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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242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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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광룡기 242화

 

242화

 

 

 

 

 

 

 

 

그때라도 간단히 제압하면 되었다. 그런데 이무환은 그의 목을 잡아 냅다 벽에다 던져 버렸다.

 

문제는 벽이 얇은지, 아니면 던진 힘이 너무 강했는지 벽이 천둥소리를 내며 뚫려 버린 것이다.

 

세 사람은 다급히 뇌옥을 빠져나왔다. 직후 뇌옥 쪽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무환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황두영의 탈출은 곧 알려질 일이었다. 소란이 일어남으로써 그것이 조금 앞당겨진 것뿐.

 

‘짜식이 말이야, 뭐? 말뚝을 어디에 박아?’

 

 

 

4

 

 

 

황두영이 정신을 차린 것은 그날 자시 무렵이었다.

 

그는 자신이 침상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온몸의 뼈마디가 부서지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드러누웠다.

 

“정신이 들었군.”

 

이무환은 정신이 든 황두영에게 다가갔다.

 

“누, 누구……?”

 

“나, 이무환이라는 사람이오. 하, 하, 하.”

 

이무환은 황두영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의도로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황두영의 마음은 조금도 편해지지 않았다.

 

‘이놈이 누군데 저렇게 느끼한 웃음을 짓는 거지?’

 

다행히 남궁산산이 나서며 황두영의 표정이 풀어졌다.

 

“오빠가 아저씨를 구해왔어요.”

 

방긋 웃는 남궁산산의 얼굴은 천상의 선녀가 따로 없었다.

 

황두영은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이무환을 쳐다보았다.

 

“자네가? 왜 나를 구한 건가? 아주 위험한 일을 했군.”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그 말에 황주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가치라……. 목적이 있다는 말 같군.”

 

이무환이 고개를 쑥 내밀고 나직이 물었다.

 

“묵운방이라는 이름을 아십니까?”

 

황두영이 이를 악물고 잇새로 말을 흘렸다.

 

“아주 잘 알지…….”

 

묵운방이라는 이름이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그런데도 황두영의 표정으로 봐서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했다.

 

그의 원한과 관계된 것일 터. 이무환이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저는 이 땅에서 묵운방이라는 이름을 지우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신을 구한 것이죠.”

 

황두영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허, 허. 오랜만에 듣는 농담치고는 썰렁하군.”

 

“당신과 농담이나 하려고 소주에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닙니다.”

 

“소주?”

 

황두영은 문득 소주의 위지가문이 하루아침에 망했다는 소문이 떠올랐다. 묵운방이 그곳에 상당한 인원을 보냈는데도 패했다 하지 않던가.

 

황두영의 창백한 얼굴이 화기가 돌았다.

 

“그럼… 자네가 정천무림맹의 정보원이란 말인가?”

 

정보를 얻으러 왔으니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일단은 그렇다고 해두죠. 어떻습니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좀 도와주시죠?”

 

묵운방을 상대하는 것이라면 마다할 황두용이 아니었다.

 

아니, 목숨을 다 내놓아도 좋았다.

 

자신에게서 가족을 앗아간 놈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면야 무슨 짓을 못할까?

 

“뭘 도와주면 되겠는가? 뭐든 말하게.”

 

 

 

이른 새벽, 이무환 일행과 황두영은 몰래 객잔을 나와 번화가를 빠져나왔다.

 

황두영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무환 일행을 한곳으로 안내했다.

 

아직 어스름조차 가시지 않은 시각.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더구나 남궁산산의 손을 거쳐 얼굴이 변한 터라 황두영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황두영이 일행을 안내한 곳은 수로가 거미줄처럼 엉킨 빈민가였다.

 

그곳에는 조잡하게 만들어진 판잣집과 거적으로 만든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게다가 미로나 다름없는 길은 더럽고 지저분해서 사람이 사는 곳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무환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황두영의 뒤를 따라갔다.

 

무창의 용강통도 가보고, 항주의 뒷골목도 가봤다. 그러나 그 어느 곳도 이곳보다는 나았다.

 

황두영이 그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탄식하듯이 입을 열었다.

 

“본래 이곳도 이렇게까지 참담하지는 않았었네. 묵운방의 명을 받은 백염방이 염상들을 관리하기 전만 해도 적잖은 돈이 이곳으로 흘러들었으니까.”

 

돈이란 것은 물줄기와 같다. 제대로 흐르지 못하면 고여서 썩는다.

 

전에는 많은 염상들이 고루 퍼져서 돈이 골고루 흘렀다. 수많은 사람이 그들의 일을 해주며 먹고산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백염방이 통제하는 바람에 보다 넓은 곳으로 흘러야 할 돈이 한곳으로만 흘렀다.

 

그리고 그들의 통제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껏해야 찌꺼기 같은 부스러기 돈만이 쥐어졌다.

 

그나마 그것이라도 쥘 수 있는 사람들은 나았다. 정작 문제는 그조차 얻을 수 없는 최하층의 빈민들이었다.

