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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417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6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417화

척마대 무사들은 결의를 다지며 암천문 무사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그들에게서 피어난 기운이 폭풍처럼 휘돌면서 안개가 광란하며 출렁거렸다.

암천문 무사들은 정면충돌을 피하고 방어에 치중했다.

그들은 지형의 이점을 철저히 살리면서 암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암기의 사용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터였다.

암천문 무사는 일반적인 마도인와 달리 생사를 넘나드는 살업을 행하는 자들이다.

정면대결보다는 은신을 이용한 암습에 능한 자들.

당연히 암기의 사용은 기본이었다.

금룡장이나 구천성의 고수들도 암기가 날아들 것을 대비하며 공격에 나섰다.

순식간에 난전이 벌어졌다.

절정고수는 물론이고, 양측을 합치면 절대경지의 고수만 해도 열손가락을 넘을 정도였다.

콰과과광! 쩌저정!

강력한 기운과 무기가 충돌하며 날카로운 소음이 계곡 안에 메아리쳤다.

안개 속에서 피가 튀었다.

악다구니와 비명이 양념처럼 버무려졌다.

무릉도원 같던 음양곡에 피비린내 가득한 혈풍이 몰아쳤다. 이제는 안개마저 붉게 보일 지경이었다.

팽팽한 대결.

긴장감이 살기로 변하고, 살기가 광기로 변해갔다.

그때 그들이 나타났다.

 

기암검봉 사이에서 칙칙한 흑의를 입은 자들이 나오고 있었다.

흑의를 입은 자들은 많았다. 최소한 이삼백 명은 될 듯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한 흑의인들과 달랐다.

그들은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드러낸 상태였다.

구천성의 무사 몇 명이 그들을 공격했다. 개중에는 철혈단주 위지행도 있었다.

“죽어라, 이놈들!”

그는 자신만만하게 도를 휘둘렀다.

철혈도라 불리는 그의 애병은 날의 길이만 해도 석 자나 되고, 넓이도 일곱 치나 되었다.

철혈도는 곧장 흑의인을 단칼에 두 동강 낼 것처럼 기의 폭풍을 일으키며 떨어졌다.

절정고수도 그가 일으킨 기의 폭풍에 걸려들면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하물며 얼굴을 시커먼 천으로 둘둘 말아서 가린 자들은 움직임이 왠지 어수룩해 보였다. 그들 정도는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 듯했다.

그 생각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깨닫는데 눈 한번 깜짝할 시간이면 충분했다.

위지행의 공격을 받은 흑의인의 움직임이 처음과 달리 빨라졌다. 반사적인 반응처럼 보였다.

몸을 비틀어서 공격을 피하더니 오히려 공격권 안으로 달려들었다. 그자는 옷자락이 찢겨나가면서도 눈빛 한 점 흔들리지 않았다.

위지행은 그 눈을 보고서야 뭔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자의 눈은 흰자위가 짙은 회색이었다. 그 바람에 눈 전체가 검게 느껴졌다.

앞으로 내민 왼손도 검었다. 그 손이 기의 폭풍을 일으키는 검을 후려쳤다.

‘미친놈!’

위지행은 자신의 칼이 흑의인의 왼손을 단숨에 자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조소를 지었다.

하지만 손이 잘리는 대신 땅! 소리와 함께 칼이 튕겨나갔다.

뒤이어 그의 가슴을 향해 뛰어든 흑의인의 오른손이 그의 가슴을 휘젓고 지나갔다.

옷자락이 힘없이 뜯어졌다. 가슴의 살도 너덜너덜하게 뜯어져 나갔다.

“크억!”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른 위지행은 땅을 박차고 뒤로 물러났다.

가슴에서 피가 솟구쳤다.

흑의인이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가며 양손을 번갈아 휘둘렀다.

시커먼 손 그림자가 먹구름처럼 피어나면서, 피가 솟구치는 위지행의 가슴을 덮쳤다.

위지행은 본능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근육이 갈기갈기 찢어져서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우두둑!

“쿠억!”

가슴이 뼈까지 뜯겨져 나간 위지행은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뒤로 널브러졌다.

단 한 번의 방심이 그의 생사를 결정지었다.

위지행을 죽인 흑의인의 눈빛은 처음보다 더 회색빛이 짙어진 듯했다.

지옥에서 나온 사혼수라가 피맛을 보며 이 세상에 적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흑의인은 피를 찾아서 움직였다. 어수룩하던 움직임도 유령을 닮아갔다.

