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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220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220화

 

220화

 

 

 

 

 

 

 

이제 북궁천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수하 몇 사람을 데리고 금천장으로 들어가서 아들을 구해 낸 절대고수.

 

그가 수하들을 데리고 왔다는 것은 천군만마가 몰려온 것과 같았다.

 

“천사교 놈들을 쳐라!”

 

와아아아아!

 

반면 천사교 무리들은 북천마제가 왔다는 말에 사기가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마제가 나타났다!”

 

“빌어먹을! 이 싸움은 더 이상 승산이 없어! 후퇴하지 않으면 몰살당할 거야!”

 

추가 무사를 이끌고 지원을 나온 상천군 제삼대 대주 옥궁사 역시 더 버티기가 힘들다는 판단이 서자 악을 쓰듯 소리쳤다.

 

“이곳을 빠져나가라!”

 

하지만 북궁천은 그들이 순순히 후퇴하도록 놔둘 생각이 없었다.

 

한시라도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은 그였다.

 

“추람, 적광, 임표, 담운. 너희들은 나와 함께 놈들을 친다! 나머지는 뒤를 정리해라!”

 

일갈을 내질려 명령을 내린 북궁천은 뒤로 물러서는 천사교도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공포의 폭풍!

 

달리 설명할 말이 없었다.

 

북궁천과 장추람, 적광은 적진으로 뛰어들어서 폭풍을 일으켰다.

 

천사교도들이 목숨을 던지며 달려들었지만 그들의 근처에 접근도 못 해 보고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간혹 절정경지에 이른 고수들이 나섰지만 그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구나 북궁천 등은 얌전하게 급소를 제압해서 적을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서 베고 찌르고 잘라냈다.

 

사지가 사방에서 뒹굴고 허리와 목이 잘린 시신도 수십 구나 되었다.

 

결국 천사교도와 혈문, 마도의 무사들로 형성된 천사교 무리는 공포에 질려서 사방으로 흩어져 도주했다.

 

그 광경이 오죽 처절했으면 몰려든 섬서의 정파고수들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북궁천은 적이 거의 다 도주한 후에야 손을 멈추었다.

 

후퇴하던 자들 이백여 명 중 도주한 자는 백 명이 채 안 되는 상황.

 

반면 북궁천 쪽은 삼대세력의 고수 중 다섯 명이 죽고 십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섬서연합 고수들은 싸움이 멎자 북궁천 곁으로 몰려왔다.

 

그런데 북궁천 일행을 바라보는 그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가 않았다.

 

북궁천 일행 중 강호에 알려진 마도고수가 상당수 있었다. 그들을 알아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더구나 북궁천 일행의 잔혹한 손속을 보고 어쩔 수 없는 마도인이라는 표정이었다. 자신들을 도와줬으니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것뿐.

 

특히 화산파와 종남파의 장로들은 북궁천 일행을 보며 구시렁거렸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허어, 정말 지독하구먼.”

 

“등을 보이고 도주하는 자들까지 죽이다니. 손을 쓰는 게 너무 독하군. 누가 마도인들 아니랄까 봐…… 쯔쯔쯔.”

 

북궁천의 싸늘한 눈이 그들을 향했다.

 

“그따위 마음으로 전쟁을 할 것 같으면 하지 마시오. 감상에 젖은 정신 상태로 전쟁은 무슨 전쟁! 저들을 죽이지 않으면 다음 싸움에서 당신들의 동료가 죽을 텐데, 그때 가서도 그런 소리를 할 거요?”

 

질책하는 투의 말에 화산과 종남의 장로들이 노기를 드러내며 북궁천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들 누구도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눈이 마주치자 입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북궁천은 그들을 더 상대하지 않고 진평천과 명진도장, 송광도장을 바라보았다.

 

“세 분도 우리의 행동이 못마땅하십니까?”

 

명진도장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슬며시 눈을 피하고, 송광도장은 북궁천에게 갚을 빚이 있는 터라 씁쓸한 마음이면서도 한마디 거들었다.

 

“원시천존. 노도가 어찌 궁주를 탓할 수 있겠소?”

 

진평천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싸우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 아닌가? 다만 이분들은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될 자들까지 죽이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뿐이네.”

 

“죽이지 않아도 될 자? 여기 죽어 있는 자들 중 그런 자가 있단 말입니까?”