 

“하루에 굶어 죽는 사람이 수십 명씩 나오는 판이니 무슨 말을 더 하겠나.”

 

“관에서는 그대로 놔둡니까?”

 

“관? 흥! 그놈들도 한통속이네.” 

 

황두영은 냉랭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지저분한 길을 통과했다.

 

이무환 일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일각가량을 걷자 빈민촌보다는 조금 깨끗한 길이 나왔다. 길가에 늘어선 집 역시 그럭저럭 집이라 부를 만큼 형체를 갖추고 있었다.

 

황두영은 그 집들 중 제법 큰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둥근 고리를 잡고 검게 칠해진 문을 가볍게 두들겼다.

 

탕, 탕.

 

한참이 지나자 안쪽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뉘슈?”

 

“나네, 황가.”

 

안쪽에서 잠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무환이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황두영에게 말했다.

 

“이제 머리카락 올리고 얼굴 좀 닦으시죠.”

 

황두영이 아차 한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고 얼굴을 소매로 닦았다.

 

그때 안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잡혀갔다고 들었는데…… 정말 황 형이오?”

 

황두영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 목소리를 잊지 않았다면, 내가 진짠지 가짠지 알 게 아닌가?”

 

끼이익.

 

문이 열렸다. 그리고 사십대 초반의 꾀죄죄한 중년인이 고개를 내밀었다.

 

“정말… 황 형이구만.”

 

“일단 들어가세. 할 말이 많으니까.”

 

 

 

집의 주인은 조약생이라는 자였다.

 

그는 본래 황두영과 고향 친구 사이로, 한때 양해상단에 밀염을 모아서 대주던 귀염당의 주인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양해상단이 몰락하면서 백염방의 추적을 받아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황두영이 그의 존재를 철저히 숨긴 덕에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건가? 백염방 놈들이 절대 풀어주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야?”

 

조약생의 질문에 황두영이 모든 사실을 말해주었다.

 

조약생의 눈이 커졌다.

 

그는 눈을 떨며 이무환 일행과 황두영을 번갈아 보았다.

 

“정말… 정말 놈들을 몰아낼 수 있단 말인가?”

 

“솔직히 나도 확신을 할 수는 없네. 저 사람들의 말만 들었으니까. 그러나 죽더라도 해볼 작정이네. 평생 놈들에게 쫓기다 죽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하긴… 그건 자네 말이 맞지…….”

 

“자네가 하지 않겠다고 해도 원망하지 않겠네. 그러니 솔직하게 말해주게. 어떻게 할 건가? 하겠나?”

 

황두영이 조약생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본 채 물었다. 조약생의 눈이 풍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그도 잠시, 그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빌어먹을 친구, 자네 덕분에 목숨을 두 번이나 건졌는데, 못한다고 하면 나만 나쁜 놈 될 거 아닌가? 좋아, 까짓 거, 못할 것도 없지!”

 

황두영이 조약생의 두 손을 움켜쥐었다.

 

“고맙네, 약생.”

 

조약생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마주 손을 잡았다.

 

“고맙기는……. 근데 문제가 하나 있네.”

 

“말해보게나.”

 

“옛날 조직을 움직이려면 아무리 의리가 있는 놈이라도 공짜로는 힘들다네. 하다못해 푼돈이라도 조금 있어야 할 텐데, 보다시피 내가 이러다 보니 말이야. 일단은 돈을 좀 구해봐야 할 거 같네.”

 

그때 이무환이 물었다.

 

“얼마나 있으면 되겠수?”

 

조약생이 고개를 들고 이무환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별 기대하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적어도 은자 천 냥은 있어야 하네.”

 

은자 천 냥이라면 이런 집 정도는 열 채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런데 그걸 푼돈이라고 한다. 그럼 제대로 하려면 얼마나 있어야 한단 말인가?

 

이무환 뒤쪽에 서 있던 사람들이 이무환을 쳐다보았다.

 

은자 열 냥에 발발 떠는 이무환이 과연 그 돈을 내놓을까?

 

백 냥도 아닌 천 냥을?

 

그때 이무환이 품속을 뒤적이더니, 빳빳한 종이 묶음을 하나 꺼내 황두영과 조약생 사이에 던졌다.

 

“이 정도면 되겠수?”

 

황두영과 조약생의 눈이 바닥에 떨어진 종이로 향했다.

 

순간, 그렇게 침착하던 황두영의 눈이 한껏 커지고, 조약생의 눈은 아예 튀어나올 것처럼 불거졌다.

 

“배, 백 냥짜리 전표? 그것도… 금자……?”

 

한때 수만 금을 만지며 산 사람들이다. 전표가 진짠지 가짠지 정도는 보기만 해도 알았다.

 

황두영이 전표 뭉치를 잡더니 장수를 세어보았다.

 

“열 장……. 천 냥이군.”

 

“허어, 황금 천 냥이라니…….”

