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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50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3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50화

 

50화

 

 

 

 

 

 

공손양, 종리명한, 사인학. 세 사람이 어제 말한 대로 패천단에 지원한 것이다.

 

그들도 좌소천을 보고는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들려온 목소리에 인사를 나눌 여유가 없었다.

 

“흠! 오늘은 성과가 좋군! 열 명이나 패천단을 지원하다니 말이야!”

 

도신이 넓은 도 한 자루를 옆구리에 걸친 중년인이 즐거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신생단이라서 그런지 처음 보는 자였다.

 

그는 대충 자리를 잡고 서 있는 열 명 앞으로 다가오더니, 근육질의 사나이 앞에서 멈췄다.

 

“훗! 자네도 패천단에 들어오려고 하는가?”

 

“그렇습니다!”

 

근육질의 사나이가 패기있게 대답했다. 

 

그러나 중년인은 조금도 감동하지 않은 표정으로 근육질의 사나이를 쓱 훑어보았다.

 

“이름이 뭐지?”

 

근육질의 사나이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홍… 려안입니다.”

 

붉고 고운 얼굴.

 

남자에게, 그것도 근육질의 사나이에게는 너무 낯간지러운 이름이었다.

 

중년인은 웃음을 겨우 참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자네는 길을 잘못 찾아온 것 같군. 이곳보다는… 산적채를 찾아가는 게 낫겠어. 본 단은 근육이 좋다고 해서 견딜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

 

근육질의 사나이, 홍려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름과 그럭저럭 어울렸다.

 

“충분히 견딜 수 있습니다.”

 

중년인은 피식 웃고는, 뒷짐을 지고 어깨를 폈다.

 

“좋아, 어디 두고 보지.”

 

그는 홍려운에게서 눈을 떼고는 나머지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러다 공손양에게서 시선을 멈췄다.

 

“나는 패천단 이대주인 모이산이라고 한다. 그댄 누군가?”

 

모이산. 강호에서 귀혈도(鬼血刀)라고 불리는 절정의 도객.

 

그런 자가 일개 단의 대주라는 것만으로도 새삼 제천신궁의 저력이 느껴졌다.

 

‘과연 제천신궁이군. 이런 자가 일개 대주라니.’

 

공손양도 함부로 하지 못하고 이름을 말했다.

 

“공손양이라 합니다.”

 

“호오, 그대가 바로 이화산장의 셋째라는 공손양인가 보군. 이거 대단한 사람이 들어왔는데?”

 

“저 역시 다른 사람과 다를 것 없습니다.”

 

“아니지, 이화산장의 셋째 공자를 어떻게 다른 사람과 똑같이 대할 수 있겠나?”

 

모이산은 눈을 크게 뜨고 호들갑스럽게 말하더니 갑자기 표정을 굳히고 나직이 말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두게. 패천단은 능력 위주라는 걸 말이야.”

 

“저도 그리 들었지요.”

 

“흠, 좋아.”

 

모이산은 흐뭇한 웃음을 짓고는 나머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먼저 종리명한을 보고 말했다,

 

“거, 인상 좀 풀게. 간이 작은 사람은 어디 눈도 못 마주치겠군.”

 

다음에는 사인학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눈 한 번 찌푸려 보겠나? 어디, 눈썹이 진짠가 보세.”

 

눈썹이 짙은 사인학이 정말로 눈살을 찌푸렸다.

 

“실없는 놈이군. 하란다고 진짜로 하다니.”

 

사인학이 어이없어 하며 노려보는데도,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나머지 다섯 사람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지?”

 

“염평에서 왔습니다.”

 

“스승이 어느 분이신가?”

 

“강호의 친구들이 비뢰검이라 불러주시는 분입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지?”

 

“서른둘입니다.”

 

“왜 패천단에 들어오려고 하는가?”

 

“꿈을 펼치고 싶어서 왔습니다.”

 

“사람을 죽여본 적 있나? 있다면 몇 명이나 죽여봤나?”

 

“두 명 죽여봤습니다.”

 

“흐음……. 그 정도면 개는 잡아서 팔 수 있겠군.”

 

모이산은 우락부락한 인상의 장한을 개장수로 전락시키고 좌소천의 앞에 섰다.

 

그런데 한참 동안 고개만 갸웃거릴 뿐, 질문을 하지도 않았고, 발길을 돌리지도 않았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데, 그게 뭔지 생각나지 않는다는 표정.

 

“자네, 사문이 어딘가?”

 

“없습니다.”

 

“특기는?”

 

좌소천이 답 대신 옆구리의 도를 톡톡 쳤다.

 

“호오, 도라…….”

 

모이산이 좌소천의 도를 바라보더니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어디 한번 나를 향해 뽑아보게.”

