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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414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88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414화

“네가 도와준다면 녹령마기를 몰아낼 수 있을 거다.”

“정말입니까?”

“그래,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가능성은 절반 정도다만, 네 공력이 이미 극에 달했으니 그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지 않을까 싶다.”

단목화종도 내상이 심한 상태다. 그 몸으로 사마경의 마기를 몰아내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장천운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기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르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다 늙어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늙은이다. 길어야 일 년도 더 못살 걸? 너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마라.”

단목화종은 생사에 달관한 듯 가볍게 말하고 남사명을 바라보았다.

“치료해줘서 고마웠네. 이제 그대는 장철산을 돌봐주시게.”

남사명으로선 단목 노인이나 사마경의 생사보다 장천운이 위험에 처하는 게 더 걱정이었다.

그런데 단목 노인이 목숨을 걸고 나서자 자신의 속 좁은 이기심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품속에서 작은 가죽주머니를 꺼내더니 그 안에서 엄지손톱만 한 단환을 하나 꺼냈다.

단승과 사공명신에게 내밀었던 그 단환이었다.

“알았소이다. 사마경의 마기를 상대하기 전에 이걸 복용하고 운공요상을 하면 도움이 될 거요.”

“허허허, 잘하면 요행수를 바라볼 수도 있겠군. 한데 이건 무슨 약인가?”

“독이오.”

“…….”

단목화종이 멍한 표정으로 남사명을 바라보았다. 오죽하면 구양명조차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운공요상을 하라며 독을 주다니.

장천운이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상대가 독왕이라는 것을 모르는 단목화종으로선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남사명은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몸에 좋은 독도 있는 법이외다.”

단목화종도 더 따지지 않았다.

단승이나 사공명신처럼 거부하지도 않았다.

“하긴……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목숨, 독이면 어떻겠나.”

 

단목화종은 남사명이 준 단환을 복용하고 일각 정도 운공요상부터 했다.

장천운은 진기가 원활히 흐르도록 단목화종을 도와주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단목화종의 창백한 얼굴에 화색이 약간 돌아왔다.

내상이 눈에 띨 정도로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복용 전보다는 훨씬 나았다.

“흠, 어쩌면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아질지도 모르겠구나. 이제 시작해보자.”

장천운은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다른 방법이 없었다.

절반 정도의 가능성.

그것만 해도 어디인가.

게다가 남사명이 준 약으로 인해서 성공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질 것 같다고 하지 않는가.

만약 실패한다면 정말 탁무겸을 찾아가는 수밖에.

“제가 어떻게 도와드려야 합니까?”

“내 명문혈에 손을 대고 진기를 불어넣어라. 너무 세지 않으면서도 끊어지지 않게. 너무 세면 지금의 내 혈맥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내가 사마경의 몸에서 손을 떼면 너도 즉시 내 몸에서 손을 떼라.”

“알겠습니다.”

단목화종이 침상 위에 올라가서 사마경을 일으키고 등에 장심을 붙였다.

장천운도 그의 뒤에 앉았다.

잠시 단목화종의 등을 바라본 장천운은 명문혈에 오른손 장심을 대고 진기를 주입했다.

이제 성사는 하늘에 맡기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부디…….’

 

* * *

 

사람들은 밖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사마경이 살아난다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그녀가 죽게 된다면 구천성은 새로운 격랑에 휘말리게 될 것이 뻔하다.

성에 대한 총책임을 맡은 우문각 대신 군사직을 수행하고 있던 정유는 입술이 바짝 말랐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나야 해.’

그는 혼돈에 휩싸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

몇 년 간 고생했으니 이제는 좀 편히 쉬고 싶었다.

어쨌든 그가 초조하게 기다리는 동안에도 암천문의 뒤를 쫓는 상황에 대한 보고가 속속 들어왔다.

추적은 백 리나 이어졌다. 그러나 결국은 탁무겸과 암천문무사들이 구천성의 추적을 뿌리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구천성 쪽도 피해가 커서 일단 추적을 포기하고 돌아오는 중이라 했다.

‘놈들이 비밀에 쌓인 총단으로 돌아갔다고 봐야겠군.’