 

“꼭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죽이지 못하면 죽는 게 전쟁입니다. 약간의 승리를 얻었다고 마음이 너무 풀어진 것 같군요. 앞으로도 그런 마음이라면 그대들 중 죽지 않아도 될 자가 죽게 될 겁니다. 어디 그때 가서도 그런 말을 하는지 봐야겠군요.”

 

북궁천은 냉랭히 말을 맺고 몸을 돌렸다.

 

“모두 돌아가자. 이분들은 우리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이, 이보게. 궁주.”

 

“곧 정파연합이 공격을 시작할 겁니다. 이곳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을 같군요.”

 

북궁천은 그 말만 남기고 휙 몸을 날렸다.

 

장추람과 적광, 임표와 담운, 삼대세력의 고수들도 그를 따라서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 * *

 

 

 

적의 수는 일천.

 

유원당은 여덟 개 조로 나누어진 정파연합 무사 중 네 개 조를 선두로 내세웠다.

 

관호명이 이끄는 천무회, 남궁원이 이끄는 무림맹, 천군호가 이끄는 삼성궁, 여무경이 이끄는 강호군웅들.

 

그 뒤를 백리진이 이끄는 백검맹, 공손후가 이끄는 철군성, 공원대사가 이끄는 무림맹, 임강령이 이끄는 강호군웅이 받쳤다.

 

영허진인과 목부청 등 고수 십여 명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전황에 따라 적절히 투입할 생각이었다.

 

“시작하게.”

 

유원당이 나직이 명령을 내리자 천종원이 소리쳤다.

 

“공격하시오!”

 

전면의 사 개 조가 적을 향해 달려갔다.

 

쩌저저저저정! 차창!

 

무기 뽑는 소리가 얼음 깨지는 소리처럼 울렸다.

 

천사교 무리도 일제히 내달렸다.

 

삼십 장의 거리가 순식간에 줄어들고, 양편의 무사들이 뒤엉켰다.

 

떠더덩! 쩌정!

 

또다시 평원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석양빛을 받아서 더욱 붉게 느껴지는 혈화가 곳곳에서 피어났다. 

 

 

 

치열한 격전이 절정을 향해 치달을 무렵, 좌우에서 수백의 무리가 쏟아져 내려왔다.

 

와아아아아!

 

“천사의 세상을 위하여 위선의 무리를 처단하라!”

 

“정파 놈들의 목을 쳐라!”

 

그들이 나타나자 유원당이 소리쳤다.

 

“후군은 좌우의 적을 상대하시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 개 조가 기다렸다는 듯 좌우로 달려갔다.

 

유원당은 나올 자들은 다 나왔다는 판단이 서자 중앙에 있던 고수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중군은 정면을 뚫어 주십시오!”

 

중앙에 있던 고수들이 적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때 적진의 뒤에서 이십여 명이 몸을 날렸다.

 

“와하하하하! 그대가 영허진인인가!”

 

“무량수불! 시주는 누구신가?”

 

“나는 대파산의 척발산이다! 어디 한번 누가 강한지 겨뤄 보자!”

 

“오냐! 내 그대를 지옥으로 인도하리라!”

 

 

 

그 시각.

 

호연도광은 금화전에서 숙야돈과 함께 있었다. 그의 좌우와 뒤에는 천사팔혼 중 살아남은 삼혼이 서 있었고, 한쪽에는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이십 대 중후반의 젊은 서생이 조용히 서 있었다.

 

“숙야돈, 우리가 이길 거라 보느냐?”

 

“솔직히 말씀드려서 승패를 점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정면 대결은 아니함만 못하구나.”

 

“하오나 저들이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피할 방도가 없습니다, 교주.”

 

“그건 그렇지.”

 

호연도광은 숙야돈의 말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숙야돈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싸우다가 밀린다 싶으면 장원으로 끌어들이라 했습니다. 장원 내부의 지리는 저들보다 저희가 더 잘 아는 만큼 같은 상황이라 해도 유리할 것입니다.”

 

“옳은 생각이다. 싸움은 시와 때, 장소를 누가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천지 차이의 결과를 보이는 법이다. 특히 시와 때라는 것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오늘 같은 경우 승패를 결정할 정도로 아주 중요하니라. 정파 놈들 중 진법에 능하고 잔머리 잘 굴리는 놈은 많아도, 시와 때의 미묘함을 이용할 줄 아는 자는 거의 없다. 있다면 유원당뿐이었지. 그런데 저들 중에 죽었다는 유원당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이냐?”

 

숙야돈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속하도 조금 전에야 보고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북궁천 그놈이 저희를 속인 것 같습니다.”

