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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214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214화

 

214화

 

 

 

 

 

 

 

“나는 이미 구양환에 이어서 유원당과 임강령을 죽였다. 정파연합은 나를 철천지원수처럼 생각할 것인데, 내가 어찌 그들과 한편이 될 수 있단 말이냐?”

 

누구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호연도광은 북궁천의 말에 말려들지 않았다.

 

“적의 적은 친구가 될 수 있는 법이지. 본 교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분노는 충분히 참을 수 있는 놈들이 바로 정파 놈들이니라. 설마 본좌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진 않겠지?”

 

북궁천의 눈빛이 잘게 떨렸다.

 

그는 말로써 호연도광을 설득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숨을 크게 들이쉰 그는 지그시 호연도광을 바라보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내 말을 믿지 않는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군. 호연도광, 내 무공을 폐지시키고 나를 볼모로 잡아라. 그럼 내가 정파연합 편에 설 걱정도 덜어지고, 북천궁 역시 너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대신 아기를 내 수하에게 건네주고 금천장에서 내보내라.”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호연도광조차 말문이 닫혔다.

 

“주군!”

 

냉호가 놀라서 털썩 무릎을 꿇고 외쳤다.

 

“천사교주! 차라리 나를 인질로 잡고 소군을 돌려줘라!”

 

“냉호! 너는 나서지 마라!”

 

“주군!”

 

“명령이다! 나는 너로 인해서 진아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크흑!”

 

이를 악문 냉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동안 호연도광은 냉호의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오직 북궁천만 쳐다보았다.

 

“네가 한 말…… 정말이냐?”

 

대답하는 북궁천의 눈빛이 잘게 떨렸다.

 

“나는 부모 없이 이십팔 년을 살았다. 그런데 진아는 이제 겨우 일 년 조금 넘게 살았지. 그것도 부모와 헤어져서. 나는 진아가 나처럼 사는 걸 원치 않는다.”

 

“후후후후, 정말 감동적인 말이군.”

 

“호연도광, 나는 진아를 엄마 품에 돌려주고 싶다. 진심으로 부탁한다. 진아를 진아의 엄마에게 돌려줘라.”

 

호연도광은 잡고 있던 진아를 옆의 종척에게 넘겼다. 그리고 종척이 진아를 받아 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먼저 무릎을 꿇어라, 북궁천. 그리고 공손한 어조로 부탁해라.”

 

북궁천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자신이 무릎을 꿇으면 북천의 무릎이 굽혀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악문 그는 진아를 한 번 쳐다본 후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에게는 북천보다 진아가 열 배, 백 배 더 중요했다.

 

쿵!

 

무릎을 꿇은 그가 고개를 숙였다.

 

“진아를…… 돌려주시오, 교주.”

 

“후후후후, 와하하하하! 정말 재미있는 일이군!”

 

호연도광이 고개를 젖히고 한참 동안 광소를 터트렸다.

 

그러고는 기련검마를 바라보았다.

 

“위지 형이 수고 좀 해 줘야겠소.”

 

“말씀하시지요, 교주.”

 

“마제의 무공을 폐지시키시오.”

 

뜻밖의 말에 기련검마의 눈빛이 흔들렸다.

 

자신은 마도인이다. 그것을 부인할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마도의 절대고수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그로서는 저항하지 않는 자의 무공을 폐지시킨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구나 상대는 마제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호연도광의 말을 거부할 수도 없는 일.

 

그는 씁쓸함을 간직한 채 북궁천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진아가 갑자기 울먹거리더니 울음을 터트렸다.

 

“히이잉, 아아아아앙! 빠아아아아!”

 

마치 모든 것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반사적으로 북궁천이 고개를 들어서 진아를 바라보았다.

 

순간적으로 눈물이 가득한 진아의 눈과 마주쳤다.

 

“진아야!”

 

“아브아아아아!”

 

북궁천은 가슴이 먹먹해져서 입술이 잘게 떨렸다.

 

진아가 정말 자신을 아빠로 생각하는 걸까?

 

기껏해야 어제 처음 전음으로 말을 붙여 봤을 뿐이다. 그에 대한 감정이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그는 아기가 자신을 알아보는 거라 믿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기를 조용히 시켜라!”

 

호연도광이 눈살을 찌푸리며 종척에게 명령을 내렸다.

 

종척이 두어 걸음 물러서며 아기를 흔들어서 달랬다.

 

그때!

 

천장 구석진 곳에서 그림자 하나가 종척의 머리 위로 죽 늘어졌다.

 

마침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쳐들고 있던 북궁천이 그걸 보고 호연도광을 소리쳐 불렀다.

 

“호⦁연⦁도⦁광!”