 

황금 천 냥, 은자 이만 냥이다. 자신들이 원했던 것의 이십 배.

 

이무환이 토끼눈을 한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남는 것은 알아서 쓰쇼. 뭐… 저쪽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써도 좋고…….”

 

갑자기 뒤쪽에서 급박한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이무환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사람들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심지어 순우경의 얼음장처럼 보이는 얼굴조차 붉은 기가 돌았다.

 

이무환은 가슴을 펴고 턱을 치켜들었다.

 

“뭘 그렇게 보쇼? 나, 마음만 먹으면 팍팍 쓰는 사람이라니까? 왜? 더 써?”

 

 

 

조약생의 집을 나서는데 남궁산산이 팔을 붙잡고 찰싹 달라붙었다.

 

“오빠, 정말 멋졌어! 이래서 내가 오빠를 좋아한다니까?”

 

“아깝지는 않고?”

 

“아이, 남은 것도 평생 다 못 쓸 텐데, 뭐.”

 

“그건 그렇지…….”

 

그래도 이천 냥을 주고 나니 품속이 허전해졌다.

 

‘쳇, 그냥 천 냥만 줄 걸 괜히 입방정을 떨어서…….’

 

하지만 고개를 돌려 빈민가를 보니 조금 전의 허전함이 금방 뿌듯하게 채워졌다.

 

‘그래, 나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그 돈이면 저 사람들 수천 명이 한동안 먹을거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 생각을 하자 기분도 한껏 좋아지고 가슴이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음하하하! 돈이란 이렇게 써야 되는 거라고!’

 

“가자, 꼬맹아, 아침 먹어야지?”

 

 

 

5

 

 

 

소금은 국가 전매품으로 그 관리가 어떤 물품보다 철저했다.

 

하지만 세금이 워낙 많이 붙다 보니 관을 거친 소금과 몰래 판매되는 소금의 가격 차이가 엄청났다. 당연히 밀염상이 생길 수밖에.

 

그중 대륙 최대의 소금 생산지인 양주의 밀염상 조직은 천하의 그 어떤 조직보다 움직임이 은밀하고 조직관리가 철저했다.

 

그들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잔혹한 짓도 서슴지 않았지만, 대신 서로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주었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도 살 수가 없으니까.

 

조약생은 바로 그런 양주의 밀염상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던 귀염당을 움직인 자답게 은밀하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다른 곳이라면 황금 백 냥짜리 전표를 바꿀 경우 의심을 받는다. 그러나 이곳은 양주, 황금 백 냥은 큰돈이 아니었다.

 

그는 암상을 통해서 일 할의 구전을 주고 전표를 은자로 바꾸었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이 옛날에 거느렸던 사람들 중 믿을 만한 자들만 만나보았다.

 

그 결과가 나온 것은 그날 오후였다.

 

 

 

빈민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일반 양민들이 사는 곳이었다. 빈민가보다는 나았지만, 그곳의 사정도 풍족하지는 않았다.

 

주루나 객잔이라고 해봐야 허름하고 볼품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이무환은 그중 황두영이 알려준 양화객잔이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의 주인은 황두영이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조약생과 변장한 황두영이 양화객잔으로 이무환을 찾아온 것은 신시 초였다.

 

“사람들을 시켜서 놈들을 살펴보라고 했네.”

 

“언제쯤 되어야 저들의 상황을 알 수 있겠수?”

 

“아마 오늘 저녁이면 대충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네.”

 

“흠, 오늘 저녁이라…….”

 

“모두 일곱 명을 움직였네. 그 친구들에게도 딸린 애들이 있으니, 대충 이십여 명이 움직인다고 봐야겠지. 심처 깊숙한 곳의 정보는 얻지 못해도, 최소한 묵운방의 배치와 시시각각 움직이는 상황 정도는 알 수 있을 거네.”

 

이무환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황두영을 바라보았다.

 

“놈들 몰래 배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황두영이 이마를 좁히며 대답했다.

 

“진강에서는 힘들 거네. 그곳은 완전히 놈들의 수중에 들어간 상태야. 내 생각으로는, 정안 쪽에서 도강하면 어떨까 하는데. 그곳이라면 서너 척 정도는 구할 수 있을 것 같네만.”

 

정안이라면 남경과 진강 사이에 있는 어촌이다. 진강에서 백 리 정도 떨어진 곳.

 

남경의 천강문은 정천무림맹의 공격에 움직이지 못할 테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소주를 출발할 때부터 놈들의 눈이 따라붙을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정안에서 도강하는 것을 적이 알게 되면 배에서 내리기 전부터 공격을 받을 터. 자칫하면 십오형제장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피해만 커질지 모른다. 

 

“끄응, 이러나저러나 강을 안전하게 건너는 게 문젠데…….”

 

이무환이 앓는 소리를 내며 이마를 찌푸렸다.

 

그때 남궁산산이 눈을 반짝이며 이무환을 응시했다.

 

“오빠, 이렇게 하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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