 

“정말 유원당의 머리를 봤을 때 가짜라는 걸 몰랐느냐?”

 

숙야돈이 털썩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속하가 알았다면 어찌 말씀드리지 않았겠습니까, 교주?”

 

“그럼 이백 명을 빼돌려서 상주로 보낸 것은 무엇 때문이더냐?”

 

“교, 교주. 소, 속하는…….”

 

“곽전유. 네가 본 것이 사실이더냐?”

 

호연도광의 말과 동시에 좌측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호교삼령 웅산검호 곽전유였다.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교주. 모두 일백사십팔 명이 상주로 향했습니다.”

 

“그래? 숙야돈, 어디 이제 네가 말해 봐라. 이 중요한 때에 왜 그들을 상주로 보냈느냐?”

 

숙야돈의 몸이 덜덜 떨렸다.

 

“소, 속하는 북궁천 일행이 상주를 빠져나왔다는 보고를 받고 놈의 아들을 차지하기 위해서 수하들을 벽성장으로 보냈을 뿐입니다.”

 

“정말이냐?”

 

“정말이옵니다, 교주!”

 

“흠, 그래? 그럼 아기가 벽성장 어디에 있는지도 파악했느냐?”

 

“예, 교주. 놈의 아기는 벽화전 뒤쪽, 내원의 벽라전에 있다 합니다.”

 

“호오, 그래도 아주 놀지만은 않았구나. 잘했다.”

 

숙야돈은 호연도광의 칭찬을 듣고 겨우 안도했다.

 

그 순간, 호연도광의 눈동자가 검게 물들었다.

 

동시에 우수를 들어 올린 그가 숙야돈을 향해 손을 내리쳤다.

 

퍽!

 

이 장 거리에 있던 숙야돈의 머리가 으깨진 호박처럼 터져 버렸다.

 

“실수는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거짓말은 용서할 수 없느니라. 네놈은 유원당의 머리가 가짜인 것을 이미 알고 있었어.”

 

나직이 뇌까린 호연도광은 곽전유를 바라보았다.

 

“네가 상천군 열을 데리고 상주로 가라. 북궁천이 상주를 나왔다면 북천궁에서 데려온 놈들도 함께 갔을 거다. 가서 아기를 데려와. 유아의 영전에 제물로 바칠 것이니까.”

 

“예, 교주.”

 

곽전유가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밖으로 나가자, 호연도광이 한쪽에 서 있는 젊은 서생을 불렀다.

 

“조유.”

 

존재감도 느껴지지 않던 젊은 서생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교주.”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보느냐?”

 

“원래는 반반이었습니다. 그런데 사교령이 상당수를 빼돌리는 바람에 승산이 미세하나마 기울어진 상태입니다. 호교삼령이 성공한다면 또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만.”

 

승산이 기울었다고 하면서도 태연한 표정이다.

 

그런데 호연도광 역시 그런 점에 대해서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당장 후퇴시킨 후 금천장 내에서 싸우며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그래? 그럼 가서 후퇴 명령을 내려라.”

 

“복명!”

 

조유라는 젊은 서생이 밖으로 나가자 호연도광은 용상 깊숙이 몸을 묻었다.

 

‘이번 일은 재미가 별로 없군. 무림맹을 와해시킬 때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말이야. 북궁천, 그놈만 제대로 잡아 놓았어도 그때보다 더한 쾌감을 맛봤을 텐데…….’

 

한 번 싹 갈아엎고 판을 다시 짜 볼까?

 

아직 육십이 안 된 나이.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호교일령이 그를 일찍 죽여 주기만 해도 조금 나을 텐데, 너무 눈치를 본단 말이야…….’

 

밖에서 죽어 가는 자들에 대해서는 조금도 아쉽거나 안타깝지 않았다.

 

몇 천, 몇 만이 죽은들 어떠랴.

 

어차피 백 년이 지나기도 전에 모두 죽을 목숨들이 아닌가.

 

하찮은 것들이 조금 일찍 죽는 것 가지고 난리 피우는 걸 보면 정말 우습기만 했다.

 

‘진짜 도가 뭔지도 모르는 놈들. 도는 삶이 아닌 죽음에 있거늘…….’

 

호연도광은 조소를 지으면서 손가락으로 수염을 꼬았다.

 

문득 아기가 자신의 수염을 붙잡고 늘어지던 일이 떠올랐다.

 

아마 그가 순수하게 즐거움을 느낀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곽전유가 살려서 데려오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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