 

호연도광이 북궁천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북궁천에게 집중되었다.

 

그 순간!

 

종척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던 그림자 속에서 묵광이 번쩍였다.

 

“피해!”

 

대각선 방향에 서 있던 나종백이 소리치며 몸을 날렸다.

 

그만은 다른 사람과 달리 북궁천이 아닌 호연도광을 바라보던 중이었다.

 

그런데 고개를 돌린 순간, 호연도광의 몸에 반쯤 가려져 있던 종척의 머리 위에서 묵광이 번쩍이는 게 보인 것이다.

 

그가 소리침과 동시에 호연도광도 고개를 홱 돌렸다.

 

“웬 놈이냐!”

 

섬뜩함을 느낀 종척 역시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며 허리를 틀었다.

 

그러나 묵빛 섬광은 이미 종척의 정수리 바로 위에 도착한 상태.

 

서걱!

 

몸을 낮춘 덕분에 머리가 두 쪽 나진 않았지만 그 대신 어깨가 가슴까지 갈라졌다.

 

“크억!”

 

그림자가 비명을 터트리는 종척의 품에서 진아를 빼냈다.

 

“이놈!”

 

날아든 나종백이 먼저 그림자를 향해 쌍장을 뻗었다.

 

“어딜 감히!”

 

흑마이령 중 하나인 갈홍도 날아가며 도를 휘둘렀다.

 

그 순간, 무릎을 꿇고 있던 북궁천이 바닥을 차고 몸을 날렸다.

 

호연도광은 아차 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마제의 존재를 잊다니!

 

‘멍청한!’

 

자신을 질책한 그는 두 손을 휘둘러서 원을 그렸다.

 

찰나의 차이지만 마제의 선공을 허용한 상황.

 

북궁천의 무서움을 잘 아는 그는 피하기에 늦었다 생각하고 방어에 치중했다.

 

공력이 집중된 금빛 장포의 소맷자락은 철판과 같았다. 그럼에도 건곤패력장의 강력한 기운을 견뎌 내지 못했다.

 

콰과광!

 

소맷자락이 누더기처럼 찢어졌다.

 

호연도광은 옆으로 죽 미끄러지며 재차 손을 휘둘러서 남은 기운을 해소했다.

 

북궁천도 호연도광의 방어벽에 막혀서 멈칫했다.

 

호연도광이 머리만 뛰어난 자가 아니라 무공 역시 절대지경의 고수라는 것은 그도 전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했다.

 

비록 일수 격돌이지만, 북궁천의 판단으로는 그가 기련검마보다는 강하고 영허진인에 비하면 반수 차이 정도 약했다.

 

북궁천은 옆으로 비켜난 호연도광을 놔둔 채, 진아를 가로챈 그림자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림자처럼 보이던 자는 모습이 전부 드러났는데, 다름 아닌 소이정이었다.

 

그의 신법이 아무리 신묘하다 해도 아기를 안은 채 혈왕 나종백과 갈홍의 합공을 피한다는 건 무리였다.

 

“이놈!”

 

기련검마가 북궁천의 측면으로 달려들었다.

 

냉호도 기다렸다는 듯 기련검마를 공격했다.

 

“어림없다!”

 

동시에 천사팔혼 중 넷이 호연도광을 호위하고, 넷은 북궁천을 공격했다.

 

그야말로 숨조차 쉴 수 없는 급박한 상황!

 

북궁천은 일단 나종백을 향해 장력을 날렸다. 그러고는 나종백이 몸을 틀어서 비켜서는 사이, 뒤에서 달려드는 천사팔혼 중 넷을 상대했다.

 

그때였다.

 

“크으읍!”

 

소이정이 신음을 흘리며 정신없이 물러섰다.

 

마음이 다급해진 북궁천은 구성의 공력으로 건곤패력장을 펼쳤다.

 

콰광!

 

천사팔혼 중 사혼과 오혼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뒤로 날아갔다. 특히 사혼은 오른쪽 어깨가 완전히 으스러져서 검을 떨어뜨린 채 나뒹굴었다.

 

이혼과 칠혼은 그 광경을 보고도 망설이지 않고 달려들었다.

 

북궁천은 그들 사이로 파고들며 두 주먹을 휘둘렀다.

 

순간, 북두패왕권의 커다란 권영 수십 개가 두 사람을 뒤덮었다.

 

퍼버버벅! 쩌저저정!

 

이혼과 칠혼은 안간힘을 다해 방어하며 북궁천의 가공할 권세에서 벗어났다.

 

창백해진 안색, 감정이 없는 것 같던 그들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북궁천은 그들을 놔둔 채 급히 소이정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피로 물든 소이정이 보였다.

