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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46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4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46화

 

46화

 

 

 

 

 

 

“백부님께선 선우 성에 궁 자, 현 자 이름을 쓰셨습니다. 그 분은 팔이 잘리고 심장이 부서지면서도 조카를 살리기 위해서 거짓을 말하고 웃으셨지요.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분의 복수를 하고 말 것입니다. 복수의 대상이 천하, 그 자체라 해도.”

 

북리환이 망연한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한 가지 더, 앞으로는 백부님과 했던 약속 역시 지키지 않아도 됩니다.”

 

좌소천은 그 말까지만 하고 몸을 돌렸다.

 

북리환이 좌소천의 등에 대고 버럭버럭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나는 신의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당장 선우 형의 복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 잘못한 것이지만, 아주 포기한 것은 아니란 말이다!”

 

좌소천이 멈칫했다. 하지만 곧 다시 걸음을 옮겼다.

 

“때가 되면 연락하겠습니다. 총표파자께서 정말 그분과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답을 그때 주셨으면 합니다.”

 

“때가 되면?”

 

“언제가 될지는 저도 확실히 모릅니다. 하나 분명한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북리환이 입술을 씹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네. 그때 내 확실한 답을 주지.”

 

좌소천은 북리환의 대답을 들으며 녹왕전을 나섰다.

 

황금빛 햇살이 가슴으로 안겨 들었다.

 

‘일단 한 가지 일은 무사히 끝냈군.’

 

뒤따라 나온 장하경은 좌소천의 입가에 가느다란 웃음이 걸린 걸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묘한 웃음이다.

 

마치 모든 것이 뜻대로 되었다는 그런 웃음 같다.

 

‘서, 설마?’

 

장하경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북리환을 자극하는 게 평소의 냉정하던 좌소천답지 않아서 이상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야 그 의도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맙소사!!’

 

그때 좌소천이 걸음을 옮겼다.

 

“갑시다. 악양까지 가려면 서둘러야할 것 같소. 밥은 가면서 먹지요.”

 

 

 

 

 

 

 

 

 

9장 그리운 사람

 

 

 

 

 

1

 

 

 

 

 

동정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반갑게 온몸을 어루만진다.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선창가에 선 좌소천은 무은도가 있는 남쪽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대왕채를 출발한 지 사흘 만에 장강을 타고 악양에 도착했다. 사 년 반 만에 돌아왔는데도 마치 엊그제 떠났다 돌아온 기분이다.

 

‘백부, 제가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령매를 데려오지 못했습니다만… 언제고 령매와 함께 백부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선우궁현의 웃는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그래, 꼭 함께 와라!

 

소영령의 슬픈 눈이 자신을 부르는 듯했다.

 

―오빠, 빨리 나를 찾으러 와!

 

좌소천은 주먹을 움켜쥐고 동정호 저 멀리에 두었던 시선을 하늘로 쳐들었다.

 

‘그래, 오빠가 반드시 찾을 거다. 반드시!’

 

 

 

악양에 들어선 지 하루.

 

밤이 되어서야 좌소천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어이없게도 이번에는 구포봉이 살던 장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밤에 찾아가고, 나올 때는 소영령을 찾겠다는 일념에 정신이 없었다지만 그 큰 장원을 찾지 못하다니.

 

결국 그는 여기저기 객잔에 들러서 일부러 포봉객잔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고는 전날처럼 다시 선창가로 나가서 어둠에 물들어가는 동정호를 바라보았다.

 

“숙부라는 분을 찾는 거요, 공자?”

 

장하경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소.”

 

“집을… 모르시는 거요?”

 

좌소천은 고소를 베어 물었다.

 

“전에 한 번밖에 가보지 않아서…….”

 

“그분도 좌 공자님만큼 강하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북리환보다 더 강한 사람이 알려지지 않았을 리가 없다. 물론 좌소천은 예외로 치고.

 

“그분의 무공은 그리 강하지 않소. 하나 그 마음만은 천하의 어떤 고수보다 더 강하오. 하늘을 향해 복수하려 했을 정도로 말이오.”

 

그때 장하경이 주위를 힐끔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왜 온 거요? 차라리 객잔에 가서 쉬시고 내일 찾으시지.”

 

좌소천이 묵묵히 동정호를 바라보았다.

 

그때는 공소가 자신을 찾아왔었다.

