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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418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87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418화

장천운은 방어에 치중하며 기회를 노렸다.

환신술을 적절히 응용한 신법 덕분에 치명상을 피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게 치열한 공방이 이십 초식쯤 흘렀을 때였다.

쾅!

탁무겸의 일장을 맞받아친 장천운이 뒤로 주르륵 물러섰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릿한 피냄새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후후후, 오늘은 네놈 마음대로 안 될 거다, 장천운.”

탁무겸이 흡족한 듯 조소를 지으며 다시 쌍장을 가슴 높이로 들었다. 암흑천추마공의 기운이 그를 감싸고 휘돌았다.

“쳐라!”

탁무겸의 일갈이 떨어지자, 사혼수라 둘이 장천운을 향해 쇄도했다.

그들 중 하나는 팔 한쪽이 덜렁거렸다. 하나는 옆구리가 터져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그런데도 남의 일이라도 되는 듯 고통스런 표정도 없이 검은 눈알을 번뜩이며 달려들었다.

장천운은 이를 악물고 천뢰구검 중 삼 초식을 연환으로 펼쳐냈다.

검강의 폭풍에 휘말린 사혼수라의 옷자락이 걸레쪽처럼 찢겨지며 살도 갈라졌다.

그러나 사혼수라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검을 향해 몸을 던졌다.

연검에서 뻗어나간 검강이 그 중 하나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목이 반쯤 잘라진 사혼수라의 머리가 기괴한 각도를 이루며 꺾어졌다. 사혼수라는 그 상태에서도 칼을 마저 휘둘렀다.

장천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옆으로 미끄러져서 사혼수라의 마지막 공격을 피했다.

순간, 기다렸다는 듯 탁무겸의 암흑천추마공이 그를 덮쳤다.

콰아아아아!

장천운은 천뢰만파를 펼치며 맞섰다. 그러나 사혼수라를 상대하면서 충격이 쌓인 그의 반격은 위력이 예전만 못했다.

콰르르릉! 쩌정!

“크읍!”

억눌러 놓았던 외마디 신음이 장천운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파리해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붉은 핏물. 입안이 온통 피 비린내로 가득 찼다.

퉤!

힘겹게 다섯 걸음을 물러선 그는 입에 고인 피를 뱉어내고 전면을 노려보았다.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인데도 그는 자신보다 사마경이 더 걱정되었다.

하지만 탁무겸은 그를 사마경 있는 곳으로 보내줄 마음이 없었다.

“사마경과 너와의 인연은 오늘로써 끝이다. 사마경은 이제 내 여자가 될 테니까. 흐흐흐흐.”

득의의 표정으로 미소를 지은 그가 장천운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남은 사혼수라 하나도 그와 함께 장천운을 공격했다.

그때 장천운의 귀에 전음이 들렸다.

<사마경은 내가 도울 테니, 너는 소천과 함께 그놈을 잡아라.>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무 노인이 온 듯했다.

순간, 장천운의 눈빛이 달라졌다.

“탁무겸! 당신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냉랭히 소리친 그가 전력을 다해서 반격을 시작했다.

갑작스런 그의 반격에 탁무겸이 흠칫했다.

‘저놈이……!’

하지만 그는 곧 허세라 생각하고 조소를 지었다.

“어디 한번 마음껏 발버둥 쳐봐라, 장천운. 후후후후.”

바로 그때, 소천이 강기의 폭풍우 속으로 날아들었다.

“탁……무……겸…… 죽……인……다.”

소천을 본 탁무겸은 질린 표정으로 눈을 홉떴다.

“또 네놈이냐!”

소천은 무식하다고 말해도 될 만큼 무작정 탁무겸을 향해 달려들었다.

장천운은 소천이 탁무겸을 막는 동안 사혼수라를 몰아붙였다.

사혼수라 혼자만으로는 장천운을 막을 수 없었다.

더구나 장천운도 위기에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전력을 다했다.

그 사이 탁무겸은 분노를 터트리며 소천을 공격했다.

소천이 어떤 존재인지 겪어본 그였다. 강하고 끈질긴 괴물. 그게 소천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처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 듯했다. 전력을 다해서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장천운을 막아야 했다.

소천이 강하다 하나 십성 공력을 일으킨 탁무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대법에 의해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육신이 강해져서 버티고 있는 것뿐.

장천운이 사혼수라의 심장을 두 쪽 내서 쓰러뜨렸을 때쯤 소천도 한계에 이른 상태였다.

두 번째 사혼수라가 피를 분수처럼 뿜으며 쓰러지는 것을 본 탁무겸은 전력을 다해서 소천을 공격했다.