 

진아는 아직도 소이정의 품에 있었는데, 소이정은 분노한 나종백과 갈홍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소이정이 부상당한 몸으로 두 사람을 이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 오히려 소이정이 무리를 하면 진아가 다칠지 모를 판이다.

 

북궁천은 이를 악물고 눈빛을 파르르 떨었다.

 

찰나간의 차이로 절호의 기회를 놓치다니!

 

소이정이 조금만 더 견뎌 줬으면 좋았을 텐데…….

 

“와하하하! 무척 아쉬운가 보구나, 북궁천!”

 

멀찌감치 물러서 있던 호연도광이 대소를 터트리며 득의양양해했다.

 

그때였다.

 

멈칫한 소이정이 미간을 좁히더니 갑자기 진아를 허공으로 던졌다.

 

진아가 허공 높이 솟구쳤다.

 

느닷없는 상황!

 

“무슨 짓이냐!”

 

깜짝 놀란 나종백이 바닥을 차고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 순간, 천장에서 또 하나의 검은 그림자가 떨어지며 허공으로 솟구친 진아를 낚아챘다.

 

그러고는 떨어지는 기세 그대로 나종백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쒜에엑!

 

“헉!”

 

무기를 들지 않은 나종백은 기겁한 표정으로 두 손을 휘둘렀다.

 

그러나 아기를 잡기 위해서 떠오른 터라 두 손에 집중된 기운이 본래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반면 떨어져 내린 그림자는 전력을 다한 터였다.

 

게다가 그의 무위는 나종백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고, 움직임이 소이정에 뒤지지 않을 만큼 신묘하고 기이했다.

 

나종백이 이를 악물고 그림자의 공격을 막았지만 결국 팔뚝이 길게 찢어지고 말았다.

 

“으윽!”

 

바로 그 순간, 북궁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아를 낚아챈 자가 펼치는 신법을 알아본 것이다.

 

그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독문신법. 그 신법을 익힌 사람은 천하에 단 하나 뿐이었다.

 

‘설마…… 단숙?’

 

태행산에서 자신만 남겨 두고 어디론가 떠나 버린 단무영!

 

정말 그란 말인가?

 

하지만 놀라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는 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사혼이 떨어뜨린 검이 손안으로 빨려들었다.

 

마제의 손에 검이 들리는 것을 본 호연도광이 평정심을 잃고 악을 쓰듯이 소리쳤다.

 

“아기를 뺏어라!”

 

아기만 취하면 북궁천을 제압하는 거와 같았다.

 

그가 악을 쓰자 뒤로 물러서 있던 이혼과 칠혼이 진아를 낚아챈 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바로 그때!

 

콰광!

 

금화전의 문이 부서지며 장추람과 철교신, 적광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주군!”

 

“이 개새끼들!”

 

그 순간, 북궁천이 일자패천검을 펼쳐서 허공을 일자로 갈랐다.

 

고오오오오!

 

이혼과 칠혼은 천지를 양단할 것 같은 거센 기운이 밀려들자 급히 몸을 틀며 도검을 휘둘렀다.

 

따당! 쩡!

 

거센 분노가 담긴 일자패천검은 그들의 무기를 부러뜨리고 몸마저 쩍 갈라 버렸다.

 

경천동지의 일검으로 이혼과 칠혼을 죽인 북궁천은 몸을 돌리면서 갈홍을 향해 검을 뻗었다.

 

검첨에서 검강의 회오리가 뻗어 나갔다.

 

콰아아아! 퍽!

 

“쿠억!”

 

입을 떡 벌린 갈홍이 몽둥이에 맞은 쥐새끼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

 

이 장을 날아가 나뒹구는 그의 가슴에는 주먹만 한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그곳에서 피분수가 뿜어졌다.

 

북궁천이 이번에는 나종백을 향해 검을 뻗었다.

 

“그대가 혈왕인가!”

 

검을 마주 대한 것만으로도 숨통이 턱 막힌다.

 

나종백은 호연도광이 마제를 높이 사는 이유를 그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검 앞에 벌거벗은 몸을 들이댄 느낌!

 

등골이 오싹해진 그는 체면도 잊고 훌쩍 뒤로 물러났다.

 

부상을 입은 그로선 마제의 검을 맞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사이 북궁천이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단숙! 빨리 빠져나가!”

 

나종백의 손에서 자유로워진 단무영은 망설이지 않고 천장으로 몸을 날렸다.

 

북궁천은 진아가 단무영의 품에 안겨서 멀어지자 몸을 돌려 호연도광을 노려보았다.

 

“호연도광! 이제는 무엇으로 내 분노를 막을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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