 

이번에도 찾아올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비슷해 보이는 장원이 수십 개다. 남의 집에 무조건 들어가서 구포봉을 찾아보는 것도 한두 번이지…….

 

‘오지 않으면 객잔에서 쉬고 내일 다시 찾아보는 수밖에.’

 

그때였다.

 

주위로 사람들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주위를 에워싸고 다가오지만, 좌소천의 감각에서 벗어나기에는 너무 조잡한 움직임이었다.

 

“이봐.”

 

마침내 그가 왔다. 목소리도 그때와 같다. 다만 묻는 말투가 그때보다 싸늘하고 혼자가 아닐 뿐.

 

좌소천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잠시 기다렸다.

 

“혹시 자네가 포봉객잔을 찾지 않았나?”

 

장하경이 힐끔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그는 좌소천이 천천히 고개를 젓자,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후우우, 도대체가…….’

 

그때 가까이 다가온 공소가 제법 무게를 잡고 물었다.

 

“왜 포봉객잔을 찾은 거지?”

 

그제야 좌소천이 고개를 돌렸다.

 

“그야… 포봉 아저씨를 찾으려고 그러는 거지요.”

 

순간 흠칫한 공소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곧 그의 눈이 점점 커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불거졌다. 

 

“흐억! 자네?”

 

죽었다던 좌소천이 엉덩이를 탈탈 털고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

 

“자, 자네가 어찌……?”

 

주춤거린 공소가 부들부들 떨며 손을 들어서 좌소천을 가리켰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좌소천과 장하경을 포위했다. 그들의 손에 들린 도검이 별빛을 받아 번쩍거린다.

 

“꼼짝 마라! 공 당주님, 물러서쇼! 저희들이 상대할 테니까!”

 

“감히 악양에서 본 방의 사람을 공격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잘근잘근 다져서 동정호의 고기밥으로 만들어주마!”

 

그들의 갑작스런 행동에 공소가 대경해 소리쳤다.

 

“물러서, 이 바보들아!”

 

하지만 그가 소리치기도 전. 좌소천을 따라 일어선 장하경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상처투성이 얼굴이 달빛 아래 드러난 순간,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던 장한들이 헛바람을 집어삼키고 뒤로 물러섰다.

 

“허억! 수라귀다!”

 

장하경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런 썅!”

 

 

 

 

 

2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바라만 본다.

 

쉰이 다 된 사람이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그리 좋게 보일 리 없었다.

 

그런데도 좌소천은 그저 좋기만 했다.

 

수적의 우두머리였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생존에 반가워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은가. 

 

좌소천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입을 열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지 않을까 싶었다.

 

“살아… 있었군.”

 

“운이 좋았죠.”

 

“사매는……?”

 

좌소천은 쓴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살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설마……?”

 

구포봉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진심이 느껴지는 그의 떨림에 좌소천의 가슴도 묵직해졌다.

 

“살아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어디로 갔는지는 모릅니다.”

 

그 후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다 일각가량이 지나서야 이야기가 중심을 향해 다가갔다.

 

“그놈이 바로 천외천가의 둘째인 순우무궁이란 놈이었네.”

 

좌소천의 눈빛이 깊게 침잠되었다.

 

백부님을 죽이고 소영령을 절벽에 떨어뜨린 놈이다. 같은 하늘 아래서 함께 살아갈 수 없는 놈.

 

“놈은 천외천가로 돌아갔습니까?”

 

“천외천가 자체가 워낙 신비에 싸여있다 보니 확인해 보지는 못했네만, 상황을 보니 그런 것 같네.”

 

“그 후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제천신궁과 모종의 이야기가 오갔다는 정보를 접하긴 했는데, 아직 특별한 움직임이 없어서 정확한 사정을 모르고 있네.”

 

혁련무천은 철저한 사람이다.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가 얼핏 뜻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무림맹이 동요하고 구파오가가 힘을 결집할 정도다.

 

무림맹과 정면 대결을 원하지 않는 이상, 그는 기회가 오기 전까지는 절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혁련 백부, 진정 천하를 노리려는 것이오?’

 

좌소천이 혁련무천의 야망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있자, 구포봉이 넌지시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한 가지 기이한 소문을 들었네.”

 

“무슨 소문 말입니까?”

