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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243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9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243화

 

243화

 

 

 

 

 

 

제8장. 혼수모어(混水摸魚)

 

 

 

 

 

1

 

 

 

조약생 말대로 저녁부터 정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묵운방 무사들의 배치에 대한 것부터 장강에 대한 감시망, 거기다 장강 건너 진강에 대한 상황까지.

 

의외로 방대하고 자세한 정보였다.

 

이무환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하군. 일개 밀염 조직이 이 정도의 정보를 모을 수 있다니.’

 

더 놀라운 것은 신속함이었다.

 

아무리 빨라도 이틀을 생각했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밤이 지나 인시가 될 무렵, 이무환은 영호승을 불렀다.

 

영호승이 방으로 들어오자, 남궁산산의 허벅지를 베개 삼아 누워 있던 이무환이 일어났다.

 

영호승은 고개를 돌린 채 헛기침을 했다.

 

“흠흠, 부르셨습니까?”

 

이무환이 종이뭉치를 내밀었다.

 

“조 당주가 장강을 건네줄 거야. 이걸 소주에 전해줘.”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던 영호승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동안 모은 정보일 것이다. 정보가 전해지면 마침내 지금까지 겪었던 전쟁보다 더욱 큰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영호승은 종이뭉치를 받아들고 이무환을 바라보았다.

 

“단주께선 안 가실 겁니까?”

 

“어차피 다시 올 텐데, 뭐 하러 가?”

 

“그럼……?”

 

이무환은 고개를 내밀고는, 천하제일의 병법이라도 말하는 것처럼 은근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이곳에서 도와주면 훨씬 일이 쉬워질 거야. 다시 말해서 양동작전인 거지. 우흐흐, 어때? 멋진 작전이지?”

 

사람이라고 해봐야 다섯이다. 하지만 그중 네 사람이 천하를 진동시키는 고수들이고, 더구나 광룡이 끼어 있다.

 

어디 그뿐인가? 남궁산산의 귀계와 기문진은 절대고수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다지 멋진 작전 같지는 않지만, 충분히 가능한 계획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영호승은 걱정이 되었다.

 

“조심하십시오, 단주.”

 

“내 걱정 말고, 멋쟁이나 조심해서 가. 겨우 화 소저를 얻었는데 다치면 안 되잖아?”

 

“그, 그래야죠…….”

 

 

 

2

 

 

 

“정천무림맹이 또 남경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방주.”

 

사종위의 보고를 받은 우문적태가 나직이 코웃음 쳤다.

 

“훗, 또 약은 수를 쓰는군.”

 

“저 역시 속임수일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만, 만약의 경우 정말로 공격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질지 모릅니다.”

 

“천강문이 쉽게 당하진 않을 거야.”

 

담담히 말하는 우문적태의 눈자위가 먹구름처럼 일렁였다.

 

설령 천강문이 당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들 정도의 힘은 얼마든지 새로 이룰 수 있으니까. 

 

문제는 소주에 있는 놈들이었다.

 

“장강은 철저히 봉쇄했겠지?”

 

사종위가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예, 방주. 육백이 넘는 놈들이 강을 건너려면 서너 척의 배에 나누어 타야 합니다. 정안에서 강음까지 철저히 감시하고 있으니, 도강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물질을 못한 놈은 물귀신이 될 겁니다.”

 

정안과 강음을 벗어난 곳에서 장강을 건널 가능성도 다분했다. 그러나 양주까지 오는 데 하루는 잡아야 할 터. 그들을 양주 땅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우문적태는 만족한 표정으로 좌중을 훑어보았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야. 최선의 대비를 해야 최고의 결과가 나오는 법임을 잊지 마라.”

 

“예, 방주!”

 

“명심하겠습니다!”

 

 

 

3

 

 

 

황금빛으로 물은 태양이 태호에 곤두박질 칠 무렵. 장강을 건넌 후 쉬지 않고 경공을 펼친 영호승이 숨을 헐떡이며 소주에 도착했다. 

 

그리고 밤이 깊은 시간, 두 척의 배가 태호의 물살을 가르며 서북쪽으로 올라갔다.

 

두 척의 배에 나눠 탄 사람은 모두 백여 명.

 

그들 중 노를 저을 수 있는 사람들은 선원을 도와 노를 저었다.

 

두 척의 배는 말 그대로 쏜살처럼 빠르게 물 위를 스치며 나아갔다.

 

 

 

술시 무렵, 이무환은 남궁산산과 순우경을 남겨놓고 객잔을 나섰다. 목적지는 십오형제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삼층 객잔이었다.

 

제갈신걸과 모용상명은 그와 이 장가량 떨어져 걸었다.

