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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223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5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223화

 

223화

 

 

 

 

 

 

 

그러나 척발산은 그가 여유를 부리기에는 너무나 강했다.

 

쩌저정!

 

겨우 척발산의 공격을 막았지만 육지광은 숨이 턱 막히고 온몸의 힘이 빠졌다.

 

입을 열어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뒤로 물러났다.

 

바로 그때!

 

“잠깐!”

 

천둥 같은 일갈과 함께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육지광의 숨통을 끊기 위해 마지막 검을 펼치던 척발산은 황급히 검의 방향을 틀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며 내리친 뇌정무적세는 가공할 위력이 더해져서 척발산조차 눈을 부릅떠야 했다.

 

콰아아앙!

 

고막을 터트릴 것 같은 굉음과 함께 척발산의 키가 한 자는 줄어들었다. 발이 석판을 한 자나 파고든 것이다.

 

현현마종 척발산은 무릎도 구부리지 않고 몸을 솟구쳐서 발을 빼냈다. 그리고 이 장가량 더 물러난 후에야 전면에 내려서는 북궁천을 내려다보았다.

 

발을 구덩이에서 빼내긴 했지만 그의 얼굴은 석양빛에서도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창백해져 있었다.

 

“네놈은 누구냐?”

 

얼마나 놀랐는지 척발산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북궁천!”

 

“네놈이 북천마제?”

 

척발산이 해연히 놀란 표정을 지을 때, 목부청이 북궁천 곁으로 다가왔다.

 

“잘 오셨소, 궁주.”

 

그 모습을 본 육지광이 시뻘게진 얼굴로 안간힘을 다해서 입을 열었다.

 

“그, 그를 조…….”

 

순간이었다.

 

북궁천의 일 장 거리까지 접근한 목부청이 전력을 다해서 검을 뻗었다.

 

거리가 일 장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오군 중 목령검군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방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받아 낼 사람이 얼마나 되랴.

 

그런데 검이 옆구리를 관통했다 싶은 순간, 북궁천의 신형이 두 개로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가 싶더니 묵광이 번쩍였다.

 

오히려 방심하고 있던 사람은 성공을 의심치 않고 있던 목부청이었다.

 

내심 득의의 웃음을 짓던 그는 섬뜩한 느낌이 들자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가 물러섰을 때는 이미 묵광이 그의 검을 든 팔을 스치고 지나간 후였다.

 

툭!

 

검을 든 손이 땅에 떨어지고, 팔뚝에서 피분수가 뿜어졌다.

 

“크어어억!”

 

뒤늦게 목부청이 비명을 내지르며 몸부림쳤다.

 

북궁천은 한광이 번뜩이는 눈으로 목부청을 직시했다.

 

“영허진인께서 저런 모습으로 쓰러져 있고, 육 대협이 너를 개만도 못한 놈 보듯이 쳐다보며 말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했지.”

 

그는 무심한 목소리로 말하며 이 장 거리의 목부청을 형해 검을 일자로 그었다.

 

“컥!”

 

목이 반쯤 잘린 목부청은 외마디 비명을 토하며 그대로 꼬꾸라졌다.

 

그제야 겨우 숨을 돌린 육지광이 안간힘을 다해서 말했다.

 

“그가 영허진인을 암습했소. 그리고 저자가 현현마종 척발산이오.”

 

북궁천의 무심한 눈이 척발산을 향했다.

 

그 순간, 척발산이 허공으로 몸을 띄우더니 용승전 앞마당을 벗어났다.

 

단 일검에 내상을 입고 마제의 위세를 경험한 그였다.

 

그는 이곳에서 죽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맙소사! 현현마종 척발산이 도주하다니!

 

육지광은 자신의 고통도 잊고 아연한 표정으로 척발산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천하의 누가 내 말을 믿을까?’

 

그사이 북궁천은 영허진인의 곁으로 갔다.

 

“진인.”

 

영허진인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주, 목부청을…… 너무 욕하지…… 말게. 그는 빈도를…… 죽일 자격이…… 있는 사람이네.”

 

영허진인은 그 말만 남긴 채 가만히 눈을 감았다.

 

북궁천은 영허진인의 숨이 끊어졌다는 것을 알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먼저 금화전을 살피러 갔던 장추람이 내려섰다.

 

“주군! 상황이 조금 묘합니다!”

 

“묘하다?”

 

“싸움이 막바지로 치달리고 있는데 호연도광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금화전 앞의 싸움은 장추람의 말대로 막바지였다.

 

정파연합 고수들 십여 명이 천사교 무리 대여섯 명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전에 봤던 기련검마나 혈왕은 어떻게 되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북궁천은 한쪽에서 상처 난 팔에 천을 두르고 있는 백리진을 바라보았다.

 

“기련검마와 혈왕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자들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도주했네.”

 

장추람이 한마디 덧붙였다.

 

“주군, 적광이 기련검마를 쫓아갔습니다.”

