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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58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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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58화

 

58화

 

 

 

 

 

 

“나도 하겠소.”

 

언자홍도 관추릉의 마음을 짐작하고 곧바로 뒤따라 나왔다.

 

이자광이 온갖 인상을 쓰면서 손짓발짓으로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전하련도 나섰을지 몰랐다.

 

좌소천은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한다면 그렇게 합시다.”

 

“공손 공자, 자리를 좀 비켜주시겠소?”

 

공손양은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씨익, 웃은 관추릉이 검을 빼 들었다.

 

‘흐흐흐,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안 할 수는 없겠지.’

 

“내가 먼저 도전하겠소.”

 

좌소천은 나뭇가지를 던지고 두 손을 늘어뜨렸다.

 

관추릉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검을 앞으로 뻗었다.

 

“조심하시오, 검에는 눈이 달려 있지 않으니까.”

 

좌소천은 무심한 표정으로 늘어뜨린 두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순간 관추릉이 번개처럼 튀어나갔다.

 

“차앗!”

 

일성 기합과 함께 검광이 벼락처럼 번쩍였다.

 

쒜에엑!

 

그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그동안 숨겼던 진실된 자신의 무위를 모조리 드러냈다.

 

자신의 강함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대주가 되어도, 비겁하게 대주가 되었다며 다른 놈이 기어오르지 못할 테니까!

 

‘놈! 고맙게도 네가 나를 도와주는구나!’

 

하지만 서너 번 검을 펼치기도 전에 그는 고맙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싹 지워 버렸다.

 

좌소천의 주먹이 눈앞을 가득 메우자, 허공이 비틀리며 자신의 검이 나아갈 길을 잃었다.

 

이자광이나 공손양과 싸우는 걸 봤을 때는 분명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눈앞에서 대하니 구경하던 때와 천지 차이다.

 

‘흡!’

 

퍽! 떼굴떼굴…….

 

결국 관추릉은 주먹질 서너 번 만에 바닥을 뒹굴었다.

 

그는 넘어진 순간 벌떡 일어서서 검을 꼬나 쥐고 좌소천을 노려보았다.

 

“씨발, 아직 끝나지 않았어!”

 

좌소천은 욕을 하며 눈을 부라리는 관추릉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도 여기에서 끝낼 생각은 없었다.

 

매듭이란 대충 묶어놓으면 언젠가는 풀어지게 된다. 나중에 그런 일로 신경 쓰느니, 처음부터 풀어지지 않도록 확실하게 묶어놓는 게 훨씬 편했다.

 

비무를 해서 이기면 대주 자리를 넘긴다며 상대를 자극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 아니던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모든 일이 거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했지.’

 

한 걸음에 일곱 자의 간격으로 좁혀든다.

 

쒜엑!

 

검을 뻗으며 달려드는 관추릉이다.

 

작심한 듯 찔러오는 검에 은은한 검기가 맺혀 있다.

 

좌소천은 양손으로 작은 원을 그리며 관추릉의 검을 걷어냈다.

 

검기가 맺힌 검이 힘없이 옆으로 흐른다. 관추릉이 원하던 방향이 아닌, 좌소천이 원하는 방향으로.

 

뒤이어 좌소천이 참담하게 얼굴이 일그러지는 관추릉의 가슴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벅!

 

“커억! 이 개…….”

 

퍼버벅!

 

“크어억, 아이고…….”

 

빠바바박!

 

달밤에 개 잡는 소리가 패천단에 울려 퍼졌다.

 

 

 

일각가량이 지난 후, 좌소천이 언자홍을 바라보았다.

 

언자홍이 급살이라도 맞은 듯 몸을 떨며 한 걸음 물러섰다.

 

언가장의 자랑이라는 권(拳)을 익힌 언자홍이다.

 

그는 이자광과의 비무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관추릉과의 비무만 보고도 좌소천의 주먹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이제 당신 차례인 것 같소만.”

 

좌소천의 말이 떨어진 순간, 언자홍은 화들짝 놀라서 두 손을 휘둘렀다.

 

그는 개처럼 두들겨 맞고 싶지 않았다.

 

“나는 하지 않겠소, 대주! 하, 하!”

 

 

 

 

 

 

 

4장 혈풍(血風)은 다시 불고

 

 

 

 

 

1

 

 

 

 

 

탁!

 

술잔을 내려놓은 혁련호승은 붉게 변한 눈으로 운추양을 바라보았다.

 

“숙부, 놈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그 비천한 놈이 제 옆에 서 있는 것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운추양은 묵묵히 술잔을 들어 한입에 털어 넣었다.

 

그는 잘 말린 육포 하나를 질겅거리며 툭 던지듯이 물었다.

 

“어찌하겠다는 거냐? 그 아이를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혁련호승이 입술을 씹었다.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궁주가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운추양이 멈칫하고는 혁련호승을 노려보았다.