 

밤이 되자 홍루와 청루가 불을 밝히고 손님을 유혹했다. 그런데 이무환이 금방이라도 침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채 기녀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걷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간혹 손까지 흔들어주는 친절까지.

 

“쩝, 바쁘지만 않으면 들어가 보고 싶은데…….”

 

오가는 사람들이 그런 이무환을 힐끔거리며 지나갔다. 혀를 차며.

 

함께 걸으면 같은 취급을 받을 것 같았다.

 

다행히(?) 이무환은 홍루와 청루를 들르지 않고 곧장 서문 쪽으로 갔다.

 

 

 

일각 후.

 

이무환은 어둠이 내려앉은 십오형제장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다른 곳의 상황은 그럭저럭 파악한 상태였다. 그러나 십오형제장만큼은 완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저 너구리 굴속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 할 텐데…….’

 

묵운방의 모든 힘이 집결된 곳이다. 항주와 소주에서 타격을 입었다 해도 아직 칠팔 할의 힘이 남아 있다고 봐야 했다.

 

십오형제장의 정확한 전력을 알아내지 못하고 공격했다가는 엄청난 피해를 입을지 몰랐다.

 

이무환이 차만 홀짝이며 생각에 잠겨 있자 모용상명이 물었다.

 

“정말 들어가 볼 생각이오?”

 

“그럼, 다른 방법 있수?”

 

모용상명은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라고 해서 방법이 그것뿐이란 걸 어찌 모를까. 

 

하지만 십오형제장은 세 사람만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위험한 곳이었다.

 

모용상명과 제갈신걸이 별말을 하지 못하자, 이무환이 두 사람을 흘겨보며 툭 쏘아붙였다. 겁나면 빠지라는 투로.

 

“들어가기 싫으면 당신들은 객잔으로 돌아가 있으쇼. 나 혼자 들어갈 테니까.”

 

그 말을 듣고 물러날 두 사람이 아니었다. 이무환도 그걸 알기에 말한 것이었고.

 

모용상명이 이무환을 노려보며 물었다.

 

“언제 갈 거요?”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이무환은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용상명과 제갈신걸은 속으로 한숨을 흘리며 따라 일어섰다.

 

‘후우, 좌우간 성질은…….’

 

‘누가 광룡 아니라고 할까 봐…….’

 

그때 이무환이 중얼거리며 돌아섰다.

 

“뒷간이 어디 있지?”

 

오줌통이 터질 것 같았다.

 

 

 

한 시진 후.

 

달빛이 구름 속으로 사라진 순간, 십오형제장의 담장과 십 장가량 떨어져 있던 건물 지붕에서 세 마리 야조가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십오형제장 중 서향장에 날아 내린 세 마리 야조는 나무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장원 내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장원은 마치 죽은 자의 정원 같았다.

 

여기저기 타오르는 화톳불을 제외하고는 질식할 듯한 고요함만이 흘렀다.

 

“뇌고자는 오른쪽으로 가쇼. 그리고 모용 형은 왼쪽으로 가시고. 상황이 이상하다 싶으면 곧장 빠져나와서 객잔으로 가쇼.”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소란을 피우면 바로 빠져나가지!’ 그런 말을 하고 싶은 표정을 지은 채.

 

그리고 곧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안쪽으로 사라졌다.

 

이무환은 두 사람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움직였다.

 

암영무류는 어둠 속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장원을 가로지르는데도 그의 모습은 그저 안개처럼 보일 뿐이었다.

 

이무환은 어둠에 물든 안개처럼 장원의 건물 사이를 누볐다. 건물을 누비며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지만, 특이하다 할 것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집을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그렇게 삼십여 장을 전진한 후 또 하나의 담장을 앞에 두었을 때였다.

 

이무환은 안쪽에서 전해지는 삼엄한 기운을 느끼고 보다 조심스럽게 안쪽을 살펴보았다.

 

담장 너머 쪽은 지금까지 지나온 곳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화톳불도 훨씬 많고, 경비 역시 삼엄했다.

 

‘이곳이 본진인가?’

 

이무환은 정원의 나무 그림자가 늘어진 곳을 이용해서 담장을 넘었다. 그러고는 건물과 나무의 그림자에 몸을 숨긴 채 유령처럼 움직여 앞에 있는 이층 건물의 지붕 위로 올라갔다.

 

지붕 위에 올라간 이무환은 청력을 최대한 키우고 바짝 엎드렸다. 건물 안에서 누군가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자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각. 이 시간까지 자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자들이 평범한 자들일 리 없었다.

 

 

 

“사부님께서 너무 지나친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형.”

 

“유비무환이라는 말도 있잖느냐?”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솔직히 정천무림맹 전체와 붙어도 쉽게 지지 않을 힘을 갖췄는데 소주에 있는 놈들쯤이야…….”