그들은 숨어서 지낼 자들이 아니다. 물러선 것도 일시적인 후퇴일 뿐, 결코 도주한 것이 아니다.

‘전열이 정비되면 자존심을 만회하기 위해서 곧바로 움직일 것이다. 대비책을 세워야 해.’

 

그 와중에도 단목화종과 장천운은 사마경의 마기를 몰아내는 일에 집중했다.

진기를 주입한지 두 시진.

마침내 단목화종이 사마경의 몸에서 손을 뗐다.

‘지금이다!’

그는 속으로 외치며 손을 들어서 신호를 보냈다.

장천운은 막 손을 떼려다가 멈칫했다.

단목화종이 어떤 식으로 녹령마기를 제거하려고 했는지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안 돼!’

그는 손을 떼지 않고 오히려 단목화종의 진기를 빨아들였다. 정확히는 사마경의 몸에서 단목화종에게로 넘어온 마기를.

단목화종의 몸이 잘게 떨렸다.

‘이놈이……!’

하지만 장천운은 흡기를 멈추지 않았다.

음습하고 끈적끈적한 기운이 그의 장심을 통해서 밀려들어왔다.

녹령마기. 바로 그 기운이었다.

“안……된다.”

단목화종이 안간힘을 다해서 말하며 장천운의 손을 떼어내려 했다. 그러나 장천운의 손은 아교를 칠해서 달라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장천운이 단목화종의 명문혈에서 손을 떼고 마기를 수습했다.

“어리석은 놈…….”

단목화종이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녹령마기를 녹여서 자신의 몸으로 흡수했다. 녹령마기보다 상위의 마공인 암흑천추마공을 익힌 몸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언뜻 생각하면 쉬운 일 같지만, 그 일은 공력이 높다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장천운이 마기를 제거할 수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몸으로 끌어들인 녹령마기를 장천운이 모조리 흡수해버렸다. 암흑천추마공에 의해 녹아버린 상태였기에 장천운도 흡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 바람에 자신은 당장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되었지만, 장천운이 대신 마기에 침습당한 꼴이 되었다.

“그 무슨 멍청한 짓이냐?”

단목화종이 버럭 소리쳤다. 그에게는 사마경보다 장천운의 안위가 더 중요했다.

하지만 장천운은 개의치 않았다.

“이깟 마기는 저를 위협할 수 없습니다.”

그는 녹령마기를 탁무겸이 준 옥병의 액체에서 퍼진 기운이 있는 왼팔에 몰아넣었다.

묘하게도 두 기운은 별 충돌 없이 합쳐졌다.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사마경의 목숨을 구해준 단목화종을 죽게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단목화종은 장천운이 괜찮다고 하는 데도 영 미덥지 않았다.

“정말 괜찮겠느냐?”

“일단 한 곳에 몰아넣었으니, 배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차분히 생각해보겠습니다.”

“으으으음.”

침임을 흘린 단목화종은 사마경을 바라보았다.

가슴까지 내려갔던 녹색기운이 거의 다 사라진 상태였다.

잔재가 남아있긴 하나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아직 완벽하게 제거된 것이 아니다. 그래도 남아 있는 잔재는 전처럼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니 스스로 제거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감사합니다, 어르신.”

“곧 죽을 나보다 철산에게나 잘해줘라.”

“그분이야 제게 은인이나 다름없는 분 아닙니까.”

“꼭 그것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다. 철산은 사실…….”

단목화종은 목구멍까지 기어 나온 말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냥 확 말해버려?’

내심 그런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사실을 밝힌 걸 알면 고집쟁이 장철산은 자신을 두 번 다시 안 보겠다고 할지 몰랐다.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되겠지만…… 철산도 외로운 놈이다. 기분 상하는 일이 있어도 잘해주었으면 싶구나.”

결국 그는 그렇게 돌려서 말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때 사마경이 신음을 흘리며 깨어났다.

“으으음…….”

“소성주, 정신이 드십니까?”

“으응…… 천운?”

“예, 접니다.”

“힘이 없어. 나 좀…… 안아줘.”

장천운은 머쓱한 표정으로 단목화종을 돌아다보았다.