결국 소천도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그의 몸이 이 장 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장천운이 검과 하나가 되어서 탁무겸을 공격했다.

전력을 쏟아낸 탁무겸은 일단 맞대결을 피했다.

소천을 쓰러뜨리기 위해 무리한 면이 없지 않았다. 장천운이 받은 충격 못지않게 그 역시도 진기가 흔들린 상태였다.

현재의 몸으로 장천운과 정면대결을 펼치면 잘해야 양패구상일 터.

그로선 절대로 원치 않는 결과였다.

그런데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선 것이 통한의 실수였다.

암흑천추마공에 당해서 움직이기 힘들 거라 생각했던 소천이 벌떡 일어나 그를 공격한 것이다.

전설로 전해지는 대법에 의해 만들어진 소천의 신체가 금강불괴에 가깝다는 걸 몰랐던 탁무겸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아차, 하며 몸을 튼 그가 소천을 향해 다시 일장을 내리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소천이 다시 날아갔다.

탁무겸의 허리 옷자락도 한 뼘 가량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소천이 일장을 맞으면서까지 늦추지 않고 펼친 장력이 그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이 죽일 놈이 어디서……!”

탁무겸의 자신만만하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옷만 가루가 된 것이 아니었다. 옆구리 내부에도 강렬한 충격이 전달되었다.

그 충격으로 몸이 잘게 떨렸다.

움직임도 원활하지 않았다.

게다가 장천운의 기세도 심상치 않았다.

‘저놈이……!’

장천운은 소천이 공격하고, 당하던 잠깐 사이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검을 쳐들었다.

하늘을 향해 쳐든 연검에서 무형의 기운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눈을 부릅뜬 탁무겸은 우뚝 서서 장천운의 공격을 상대했다.

장천운은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검을 펼쳤다.

그때만큼은 사마경의 위기도 잊고 오직 검만 떠올렸다.

‘그래, 잊는 거였어. 모든 것을 비우고…… 그 자리를 대자연의 기운이 대신하게끔 인도하는 것…… 그게 무상의 검…… 절대무상검이다!’

눈을 반개한 그는 머리 위로 쳐든 검을 내리쳤다.

탁무겸의 튀어나올 것처럼 커진 눈이 폭풍우속의 낙엽처럼 거세게 흔들렸다.

“어떻게 이런……!”

그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암흑천추마공을 펼쳤다.

콰아아아아!

층층이 쌓인 검은 구름이 회오리치며 하늘을 받쳤다.

그런데 천하제일의 마력을 품은 그 구름이 예리한 칼날 앞의 비단천처럼 길게 갈라졌다.

“말도 안……돼…….”

구름을 가르고 내려온 거대한 검영은 그조차 가르고, 대지마저 쪼개버렸다.

그 모든 일이 일수유의 순간에 벌어졌다.

형체가 없는 무형의 기운에 의한 단절.

세상을 이루는 모든 기운이 갈라진 것이다.

탁무겸의 몸속에 있던 기운도 갈라졌다.

울컥!

장천운이 다시 피를 토했다.

비틀거리는 몸을 겨우 세운 그는 탁무겸을 노려보았다.

실패했나?

겉만 봐서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청산자는 몸이 절반이나 땅 속에 박혔거늘.

아니, 달라진 것이 있었다.

세상을 어둠으로 물들일 것 같던 눈빛. 그 눈빛이 흐릿해졌다.

마치 모든 기가 빠져나간 사람처럼.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천천히 열을 셀 수 있는 시간이 지났을 때쯤, 탁무겸의 몸이 흔들렸다.

입도 열렸다.

“암천의 세상이 코앞에 있었거늘…….”

탁무겸은 그 말만 남긴 채 스르르 앞으로 쓰러졌다.

장천운은 그 모습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한 동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암천의 주인. 자신을 그토록 힘들게 했던, 세상을 농락했던 자가 쓰러졌다. 그것도 자신의 손에.

꿈을 꾸는 듯했다.

그때 소성이 빠르게 반복되면 울렸다.

삐익! 삐익! 삐이익!

순간, 기암검봉 사이에서 싸우던 암천문 무사들이 일제히 안쪽으로 물러났다.

사마경 쪽을 공격하던 자들도 일제히 기암검봉 쪽으로 몸을 날렸다.

척마대가 암천문 무사들의 뒤를 쫓았다.

안개가 자욱한 기암검봉 뒤쪽에는 무사들의 거처로 보이는 커다란 통나무집이 십여 채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커다란 동굴이 지옥의 아가리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암천문 무사들은 거처를 그대로 지나쳐서 동굴로 들어갔다.

