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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408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77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408화

“특별교육을……!”

“…….”

‘아, 씨바!’

‘아파서 못한다고 할까?’

‘악귀가 따로 없다니까.’

‘저까…….’

흑월대원들은 온갖 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전보다 강도를 높여서 할 것인 바……!”

‘헉! 뭘 높여?’

‘저 귀신은 누가 안 잡아가나?’

‘후우우우, 암천문과 싸울 때가 좋았는지도…….’

‘이참에 고향으로 돌아갈까?’

그 와중에도 장천운의 말은 이어졌다.

“비고에 있는 모든 무공비급을 털어서…….”

순간, 나락에 떨어졌던 표정들이 다시 빛을 발했다.

‘응?’

‘뭐? 비고의 무공비급을 털어?’

‘설마 엉터리 비급은 아니겠지?’

눈빛도 반짝거렸다.

“……여러분들 각자에게 맞는 걸 골라서 익히게 할 거요. 단, 싫은 사람은 언제든 빠져도 되오. 고향에 가고 싶다면 보내주겠소. 빠지고 싶은 사람…… 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눈빛이 어찌나 반짝거리는지 새벽의 샛별을 보는 듯했다.

‘까짓 거, 설마 교육 한번 받았다고 죽지는 않겠지.’

‘인생 별 거 있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뭐.’

‘씨발, 제대로 찍어서 기가 막힌 걸 골라야 할 텐데…….’

‘하긴, 고향에 가봐야 반겨줄 여자도 없는데 뭐…….’

그때 사공명신이 물었다.

“그런데 대주, 이번 교육은 우리만 합니까?”

“흑영대도 함께 할 거요.”

“백리우진은 같이 안하는 거요?”

단승이 핀잔을 주었다.

“백리우진은 전주란 거 몰라? 당연히 안하겠지.”

장천운은 사공명신의 말을 듣고 괜찮은 계획을 하나 생각해냈다.

“흠, 백리우진 뿐만 아니라 몇 사람 더해서 함께 하는 것도 괜찮겠군.”

 

결국 특별교육에 백리우진 외에도 단리성우, 호양청, 용화성, 하후경, 모후 등 젊은 고수들도 참여시켰다.

그들은 전에 비해서 어깨의 힘이 많이 빠져 있었다.

자신들이 자랑했던 무위가 얼마나 미약한지 뼈저리게 느낀 터라, 자잘한 내외상을 입은 상태인데도 교육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단리성우조차도.

그는 이제 장천운과 대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포기했다. 사람이 아닌 자와의 대결은 미친 짓이었다.

오히려 백리우진이 전주라는 지위를 내세워서 어떻게든 빠지려고 했는데, 장천운의 한 마디에 참가를 결정했다.

 

“참가한다면 너의 구천멸혼수를 배는 더 강하게 만들어주지. 어때?”

 

* * *

 

구천성과 천외가 벌인 전쟁의 결말은 강호에 또 한 번의 충격을 주었다.

패색이 짙던 구천성이 암천문과 청산궁을 물리친 것이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강호가 들끓었다. 별의 별 소문이 다 돌았다.

금룡장이 구천성과 손을 잡았기에 가능했다는 말도 있었고, 남궁세가가 구천성을 도왔다는 말도 있었다.

호남의 광양산장도 나타났다고 했다

무창 흑도의 흑월회라는 문파에 대한 소문도 있었지만, 그 이야기를 한 자는 비웃음만 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끈 소문은 장천운과 청산자의 대결이었다.

청산궁의 절대자이며, 강호의 절대고수들을 우습게 본다는 청산자가 구천성 소성주의 호위무사인 장천운에게 패해서 죽었다지 않는가 말이다.

그 이야기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공손백과 나극 등 수많은 고수들의 공격에 다 죽어가던 청산자를 장천운이 운 좋게 죽였을 거라는 게 중론이었다.

 

파천회의 서문주경도 그리 생각했다.

“구천성은 현재 고수라 할 수 있는 자들 중 성한 자가 거의 없습니다. 저들이 힘을 되찾기 전에 거사를 진행하면 어떨까 합니다, 회주.”

“장천운이 아직 건재하네.”

“그놈이 강한 것은 저도 압니다. 전에 놈을 대해봤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봐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입니다. 청산자를 죽인 것도 운이 좋았기에 가능했던 것이지요. 그놈 정도는 회주의 십초지적에 불과합니다.”