문제는 그런 흑의인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오며 흑색공포가 시작되었다.

 

암천문은 철저히 기암검봉 인근에서만 싸움을 벌였다. 호수 쪽이나 입구 쪽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지형의 유리함을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뜻인 듯했다.

척마대 쪽에서도 그곳을 통과하지 않고는 암천문의 근거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피를 부르는 혼전이 절정을 향해 치달렸다.

이미 칠팔백 구의 시신이 계곡 안을 뒤덮었다. 그 중 오백 구 정도가 척마대 무사들의 시신이었다.

피가 골을 타고 흘러서 그토록 맑던 호수가 시뻘겋게 물들었다.

장천운은 그때까지도 사마경 곁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건 또 다른 고문이었다.

미칠 것 같았다.

그러나 탁무겸이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이 자리를 비웠을 때 탁무겸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러니 최소한 탁무겸의 낯짝이라도 봐야만 움직일 수 있다.

‘어디 있느냐, 탁무겸!’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그가 속으로 외친 소리를 들었는지 탁무겸이 나타났다.

“와하하하하! 지옥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사마경!”

대소와 함께 힘이 실린 탁무겸의 목소리가 음양곡을 뒤흔든 것이다.

 

“천운이 가 봐.”

사마경이 입술을 잘근 씹으며 말했다.

자신의 안위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척마대의 피해가 더 커지면 결국 자신의 안전 역시 장담할 수 없었다.

“괜찮겠습니까?”

“안 괜찮아도 방법이 없어. 탁무겸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천운뿐이니까.”

장천운도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마경이 걱정 되어서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서 가라니까! 이건 명령이야!”

사마경이 냉랭하게 소리쳤다.

장천운도 그녀를 향해 한마디 했다.

“이번에는 엉뚱한 짓 말고 가만히 있으십시오.”

조금은 강압적이라 할 수 있는 말투였다. 마치 여동생을 타이르듯.

사마경은 입술을 삐죽이고는 툭 쏘듯 대답했다. 진짜 동생이라도 되는 것처럼.

“알았어, 걱정 마.”

몸을 돌린 장천운은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탁무겸이 자신을 보며 냉소를 짓고 있었다.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탁무겸! 전에 못 다한 승부를 오늘 끝내자!’

장천운은 단숨에 이십여 장을 날아가며 검을 빼들었다.

탁무겸도 다른 사람은 안중에 없는 듯 오직 장천운만 보며 걸음을 내딛었다.

“너는 오늘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게 될 거다, 장천운!”

“글쎄! 후회는 수작을 부려서 우리를 이곳으로 불러들인 그대가 할지도 모르지!”

넘겨짚어 본 말이었다. 그간의 상황을 보면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교활한 탁무겸도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호오, 알고도 왔단 말이지?”

‘역시 고의로 끌어들인 것이었어!’

그렇다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흉계가 또 있을지 모른다.

이미 일천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지 않은가.

만약 탁무겸이 또 다른 수작을 부린다면 소성주마저 위험해진다.

장천운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서 탁무겸을 공격했다.

탁무겸도 방심하지 않고 십성 공력을 끌어올렸다. 방심하며 상대하기에는 장천운이 너무 강했다.

 

장천운과 탁무겸이 경천동지의 대결을 벌이는 동안 척마대는 사상자가 일천에 이르렀다.

그 중 절반이 검은 공포, 흑의인들로 인한 피해였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찬강은 흑의인 중 하나와 싸우면서 그 사실을 깨달았다. 손목을 잘라냈는데도 눈썹 한 올 끄떡하지 않는 자가 어찌 인간이랴.

그걸 모르고 잠깐 방심한 바람에 오히려 좌수에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위지행이 맥없이 죽는 걸 봤을 때 눈치 챘어야 했거늘!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 목이 잘릴 때까지 공격을 늦추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상당한 부위가 낫는 것은 아니었다.

‘멍청한 놈! 사람 같지도 않은 놈들에게 당하다니.’

찬강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책했다. 급히 옷자락을 찢은 그는 좌수의 상처부위를 감쌌다.

흑의인에 의해서 찢겨진 상처가 제법 컸다.

고통은 둘째 문제였다. 살아서 돌아가려면 솜털 하나 움직이는 감각까지 놓쳐선 안 되었다.

 

나극 역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는 흑의인 하나의 머리를 부순 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나도 늙었어.’