 

북궁천이 다시 백리진에게 물었다.

 

“호연도광은 찾아봤습니까?”

 

백리진이 곤혹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무도 그를 본 사람이 없네.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고수 수십 명이 뒤져 봤지만 흔적도 보이지 않았네.”

 

그 말을 들은 북궁천은 순간적으로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혹시 비밀통로로?’ 

 

금화전은 금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이다. 그물처럼 뻗어 있는 비밀통로가 반드시 있을 만한 곳.

 

“추람, 임표, 담운! 따라와라!”

 

북궁천은 문이 활짝 열린 금화전으로 몸을 날렸다.

 

장추람 등이 뒤따라갔다.

 

“벽과 바닥을 쳐서 공간이 있는 곳을 찾아라.”

 

북궁천이 명령을 내리고 사방을 향해 장력을 날렸다.

 

장추람과 임표, 담운은 그 명령의 의미를 깨닫고 금화전의 곳곳을 두들겨 댔다.

 

뒤따라 들어온 백리진과 몇 명의 정파연합 무사들도 합세했다.

 

열을 셀 즈음, 임표가 소리쳐서 북궁천을 불렀다.

 

“주군!”

 

북궁천은 즉시 임표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그가 가리키는 벽을 향해 장력을 날렸다.

 

쾅!

 

폭발음과 함께 벽이 무너졌다.

 

그리고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북궁천은 기둥에 걸린 등잔에 삼매진화로 불을 붙이고 계단을 따라서 내려갔다.

 

하지만 밑에 도착하기도 전에 걸음을 멈췄다.

 

통로로 향하는 길이 막혀 있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유원당과 임강령, 관호명, 공손후, 남궁원 등이 들어와서 백리진과 나란히 서 있었다.

 

북궁천은 금가린과 함께 비밀통로를 벗어나 본 경험이 있었다. 비밀통로는 외부가 아니라 장원 내부의 외곽과 연결되어 있었다.

 

“총군사, 즉시 사람들을 최대한 동원해서 장원 외곽을 감시해 주십시오. 아직 빠져나가지 못했다면 분명히 외곽의 건물 어디론가 나올 겁니다. 특히 구석진 건물, 크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건물을 철저히 주시하라 하십시오.”

 

“알겠네.”

 

유원당은 그의 말뜻을 알아듣고 다급히 사람들을 움직였다.

 

그사이 북궁천은 금화전을 빠져나와서 금가린과 함께 나왔던 사당으로 향했다.

 

비밀통로 중 비고와 연결된 곳이었다.

 

금가린이 말하길, 사당으로 나오는 길이 비고뿐만 아니라 다른 통로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은 통로를 여는 방법을 몰라서 비고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뿐.

 

지금으로선 가장 확실한 곳이 사당인 만큼 그는 허탕 치는 셈 치고 그곳으로 향했다.

 

 

 

장추람 등과 함께 외곽의 낡은 사당에 도착한 북궁천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워낙 외진 곳이어서 그토록 큰 싸움 와중에도 사당 근처에는 별다른 흔적이 없었다.

 

북궁천이 사당 근처를 살펴보는 동안 장추람 등은 좀 더 넓게 주위를 돌아다니며 수상한 흔적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일각이 지나도록 어디에서도 호연도광을 발견했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여기가 아닌가?’

 

아니면 이미 도망간 걸까?

 

시간상으로는 도주하기에 충분하고도 넘쳤다.

 

북궁천은 아쉬움을 접고 유원당이 있는 곳으로 가려 했다. 어스름이 짙어지고 있었다.

 

유원당과 상의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나을 듯했다.

 

그런데 발밑에서 극히 미미한 진동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뛰어올랐다가 떨어져도 그 정도 진동은 느껴질 만큼 미세했다.

 

북궁천은 공력을 끌어 올려서 발밑의 진동에 정신을 집중했다.

 

한참이 지났지만 더 이상의 진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잘못 안 모양이군.’

 

쓴웃음을 지은 그가 몸을 돌리며 사당을 바라보았다.

 

그때 사당의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슬그머니 얼굴 반쪽을 내밀었다.

 

순간, 북궁천과 그의 붉은 눈이 딱 마주쳤다.

 

북궁천은 그를 보고 씩 웃었다.

 

상대도 쓴웃음을 지으며 문을 열고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호연도광이었다.

 

그는 곽전유가 실패했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그 즉시 금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비밀통로로 들어갔다.

 

그런데 출구에서 북궁천을 만날 줄이야!

 

“허허허, 정말 끈질긴 인연이군.”

 

“당신 목을 베기 전까지는 포기할 마음이 없거든.”

 

“본좌의 목을 베는 게 쉽진 않을걸?”

 

호연도광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런데 ‘걸?’이라는 말이 떨어진 직후 그의 눈동자가 점점 더 붉게 변했다.

 

눈동자가 핏빛으로 붉게 변색된 호연도광이 사당에서 나왔다.

