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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43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4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43화

 

43화

 

 

 

 

 

 

이상하다. 제갈세가에선 모르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제갈진우가 단독으로 그 일에 끼어들었다는 뜻인가?

 

어쨌든 상관없는 일이다. 백부는 제갈진우 때문에 돌아가셨고, 이미 제갈진우는 죽었다.

 

지금은 그것만이 진실이었다.

 

“더 긴 말을 하고 싶지 않소. 싸우겠다면 싸워주겠소. 단, 지금까지와는 많이 다를 것이오. 귀하라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지는 않을 터.”

 

제갈진우를 죽인 후 다른 사람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자신의 뜻을 밝혔다.

 

상대는 제갈세가의 추적대를 지휘해서 자신을 이틀 만에 쫓은 자. 아마 그 뜻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모른다 해도 상관은 없지만.

 

제갈진경은 좌소천의 말뜻을 알아듣고 낯빛이 침중하게 굳었다.

 

셋째 형님인 제갈진우가 뭔 일인가를 했고, 그로 인해 원한관계가 맺어졌다. 그리고 상대는 복수를 했다.

 

강호에서 정당한 복수는 원한으로 치지 않는다. 정당한 대결을 벌이다가 죽는 걸 따지지 않듯이. 

 

그 빚을 갚으려면 그 역시 정당한 대결로 해야 한다.

 

정파일수록 그 일에 대해 더 철저했다. 아니면 강호에 피가 마를 날이 없을 테니까.

 

더구나 죽은 자가 만패철검 선우궁현이라면 그것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저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정당한 대결을 신청하든지, 아니면 이 자리에서 상대의 입을 막든지.

 

문제는 상대가 생각보다 무서운 자라는 것이다.

 

진을 무력으로 파훼시킨 자.

 

기문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게 뭐 어때서? 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제갈세가의 사람이라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싸운다면 피가 튀고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과연 상대의 입을 막을 수 있을까?’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냥 물러설 수도 없었다.

 

“나와 함께 본가로 가서 사유를 밝힐 생각은 없는가?”

 

좌소천은 제갈세가로 갈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따라간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복잡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을까 싶소만? 힘있는 자들이 항상 선호하는 방법이 있지 않소?”

 

툭!

 

좌소천의 좌수 엄지가 무진도의 도격을 밀어 올렸다.

 

고오오오오…….

 

좌소천의 전신에서 묵직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얼굴이 바위처럼 굳은 제갈세가 무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잡고 크게 원을 그렸다.

 

사십대의 중견 무사 셋, 현천단의 무사 삼십, 절호당의 무사 열하나.

 

그들의 힘이라면 어지간한 중소 문파와도 싸울 수 있는 전력이다. 그런데도 제갈진경은 좌소천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순순히 도를 놓고 나와 함께 본가로 가자. 대항한다면 죽음뿐이다.”

 

그 말에 좌소천이 무심한 목소리로 답했다.

 

“당신들은 나를 죽일 수 없소.”

 

둥근 얼굴에 눈썹이 가느다란 중년인이 노성을 내질렀다.

 

“건방진 놈! 숙부님, 더 말할 필요 없습니다! 놈의 목을 들고 돌아갑시다!”

 

그는 제갈세가 현천단의 일대를 이끌고 있는 제갈모였다.

 

그의 말에 제갈진경의 눈빛이 흔들렸다.

 

스멀거리는 불안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때였다. 제갈진경이 대답을 하지 않자 제갈모가 고갯짓을 했다.

 

동시에 현천단의 무사 중 십여 명이 좌소천을 에워싼 채 주위를 맴돌았다.

 

제갈진경이 말리려 했을 때는 이미 십방진(十方陣)이 가동된 이후였다. 

 

상황이 그리되자 제갈진경도 그들을 말리지 못했다.

 

‘좋아, 얼마나 강한지 한 번 보자.’

 

바로 그때, 좌소천의 좌수 엄지가 마저 무진도를 튕겨냈다.

 

소리없이 밀려 나온 무진도가 좌소천의 우수에 잡혔다.

 

동시에 제갈모의 명이 떨어졌다.

 

“놈을 쳐라!”

 

기다렸다는 듯 현천단 단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찰나, 허공에 검은 선 하나가 그어졌다.

 

쩌저저적!

 

뒤늦게 울린 낙뢰소리가 사람들의 고막을 뒤흔들었다.

 

절공참(絶空斬)!

 

콰과광!

 

연속된 굉음과 함께 십방진이 단 일격에 무너지고, 현천단원 중 다섯 명이 허수아비처럼 쓰러졌다.

 

“끄으으으.”

 

“꺼어억!”

 

반쯤 잘린 다섯 사람의 몸에서 뿜어지는 피분수!