 

혁련호승도 눈을 들어 운추양을 직시했다.

 

“놈은 도를 씁니다. 그것도 단칼에 모이산을 물러서게 할 정도로 고수입니다.”

 

운추양의 미간에서 콧등으로 두 줄기 선이 그어졌다.

 

“너는 지금 나더러 나서달라는 것이냐?”

 

가라앉은 목소리에 분노가 묻어 나온다. 그러나 혁련호승은 물러서지 않았다.

 

“암습을 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놈의 실력을 알아봐 달라는 것입니다.”

 

운추양은 혁련호승을 뚫어지게 바라보고는 술병을 들어 잔을 가득 채웠다.

 

솔직히 운추양도 좌소천의 도가 궁금하기는 했다.

 

과연 얼마나 발전했을까?

 

모이산이라면 자신도 십 초 이내에 승부를 낼 수 없는 고수다. 그런 모이산이 단칼에 밀려나 패배를 자인했다고 했다.

 

은근히 피가 끓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아이와의 비무가 전부다. 승부가 나면 바로 멈출 것이다. 그러니 더는 바라지 마라.”

 

“감사합니다, 숙부.”

 

숙부는 그 정도에서 멈추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상대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테니까.

 

‘숙부는 벌레의 다리를 몇 개만 끊어놓으면 됩니다. 목을 비트는 것은 제가 하지요.’

 

 

 

다음날 아침, 서신 하나가 전해졌다.

 

비룡도객 운추양. 그가 만나자는 연락을 해온 것이다.

 

좌소천은 무진도를 옆구리에 꽂고 패천단을 나섰다.

 

제학전의 스승들은 이제 나이가 들어서 운추양을 빼고 모두가 바뀐 상황이었다. 위지승정과 등소패는 원로원에 들어가고, 진양과 하조영은 제천신궁을 떠난 지 오래다.

 

그걸 알기에 제학전에 가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운추양이 왜 불렀을까? 그렇게 싫어하던 자신을 보고 싶어서 부른 것은 아닐 텐데.

 

‘어쨌든 가보면 알겠지.’

 

 

 

절룡각에 들어가자 운추양이 서서 좌소천을 맞이했다.

 

“오랜만이구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별다른 사심은 보이지 않는 표정이다.

 

그런데 도가 손에 들려 있다. 그것도 그의 애도인 비룡도가.

 

좌소천은 그가 왜 불렀는지 짐작하고 그의 이 장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네가 제천비고에서 도를 택했다는 말을 듣긴 했다만, 주무기로 도를 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은 좌소천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익힌 무공을 봐도 검이나 봉 종류를 택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무진도가 아니었다면 그랬을 것이었다.

 

좌소천은 무진도의 도병을 쓸어 만지며 조용히 웃었다.

 

“이놈이 제 마음을 놓아주지 않더군요.”

 

“흠…….”

 

의외라는 듯 운추양의 시선이 무진도를 향했다.

 

그러나 겉만 봐서는 너무 평범해서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도가 무진도다.

 

그도 곧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모이산을 꺾었다는 말을 들었지. 해서 네 도를 좀 보려고 불렀다.”

 

단순히 그 이유뿐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것은 굳이 물어볼 것도 없었다.

 

왠지 어색한 표정. 직선적인 성격인 운추양인지라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혁련호승이 부탁했나 보군.’

 

좌소천은 대충 상황을 짐작하고 무진도를 쥐었다.

 

제학전의 건물들은 모두 작은 연무장만큼이나 넓었다.

 

공력을 지나치게 쓰지만 않는다면 어지간한 비무는 밖으로 나갈 것 없이 안에서 가능했다.

 

지금은 그것이 다행이었다.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으니까.

 

“실망시켜 드리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운추양이 더 말할 것 없다는 듯 비룡도를 도집째 비스듬히 숙였다.

 

발도에 있어 천하제일을 다툰다는 운추양이다.

 

딸깍.

 

좌소천은 좌수 엄지로 무진도를 밀어내고 우수를 도병에 얹었다.

 

잠시 기다려도 좌소천이 도를 뽑지 않자 운추양의 두 눈에 기광이 떠올랐다.

 

그는 좌소천에게 도를 뽑으라고 말하려다 그냥 놔두었다.

 

쾌도라 했다. 귀혈도 모이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만큼 빠른 쾌도.

 

그렇다면 자신의 일도를 막지 못해서 패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었다.

 

운추양은 비룡도를 잡아가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찰나였다.

 

츠릉!

 

운추양의 몸이 숙여지는가 싶더니, 비룡도를 쥔 손에서 한 마리 청룡이 튀어나왔다.

 

콰아아아!

 

비룡출해!

 

비룡도의 일식이 펼쳐진 것이다.

 

‘어디 얼마나 강한가 보자, 이놈!’

 

동시에 이 장의 간격이 일수유의 순간에 줄어들며 청룡이 좌소천을 덮쳤다.

