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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413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89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413화

콰아아아아!

가공할 공세에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생긴 가속도가 더해졌다.

천붕의 기세!

눈을 부릅뜬 탁무겸은 피하지 않았다. 워낙 빠르고 공세의 범위가 넓어서 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암천신마였다.

천하 마의 제왕!

“이노오오옴!”

일갈을 내지른 그는 두 손을 하늘로 쳐들고 전력을 다해서 맞섰다.

콰아아앙!

천지가 무너지는 굉음!

계곡을 통째로 무너질 것처럼 뒤흔들렸다.

탁무겸은 정강이까지 발이 땅속으로 박혔다. 소천은 허공으로 튕겨져서 삼 장 밖에 내려섰다.

소천을 공격하기 위해 몸을 날렸던 구암사만 된서리를 맞았다.

뒤로 튕겨나가서 비틀거리며 겨우 땅에 내려선 그들의 얼굴은 회칠을 한 듯 창백했다.

하늘끼리의 대결 속에 끼어든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깨달았을 뿐이었다.

콰아아아!

소천이 다시 탁무겸을 공격했다.

탁무겸을 향해 밀려가는 거센 강기의 폭풍!

양각동에서 소천의 저돌적인 공격을 대해본 탁무겸은 이를 악물고 눈을 치켜떴다.

분노한 그의 눈에서 시커먼 암흑의 기운이 폭사했다.

“몸을 갈가리 찢고, 심장을 빼내서 씹어 먹으리라!”

첫 번째 충돌에서 약간 손해를 보았다.

급습을 당한데다 하늘에서 떨어진 위력까지 더해진 터였다.

그 바람에 그가 약간 우세했던 공력의 차이가 상쇄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가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분노로 인해 냉정함이 흔들린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콰과광!

굉렬한 폭음이 연이어 울렸다.

두 사람의 공세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직경 십여 장 안의 대지가 폭발이라도 한 듯 뒤집어졌다.

동시에 강기로 이루어진 공포의 회오리가 일어났다.

콰르르르르르!

장천운은 그 와중에 장철산 쪽으로 이동했다.

뒤로 물러났던 암귀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달려들었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듯해서 마치 유령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유령도 농락하는 장천운의 환술은 암귀들이 펼치는 은신술과 차원이 달랐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해.’

장천운은 자신이 복용한 액체의 정체를 모른다는 사실이 불안했다.

기운을 왼팔에 뭉쳐놓기는 했지만 언제 발작할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무공을 펼칠 수 있을 때 한 사람의 적이라도 더 처리해야만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그만큼 더 살아날 것이다.

작정하고 살기를 일으킨 장천운의 검은 피의 폭풍을 동반했다.

암천문 무사들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장천운을 공격했다.

그들은 철저히 살수로서 수련을 받은 자들. 같은 수준의 고수라 해도 한 단계 위의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진정한 무서움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초인경의 고수라는 게 그들에게는 불행이었다.

소천과 격전을 벌이고 있던 탁무겸은 누구보다 그 차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급해졌다.

‘어떻게 된 거야? 설마 금혼액이 잘못된 건가?’

장천운이 복용한 액체는 정신을 제어할 때 쓰는 미약이다.

명옥 최후의 비전대법인 아수라사혼대법을 쓸 때 반드시 들어가는, 극고의 연단으로 만들어진 최상급 미약.

천하의 누구든 금혼액을 복용하면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런데 장천운은 멀쩡하다 못해서 무위 역시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강호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암천문 무사들이 낫에 잘린 수숫대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장철산을 뺏기지 마라!”

그가 외치자, 암천문 무사들이 몸을 날려서 장천운의 앞을 막아섰다.

다급해진 장천운은 천뢰구검을 연환으로 펼쳤다.

검강이 암천문 무사들을 향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무기가 부서지고 몸이 꿰뚫리면서 순식간에 대여섯 명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러나 암천문 무사들의 숫자가 워낙 많았다. 게다가 하늘의 명령을 받은 그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그를 막아섰다.

그때 한 사람이 또 하늘에서 새털구름처럼 소리 없이 날아 내렸다.

동방무기, 무 노인이었다.

암천문 무사들의 뒤쪽으로 날아 내린 그는 장철산을 재빨리 안아들고 한쪽으로 피했다.

암천문 무사들이 그의 등장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사오 장 이상 멀어진 후였다.