 

“이놈!”

 

제갈모가 반사적으로 몸을 날리며 좌소천을 공격했다.

 

지켜보고만 있던 현천단원 다섯이 십방진의 빈자리를 채우고 달려들었다.

 

순간 좌소천이 무진도를 비틀어서 그어 올렸다.

 

슈아아악!

 

길게 그어진 검은 선이 제갈모를 스치고 간 순간,

 

쩡!

 

제갈모의 검과 이마가 동시에 갈라졌다.

 

동시에 빙글 한 바퀴 돈 좌소천의 도에서 시커먼 도기가 채찍처럼 길게 뻗어나갔다.

 

털썩!

 

땅에 떨어진 제갈모가 몇 번 버둥거리다가 앞으로 꼬꾸라졌다.

 

“허억!”

 

“흐읍!”

 

시커먼 도기의 채찍에 휘말린 현천단원들이 단말마를 흘리며 나뒹굴었다.

 

땅에서 피어오른 누런 흙먼지가 피 안개와 섞여서 대기를 붉게 물들였다.

 

백 장 절벽이 무너져 내린 것보다 더한 무게의 침묵이 장내를 짓눌렀다.

 

모두가 헛것을 본 것처럼 몸이 굳어버렸다.

 

제갈진경조차 눈을 홉뜨고 이를 악문 채 움직이지 못했다.

 

그 와중에 좌소천의 음울한 목소리가 나직이 울려 퍼졌다.

 

“전과 다를 것이라 했다. 덤비는 자는 모두 죽인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살아남은 현천단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주춤 주춤 뒤로 물러섰다.

 

제갈진경은 후두둑 몸을 떨고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그런……!”

 

좌소천은 그런 제갈진경을 직시한 채, 사선으로 내려진 무진도를 흔들었다.

 

촤르르르…….

 

대기가 떨며 진저리쳤다.

 

“잊지 마시오. 빚을 먼저 진 쪽은 제갈세가라는 걸. 결정은 내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갈세가가 해야 할 것이오. 나를 적으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뒷말을 끌며 걸음을 옮기는 좌소천이다.

 

저벅저벅.

 

발걸음 소리가 기이하게 심령을 뒤흔든다.

 

형제들이 죽었다. 그런데도 원한보다 더한 공포에 사로잡힌 제갈세가의 무사들은 누구 하나 움직이지를 못했다.

 

차라리 한판 드잡이질을 하다가 죽었다면 이를 악물고 싸웠을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서 벌어진 것은 싸움이 아니었다. 

 

도살. 그랬다. 그건 도살이었다.

 

제갈세가 무사들이 공포에 사로잡힌 눈빛으로 멍하니 바라만 보자, 장하경이 재빨리 좌소천의 뒤를 따라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제갈응과 제갈환이 이를 악물고 도검을 잡았다.

 

“어딜 가려고! 모두 놈을……!”

 

“그냥… 보내줘라.”

 

제갈진경이 그들을 말렸다.

 

두 사람이 악을 쓰듯이 소리치며 제갈진경을 바라보았다.

 

“숙부님!”

 

그때 제갈진경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극심한 갈등의 충격이 그의 심기를 흔들어서 내상을 입은 것이다.

 

그는 분노의 감정을 누르고,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 사력을 다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우리가 다 죽으면… 본가에서 저자를 죽이기 위해 사람들을 파견할 것이다. 아마 두 배 정도 파견하겠지. 그들이… 저자를 죽일 수 있다고 보느냐?”

 

“…….”

 

“그 후에 또…….”

 

“…….”

 

“나는… 본가의 수백 년 위업이 나 한 사람의 판단으로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오나 저자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삼 할만 무너져도 오대세가에서 밀리고, 오 할이 무너지면 제천신궁에 먹힌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

 

“그게 당금의 강호다.”

 

석연치 않은 원한을 갚겠다고 세가의 운명을 걸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세가에 딸린 식솔이 너무 많았다.

 

‘지금까지 강자에게 굽힌 것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그렇게 하며 힘을 키웠기에 지금의 본가가 있는 것을…….’

 

제갈진경은 창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이들의 시신을 수습해서 돌아가자, 가주께는 내가 말씀드리겠다. 벌이 떨어진다면 내가 책임지마.”

 

 

 

* * *

 

 

 

숲을 빠져나온 장하경은 슬쩍 뒤를 돌아다보았다.

 

제갈세가 사람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맙소사! 내가 본 게 정말 현실일까?’

 

아직도 가슴이 벌떡거렸다.

 

제갈세가가 한 사람에게 무릎을 꿇었다. 오대세가의 하나인 제갈세가가!

 

마치 자신이 그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았다.