 

“대주를 향해서 말입니까?”

 

“맞아.”

 

“그냥 말입니까?”

 

“그러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적을 공격하듯이 하게.”

 

“다칠지 모릅니다.”

 

모이산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좌소천을 쳐다보았다.

 

“강호에서 나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나?”

 

“귀혈도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 내가 바로 귀혈도 모이산이라네.”

 

모이산의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자존심이 상한 듯했다.

 

하지만 좌소천은 변함없는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그래도 다칩니다.”

 

모이산의 싸늘하게 굳은 눈에서 한광이 흘러나왔다.

 

“걱정 말아. 그깟 칼 같지도 않은 칼에 다치지는 않을 거니까. 자네가 원한다면 정식 비무처럼 대해주지.”

 

“그래도 다친다면?”

 

끝내 모이산의 눈초리가 치켜 올라가고, 목소리가 커졌다.

 

“걱정 말라니까! 만약 내가 지면 자네가 대주 해! 그러면 되잖아!”

 

 

 

그의 전신에서 한겨울의 바람처럼 차가운 냉기가 흘러나왔다.

 

그제야 좌소천이 좌수 엄지로 무진도를 밀어 올렸다.

 

무진도가 한 치가량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모이산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충격에 자신도 모르게 옆구리의 도를 콱 움켜쥐었다.

 

‘뭐, 뭐야, 이 새끼?’

 

갑자기 패천단의 연무장이 조용해졌다. 

 

패천단원 희망자 아홉 명은 천천히 뒤로 물러서고, 심심풀이로 지켜보고 있던 패천단원들은 연무장으로 다가왔다.

 

그때 좌소천의 우수가 무진도를 잡았다.

 

쨍!

 

모이산이 엉겁결에 움켜쥔 도를 잡아 뺐다.

 

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그를 막다른 구석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찰나,

 

쉬익!

 

좌소천과 모이산이 한줄기 흑선으로 이어졌다.

 

쾅!

 

“흡!”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오는 단발의 굉음과 신음.

 

귀혈도 모이산이 다섯 걸음을 주르륵 물러서서 칼을 늘어뜨렸다.

 

복잡하게 변하는 눈빛. 지금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표정.

 

구경하던 사람들은 숨도 쉬지 못한 채 눈만 부릅떴다.

 

“와우! 대단한 쾌도인데?”

 

“하마터면 모 대주가 당할 뻔했군.”

 

그들에게는 좌소천의 도가 단순한 쾌도로 보일 뿐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모이산은 미칠 지경이었다.

 

쾌도란다. 그저 단순한 쾌도.

 

일도를 받아낸 자신은 팔이 부러질 것만 같은데.

 

‘이 자식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내가 칼 좀 빠르다고 물러서는 놈으로 보여?’

 

그때, 좌소천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도를 집어넣었다.

 

“다행이군요. 들어오자마자 피를 보기는 싫었는데.”

 

그를 향해 모이산이 버럭 소리쳤다.

 

“너! 뭐 하는 놈이야?”

 

다른 사람은 정확한 상황을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만은 안다. 만일 좌소천이 자신을 죽이려 마음먹었다면 자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란 것을.

 

“패천단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지미…….”

 

모이산이 부르르 몸을 떨더니 홱 몸을 돌렸다.

 

“다들 따라와!”

 

 

 

중원칠기(中原七奇) 중에 한 사람, 파혼신창(破魂神槍) 악청백.

 

나이 쉰두 살로 악가창을 백 년래 최강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창의 달인.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혁련무천이 삼고초려까지는 아니어도 정중한 서신을 두 번이나 보냈다는 소문의 주인공.

 

그가 바로 제일대 패천단주였다.

 

항상 진중한 표정으로 석불이라는 말까지 듣는 그였지만, 오늘은 갑자기 들이닥친 모이산의 말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보게. 대주 직을 내놓는다고?”

 

“내놓는 게 아니고 넘기겠다는 겁니다, 형님.”

 

“그게 그거 아닌가? 자네, 아침에 뭐 잘못 먹었나? 왜 갑자기 대주 직을 내놓는다는, 아니, 넘긴다는 건가?”

 

모이산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약속을 했습니다. 지면 넘기겠다고요.”

 

“지지 않았다던데?”

 

악청백도 방금 전에 소식을 들었다. 

 

직속 무사인 추강이 정신없이 달려와서 보고했다. 이대주인 모이산이 오늘 패천단에 들어올 예정인 신입 무사의 쾌도를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뿐, 특별히 패한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이 그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그런데 모이산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눈깔이 삔 놈들 눈에는 그렇게 보였겠지요. 갑작스런 돌팔매질에 화들짝 놀라 뛰어오른 개구리처럼 말입니다.”

