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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406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94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406화

사백여 남궁세가 무사들은 검을 치켜들고 농락당한 분노를 풀어냈다.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청산궁 무사들 중 일부가 동쪽으로 이동했다.

덕분에 구천성 무사들은 숨 돌릴 여유를 벌 수 있었다.

 

한편, 청산자는 절대경지의 고수 넷의 합공을 받고 있었다.

공손백과 나극, 위중평, 그리고 생사곡에서 나중에 나온 혁오까지. 천하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한 사람을 합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패색이 짙어지는 쪽은 구천성 쪽 고수들이었다.

공손백은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자 마음이 흔들렸다.

왜 장천운이 아직까지 안 온단 말인가.

혹시 탁무겸에게 당한 것 아닐까?

그럴 가능성도 크다.

탁무겸이 어떤 자인가. 천외삼성에게 뒤지지 않는 초인경의 고수 아닌가 말이다.

아니, 어쩌면 아예 올 마음이 없는지도 모른다. 자신과 대장로 측이 청산궁과 양패구사하기를 바라면서.

‘그래, 내가 놈에게 속았을지도…….’

불안해진 그가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장천운! 언제 올 것이냐!”

공력을 실어서 외쳤으니 남쪽의 전장까지 전해졌을 것이다. 그놈이 오지 않으면 전격적으로 후퇴하는 것도 심각히 고려해볼 일이었다.

그런데 그의 짧은 외침이 미친 영향은 제법 컸다.

청산자가 먼저 멈칫했다.

“장천운이 온다고?”

“맞아! 이제 곧 그놈이 와서 당신의 말코를 납작하게 만들 것이다.”

공손백은 장천운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실력이라면 청산자와 일대일로 일전을 결해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청산자만 그놈이 책임지면 자신과 나극 등이 구천성 무사들을 지원할 수 있을 터. 전황이 전혀 다르게 변하는 것이다.

“그럼 그놈이 오기 전에 너희들부터 죽여야겠구나.”

살기를 일으킨 청산자는 전력을 다 쏟아냈다. 가공할 기운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공손백 등 구천성의 고수들도 전력을 다해서 청산자의 공격을 막아냈다.

콰광!

굉음이 울렸다.

얼굴이 일그러진 나극은 청산자를 노려보며 주르륵 물러섰다. 한때 생사마도라 불렸던 혁오는 이 장이나 날아가서 나뒹굴었다.

위중평도 울컥 피를 토해내고 비틀거렸다.

공손백 역시 공력은 이미 칠성 이하로 줄어들었고, 혈맥이 상해서 진기의 유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절망적인 상황.

청산자도 공력의 손실이 상당했지만 오만한 표정으로 그들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우물 속에 갇힌 개구리가 어찌 세상의 넓음을 알겠느냐.”

그때였다. 오만한 그의 말에 대답하듯 어둠을 뒤흔드는 일성이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진인은 아십니까!”

청산자는 고개를 번쩍 쳐들고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이 어둠을 가르며 날아들고 있었다.

그를 본 청산자의 도포가 세차게 펄럭거렸다.

“장천운?”

부풍비를 펼치며 날아온 장천운은 연검을 머리 위로 든 채 떨어져 내렸다.

“무엇을 얻기 위해 칼을 들고 이곳에 오셨습니까!”

그가 연검으로 허공을 내리그은 순간!

고오오오오.

어둠이 비명을 지르며 갈라졌다.

“무슨 헛소리냐!”

청산자도 전력을 다해서 하늘을 향해 손을 저었다.

하늘이 폭발하듯이 터져 나갔다.

다시 허공으로 붕 떠오른 장천운은 십여 장 밖에 내려섰다.

“원하는 것은 얻으셨습니까?”

청산자는 꼿꼿이 선 채 뒤로 이 장을 날아간 뒤 멈춰 서서 이를 악물었다.

‘놈! 정말 강해졌구나!’

단 일수 대결만으로도 장천운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충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장천운이 말했다.

“암천신마가 도망쳤는데, 과연 청산궁만의 힘으로 원하는 것을 얻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뭐라?”

장천운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남쪽에서 무사 수백 명이 전장을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골목길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 지붕을 타고 날아드는 자 등등.

청산자는 그들의 움직임만 보고도 평범한 일반무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두에서 몸을 날리며 빠르게 다가오는 자들은 절정 경지 이상의 고수들이었다.