킁, 하고 콧소리를 낸 단목화종이 일어났다.

“이제 필요 없는 늙은이는 나가련다. 그래도 그 늙은이가 준 괴상한 독단 덕분에 당장 죽을 것 같진 않구나.”

 

* * *

 

암천문을 쫓아갔던 사람들이 속속 동백현에 도착했다.

동원된 인원은 칠백여 명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인원은 오백여 명. 사상자가 이백 명이 넘었다.

예상 외로 큰 피해가 발생한 상황.

아마 정체불명의 고수가 탁무겸을 상대하지 않았다면 더 끔찍한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었다.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도착한 그들은 동백현에서 전열을 정비했다.

암천문의 근거지를 찾기 위해 비령조와 첩밀각, 금룡장의 명안대가 투입되었다.

근거지가 발견되면 이 기회에 암천문을 강호에서 지워버릴 작정이었다.

 

장천운은 쉬고 있던 단목화종을 찾아가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암천문의 총단 위치를 알려주십시오.”

전대 암천신마가 총단을 모를 리 없었다.

단목화종의 입장에서 대답하기 난감할 거라는 걸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번쯤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단목화종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네가 탁무겸을 처치하고자 함을 모르지 않는다. 죽이고 싶겠지. 암천문을 강호에서 없애버리고 싶겠지. 하지만 암천문에는 나를 배신한 사람도 있지만, 따랐던 사람 또한 적지 않다. 미안하지만 내 입으로 그들을 사지에 던져 넣을 수는 없구나.”

사실 살아서 나올 수 없는 지하 삼층의 뇌옥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도 그들 덕분이었다.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길에 자신이 앞장 설 수는 없는 것이다.

장천운도 그에게 더 이상은 강요하지 못했다. 아무리 암천문을 제거하는 게 우선이라 해도 자신과 사마경의 목숨을 구해주었지 않은가 말이다.

‘할 수 없지. 그들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그때 방문 밖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도 되겠소?”

단리황의 목소리였다.

그가 무슨 일로 단목 노인의 방에 찾아온 걸까? 장천운은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 전 단리황과 단목 노인이 스치듯 지나가는 걸 보았다. 그때는 별 반응이 없었다.

뒤늦게 단목 노인의 정체를 알아챈 것 아닐까?

단목 노인이 전대의 암천신마라는 게 밝혀지면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별 일은 없어야 할 텐데…….’

그러나 단목화종은 단리황의 방문을 거절하지 않았다.

“들어오시게.”

문이 열리고 단리황이 들어왔다.

그는 바위처럼 굳은 표정으로 단목화종을 똑바로 노려보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더니 서너 걸음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무적장의 단리황이라 하오. 혹시 이 늙은이와 만난 적 없으시오?”

묵직한 목소리, 칼날 같은 눈빛.

역시나 단목화종의 정체를 의심하는 눈치인 듯했다.

아니라고 하면 그만일 수도 있는 일인데, 단목화종이 의외로 순순히 시인했다.

“이십 년쯤 되었나? 자네도 이제 많이 늙었군.”

단리황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역시……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니었구려.”

“날 죽이러 왔나? 때를 잘 맞춰서 왔군. 지금은 삼 장이 아니라 가볍게 일 장만 쳐도 죽일 수 있을 거네.”

단목화종을 노려보던 단리황이 장천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장 대주, 자네도 저 노인의 정체를 알고 있었나?”

“소성주의 몸에 깃든 녹령마기를 제거할 수 있는 사람은 천하에 두 사람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탁무겸 외에 누가 있겠습니까?”

“그렇군, 그래. 깜박했군.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줄 수 있나?”

장천운은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죽어가던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단목화종과 장철산이었다는 것, 그리고 단목화종의 정체에 대해서는 탁무겸에게 들었다는 것까지.

단목화종이 사마경의 마기를 제거한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이니 따로 말할 것도 없었다.

단리황의 표정이 몇 번이나 변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단목화종을 응시했다.

자신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선사한 자가 앞에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때의 복수하겠다고 손을 쓰기도 애매한 상태였다.

그는 이마를 두어 번 찌푸리다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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