 

북궁천과 가까이 있던 장추람이 커다란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주군,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수하들의 죽음을 외면하고 도주하려는 자는 주군께서 상대할 가치가 없습니다.”

 

“원하면 한번 해봐. 그런데 조심해야 할 거다. 한 수가 있는 자거든.”

 

“걱정 마십시오!”

 

호기롭게 나선 장추람은 말을 마치자마자 호연도광을 향해 몸을 날리며 도를 내리쳤다.

 

“후후후후!”

 

호연도광이 입 끝이 귀밑에 걸리도록 웃으며 핏빛으로 변한 쌍장을 뻗었다.

 

기괴함이 느껴질 정도로 사이한 웃음.

 

북궁천은 호연도광이 전과 다름을 느끼고 급히 장추람에게 소리쳤다.

 

“조심해!”

 

장추람의 도세와 호연도광의 핏빛 장력이 뒤엉켰다.

 

쿠구구궁.

 

대기가 웅웅거리며 울리는가 싶더니, 장추람이 이 장이나 날아가서 비틀거리며 내려섰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물러서라, 추람.”

 

“주군, 다시 한번 해보겠습니다.”

 

북궁천은 무심한 눈빛으로 호연도광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물러서. 그는 일전의 호연도광이 아니다. 아무래도 기괴한 마공을 익힌 것 같다.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야.”

 

“후후후후, 과연 마제야. 정말 아까워. 네가 본좌를 도와주기만 했으면 오늘이 본좌의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날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사람들 죽어 가는 것이 그렇게 즐겁나?”

 

호연도광의 말이 짜증 나서 물어본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호연도광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이 죽어 가는 것보다도 그 과정을 구경하는 게 몇 배나 더 즐겁지. 정파 놈들을 피구덩이에 파묻고 천하를 희롱하는 쾌감이 어떤 것인지 너는 모를 거다.”

 

북궁천은 어이가 없었다.

 

“정말 제대로 미친놈이군!”

 

“후후후후, 정상적인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놈이 몇이나 된단 말이냐? 백 년도 못 살면서 아옹다옹하는 꼴이 얼마나 우스운 줄 아느냐? 본좌는 그 세월 동안 세상을 농락하며 살 작정이었다. 그 와중에 몇 만이 죽은들 어차피 죽을 놈들이 죽는 것뿐인데 본좌가 왜 걱정한단 말이냐?”

 

북궁천은 그제야 호연도광이 진심으로 원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는 천하를 제패할 욕심이 있어서 전쟁을 벌인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정과 마가 싸우는 것을 구경하며 즐기려는 것뿐.

 

“세상에 너 같은 놈이 있다니…….”

 

“크하하하하! 세상의 누가 본좌를 판단한단 말이냐! 본좌가 곧 하늘이거늘!”

 

“에라이, 미친놈!”

 

북궁천은 노성을 내지르며 신형을 날렸다.

 

구성의 북천명왕공이 실린 묵혼이 어둠의 하늘을 향해 뻗었다.

 

오 장 허공으로 솟구친 그는 호연도광을 향해 떨어지면서 묵혼을 내리쳤다.

 

쭉 뻗었던 묵빛 검강이 벼락이 되어서 호연도광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호연도광은 핏빛으로 변한 눈을 들어서 북궁천을 보며 쌍장을 쳐들었다.

 

호연도광의 전신에서 혈운이 뭉클거리며 피어났다.

 

“인간의 몸으로 혈천마황기를 감당할 자 천하에 없으리라!”

 

“개소리 마라, 호연도광!”

 

콰아앙!

 

굉렬한 폭발음과 함께 일대 삼 장의 대지가 폭발하듯이 솟구쳤다.

 

삼 장을 날아가 내려선 북궁천은 땅을 박차고 호연도광을 향해 날아갔다.

 

호연도광은 땅에 한 자가량 박힌 발을 빼내며 쌍장을 휘둘렀다.

 

여전히 웃음 띤 표정, 좀 전과 조금도 달라진 점이 없었다.

 

그는 이미 이지가 마기에 지배당한 상태였다.

 

찰나, 묵혼의 검첨에서 무형의 기운이 공간을 잡아당기듯이 좁히며 쏘아졌다.

 

북천명왕공이 실린 통천일검공이었다.

 

떵!

 

단발의 기음이 울리며 호연도광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북궁천은 그런 호연도광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호연도광의 어깨에 구멍이 뚫린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뿐, 호연도광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두 손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통천일검공을 맞받아서 방향을 틀 수 있는 장공이 존재할 줄이야!

 

경악한 북궁천은 묵혼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진아를 구할 때 자신도 모르게 검을 던지며 마음을 담았었다.

 

문득 통천일검공에 마음을 담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천조혈심기를 응용해서 지법을 펼칠 때도 자신의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검이라 해서 못할 것도 없었다.

 

북천명왕공을 극성까지 끌어 올린 그는 호연도광을 바라보며 검을 던지듯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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