심지어 단리황과 모용문태는 물론이고, 찬강을 비롯한 금룡장 고수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은 곧장 혈전이 벌어지는 곳으로 뛰어들더니 청산궁 무사들을 공격했다.

“정녕 탁무겸이 도망쳤단 말이냐?”

청산자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미미하게 떨렸다.

“그게 아니라면 제가 어찌 이 자리에 나타날 수 있겠습니까.”

도망이든 아니든, 꼬리를 말고 물러간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 아닌가.

청산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암천문이 물러갔다면 자신들만으로 구천성과 싸워야 한다. 그것도 저 괴물 같은 장천운이 돌아온 구천성과.

“아마 원하는 것을 얻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무심하게 일갈을 내지른 장천운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승부를 빨리 결정짓기 위해서 처음부터 천뢰구검의 후삼식을 펼쳤다.

청산자는 뒤로 물러서며 장천운을 상대했다.

콰르르릉! 콰과광!

천둥이 치고 벼락이 떨어졌다.

암천이 갈라지고 대지가 터져 나갔다.

청산자의 청허만상공은 여전히 천하를 놀라게 할 만큼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기세가 꺾인 그의 반격에서는 전날 같은 예리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장천운은 천뢰구검에 이어 무적삼검을 펼쳤다.

시간을 오래 끌어서 좋을 것 없었다. 사마경의 몸에서 마기를 몰아내려면 촌각도 아껴야 했다.

청산자는 패도적이던 장천운의 검세가 변하자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끼고 전력을 다 끌어올렸다.

“정말 굉장하구나! 허나 그 정도로는 노도를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

장천운은 천궁단사에 이어 천멸일원마저 펼쳤다.

“넘어서면 어떻고, 넘어서지 못하면 어떻겠습니까? 그저 제가 얻은 검을 펼쳐볼 테니 일단 받아보고 말씀하시지요!”

콰아아아아!

연검에서 폭사하듯 뻗친 기운에 하늘이 통째로 갈라지는 듯했다.

눈을 부릅뜬 청산자는 십성 공력으로 청허만상공을 펼치며 정면으로 맞섰다.

여기서 한번 물러서면 영원히 물러서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그를 자극했다.

이 장의 거리를 두고서 두 사람의 공격이 충돌한 순간!

쿠구구궁!

고막을 터트릴 것 같은 뇌성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두 사람 주위의 대지가 폭발하듯이 하늘로 솟구쳤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일그러진 얼굴로 정신없이 물러섰다. 고막이 먹먹해져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만히 서 있는데도 몸이 흔들렸다.

장천운은 대지에 철주가 박힌 듯 제 자리에 서서 연검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그때만큼은 사마경에 대한 걱정도, 탁무겸에 대한 분노도, 그 어떤 상념도 모두 털어내고 오직 비우는 것에만 집중했다.

주르륵, 일 장 정도 밀려난 청산자는 그 모습을 보고 눈꺼풀을 잘게 떨었다.

초인경에 이른 그는 장천운이 펼치는 검의 무게를 본능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난 한 달여, 자신조차 가보지 못한 미지의 길에 발을 디딘 듯했다. 마음이 있다 한들 인연이 없으면 백 년을 가도 도달하지 못할 하늘의 길에.

‘정녕 괴물 같은 놈이로다.’

이상하게 속이 울렁거리고 팔다리가 가늘게 경련을 일으켰다. 진기의 흐름도 원활하지 않았다.

그때 장천운이 천천히 연검을 내리는 게 보였다.

청산자는 그 모습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천천히 내려오는 연검이 점점 크게 보였다. 그러다 급기야는 거대한 쇠기둥이 되어서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연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던 그의 뇌리에 언젠가 들었던 아득한 전설 같은 기억 한토막이 떠올랐다.

 

“절대무상검은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하늘의 검이니라. 인간의 능력으로 펼칠 수 없는 검이긴 하나, 언젠가 하늘의 기운을 얻은 누군가가 그 검을 얻어서 너의 헛된 꿈을 깨뜨릴 것이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사십오 년 전 그의 손에 의해 세상을 떠난 첫 번째 스승, 무자(无子)였다.

스승은 선천적인 신체적 약점 때문에 무공 한 초식, 내공 한 점 익히지 못했었다. 하지만 세상에서 무공의 이치에 대해 가장 박식한 사람이었다.

