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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409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75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409화

고개를 돌리자 단리성우가 보였다.

그는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무공의 특성 때문인지 후덕해서 작은 곰 같은 몸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서생처럼 부드럽던 눈빛에 힘이 담겨 있었다.

그도 몇 번의 대격전을 겪으면서 진짜 무사가 된 것이다.

“어쩐 일이오?”

“하나 물어볼 것이 있소.”

“말해보시오.”

“연송하 소저는 좀 어떻소?”

“내상을 입긴 했는데, 다행히 많이 좋아졌소.”

“후우, 다행이구려.”

어째 표정이 묘하다.

연송하를 말할 때는 얼굴에 홍조마저 돈다.

설마 단리성우가 연송하를 좋아하기라도?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다.

저 표정. 사랑에 푹 빠진 남자의 전형적인 표정 아닌가 말이다.

“저기…… 연 소저가 장 형의 의동생이라 하던데…… 사실이오?”

“그렇소.”

“그럼…… 내가 그녀에게 청혼을 해도 되겠소?”

머뭇거리며 그 말을 던진 단리성우의 얼굴이 붉어졌다.

구천성을 오가면서 연송하를 몇 번 보았다.

사마경이야 장천운의 여자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그는 사마경처럼 강한 여자는 취향에 맞지 않았다. 그래선지 만개한 모란처럼 아름다운 그녀를 보고 경탄했지만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연송하는 달랐다. 그녀를 볼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려서 병이라도 난 줄 알았다.

말이라도 한마디 나누다가 그녀가 웃으면 온 세상을 얻은 것만 같았다.

그녀가 사마경을 지키다 다쳤을 때는 자신이 다친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그제야 확실히 알았다. 자신이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을 바쳐서 지켜주고 싶을 만큼 연모하고 있다는 걸.

장천운은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의동생은 의동생이다. 그런데 단순한 의동생이 아니다.

특별히 연인이라고 할 관계는 아니지만, 연송하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자신 역시 그런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고.

그런데 자신이 정말 연송하를 여인으로서 사랑하고 있는 걸까?

그에 대해서는 확실한 자신이 없었다.

사마경에 대한 감정과 연송하에 대한 감정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그도 자신이 연송하를 받아들이면 이후에 그녀가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했던 것이기도 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단리성우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제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도 연송하를 아끼고 좋아한다. 그러나 연모의 감정은 아니다.

가족 같은 사랑이라고나 할까?

“청혼을 하는 것이야 내가 어떻게 말리겠소. 허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송하요. 단리 형이 송하를 얻고 싶다면 일단 그녀의 마음부터 얻는 게 순서인 것 같소.”

단리성우의 눈빛이 환하게 반짝였다.

장천운이 안 된다고 했으면 참으로 막막했을 것이다. 그는 물론이고 무적장조차 장천운을 어찌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모든 결정을 연송하에게 맡기겠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알겠소. 그럼 그녀의 몸이 좋아지면 바로 만나보겠소.”

“대신 오늘은 나와 함께 특별교육을 해봅시다. 그래야 나도 송하에게 할 말이 있을 것 같으니까.”

 

그날 교육이 끝난 후 단리성우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장천운이 심술을 부리며 계속 교육을 하자고 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연송하를 얻기 위해서는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후우, 진정한 사랑을 얻으려면 고난의 강을 열 개는 건너야 한다더니…….’

 

 

 

152장 납치

 

 

닷새가 지나자 녹령마기를 하루에 두 시진 동안 공력으로 제어해야 했다. 그럼에도 완벽하게 제어되지가 않았다.

제어되기는커녕 그를 비웃듯이 점점 더 넓게 퍼져서 이제는 녹색기운이 귀밑까지 내려왔다.

그나마 연송하의 부상이 빠르게 낫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송명선도 꾸준히 치료하면 큰 탈 없이 정상 상태로 돌아올 거라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단리성우가 의방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말로는 약을 얻으려고 간다는데,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약을 얻으러 간다면서 왜 약고보다 연송하의 방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가 말이다.

소문으로는 좋은 차를 구해서 끓여주고, 맛있는 음식도 싸서 가져다주는 등 충성스런 시종이 따로 없다고 했다.

연송하가 미안해하며 자주 안 와도 된다고 했지만, 단리성우는 얼굴에 철판을 깔기라도 한 듯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방문했다.