 

“세상에는 간혹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곤 하지. 광룡이라는 미친놈만 해도 그렇지 않느냐? 세상에 그런 놈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

 

“그놈에 대한 정보는 아직 들어온 게 없습니까?”

 

“단편적인 정보만 들어와 있다. 그놈이 검운장과 외사촌간이고, 아비 되는 놈이 검운장에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하더군. 그놈의 고향이 동해의 바닷가 쪽이라는 말도 있고 말이야.”

 

“아비 되는 놈도 미친놈이랍니까?”

 

“그놈도 그런 면이 없잖아 있다고 들었다.”

 

“하아, 부자간에 미친놈이라니, 정말 웃기는 것들이군요.”

 

 

 

이무환은 지붕의 기왓장을 내려다보았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지붕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 한바탕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란을 떨 때가 아니었다.

 

‘삼대를 빌어먹을 놈들! 똥통에 거꾸로 처박을 놈들!’

 

그때였다. 안에서 냉랭한 코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흥, 아예 그놈을 이곳으로 유인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놈이 제아무리 강하다 해도 제가 만든 기관에 빠지면 상대하기가 훨씬 쉬워지지 않겠습니까? 제가 놈의 목을 베어서 성문 앞에 걸어놓겠습니다, 사형.”

 

“놈은 내가 상대할 것이다, 사제. 너는 네 일에만 충실하도록 해라.”

 

“하긴 사형이 나선다면야 놈은 죽은 목숨입니다만…….”

 

이무환의 이마에 핏줄기가 돋았다.

 

‘뭐? 내 목을 떼어서 어째? 이게 미쳤나?’

 

불끈 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냥 그대로 내려쳐서 건물을 통째로 무너뜨리고 싶었다.

 

빠직.

 

그때 무릎 부위에 있던 기왓장 하나가 부서졌다.

 

그 소리는 아주 작았다. 바람결에 마른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런데 방 안에 있던 두 사람은 머리 위에 바위라도 떨어진 것처럼 행동했다.

 

“웬 놈이냐?!”

 

그들이 움직이자 가공할 기운이 구름처럼 흘렀다.

 

‘자식들, 눈치는 되게 빠르네!’

 

이무환은 방 안에서 나오는 자들의 반대편 처마 밑으로 몸을 숨기고는, 암영무류를 펼쳐서 유령처럼 그 자리를 벗어났다.

 

거의 동시에 지붕 위에 올라선 우문조현의 눈이 빠르게 지붕 위를 훑었다.

 

쥐새끼도 지나가지 않은 지붕에 기왓장이 하나 부서져 있었다. 

 

‘자연적으로 부서진 것이 아니야.’

 

누군가가 십오형제장을 염탐하기 위해 침입한 것이 분명했다. 건물의 앞으로 올라온 자신의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은 뒤쪽으로 도주했다는 말.

 

옆에 내려선 창무옥도 같은 생각인 듯 장원의 뒤쪽을 응시하며 말했다.

 

“사형, 놈이 장원 뒤로 도주한 것 같습니다.”

 

우문조현의 입에서 싸늘한 명령이 떨어졌다.

 

“무옥, 네가 사람들을 이끌고 장원을 샅샅이 뒤져라!”

 

“예, 사형. 뭐 하느냐? 모두 따라와라!”

 

창무옥이 지붕에서 몸을 날리고, 수십 명이 건물의 뒤쪽으로 달려갔다. 그사이 여기저기서 백여 명의 무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조금도 당황하거나 의아해하지 않고 지붕 위에 서 있는 우문조현만 바라보았다.

 

“각 조별로 흩어져서 장원을 수색해라! 다른 장원도 모조리 뒤져 봐!”

 

앞쪽에 서 있던 중년무사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대공자!”

 

그즈음, 장원의 앞쪽 건물 그림자 속에서 옅은 안개가 흐르는가 싶더니 담장가에 있는 나무 위에 머물렀다.

 

‘헹, 네깟 놈들에게 잡힐 줄 알고? 어디 밤새 뒤져 봐라.’

 

이무환은 자신을 잡으려는 자들을 속으로 비웃으며, 건물 지붕에 오연히 서 있는 우문조현을 바라보았다.

 

기억에 있는 자였다.

 

‘역시 저놈이 우문적태의 손자라는 놈이었군.’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그가 서 있는 건물 전체가 그의 기운에 억눌려서 무너질 것만 같았다. 어둠조차 그의 몸에서 멀어지려고 발버둥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흠, 운(雲)의 힘을 완벽하게 얻은 건가?’

 

이무환은 새삼스럽다는 눈으로 우문조현을 응시했다.

 

그때 모용상명이 간 남쪽에서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침입자가 건물을 넘어갔다! 잡아라!”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죽이지 말고 사로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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