백 살이 넘은 스승은 그의 손에 죽어가며 씁쓸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무공은 바로 그의 스승이 사흘간 무아지경에 빠져 도의 경계를 오갈 때 하늘의 이치를 깨닫고 만든 것이라 했다.

‘서, 설마…… 정말 절대무상검이란 말인가?’

어쨌든 사실이라 해도 가만히 서서 당할 수는 없는 일.

청산자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하늘을 떠받쳤다.

마침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검의 기둥이 그의 청허만상공 위로 내려앉았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청산자만이 아니었다. 근처 이십 장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한순간 귀머거리가 되었다.

공력이 약한 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푹!

청산자의 몸이 땅 속으로 허리까지 박혔다.

푸헉!

하얀 수염을 적시며 핏물이 뿜어졌다.

어느 순간, 청산자를 내리누르던 검의 기둥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장천운도 비틀거리며 세 걸음 물러선 후 이를 악물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오늘 무슨 수를 쓰더라도 탁무겸과 청산자 중 하나는 제거할 작정이었다.

둘 다 놓치면 힘을 보강해서 더욱 강하게 공격해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이 일어난 김에 아직 완성되지 않은 마지막 세 번째 초식을 펼쳤다.

솔직히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런데 하늘이 도왔는지 성공한 듯했다.

대신 공력이 모조리 빠져나가서 몸속이 진공 상태가 되었다. 마치 허공에 붕 뜬 느낌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괴이한 일이었다. 어찌어찌 펼치긴 했는데, 어떻게 검을 펼쳤는지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텅 비었던 몸에 거짓말처럼 빠르게 진기가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숨을 서너 번 쉴 시간이 지나자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열 번 정도 쉴 시간이 지났을 때는 절반 정도 채워졌다.

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었다.

“저, 정말…… 절대무상검이…… 존재했단 말……?”

청산자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불신의 표정으로 말했다.

장천운은 그 말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고 이마를 찌푸렸다.

“내가 펼친 검을 아시오?”

그가 되물었지만 청산자의 시선은 허공에 멈춰 있었다.

“그토록 노력했거늘…… 끝내 무자(无子) 스승을 넘지 못했단 말인가?”

그의 목소리에는 허탈감만 가득했다.

 

십여 장 떨어진 곳에 있던 영산자는 땅에 박힌 청산자를 보고 몸을 떨었다.

“원시천존, 원시천존…….”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광경이었다.

도가 하늘에 닿은 청산자가 패하다니!

청산궁 무사들 역시 믿기지 않는 사실을 목도하고 충격에 빠져서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들에게 청산자는 하늘이었다. 세상 그 누구도 당할 수 없는 초인.

그런데 하늘이 무너졌다.

반면 구천성 무사들은 사기가 충천해서 없던 힘까지 쏟아냈다.

“장천운 대주가 청산자를 잡았다!”

“청산궁 놈들을 죽여라!”

와아아아아!

청산궁 무사 수십 명이 제대로 대항도 못한 채 구천성 무사들의 칼날 아래 고혼이 되었다.

“청산궁 형제들은 모두 이곳을 빠져나가라!”

영산자의 비감에 찬 목소리가 천공을 울렸다.

청산자가 패한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면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청산궁 무사들도 들불처럼 퍼져나간 청산자의 패배소식을 듣고 썰물처럼 전장을 빠져나갔다.

그 와중에 간간이 싸움이 벌어지긴 했지만 소극적인 접전에 불과했다.

누구도 싸움이 계속되는 걸 바라지 않았다.

구천성 무사들은 더더욱 그러했다.

심지어 길을 터주는 자들마저 있었다.

그들은 그저 청산궁 무사들이 마지막까지 싸우지 않고 떠나가는 게 다행이라는 마음이었다.

천천히 검을 내린 장천운도 오직 청산자만 바라보았다. 어둠에 녹아들듯 사라지는 청산궁 무리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

“진인의 욕망으로 인해 스러져간 수천의 목숨에 대해서는 어떻게 죄를 청할 거요?”

청산자는 답이 없었다.

“그렇게 빈손으로 갈 거, 왜 그리 아등바등 사신 거요? 도를 익히셨으면 우화등선에나 힘쓰실 것이지…….”

장천운이 무심한 어조로 말하며 우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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