 

그렇게 구일 째 되던 날 아침 무렵.

비령각 전서구 관리하는 곳에 전서구가 세 마리가 내려앉았다.

그 중 사밀령이 사용하는 회색 전서구의 다리에 빨간 띠가 매달려 있었다.

다리에 빨간 띠가 매달린 건 긴급한 전서라는 뜻. 제일 먼저 회색 전서구의 다리에서 전서를 꺼낸 담당자는 즉시 정유에게 보고했다.

정유는 전서를 꺼내서 읽어보고 즉시 우문각에게 달려갔다.

“총사! 위 령주께서 장 대주가 말한 그분을 찾았습니다!”

 

우문각은 곧장 구천무원으로 가서 장천운을 만났다. 장천운은 소식을 듣고 반색했다.

“이곳까지 오려면 얼마나 걸린다고 합니까?”

“다행히 생각보다 멀리 있지는 않았네. 빠르게 달려오면 모레 오후쯤 도착하지 않을까 싶군. 늦어도 삼일 후에는 도착할 거다.”

우문각의 말에 장천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사마경의 상황으로 봐서 그 정도 시간은 견딜 수 있을 듯했다.

“혹시 모르니 그분을 모시고 올 때 만전을 기해달라고 하십시오.”

우문각도 장천운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장철산이 살아서 그 노인과 함께 있지 않은가. 그 사실은 그를 며칠 동안 혼란 상태에 빠뜨렸었다.

“이미 지시를 내려놓았다.”

“아, 그럴 게 아니라 제가 마중을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네가 없는 동안 마기가 움직이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현재 성에서 소성주의 마기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인데.”

“후우, 그건 그렇네요.”

장천운은 조급한 마음을 누르기 위해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일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런데 장철산이란 분도 함께 온다고 했습니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함께 왔으면 좋으련만…….”

장천운이 생각했을 때 오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올 거라면 처음부터 속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왜 속였는지는 모르겠군.’

 

* * *

 

단목화종은 장철산을 바라보며 이마를 찌푸렸다.

구천성 비령조라는 놈들을 만나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던 길이다.

다행히 멀리 오지 않아서 마차를 타고 가면 늦어도 이틀 안에 도착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런데 장철산이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 아닌가.

“그래서, 안 가겠다는 거냐?”

“예, 저는 안 갑니다.”

“왜? 혼날까봐 그러냐?”

“숙부님!”

“사실이잖아? 들키면 천운이란 놈에게 혼날까 봐 안 가려고 하는 거.”

“후우, 저는 그냥 없는 사람으로 남는 게 낫습니다.”

“하여간 그놈 고집은…….”

장철산의 고집은 예전부터 알아주었다. 그러니까 자신을 떠난 것이기도 했고.

“숙부님도 만만치 않습니다.”

단목화종의 고집 역시 장철산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그러니 혼인을 허락하지 않고 끝내 일을 이상하게 만들었지 않은가.

“어쨌든 도악이란 놈의 녹령마기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이틀은 걸릴 거다. 그 동안 어떻게 할 거냐?”

“저는 상천이와 함께 광산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할 수 없이 단목화종은 장철산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그의 말대로 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장천운 역시 자신의 피가 섞여 있지 않은가.

단 하나 있는 핏줄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흥, 그 아이는 네 아들일 뿐만 아니라 내 손자도 되느니라. 너는 자식을 안 볼지 몰라도, 나는 그럴 맘이 없다, 이놈아.’

내심 딴 마음을 품은 단목화종은 마차 밖을 향해 말했다.

“이보게들, 광산에서 잠깐 멈췄다 가세. 함께 탄 사람은 그곳에서 내릴 거네. 그리고 상천아, 너도 광산에서 함께 기다려라.”

“예, 어르신.”

비령조원 셋과 금룡장 무사 아홉 명, 그리고 적상천이 마차를 호위하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금룡장 비천당주 규호태도 있었다.

그는 갈 길이 급했지만, 극진히 모시라는 명령이 있어서 단목화종의 뜻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잠깐 들렀다가 가겠습니다.”

그때 저 멀리 남쪽, 대별산맥이 늘어선 곳에서 달려오는 자들이 보였다.