전력을 다해서 괴물 같은 흑의인 하나를 제거하긴 했지만, 공력의 손실이 너무 컸다.

청산자와 싸울 때 입은 내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육체적인 쇠락이 더 큰 원인이었다.

육체의 쇠락을 공력으로 보충하려다 보니 공력이 더 빨리 소모된 것이다.

더구나 암천문 측 고수들의 공격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도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잠깐 여유가 생긴 그는 커다란 바위 앞에 바짝 붙어 서서 진기를 다스렸다.

그곳에서는 앞과 좌우만 걱정하면 되었다.

그때 장천운과 탁무겸의 대결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십 장 넓이 텅 빈 대지에서 단 둘이 싸우고 있었다.

어차피 그들 싸움에 끼어들고 싶은 사람도 없었지만.

나극은 넋을 잃고 그들의 대결 장면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굉장하구나.’

하늘과 하늘의 대결이었다.

자신이 마제라는 별호를 얻고 기고만장했던 때를 생각하니 얼굴이 붉어질 지경이었다.

“조심하시오, 대장로!”

한쪽에서 경악한 목소리가 들렸다.

퍼뜩 정신을 차린 나극은 고개를 홱, 왼쪽으로 돌렸다.

검은 그림자가 그를 덮쳐오고 있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젖히고 뒤로 미끄러졌다. 노련한 경험에 의한 반사적 행동이었다.

하지만 적은 그보다 더 빨랐다.

그자는 나극이 정상적이었다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암천문의 구암사 중 하나가 나극을 노린 것이다.

나극이 몸을 두 번이나 더 틀며 피하려 했지만, 적의 공격을 피해내기에는 움직임이 둔했다.

결국 적의 검에 나극의 심장이 꿰뚫렸다.

그러나 나극도 그냥 당하지만은 않았다.

자신의 가슴에 검이 박히는 걸 보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일장을 쳐냈다.

어차피 죽을 거면 저승길에 한 놈은 데려가리라!

푹! 쾅!

나극은 심장에 꽂힌 검을 잡고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일장에 얻어맞은 자가 머리가 반쯤 부서진 채 나뒹굴고 있었다.

‘내가 마제 나극이다, 이놈아!’

 

탁무겸은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얼굴본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어떻게 된 놈이 전보다 더 강해진 듯 느껴졌다.

그때도 느낌이 좋진 않았다. 그래도 밀린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밀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은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저놈이 너보다 강해!’라고.

자존심이 상했다.

새파란 놈에게 밀리다니.

이를 악다문 탁무겸은 진기의 충돌여파를 이용해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냉랭히 명령을 내렸다.

“야은! 시작해라!”

삐이이익!

가느다란 소성이 울렸다.

순간, 흑의를 입은 괴인 중 둘이 날아들더니 장천운을 공격했다. 그리고 둘은 사마경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탁무겸도 그들과 함께 다시 공격에 나섰다.

장천운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흑의를 입은 괴인들이 얼마나 강한지 지켜본 터였다.

찬강과 나극조차 그들을 상대하며 고전했지 않은가. 그러한 자들 둘과 탁무겸이 협공해오고 있었다.

더구나 둘이 사마경 쪽으로 날아갔다. 암천문 무사 수십 명도 함께 이동했다.

구천호령과 구양명, 흑월대, 흑영대가 있다 하나 그들이 사마경을 완벽하게 보호해줄 지는 미지수였다.

‘데려오지 않았어야 하는데…….’

한번 흔들린 마음은 쉽게 안정되지 않았다. 신경이 온통 사마경 쪽에 쏠렸다.

탁무겸은 흔들린 그를 전력으로 몰아붙였다.

“후후후. 오늘 너도, 사마경도 죽는다! 설마 너 혼자서 사혼수라 둘과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는 지속적으로 장천운의 정신을 흔들었다.

정신이 흔들리면 상승무공을 펼칠 수 없다. 장천운이 그 기이한 검만 펼치지 못하면 승산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상황은 그가 바라는 대로 흘렀다.

장천운은 사마경이 위험에 처할까봐 신경 쓰여서 무적삼검을 마음대로 펼칠 수 없었다.

천뢰구검만으로는 탁무겸 한사람조차 상대하기 힘든 마당에 사혼수라 둘의 합공까지 감당해야만 하는 상황.

십여 초가 흐르는 동안 내상이 점점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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