이천릉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아는 것이다. 공손백과 나극의 실력으로는 청산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없다는 걸.

하기에 장천운이 청산자를 죽였다는 소문은 그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서둘지 말고 일단 지켜보도록 하게.”

“회주, 정파의 많은 고수들이 무림맹에 실망해서 우리에게로 왔습니다. 머뭇거리면 그들은 우리 파천회에도 실망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최근 들어서 강호 정파의 내로라하는 고수 삼십여 명이 파천회에 가입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새로 가입한 중소문파도 십여 곳이나 되었다.

그들이면 모용문태가 비운 자리를 채우고도 남았다. 서문주경이 자신감 있게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천릉도 모르지 않았지만 왠지 께름칙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본 회 단독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네. 가능하면 무림맹과 연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

“그렇게만 된다면야 금상첨화지요. 하지만 그들은 구천성과 협정을 맺은 일이 있어서 우리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칫하면 우리의 계획만 노출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으음, 하긴…….”

“일단 구천성의 상황을 살펴보고 승산을 저울질해보겠습니다.”

“알았네. 그렇게 하게.”

이천릉은 담담히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문주경은 그 정도 대답에 만족하고 방을 나섰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냥 보내려 하다니, 회주도 이제 늙었어.’

이천릉은 서문주경이 나간 방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겉으로 표현은 안했지만 서문주경을 볼 때마다 아쉬움이 무척 컸다. 차라리 모용문태를 가만 놔둘 걸 그랬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이 확실하게 비교되는 것이다.

‘서문 아우는 너무 급해.’

그는 앞에 놓인 차가 식는 줄도 모르고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

노야가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문득 오래 전에 노야와 했던 대화가 아스라이 떠올랐다.

 

“언젠가 큰 결정을 앞두고 고민할 때가 있으실 거네. 그때가 오면 무조건 한발 물러서서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시게.”

“왜 그래야 합니까?”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실 거네.”

 

천천히 그때의 대화를 곱씹어본 이천릉의 눈매가 가늘게 떨렸다.

‘어쩌면 그때가 지금인지도…….’

 

* * *

 

무림맹은 종무진인이 사망한 후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단순히 종무진인의 장례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조용한 것은 겉모습일 뿐, 내부에서는 치열한 신경전과 갈등이 일고 있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구천성과 천외가 싸울 때부터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그 당시에도 의견이 둘로 나뉘어져 있었다.

구천성을 도와서 천외를 쳐야한다는 사람들.

양패구상하기를 기다렸다가 단번에 쓸어버려야 한다는 사람들.

첫 번째 의견을 주장한 사람은 제갈승조였고, 두 번째 의견을 주장한 사람은 우내이선이었다.

우내이선이 전면에 나서서 공격을 늦추자고 의견을 내놓은 것은 뜻밖이었다.

그런데 그 의견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특히 구대문파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우내이선의 의견에 동조했다.

하긴 누가 제자들을 전쟁에 내보내고 싶겠는가. 더구나 마도로 분류되는 구천성과 암천문, 청산궁의 싸움 아닌가.

그들이 일으킨 혈풍에 무림맹이 억지로 끼어들 이유가 없었다.

서로 싸우다가 피해가 커지면 무림맹은 어부지리만 취하면 될 일.

하지만 싸움이 구천성의 승리로 끝난 이상 상황이 달라졌다.

피해가 크다 하나 상대는 구천성이다.

그들이 약속을 저버린 것에 대해 책임추궁을 하면 무림맹도 곤란해진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움직여서 청산궁이나 암천문을 공격해야 한다.

제갈승조의 방에서 열띤 공방이 벌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도대체 왜 시간을 지체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군사. 지금이라도 출동해서 암천문과 청산궁 놈들을 공격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담강융이 벌건 얼굴로 씩씩거리며 말했다.

제갈승조 역시 그와 같은 마음이었다. 다만 조금 신중하게 일처리를 하려는 것이 다를 뿐.

“난들 어찌 단주의 마음을 모르겠나. 공호대사께서 명령을 내리지 않으시니 기다리는 수밖에.”

우내이선 중 소림의 공호대사는 현재 임시맹주직을 맡고 있었다.