 

“순우무궁이 제천신궁에 이 년 정도 머물렀다고 하더군.”

 

좌소천의 눈빛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게 사실입니까?”

 

구포봉은 제천신궁과 좌소천의 관계를 잘 알지 못했다. 하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다 말했다.

 

“듣기로는 혁련궁주의 딸인 혁련미려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고 하네.”

 

순간 좌소천의 싸늘하게 굳어 있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미려 누님과?’

 

“혼담까지 오갔을지 모를 정도였다고 하더군.”

 

이를 악문 좌소천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단 말이지? 미려 누님과 그런 사이였단 말이지?’

 

그렇다면 무은도의 위치가 드러난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혁련미려가 말했든 혁련무천이 말했든, 무은도의 위치는 제천신궁에서 알려졌을 것이다.

 

‘혁련 백부, 당신은 정녕 모르고 있었습니까?’

 

문제는 그것이었다.

 

과연 혁련무천이 순우무궁의 움직임을 모르고 있었을까?

 

문득 선우궁현의 목소리가 뇌리에서 울렸다.

 

 

 

“그는 천하제일패 제천신궁의 궁주다!”

 

 

 

깊은 침묵이 한참 동안 방 안에 내려앉았다.

 

답답한지 구포봉이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그래, 이제 어떻게 할 건가?”

 

좌소천이 잇새로 나직이 말문을 열었다.

 

“복수를 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그래야겠지.”

 

구포봉도 그럴 줄 알았다는 담담히 말을 받았다.

 

그러고는 좌소천을 직시했다.

 

“힘은 갖추었나?”

 

전에도 그렇게 물었다. 그때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답할 수가 있었다.

 

“개인적인 힘이라면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강호에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있네. 천하제일을 다툰다는 오제라 해도 마찬가지네. 그걸 모르지는 않겠지?”

 

좌소천이 조용히 웃었다.

 

“그래서 이곳을 찾아온 겁니다.”

 

“내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나?”

 

“백부님의 눈이, 제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요.”

 

구포봉의 눈이 흔들렸다.

 

“그분께서 나를 어찌 말씀하시던가?”

 

“세상에 뜻을 펴고 싶다면 얻으라 하시더군요.”

 

환해진 얼굴, 눈초리가 떨린다. 감격에 겨운 표정.

 

좌소천이 말을 이었다.

 

“아저씨는 어찌 생각하실지 몰라도, 저는 아저씨가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합니다. 어차피 복수를 할 대상은 천하를 좌우하는 문파들. 해서 하는 말입니다만… 하늘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얻고자 합니다.”

 

쿵!

 

구포봉은 격동에 차 철렁거리던 가슴이 툭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하, 하늘을 무너뜨릴 힘이라 했나, 지금?”

 

“겁나십니까?”

 

“솔직히… 겁나네.”

 

부르르 몸을 떤 구포봉이 자신의 가슴을 만지며 말을 이었다.

 

“간이 탱탱 부어서 터질까봐 말이야.”

 

장난 같은 구포봉의 말투에 좌소천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걸렸다.

 

“사 년 동안 놀고만 계시지는 않으신 것 같은데, 그걸 다 잃을지도 모릅니다.”

 

들어오면서 보고 느꼈다.

 

장원은 예전의 이름 없던 구포방 총단 따위가 아니었다.

 

용담호혈(龍潭虎穴). 

 

거대 문파는 몰라도, 어지간한 문파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힘이 축적된 곳이었다.

 

장원의 이름을 ‘구봉장(具奉莊)’이라고 지은 것 말고는, 구포봉의 능력을 엿보기에 충분한 변화였다.

 

하지만 전보다 열 배 강해진 구봉장이라 해도, 강호의 혈풍에 휘말리면 한 줌 재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런데 구포봉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뭘 모르는데 말이야, 이거 다 어르신의 복수를 하기 위해 키운 거라네. 덤으로 자네 복수까지 해주려고 했지. 뭐,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흐흐흐.”

 

이번에는 좌소천이 말을 잃었다. 가슴이 메어 바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구포봉이 그런 좌소천을 보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는데, 나는 개똥밭을 구르면서까지 아등바등 이승에 남아 있고 싶지 않네. 뭐, 그렇다고 쥐뿔도 없으면서 대가리 밀어대다 일찍 죽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그런데… 정말로 하늘을 무너뜨릴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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