숫자는 이삼십 명 정도. 상당히 먼 거리였는데,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던 규호태가 눈살을 찌푸렸다.

“무사들이군.”

단목화종도 마차의 쪽문을 통해 그들을 바라보았다.

순간, 얼굴이 일그러진 그가 밖을 향해 소리쳤다.

“빨리 달리게! 암천문 무사들이네!”

 

* * *

 

구천무원에 있는 사람들은 단목 노인이 도착하기만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런데 아침 무렵, 비령각에 급보를 매단 전서구가 날아들었다.

비령각이 다시 한 번 발칵 뒤집혔다.

우문각은 직접 전서를 들고 구천무원에 있는 장천운을 찾아갔다.

 

“단목 노인을 모시고 오던 사람들이 암천문에게 쫓기고 있다 하네.”

장천운은 대경하는 한편, 엄습하는 불안감에 다급히 물다.

“어떻게 되었다고 합니까? 설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겠지요?”

구양명과 소연추도 우문각만 주시했다.

“일단 광산 근처의 본 성 무사들에게 그들을 구하라는 연락을 취했네. 금룡장 무사들과 함께 있으니 쉽게 당하지는 않을 거네.”

“그분을 모셔오지 못하면 소성주의 목숨이 위험해집니다.”

“내 어찌 그걸 모르겠나.”

우문각은 그 일뿐만 아니라 장철산에 대한 것도 걱정되었다.

그를 만나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왜 죽음을 가장하고 사라졌는지, 왜 무 노인과 함께 나타났는지, 왜 얼굴을 보이지 않고 도망치듯 떠났는지.

너무나 궁금한 게 많았다.

 

사람들이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며 한 시진쯤 지났을 때였다.

방문이 열리더니 정유가 다급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총사!”

모두가 긴장한 표정으로 정유를 주시했다.

예의를 모르지 않는 그가 다른 곳도 아닌 구천무원 성주의 집무실에 들어오며 급한 행동을 보였다는 것부터가 불안했다.

“무슨 일이냐?”

“추가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단목 노인이란 분과 장철산이란 분이 놈들에게 납치되었다고 합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방 안의 사람들은 숨도 쉬지 못했다.

“납치되었다는 게 사실입니까?”

장천운의 나직한 목소리가 침묵을 깼다.

“그렇소. 광산에 들어가는 척 하다가 놈들의 눈을 속이고 옆으로 돌아나갔는데, 놈들이 귀신처럼 눈치 채고 따라붙은 모양이오. 그 후 싸움이 벌어졌는데…… 놈들이 마차 안에 있던 노인과 중년인을 데리고 사라졌다 하오.”

장천운은 이를 악물고 머릿속을 정리했다.

‘탁무겸, 그자도 내가 왜 도움을 거절했는지 눈치 챘어.’

녹령마기를 몰아낼 수 있는 사람은 천하에 둘뿐이다.

탁무겸과 단목 노인.

현재의 암천신마와 전대의 암천신마.

게다가 탁무겸은 자신이 단목 노인과 인연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 않은가. 자신이 단목 노인을 찾으려 한다는 걸 눈치 채는 것쯤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방법은 하나뿐이다.

“제가 가겠습니다, 총사.”

“이미 탁무겸의 손에 들어갔을지 모른다.”

“그래도 찾아야지요. 바로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 죽일 생각이었다면 살려서 데려가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너 혼자는 안 된다. 네가 탁무겸을 상대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들을 구해서 나올 수는 없어. 차분하게 방법을 생각해보자.”

우문각의 우려도 일리가 있었다.

설령 단목노인과 장철산을 찾는다 해도 구해서 빠져나오는 게 문제였다.

게다가 탁무겸이 단목 노인을 잡아가서 그대로 놔두었을 리 만무한 일. 어려움이 첩첩이 쌓여 있었다.

“아시잖습니까? 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더는 여기서 기다릴 수 없어요!”

“그건 나도 안다만…….”

우문각이 왜 모를까. 그래서 더 답답했다.

그때였다.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내실의 방문이 열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실 쪽으로 향했다.

남사명과 사마경이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창백한 사마경의 얼굴에 드리워진 녹색기운이 그녀의 현 상태를 말해주었다. 녹색기운이 이마에서 시작해 목까지 내려와 있었다.

“내가 천운과 함께 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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