그들이 거의 다 들어갔을 때 짙은 운무가 뭉클거리며 솟아났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진세요! 전진을 멈추시오!”

단리승이 놀라서 소리쳤다.

자칫 잘못해서 진세 속으로 들어가면 적의 칼날 앞에 목이 들이민 꼴이 될 수 있었다.

그가 소리쳤을 때는 선두에서 적을 쫓던 사람들이 이미 진세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인원은 십여 명. 그들의 모습이 안개에 휘감기더니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장천운은 쓰러져 있는 소천을 부축해서 일으켜 앉혔다.

의문이 많은 자였다.

무 노인과 장철산이 그와 어떤 관계인지 궁금했다.

마침 소천이 눈을 뜨고 있었다.

검은 가죽가면에 가려져서 표정은 알 수 없었다. 다만 부상이 심하게 보이는데도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뉘신지 대답해주실 수 있습니까?”

장천운이 물었다.

소천은 말없이 장천운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때 검은 가죽가면에 뚫린 구멍 사이로 보이는 입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무 할아버지와는 어떤 사입니까? 장철산이란 분과는……?”

장철산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소천의 눈빛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장천운을 바라보던 그의 입이 가늘게 열렸다.

“철……산…….”

장천운은 그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검은 가죽가면 사이에 깊이 박혀 있는 눈매가 왠지 모르게 눈에 익었다.

‘저 눈…… 어디서 봤더라?’

가까이서 보니 강인함이 느껴지는 눈매였다.

쉽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눈이 아니었다.

그때 뒤에서 무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천은 내가 돌 볼 테니, 너도 어서 내상을 다스려라.”

장천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그 역시 탁무겸을 쓰러뜨린 대가로 제법 심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암천문의 잔당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만큼 내상을 치료하는 게 우선이었다.

“알겠습니다.”

 

“괜찮아?”

장천운이 곁으로 다가가자, 사마경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놈들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이곳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지 마십시오.”

“내 걱정 말고 운기부터 해.”

사마경의 눈치는 이미 절대경지에 올라 있었다. 장천운의 안색만 살피고도 상태를 대충 짐작했다.

‘괜찮다고 하면 내가 믿을 줄 알아?’

그래도 장천운은 최대한 자신의 부상을 숨겼다. 알면 또 잔소리를 늘어놓을 테니까.

“정말 괜찮습니다. 탁무겸 정도의 고수가 또 나타난다면 모를까, 이제 놈들 중에는 저를 곤란하게 할 수 있는 고수가 없습니다.”

“그놈의 방정은. 언제는 자신 없다고 하다가 다쳤어? 뭐해? 운기나 하라니까.”

장천운은 그녀의 말투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오늘만큼은 그냥 넘어갔다.

반발해봐야 한 소리 듣기밖에 더할까.

슬그머니 몸을 돌린 그는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저 멀리, 암봉을 둘러싼 회색운무가 보였다.

‘왜 저들은 밖으로 도주하지 않고 동굴로 피했을까.’

기문진을 믿고?

그건 아닐 것이다. 기문진은 그들만 아는 게 아니니까.

‘그렇다면 동굴 안에 자신들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뜻인데…….’

어쨌든 지금은 사마경 말대로 몸부터 다스릴 때다.

 

 

 

156장 그도 알고 있다

 

 

음양곡은 혈곡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붉었다.

땅도 붉고, 호수도 붉고, 서 있는 사람들도 붉었다.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는 안개조차 비릿하게 만들었다.

척마대는 일단 몸부터 다스렸다.

음양곡 안쪽 동굴에 암천문 살귀들이 숨어 있는 것을 알지만 곧장 곡을 떠날 수는 없었다.

중상을 입은 사람만 해도 백 명이 넘었다. 기본적인 치료라도 하지 않으면 길을 가는 도중에 수십 구의 시신이 늘어날 판이었다.

부상자는 상처를 치료하고, 공력을 많이 소모한 사람은 운기에 집중했다.

다행히 통나무집을 뒤지자 금창약 등 약재가 제법 많이 나와서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독도 제법 있었는데, 그건 모두 남사명 차지가 되었다.

몸이 성한 사람들은 동료들의 시신을 한쪽으로 옮겨서 정리했다. 위지행이나 나극 등 수습해갈 시신 칠팔십 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쪽에 매장했다.

사람들이 그렇게 사상자를 정리하는 동안 단리승과 정유 등 기문진에 정통한 사람들이 진을 파훼하기 위해 매달렸다.

진세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을 구해야 했다. 하다못해 그들의 생사라도 확인해야만 했다.

이래저래 무거운 분위기가 음양곡을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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