 

“그럼, 아니었나?”

 

모이산이 입술을 짓씹었다.

 

“힘에 밀려서 물러난 것입니다.”

 

악청백의 표정도 서서히 진중해졌다.

 

“자세히 들었으면 좋겠군.”

 

“자세히고 뭐고,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서 밀려난 것이라니까요? 하마터면 칼이 부러지고, 팔도 부러지고, 이마빡이 갈라질 뻔했단 말입니다!”

 

“천하의 귀혈도가 힘에 밀려서 물러났다? 기껏해야 스무 살 중반인 젊은이에게? 지금 그걸 나더러 믿으란 말인가?”

 

“아, 젠장! 형님, 그것도 겨우 받아낸 거라구요. 내가 받아내지 못했으면, 놈은 분명 내 이마빡을 갈라놓고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그거 보쇼, 다친다고 했잖소?’라고 말입니다.”

 

모이산은 악청백 자신이 데려온 사람이다. 하기에 악청백 본인이 누구보다도 모이산의 성격을 잘 알았다.

 

장난은 좋아해도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는 사람. 그런 모이산이 자존심을 상하면서까지 헛소리를 할 이유가 뭐 있을까?

 

악청백의 눈이 방문을 향했다.

 

“지금 밖에 와 있나?”

 

“예, 모두 데려왔습니다.”

 

“좋아, 과연 그에게 대주의 자격이 있는지 내가 직접 만나 보겠다.”

 

좌소천을 비롯한 패천단원 희망자는 단주의 집무실 밖에 서 있었다.

 

지나다니는 패천단 사람들이 그들을 주시하며 온갖 표정을 지었다. 

 

평소라면 졸병들이 들어왔다는 사실에 즐거워해야 맞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렇게 즐거워 할 수가 없었다.

 

“어떤 놈이야? 어떤 놈이 모 대주를 물러서게 만든 거야?”

 

“저기 있는 저 새끼 같은데?”

 

“말조심해, 인마. 그 정도면 곧 우리보다 상관이 될 텐데, 새끼가 뭐냐, 새끼가?”

 

“지미, 아직은 아니잖아?”

 

웅성웅성!

 

“이화산장의 아들도 들어왔다며?”

 

“저기 잘생긴 놈이 그놈이야.”

 

공손양의 얼굴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변화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신입들을 둘러보기에 정신없었다.

 

“근데 저 덩치 새끼는 몸 자랑할 일 있나? 왜 소매를 뜯고 다니는 거지? 칼 맞으면 곧바로 흉터가 남을 텐데.”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놈이군. 저렇게 하고 다니다 사흘을 못 가고 뒈지지.”

 

홍려운이 흠칫하며 어깨를 좁혔다. 

 

어떻게 된 것이 자신의 근육을 칭찬해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십여 년간 열심히 키운 근육이 이렇게 쓸모없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제기랄, 우리 무관에서는 모두 나를 부러워했는데…….’

 

때마침 패천단 단주의 전각 문이 열리면서 대여섯 명이 나왔다.

 

그들이 걸음을 멈추자 소란이 잦아들더니 주위가 조용해졌다.

 

한편, 좌소천은 가운데 서 있는 중년인을 보고 그가 바로 패천단주 악청백임을 직감했다.

 

마치 한 자루 날선 창이 서 있는 듯했다.

 

‘궁주가 관심을 가지고 끌어들일 만한 사람이군.’

 

그때 모이산이 좌소천을 불렀다.

 

“천소, 앞으로 나서라.”

 

좌소천이 그를 바라보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악청백의 눈이 그를 향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 두 사람의 기운이 얽혀들었다.

 

악청백의 강렬하면서도 묵직한 기운. 좌소천의 고요하면서도 허허로운 기운.

 

두 기운이 마주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악청백의 눈이 가늘어지고, 눈매가 꿈틀거렸다.

 

아무리 강하게 기운을 끌어올려도 소용이 없다.

 

무저갱 속으로 한없이 빨려드는 기분.

 

게다가 이 답답함은 또 뭐란 말인가?

 

악청백은 내심 경악을 금치 못하며 좌소천을 직시했다.

 

‘팔성의 공력을 무리 없이 받아내다니!’

 

더 시험해 볼 필요도 없었다. 자신의 팔성 공력이 실린 눈빛은 모이산도 받아내지 못한다. 그것만으로도 좌소천은 오대주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느 순간, 악청백의 눈매가 고요히 가라앉았다.

 

“오늘부터… 네가 패천단의 제오대주다.”

 

갑자기 터져 나온 악청백의 선언에 주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억!”

 

“말도 안 돼!”

 

“단주 양반도 농담이 많이 늘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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