 

바로 그때.

 

좌소천의 우수가 무진도를 잡아채고, 시커먼 벼락 한줄기가 쭉 뻗는 순간, 금방이라도 덮칠 것 같던 청룡이 반으로 쩍 갈라졌다.

 

‘흡!’

 

자신의 일도가 반으로 갈라지며 시커먼 흑선이 뻗어온다.

 

운추양은 앞으로 뻗은 비룡도를 비틀어서 찰나간에 세 번의 변화를 주었다.

 

쩌저저정!

 

좌소천은 손목만 비틀어 운추양의 비룡도를 튕겨내고 도첨으로 손바닥만 한 작은 원을 그렸다.

 

순간 운추양이 비룡도로 열십자를 그리며 앞으로 밀어냈다.

 

쾅!

 

단발의 굉음이 울리고, 좌소천과 운추양이 동시에 두 걸음씩 물러섰다.

 

자신이 밀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지 몸을 세운 운추양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그러나 좌소천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무진도를 들어서 운추양을 가리켰다.

 

두 사람 사이에 떠 있던 조각난 기운들이 흩어지며 뒤늦게 바람 소리가 일었다.

 

휘이이잉!

 

운추양은 공력을 칠성으로 올리고 비룡도를 움켜쥐었다.

 

우우웅!

 

비룡도에서 용울음 소리가 울렸다.

 

“좋아! 아주 대단해! 어디 제대로 한번 해볼까?”

 

좌소천은 들어 올린 도를 천천히 하단으로 내리고는 중간에서 멈췄다.

 

상대는 도에 관한한 천하에서 열 손가락에 들어간다는 고수다.

 

그러나 무연만상무만으로도 상대할 수 있을 듯했다. 상대를 죽일 것이 아닌 이상은.

 

‘북리환보다 약해.’

 

그것이 좌소천의 평가였다.

 

그리고 좌소천은 운추양을 이길 생각도 없었다. 아니, 이겨서는 안 되었다.

 

혁련호승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간다!”

 

그때 운추양이 다시 비룡도법을 펼치며 쇄도했다.

 

좌소천은 무연만상무 중의 쾌(快)와 접(接)의 식을 이용해서 운추양의 비룡도를 걷어냈다.

 

무연만상무는 검법의 구결이 주로 포함된 무공이지만, 도로 펼칠 수도 있었다. 단순한 술이 아닌, 도와 법을 중시한 무연칠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진도는 폭이 좁은데다 휘어짐이 미미해서 무연만상무를 펼쳐 내기에 무리가 없었다.

 

쩌저저저정!

 

눈 깜짝할 순간, 무진도와 비룡도가 뒤엉켰다.

 

비룡이 입을 벌리고 달려들면 서너 줄기 묵광이 벼락처럼 목을 잘라낸다.

 

운추양은 눈을 번들거리며 비룡십팔도의 도식을 숨도 쉬지 않고 펼쳐 냈다.

 

도식이 팔초를 넘어가자 전각 안이 온통 도광으로 뒤덮였다.

 

검고 푸른 도광이 뒤엉킨 채 허공을 난자하는데도 칼 부딪치는 소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더니 이십여 초가 넘어가자 아무런 소리도 없이 도광만 번쩍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

 

콰르르릉!

 

벽력음이 들리더니 도광 속에서 두 사람이 뒤로 튕겨졌다.

 

우르릉거리는 소리는 전각 안을 맴돌다 한참 만에야 가라앉았다.

 

그때까지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도를 겨눈 채 움직이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무진도를 하단으로 향한 좌소천.

 

부릅뜬 눈으로 형형한 안광을 뿜어내며 좌소천을 노려보는 운추양.

 

비무를 시작할 때와 거의 달라진 것이 없는 두 사람의 겉모습이다.

 

다른 점이라면 두 사람의 숨소리가 조금 거칠어졌다는 정도.

 

“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좌소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운추양은 뺨을 몇 번 씰룩이더니, 중단을 향하고 있던 비룡도를 거두어 도집에 집어넣었다.

 

“기분이 찝찝해서 화가 나야 하는데, 왠지 그런 생각도 들지 않는군.”

 

아직 꺼내지도 않은 도가 몇 가지 있다. 과거 혁련무천과의 대결 이후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은 채 혼자서 십오 년간 갈고닦은 도가.

 

문제는 그걸 꺼낸다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마를 찡그리더니 몸을 돌렸다.

 

“이리 와라. 차나 한잔하자.”

 

그제야 좌소천도 무진도를 도집에 집어넣고 구석의 탁자 쪽으로 걸어갔다.

 

마주 앉자 운추양이 직접 차를 따랐다.

 

벌컥벌컥.

 

예의 따위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운추양은 단숨에 차를 한 잔 들이켰다. 그러고는 탁, 소리가 나도록 찻잔을 내려놓고 불길이 일렁이는 눈으로 좌소천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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