최종결정권이 그에게 있는 것이다.

본래는 맹주의 유고 시 새 맹주가 추대될 때까지 군사인 제갈승조가 모든 결정권을 행사해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듯했다.

그런데 무림맹의 장로들, 특히 구대문파 장로들이 우내이선을 앞세워서 군사의 결정권을 유보시키고, 우내이선 중 공호대사를 임시맹주로 추대했다.

혼란의 시기에 맹주의 자리가 비어 있으면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 결국 무림맹의 전권이 사흘 만에 공호대사에게 넘어간 것이다.

“언제까지 무작정 기다린단 말입니까? 만약 내일까지 명령이 없으면, 무천단 단독으로 움직일 겁니다.”

“담 아우.”

“솔직히 저는 공호대사의 처사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전대 맹주께서 청산궁을 따르는 자들에게 당한 것을 모른단 말입니까? 그걸 알면서도 왜 청산궁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냔 말입니다.”

“으음, 나도 그건 의문이네만, 아무래도 청산궁에 정파의 무인이 많다 보니 정파 간에 싸움이 날까봐 그런 것 아닌가 싶네.”

“흥! 그렇게 따지면 암천문의 악마같은 놈들도 공격할 수 없지요. 암천문 속에도 정파의 무인이 있을 테니까요.”

“어쨌든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

제갈승조가 쓴웃음을 지으며 담강융을 다독였다.

그런데 이마를 몇 번 씰룩이던 담강융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이런 말하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가?”

“얼마 전에 우내이선을 찾아온 손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손님이 온 이후부터 두 분의 마음이 변했습니다. 처음에만 해도 전대 맹주의 죽음에 분노했던 분들인데…….”

그 말을 들은 제갈승조가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담강융을 바라보았다.

“자네도 그리 생각했을 줄은 몰랐군.”

“그럼 군사께서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네. 자칫하면, 맹의 권력을 탐해서 이선 어르신을 욕보인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건 그렇지요.”

담강융도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발언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앞에 있는 사람이 제갈승조가 아니었다면 절대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분간 아무에게도 그 말을 하지 말게. 누구에게도.”

담강융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침중해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 방문 밖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형님, 접니다.”

제갈승조의 눈빛이 번뜩였다.

“들어오게.”

방문이 열리고 삼십대 장한이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형님”

장한이 짧게 말하고는 눈치를 보았다.

제갈승조가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해도 되네, 아우. 어떻게 되었는가?”

“그자가 허창으로 가서 몇 사람과 조우했습니다. 그런데…… 청산궁 사람들이었습니다.”

제갈승조의 눈매가 움찔거렸다. 담강융은 눈을 치켜뜨고 당장이라도 소리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확실한가?”

“예, 형님. 그리고 운 좋게 그들의 대화를 약간 엿들었는데, 아무래도 우내이선을 만난 그자가 청산자의 제자라는 정도하인 것 같습니다.”

제갈승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장한은 그의 사촌동생인 제갈완이다. 철저한 성격인 데다 입이 무거워서 허튼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문제였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간단하게 끝날 일이 아니다.

“일이 커질 것 같군.”

제갈승조의 그 말에, 이를 악다문 담강융이 잇새로 씹어뱉듯이 말했다.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그런데 왜 이선께서 그들의 뜻을 받아주었다고 보십니까?”

“뭔가 오간 이야기가 있겠지. 이선 어르신의 마음을 흔들만한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보고만 계실 겁니까?”

“그럴 순 없지.”

무심한 어조로 입을 연 제갈승조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이제부터 무천단과 정천무룡단은 내가 직접 움직이도록 하겠네. 모든 책임은 내가 지지.”

“무슨 말씀입니까? 책임을 물으면 저도 함께 지겠습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세.”

 

* * *

 

장천운은 사마경의 마기를 자신의 공력으로 다스리며 단목 노인에 대한 연락이 오기만 기다렸다.

탁무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사마경의 몸에 깃든 녹령마기는 공력만 높다 해서 몰아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확산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 정도뿐.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가 일 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그나마 흑월대와 흑영대, 젊은 고수들을 상대로 특별교육을 진행하면서 고민과 근심을 잊을 수 있었다.

“장 형.”

장천운이 무화원 뜰을 거닐며 상념에 잠겨 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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