장천운도 소천이 나타난 이상 무 노인이 근처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직접 전장에 뛰어든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 할아버지!’

어쨌든 당장은 장철산과 무 노인의 안전이 우선이다.

“제가 막을 테니 어서 나가세요!”

한소리 내지른 장천운은 더욱 거세게 암천문 무사들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계곡 안에 있는 암천문 무사들은 오백 명이 넘었다.

장천운이 아무리 강하고 무 노인의 신법이 신묘하다 해도 장철산까지 데리고 포위망을 뚫기는 쉽지 않았다.

오히려 압박이 점점 강해지고 포위망은 철벽처럼 단단해졌다.

무 노인의 옷자락이 잘리면서 피가 비쳤다.

그 모습을 본 장천운은 마음이 급해졌다.

“그 분은 놔두고 할아버지부터 피하세요!”

그에게는 장철산보다 무 노인이 더 소중했다.

하지만 무 노인은 장철산을 살귀들의 칼날 앞에 놔두고 떠날 수 없었다.

‘철산이 니 애비다, 이놈아!’

지금 상황에서는 그 말도 할 수 없었다. 놀라서 진기가 흐트러지기라도 하면 장천운마저 위험해지는 것이다.

그 사이 도기 한 줄기가 스치고 지나가면서 무 노인의 어깨를 다시 피로 물들였다.

그때 입구 쪽에서 날카로운 소성이 들렸다.

삐익, 삐이이이이익!

장천운과 무 노인을 상대하던 암천문 무사들이 멈칫했다.

‘드디어 도착했군!’

초조하던 장천운의 눈빛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직후 계곡 입구 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놈들을 쳐라!”

“암천문의 살귀들을 모조리 지옥으로 보내줘라!”

“장 대주! 우리가 왔네!”

 

목소리가 들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공터 안으로 무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언뜻 봐도 수백 명은 될 듯했다. 그리고 실제로 칠백이 넘는 인원이었다.

구천성의 정예무사들, 금룡장과 무적장의 고수들도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대규모 고수들의 등장에 탁무겸의 안색이 해쓱해졌다.

“장천운! 네놈이 나를 속였구나!”

“속이긴 누가 누굴 속였단 말이오? 그럼 소성주를 모시고 오는데 호위무사들만 나섰을 거라 생각했소?”

장천운이 사마경을 교자에 싣고 구천성을 출발한지 반나절쯤 지났을 때, 정예무사 수백 명이 십삼 개 조로 나누어져서 구천성 북문을 나섰다.

장천운과 우문각이 머리를 맞대고 짠 계획의 일부였다.

하지만 장천운 일행과의 거리가 백 리나 되었다. 장천운에게 신경이 집중돼있던 암천문의 감시조는 그들의 움직임을 눈치 채지 못했다.

“이 교활한 놈……!”

“그 말, 칭찬으로 알아듣지! 모두 암천문의 무리를 치시오!”

암천문 무사들이 강한 만큼 구천성 역시 최고의 정예무사들만 출동한 터였다.

금룡장과 무적장의 무사들 역시 암천문 무사들에게 뒤지지 않는 고수들이었다.

순식간에 혼전이 벌어졌다. 이미 장천운에 의해 큰 피해를 본 암천문 무사들은 물러서기 바빴다.

근 일천에 달하는 인원이 뒤섞여서 싸우다보니 살수의 특기를 발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탁무겸은 암흑천추마공을 십성 공력으로 펼쳐서 말거머리처럼 끈질긴 소천을 몰아붙였다.

검은 구름이 벼락을 동반한 채 소천에게로 몰려갔다.

콰과광!

굉음과 함께 뒤로 주르륵 물러선 소천의 몸이 잘게 떨렸다.

“장천운! 제법 잔머리를 굴렸구나. 오늘은 물러간다만, 곧 후회하게 될 거다!”

노성을 내지른 탁무겸이 계곡 안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소천이 그림자처럼 붙어서 따라갔다.

“이곳을 빠져나가라!”

후퇴명령이 떨어지자, 암천문 무사들도 썰물처럼 전장을 빠져나갔다.

구천성과 금룡장, 무적장 무사들은 그들의 뒤를 쫓았다.

무사들이 빠져나간 공터는 수많은 시신과 시뻘건 핏물만이 가득했다.

부상자들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상처를 치료했다.

장천운은 탁무겸을 쫓을 수가 없었다. 왼팔의 곡지혈에 몰아넣었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공터에 남은 그는 그 기운을 다시 봉인했다.

