이자, 산공독이 빠르게 퍼진 것이다.
그 광경을 본 우문각과 전무궁 등 나머지 소성주파 간부들은 이를 갈면서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공손백이 제압당해서 쓰러진 간부들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후, 장천운에게는 독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하더군. 그래서 비싼 돈을 주고 아주 어렵게 최고급 산공독을 구해왔지.”
장천운은 그 사이 운공을 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진기가 흔들리고 있었다. 아직 흩어지지는 않았지만, 산공독이란 급박하게 움직이면 흩어지는 속도가 빨라지는 속성이 있었다.
구평추 등이 빠져나가려다 공력이 흩어져서 제압당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제기랄! 극독만 조심했더니…….’
산공독은 말이 독이지 독이라 할 수 없었다. 그 바람에 조심을 했는데도 당한 것이었다.
“성주 위를 넘긴다면 해독제를 주겠다. 어떠냐, 사마경?”
“그렇게 성주자리가 탐나세요?”
사마경이 조소를 지으며 차갑게 물었다.
그런 반응쯤은 예상했다는 듯 공손백은 오히려 웃음을 지었다.
“성주자리가 탐나느냐고? 허허허, 물론이지. 대 구천성의 주인 자리를 어느 누가 마다할 수 있겠느냐?”
“탐나면 가져가세요. 그런데 얼마나 오래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건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극독을 쓰지 않고 산공독을 쓴 것이기도 하니까. 내부가 정리될 때까지 네가 살아 있어야 하거든.”
인질로 잡아놓겠다는 뜻.
참으로 교활하고 끈질긴 자다.
‘끝까지 말썽이군.’
장천운은 산공독의 기운을 한쪽으로 몰아넣으려 했다.
탁무겸이 먹인 액체와 녹령마기도 통하지 않았던가. 미미한 속도이긴 하나 산공독의 기운이 움직였다.
하지만 공손백이 그를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일단 장천운의 혈도를 제압해라, 사마경.”
사마경은 이를 갈며 냉랭히 말했다.
“나 살자고 천운을 죽게 할 순 없어요.”
“훗! 정 네가 하기 싫다면 우리가 하지. 대신 후회하지 마라. 장천운이 반항하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순간 장천운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렸다.
<하라는 대로 하십시오. 제 걱정은 마시고, 견정혈과 결분혈을 찍으세요.>
<싫어.>
<걱정 말고 하시라니까요. 어서요. 저에게 벗어날 방법이 있습니다.>
사마경은 장천운의 말이 못미더웠지만 어차피 뾰족한 수가 없었다.
“좋아요! 그럼 제 손으로 하죠. 당신들 손에 맞기긴 싫으니까.”
냉랭히 소리친 그녀가 이를 악물고 손가락을 들었다.
그 와중에 그녀가 전음을 보냈다.
<입 벌려, 어서!>
장천운이 그 말의 뜻을 간파하고 망설이자, 사마경이 다급히 말했다.
<공손백이 나는 못 죽여. 그러니 어서 벌려. 네가 살아야 나도 살 수 있어.>
그제야 장천운은 그녀의 말이 옳다 생각하고 입을 벌렸다.
사마경의 손이 장천운의 입 앞을 스쳐갔다.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단약이 장천운의 입으로 들어갔다.
그 직후 사마경이 마혈 두 곳을 짚었다.
얼굴이 일그러진 장천운의 팔이 축 처지고, 몸이 비틀거렸다.
유심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공손백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우진. 네가 가서 장천운의 상태를 살펴봐라.”
백리우진은 소태 씹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살려면 공손백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예, 대령주.”
장천운에게 다가간 그는 점혈을 확인했다.
어깨에 있는 마혈 두 군데가 확실하게 제압된 상태였다.
“견정과 결분이 확실하게 제압되었습니다, 대령주.”
“그래? 그럼 극천혈도 제압해라.”
백리우진은 공손백의 명령에 따라서 겨드랑이 아래에 있는 극천혈을 제압했다.
“미안하지만 명령이라서. 나를 원망하지 마라, 장천운.”
나직이 말을 건넨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다. 그가 비록 장천운을 미워했지만 이런 식으로 비겁하게 이기는 것은 원치 않았다.
장천운의 마혈이 확실하게 제압된 후에야 공손백이 걸음을 옮겼다.
“후후후후, 사마경.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거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겠지?”
“흥! 비겁한 짓을 저지른 자는 항상 더럽게 죽는 법이죠.”