 

“좌 공자, 정말… 정말이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쌓여 있던 한이 모조리 씻겨 나가는 기분이었다.

 

제갈세가의 굴복을 어찌 제갈승의 목숨에 비할 수 있으랴!

 

그때 좌소천이 물었다.

 

“대홍산에 산적이 많았다던데, 지금도 있소?”

 

뜬금없는 물음에 장하경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오죽하면 녹림산이라 불렸겠소?”

 

후한 말, 왕광과 왕봉이 농민들을 모아 농민군을 결성했을 때는 오만에 이르는 대군이 숨어 있던 곳이 대홍산이다.

 

도둑들의 산채를 녹림이라 부르는 것도 대홍산의 옛 이름인 녹림산에서 유래된 것이었다. 

 

그러니 녹림의 무리가 어찌 대홍산을 그냥 두랴.

 

“현재 대홍산에는 모두 일곱 무리의 산적들이 있는데, 그중 자칭 녹림의 총표파자라 칭하며 하북의 녹림 무리를 이끄는 대왕채가 나머지 여섯 무리를 지배하고 있소.”

 

장하경은 대홍산에서 이 년을 숨어산 사람. 당연히 대홍산의 사정에 대해서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산적들에 대해서 묻는 거요?”

 

“그들 중 쓸 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오?”

 

“제법 될 거요. 전에 비룡채라는 곳에 가본 적이 있는데, 그곳의 채주가 저와 비슷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소.”

 

“그럼 대왕채에는 더 많겠군요.”

 

“당연히 그럴 거요. 여느 대문파 못잖게 강해서 강호의 대문파들도 대홍산의 산적은 토벌할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요.”

 

“대왕채의 주인에 대해서 아는 것 있소?”

 

“녹림왕(綠林王) 북리환이라는 이름만 알려져 있을 뿐, 그의 정확한 정체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거의 없소.”

 

“대왕채의 위치를 알고 있소?”

 

“알고는 있소만……?”

 

“그럼 그곳에 가봅시다.”

 

“예?”

 

장하경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제갈세가 때문에 밥도 굶었는데, 우리 그곳에 가서 한 끼 얻어먹읍시다.”

 

생뚱맞은 농담에 장하경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대왕채에 가서 밥을 얻어먹자고?

 

 

 

 

 

 

 

8장 녹림왕(綠林王) 북리환

 

 

 

 

 

1

 

 

 

 

 

관도를 벗어나 대홍산 쪽으로 방향을 튼 지 반 시진도 되지 않아서 두 사람 앞에 십여 명이 튀어나왔다.

 

전형적인 산적 복장을 한 자들이었다. 

 

어깨와 옆구리에는 보기만 해도 겁이 날 정로 커다란 무기들이 걸쳐져 있고, 인상들은 하나같이 ‘나 산적이오!’라고 외쳐대는 듯했다.

 

그들은 나타나자마자 숲을 뒤흔드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멈추어라!”

 

“이제부터 너희들이 지닌 물건은 우리가 접수한다!”

 

“크하하하! 오랜만에 손님들이 왔군!”

 

장하경이 그들을 보더니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갔다.

 

“왜들 이제 나타나는가!”

 

산적들보다 열 배는 흉악한 얼굴의 주인이 장하경이다. 그를 본 산적들이 똥 밟았다는 표정으로 물러섰다.

 

“치, 친구는 누군데 우리를 아는 척하는 거요?”

 

“자네들, 비룡채의 사람들이 아닌가?”

 

커다란 대감도를 들고 있던 자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조하채의 사람들이오. 비룡채를 찾아왔다면 잘못 오셨소.”

 

“어? 그런가? 오랜만에 양대곡 좀 만나려고 했더니 쉽지가 않군.”

 

양대곡이라면 비룡채 주인의 이름이 아닌가?

 

“양 채주님을 잘 아시오?”

 

“잘 안다기보다, 몇 번 만나서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지.”

 

그 정도면 잘 아는 정도가 아니라 호형호제할 사이다. 녹림의 사람들은 형제가 아니면 몇 번씩이나 술자리를 마주하는 법이 없으니까.

 

도둑놈이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지 않듯이.

 

“미처 몰라 뵈었소. 비룡채를 찾아가려면 저쪽으로…….”

 

그때다.

 

우르르릉! 우지지지직!

 

갑자기 천둥소리가 나더니, 장정 두 사람이 안아야 겨우 안길 아름드리나무가 허리가 동강난 채 쓰러졌다.

 

그런데 하필 쓰러지는 방향이 산적들이 서 있는 곳이었다.

 

“피, 피해!!”

 

“으아아아!”

 

대경한 산적들은 정신없이 좌우로 흩어지며 쓰러지는 거목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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