“천운아, 아무래도 철산을 빨리 치료해야 할 것 같다.”

무 노인이 그의 뒤에 대고 말했다.

돌아선 장천운의 눈에 피를 흘리고 있는 장철산이 보였다. 무 노인도 몸 곳곳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

“할아버지는 괜찮으세요?”

“난 괜찮으니 철산을 동백현으로 데려가서 치료해라.”

“할아버지는요?”

“소천이 탁무겸을 쫓아갔다. 내가 따라 가봐야 한다.”

“대체 그분은 누굽니까?”

탁무겸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천하에 몇이나 되랴.

그런데 정체조차 알 수 없다는 게 기이했다.

무 노인은 답을 뒤로 미루었다. 지금 소천의 정체를 알려주면 상황이 복잡하게 흐를 수 있었다.

“다음에, 나중에 만나면 모든 걸 말해주마. 며칠 사이 내가 너를 찾아갈 것이다. 그러니 어서 철산부터 데려가라.”

마음이 다급해진 무 노인은 그 말만 남기고 소천이 사라진 곳으로 몸을 날렸다.

장천운은 바닥에 눕혀진 장철산을 안아들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뛰었다.

‘이 분이 돌아가셨다고 알려진 그 장철산이라는 분이란 말이지? 총사께서 보면 어떤 반응일지 모르겠군.’

 

 

 

154장 추적(追跡)

 

 

장철산을 안고 동백현의 객잔에 도착한 장천운은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듣고 대경했다.

“뭐요? 단목 어르신이 놈들에게 당했다고요?”

단목화종을 호위했던 사공명신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놈들이 느닷없이 어르신을 공격했네. 겨우 막긴 했는데…… 내상이 심해서…….”

단목화종은 남사명이 급히 치료한 덕에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상은 피할 수 없었다.

문제는 외상보다 내상이었다. 심한 내상으로 그나마 남았던 공력을 대부분 소실해서 사마경의 마기를 몰아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혹시 탁무겸이 후회할 거라고 한 말이……?’

아무래도 탁무겸이 음험한 지시를 해놓은 것 같다. 어쩐지 순순히 내주더라니.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진 장천운은 장철산을 방에 눕혀놓고 사마경에게 갔다.

구양명과 소연추가 침중한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는 대충 눈인사만 하고 사마경이 누워 있는 침상으로 가보았다.

녹색기운이 이제는 가슴으로 번지고 있었다.

그는 일단 자신의 공력을 이용해서 마기를 밀어냈다.

한 시진 동안의 노력으로 마기가 다시 목 쪽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길이 뚫렸으니 다음에는 더욱 깊숙이 침습할 것이다.

어쩌면 심장까지도.

탁무겸이 보름의 한계를 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심장까지 녹령마기가 침습하면 목숨을 유지할 수 없었다.

남은 시간은 이제 하루.

단목화종의 내상이 좋아진다 해도 오늘을 넘기면 끝장이다.

장천운은 입술을 깨문 채 사마경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두고두고 평생 후회할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소성주가 죽는 것은 절대로 볼 수 없습니다. 평생 원망을 듣더라도.’

옆에서 그를 바라보던 남사명이 침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네가 보낸 노인네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천천히 고개를 든 장천운이 대답했다.

“소성주를 모시고 탁무겸을 찾아가겠습니다. 노선배님께선 단목 노인과 저 옆방의 장철산이란 분을 치료해주십시오.”

“탁무겸을 찾아간다고? 안 된다. 그건 너무 위험해.”

구양명도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자네를 가만두지 않을 거네.”

“저도 압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녹령마기를 몰아내는 것은 공력이나 약재로는 불가능합니다. 그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소성주의 목숨을 외면하지는 못할 겁니다.”

남사명은 완강히 반대했다. 절대 보낼 수 없다는 듯.

“소성주도 소성주고, 너까지 놈에게 당하게 놔둘 수는 없다. 절대 안 될 일이야.”

장천운도 무리한 방법이란 걸 모르지 않았다. 더구나 자신은 이미 탁무겸이 내민 이상한 약까지 복용했지 않은가.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때였다.

방문이 열리고, 적상천의 부축을 받은 단목화종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럴 필요 없다.”

“어르신…….”

단목화종의 얼굴은 백짓장처럼 창백했다. 입술도 파리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부축을 받으며 느린 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겨서 사마경의 침상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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