“여전히 입이 맵군. 하지만 그런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입술을 비틀며 조소를 지은 공손백은 소성주파 간부들을 둘러보았다.
“아마 대항하고 싶겠지. 하지만 장천운이 힘을 못 쓰면 너희들은 아무 것도 아니야. 결국 너희들은 장천운 덕분에 겨우 살아 있는 것뿐이지.”
공손백은 간부들을 한껏 조롱하면서 그 동안 쌓이고 쌓인 모욕감을 털어냈다.
“누가 구해줄 거라고는 생각지 마라. 이미 장로원은 폐쇄되어서 아무도 들어올 수 없으니까.”
천외도 모두 무너진 상태다.
이제 구천성의 전권만 쥐면 천하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무공으로 자신을 상대할 수 있는 자도 천하를 통틀어 다섯 명 내외. 그나마도 능가하는 자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공손백은 마침내 뜻을 이루었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우하하하하! 본좌는 사마중천에게 빼앗겼던 성주의 자리를 되찾은 것뿐이니라. 그러니 너무 억울해 할 것 없다, 사마경.”
“흥! 내가 생각해도 사조께서 당신에게 성주 자리를 넘기지 않은 것은 잘한 결정이었어. 아마 당신이 성주가 되었으면 진즉 암천문에 넘겼겠지.”
사마경이 코웃음 치며 비아냥거리자, 공손백의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출렁거렸다.
“이 건방진 계집이……!”
노기가 치민 그는 사마경을 향해 일장을 내치려고 했다. 그때 밖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렸다.
“소성주!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대주! 장로원에 들어가도 되는 거요!”
“야이 새끼들아! 대주가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단 말이다! 너희들, 장천운 몰라?”
“니들이 뭔데 밖에도 못 있게 해!”
“이 존만이들이!”
말투로 봐서는 흑월대 같았다. 그들 외에도 제법 점잖은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래봐야 거기서 거기였다.
그들은 혹시라도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으면 장로원으로 들어오라고 했기 때문에 온 것이었다.
그런데 장로원의 무사들이 삼엄한 경계를 하면서 장로원의 접근 자체를 막는 것 아닌가.
뭔가 이상하다 생각한 그들은 일단 장로원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 일을 지휘한 사람은 호양청이었다.
그는 장로원의 경계 태세만 보고도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눈치 챘다.
“아무 일도 없으면 장천운 대주에게 나오라고 해!”
공손백은 밖의 소란을 듣고 인상을 구겼다.
“이 벌레 같은 놈들이 귀찮게 하는군,”
그래봐야 구천성의 전권을 쥐면 끝날 일이다.
“사마경, 대 구천령을 내놓아라.”
하지만 사마경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온 터였다. 밖의 무사들이 바로 그 결정체였다.
“이런, 제가 구천령을 구천무원에 두고 왔어요. 보내주시면 찾아서 가져오겠어요.”
공손백이 그녀의 말을 들어줄 리 없었다.
“흥! 그런 수작은 통하지 않는다. 은 장로, 장로가 사람들을 몇 데리고 사마경과 함께 가서 구천령을 가져오시오.”
사마경이 목숨을 위협받는 이상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알겠소이다, 대령주.”
“소성주, 나와 함께 가주셔야겠소.”
은창현이 한껏 조소를 머금은 채 사마경에게 다가갔다. 장천운이 그녀의 옆에 서 있었지만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토록 강하던 장천운도 이제는 마혈이 찍혀서 인형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거리가 일곱 자쯤 되었을 때, 장천운이 우수를 뻗어서 은창현을 공격했다.
“헛!”
대경한 은창현이 다급히 두 손을 들어서 장천운의 공격을 막았다.
쾅!
굉음과 함께 은창현의 몸이 튕겨나갔다.
장천운은 재빨리 좌수로 사마경의 손을 잡고 뒤로 날아갔다.
“놈을 막아라!”
공손백이 대경해서 소리쳤다.
둘러싸고 있던 간부 중 두어 명이 장천운의 앞을 막았다.
“죽고 싶은 자는 얼마든지 막아봐라!”
장천운이 소리치자, 막아섰던 자들이 흠칫하며 머뭇거렸다.
장천운이 누군가. 천외의 절대자 둘을 홀로 이긴 초인경의 고수 아닌가.
그가 청산자를 이기는 걸 본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었다.
공손백이 그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놈은 산공독을 복용했다! 겁먹지 말고 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